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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님의 서재입니다.

남경. 상해. 봉천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하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8
최근연재일 :
2019.06.24 20:32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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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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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5
글자수 :
217,324

작성
19.04.29 06:00
조회
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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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글자
9쪽

화석 공주 1)

DUMMY

거센 여름 소나기가 퍼붓던 날.

이 상궁이 센위의 처소를 찾았다. 우아가 떠나 공동모왕이 되어버린 꼬맹이들과 글자 맞추기를 하던 센위는 반갑게 그녀를 맞았다. 열 살 손위지만 상궁 중에선 가장 젊어 얘기가 통하고 나막신 사건이래 친하게 지낸다.

“어서 오세요. 천둥 벼락에 빗방울까지 굵어 무섭던 참인데...”

“천하의 화석공주 마마도 무섬을 타십니까?”

배시시 웃는다. 서태후의 양녀로 입양되면서 화석공주의 작위를 받은 센위였다.

“톈진에서 서신이 왔습니다.“

구불리 만두를 먹으며 싸돌아다니던 그리운 시절. 우아랑 신 역관도 잘 지내겠지. 언제나 처럼 별다른 내용은 없다. 그저 안부편지, 말미에 톈진 올 계획은...? 짧게 덧붙였다.

신 역관은 엉뚱한 소리를 잘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그건 엉뚱한 소리가 아니었다. 너무 신통해 신기神氣를 의심해본 적도 있었다. 황궁에 오게 되었을 때 적어도 5년은 나올 생각 말라 했다. 이제 3년 남았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긴다는 걸까?


황제를 영대에 연금시킨 서태후는 계속 저기압이다. 무술정변 이래 대신과 내관들은 살 얼음판 걷듯 조심조심 지내며 전전긍긍 했다. 태후를 웃게 하는 사람은 오로지 화석 공주와 공동모왕의 꼬맹이들뿐.

태후 심기가 불편해 보이면 내관이나 관료들은 센위부터 찾기 마련이었다. 그녀의 비중은 황제와 서태후 다음으로 커져갔다. 태자나 고륜공주가 없는 황실에서 화석공주의 위상은 사실상 황위 계승서열 1순위였다.

태후는 외교사절 접견시 센위를 배석 시키곤 했다. 그 부인들과도 자주 어울렸다. 어렵기만한 태후와 달리 발랄한 화석공주는 외교가에서 환영받았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여타 황족들과 달리 감정표현이 분명하고 매사 적극적인 그녀는 양인들과 죽이 잘 맞았다. 그녀가 가출해 톈진을 유랑한 이야기는 화제거리였다. 황실의 톰 소여, 화석 공주는 단연 베이징 외교가의 인기인으로 부상했다.


나는 센위에게 톈진의 의화권 무리들의 동향과 교민충돌 소식을 전하면서 외국인들이 처한 위험을 알렸다. 통상담당인 북양대신이 있는 톈진에 비해 폐쇄적인 베이징 외교가는 교민 충돌 사태를 가볍게 보고 있었다.

센위는 외교관 부인들과 함께 베이징 시내를 돌아다니곤 했다. 조계 바깥 나들이를 꺼리던 그녀들도 화석공주와 꼬맹이들이 부추기면 얼른 따라나섰다. 센위는 치파오를 선물했다. 외국인을 경계하던 사람들도 드레스 대신 치파오 차림으로 나타난 여인들에게는 우호적이었다.

센위와 공동모왕은 거지를 만나면 그냥 가는 법이 없었다. 돈이나 만두를 쥐어주었다. 외교관 부인과 자녀들도 그 행동을 따라했다. 나들이가 거듭 되면서 외국인을 경계하던 태도는 차츰 사라졌고 웃는 표정을 보여주는 사람도 늘어났다.


“요즘 외교관 부인들과 어울린다고?”

“예, 조계에만 틀어박혀 있기에 세상구경을 시켜주고 있습니다."

“옷도 줬다지?”

“남의 나라에 와서 자기네 옷만 입는 게 보기 싫어 그랬습니다.”

흥, 태후는 콧방귀를 뀌었다.

“꼴사나운 게 어디 그것뿐이라더냐?”

“그게... 보기 싫은 정도를 넘어 말썽이 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 .... ?”

센위는 신 역관이 전한 톈진 소식을 들려주었다. 산동성의 의화권 무리들이 일으키는 교민충돌 사태. 짜이펑의 보고로 5.5단 활동을 알고 있던 태후였지만 센위에게 들으니 실감이 난다.

“어리석은 자들, 양인에 대한 분풀이를 그딴 식으로 하면 뒷감당은 결국 조정 몫이라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그걸 나름의 애국심으로 여기는 게지요.”

“그건 그럴게다. 하지만...”

태후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는 양인들. 이 일을 빌미로 또 무슨 시비를 걸어올 것인가? 그런 면에서 센위와 외교관 부인들이 하는 일은 의미가 있었다. 백성들에 다가서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갈 필요가 있었다.

“자선 활동을 한번 해 보겠느냐?”


외교사절 부인들과 화석공주가 자선활동을 시작했다. 왕푸징 거리에 문을 연 구빈원에서 점심때마다 죽을 나누어 주고 병자도 치료했다. 푸른 눈의 의원들은 고약이나 탕약대신 상처를 째 고름을 제거하고 붉은 약을 발라주었다. 배를 째는 수술로 죽어가던 사람을 살리기도 했다. 소문이 나면서 구빈원은 근무자만 백 명이 넘는 규모로 삽시간에 커졌다.

커지는 규모에 반비례해 양인들에 대한 악성 유언비어는 줄기 시작했다. 이 현상을 반긴 외교사절들은 기부금을 쾌척했고 그 바람에 구빈원 예산은 쓸 일이 없었다. 하지만 황궁 재정을 담당한 내무부는 매달 그 예산을 집행해 태감들 주머니를 불려주었다.

어느 날 구빈원 관사管事(총무)를 맡은 태감에게 센위가 물었다.

“요즘 죽 먹으러 오는 사람이 몇 명쯤인가?”

“천오백 명 정도 됩니다.”

“솥은 몇 개인가?”

“다섯 개입니다.“

“그러면 솥 하나마다 3백 명이구나.”


문답이 길어지자 관사 태감은 불편한 눈치였다. 견디다 못해 한 마디 했다.

“마마께 고하기에는 너무도 소소한 사안이옵니다.”

센위는 끄덕였다. 흐음,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시는군.

“식수인원은 기백 명이라 들었다. 수천 명이 그토록 준 것은 골목마다 지켜서서 사람들을 쫓는 자들이 있다고... ”

화들짝 놀란 태감은 부르짖었다.

“그럴 리 없습니다. 누군가가 잘못 알고...”

하지만 그것은 공동모왕이 알려준 생생한 현장 모습이었다. 조계의 끄나풀들 또한 같은 보고를 해왔다.

그 일로 인해 자금성 내무부와 화석공주부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구빈원 지원에 대한 답례로 태후는 조계 도로정비 비용 8만 달러를 하사했다. 그러나 막상 전달된 하사금은 단돈 80달러. 여러 단계를 거치며 이리 뜯고 저리 뜯긴 결과였다. 이것이 당대의 내무부와 환관들의 모습이었다. 거대한 부패와 마주 한 센위는 좌절감을 느꼈다. 내우외환... 이 나라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공주부와 내무부의 갈등을 눈치 챈 태후가 내관 이연영에게 물었다.

“센위와 내무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더냐?”

이연영은 어떤 물음에든 항상 모범답안을 준비하고 있는 노련한 고참이다.

“구빈원 관련 사안으로 아뢰옵니다.”

“... ?”

“공주마마께서는 구빈원에 오는 사람이 갑자기 줄어든 게 내무부 탓이라 여기고 계십니다.”

꼼수부리다 혼쭐 난 구빈원 관사태감 이야기를 아뢰었다. 허위보고 따위는 통하지 않는 태후임을 아는 이연영이기에 사실 그대로 보고했다.

“공주는 할 일을 한 것이다. 내무부가 불편할 이유는 없을 텐데...?”

“조사과정에서 조계에 내린 하사금이 사라진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돈을 떼먹었다...!”

놀랐다. 그러나 평생을 궁에서 보낸 여장부답게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내무부 환관들과 척을 지면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모른다.

내관과 궁녀는 황궁 구석구석을 지키는 실핏줄. 그들이 모르는 일은 없고 그들끼리의 유대는 강철처럼 강하다. 그들의 삶은 오로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집중된다.

그들의 금과옥조는 인간이란 일상의 지배를 받는 존재라는 것.

일상의 대부분을 만들고 움직이는 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우연을 가장해 하루를 안배한다. 윗전이 싫어하는 음식이나 탕재를 먹고 마시게 할 수 있고 어떤 일에 관심갖게 하거나 반대로 관심을 돌리게도 한다. 침소의 사창 밖 매화 한 송이조차도 그들이 용납해야 피어날 수 있었다. 희로애락마저 조정하는 하루하루를 안배하기 위해 내관과 궁녀들이 들이는 공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또한 그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협력도 필요했다. 동료의식으로 이어진 그들의 유대는 협력을 통해 공고해져갔다. 사수들은 비전의 기법을 조수에게 전수하고 조수는 새로운 지식을 더해 전문성은 갈수록 깊어져갔다. 황실의 집사격인 내무부는 그 실핏줄의 중추조직이다. 당연히 자질이 빼어난 자들로 구성되고 대우도 나았다.


자고로 초법적 행태나 사고방식이 가장 만연한 곳이 녹림과 황실이다. 내무부는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인정이나 의리, 윤리도덕 따위는 개의치 않는 집단이었다. 물자와 인력에 구애받지 않고 효과적 실천에만 관심을 쏟는다. 내관들은 윗전의 사생활 깊숙이 개입하는 수족. 그들의 삶은 윗전의 기분에 좌우된다. 윗전의 감정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독계를 펼치고 여자와 재물을 뿌리는 계략을 꾸미며 폭력, 암살도 불사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소불위의 조직이지만 막상 최상위 포식자인 서태후와의 인간적 유대는 약했다. 충성심이 희박한 것이다. 그것이 발령장에 따라 배속된 관료들의 한계였다. 이해가 상충될 경우 윗전을 외면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의 이러한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태후는 측근 이연영에게조차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청일전쟁, 둥베이, 이홍장, 원세개, 명치유신, 서태후, 손중산, 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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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38 tkwhdghf
    작성일
    19.04.29 21:57
    No. 1

    잘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네발개발
    작성일
    19.05.03 14:26
    No. 2

    정화함대 훈민정음? 인가에서 쓴것을 이렇게 또 복사/붙이기 해도 되나요? 놀림받는 느낌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8 하산
    작성일
    19.05.03 15:52
    No. 3

    죄송합니다.
    제 작품에서 가져오는 건 괜찮은 줄 알았지요. 게다가 워낙 독자가 적었던 작품이라...
    지적에 감사 드리며, 앞으로는 주의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네발개발
    작성일
    19.05.03 23:12
    No. 4

    다시 그러지 않으면 됩니다. 그래도 글은 정말 잘 쓰십니다. 재미있고요. 힘내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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