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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님의 서재입니다.

남경. 상해. 봉천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하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8
최근연재일 :
2019.06.24 20:3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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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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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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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톈진 天津 7)

DUMMY

톈진으로 오는 일본군 일행에 섭지초는 없었다. 이홍장이 성환 패전과 허위보고를 우회적으로 문책한 셈이었다. 그것은 무슨 일이든 직설적으로는 처리하지 않는 한인들 특유의 방식이었다. 또한 이는 평양성 전공을 좌보귀가 독차지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일본군의 톈진 도착은 열병식 준비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였다. 교외의 임시 막사에 숙영지를 정한 이들은 바로 제식훈련에 들어간다 했다. 청군을 대표해 이들을 맞은 좌 장군은 환영식을 열고 잔치도 베풀었다. 부관실은 따로 일본군 참모들과 회동해 열병식 건을 의논했고 준비해둔 대본도 전달했다.

며칠 후 그들은 대본대로 따르겠다는 전언을 보내왔다. 열병식에 마쓰리라니 좀 엉뚱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는데 준비 중인 용 놀이를 보더니 태도가 바뀌었다 했다. 이번 행사가 열병 분열이나 보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잘하면 전쟁으로 생긴 양국 간 앙금을 가라앉히는 데 일조할지도 모른다며 오히려 적극적인 자세까지 보였다. 톈진의 일본공사관 사람들이 수시로 수용소를 드나들며 의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마쓰리는 7석제夕祭라고도 하는 일본의 전통축제. 지방마다 다른 모습인 축제들 중 교토 축제(기온 마쓰리)는 3대 마쓰리로 꼽힌다. 일본군과 공사관은 이왕이면 문화도시 교토의 자랑, 기온 마쓰리를 보여주자는데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했다.

교토의 여름은 마쓰리가 열려야 시작된다고 할 정도로 비중 있는 행사인 기온 마쓰리는 전염병 퇴치 기원제에서 시작되었다. 메인 이벤트는 신들을 모시는 야마보코山鉾(장식용 수레) 순행. 32개의 수레 행렬은 창 모양의 나기나타호코 長刀鉾가 선두, 마지막은 미나미 간논야마 南観音山가 장식하는데 나머지 30개는 제비뽑기로 순서를 정한다.

하지만 이번 행사때문에 이 많은 걸 다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라 선두와 마지막 야마보코山鉾 두 개만 준비하기로 했다고....

자재조달은 공사관이, 수레 제작은 일본군이 나누어 맡는다 했다. 열병식 합동연습을 하며 안면을 익힌 청군과 일본군 지휘관들 사이에 친분이 생기기 시작했다. 덕분에 역관들만 바빠졌다. 열병식 대본 기안자가 나임을 안 오오시마 소장은 웬지 복잡한 표정이었다.


드디어 열병식 날,

열병을 마친 청군이 분열 행진을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감탄성이 울린다. 오와 열은 물론 대각선까지 딱딱 맞아서이기도 했지만 활기 넘치는 표정의 병사들이 보무당당 걸어가는 모습에 박력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부대 끄트머리에 용 놀이 행렬이 나타났다. 수십 개의 청사등롱과 홍사등롱이 좌우를 따르는 용 놀이는 화려했다. 앙증맞은 군복의 꼬맹이들이 저마다 불꽃을 흔들며 용을 따라가며 뛰놀자 관객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이어서 일본군 포로들의 열병, 그리고 분열이 시작되었다. 역시 일본군은 달랐다. 급히 준비한 형편이라 제식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오와 열을 착착 맞추는 정예함은 오랜 훈련을 해온 청군에 못지 않았다.

또 청군과는 다른 모습도 있었다. 모퉁이를 도는 모습.

분열 행진을 하던 청군은 모퉁이를 만나면 좌향 앞으로 갓 하며 진로를 직각으로 탁 꺾었다. 다음 순간, 좌측 열이 대뜸 선두로 바뀌며 행군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역동적인 방향전환 모습에 감탄한 관중들은 박수갈채를 보냈고 귀빈석의 이홍장과 참모들도 입이 귀에 걸리며 좋아했다.

반면에 일본군은 부채를 펼치듯 질서장연하게 방향을 바꾸었다. 펼친 부채살처럼 가지런히 모퉁이를 도는 모습은 볼만 했지만 오와 열에만 집중한 나머지 기세가 죽어버려 한순간에 착착 방향을 트는 청군의 박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건 당연했다. ‘좌향 앞으로’ 또는 ‘우향 앞으로’ 라는 제식 동작은 아직 이 시대에는 없었으니까. 결국 오와 열을 지키며 도는 질서정연함보다는 순식간에 방향을 착착 바꾸는 청군의 박력이 더 큰 박수를 받았다.


일본군 부대 끄트머리에 마쓰리 행렬이 나타났다. 산山 모양의 야마보코 수레는 2층인데 사방에 창과 칼을 꽂았다. 칼을 2개씩 찬 사무라이 들이 수레 2층에서 손을 흔들자 관중들도 마주 흔들어 준다. 북과 대나무 통을 치는 악대가 함께 하며 이국의 선율로 흥을 돋운다. 용 놀이에서 뛰놀던 꼬맹이들이 불꽃을 흔들며 마쓰리 행렬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 천진난만한 모습은 화해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사람들 뇌리에 각인되었다.


열병 분열은 피차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양쪽 다 훌륭했다. 청군의 절도 있는 모습은 이홍장을 감탄시켰고 정예로움을 과시한 일본군들 또한 훌륭했다. 저 정도의 적을 제압한 승리라면 결코 우연일 수 없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고 각국 외교관들 역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열병 분열 못지않게 관심을 끈 것은 양국군이 연출한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행사는 청군 장령들이 일본군 지휘관들에게 군도와 말을 돌려주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명예의 상징인 군도를 돌려받는 의식은 엄숙했고 영영 못 볼 줄만 알았던 애마와 만난 장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오오시마 장군의 애마를 돌려준 얘기를 들은 좌보귀 장군의 배려로 추가된 깜짝 이벤트였다.

대본에 없던 뜻밖의 예우를 받은 일본군 장령들은 진심으로 감사하는 표정이었다. 이는 두 나라의 향후 관계에 영향을 미칠 의미 있는 장면이었기에 외교관들은 주목했다.

기대이상으로 성공적인 개선식 덕분에 열강의 외교관들은 물론 톈진의 유력자들 앞에서 한바탕 위신을 세운 이홍장은 좌보귀와 장령들을 크게 칭찬했다. 청군과 일본군에게 푸짐한 잔치를 베풀었고 열병식을 마친 톈진 시가지는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천자의 거처는 우주의 중심 자미원紫微垣 (큰곰자리를 중심으로 한 170개의 별자리), 그곳을 기점으로 천지가 운행한다. 이를 상징하는 자紫, 범접할 수 없는 공간이기에 금禁 을 넣은 자금성. 그러나 유래를 모르는 양인들은 엉뚱하게도 금지된 도시 Forbidden City 라고 불렀다.

서태후의 거처인 자금성 서궁의 낙수당樂壽堂, 주렴사이로 기이한 모양의 우람한 마당석이 내다보이는 아담한 거실에 60세의 태후와 24살의 황제가 비스듬히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칸께서도 톈진 소식을 들으셨소?”

조카이자 양자인 애신각라 재첨 愛新覺羅 載湉(광서제)에게 존칭을 쓰는 테후였다.

“열병식이 훌륭했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바로 둥베이 부대랍니다.”

보물을 얻은 듯 흐뭇한 표정이다. 팔기군에 실망한 그녀에게 둥베이의 기백을 지닌 부대의 등장은 하늘을 뒤덮은 먹장구름을 비집고 나타난 한 줄기 햇살이었다.




청일전쟁, 둥베이, 이홍장, 원세개, 명치유신, 서태후, 손중산, 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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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톈진 天津 7) +1 19.04.20 2,598 70 7쪽
19 톈진 天津 6) +1 19.04.19 2,590 7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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