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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님의 서재입니다.

남경. 상해. 봉천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하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8
최근연재일 :
2019.06.24 20:32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53,838
추천수 :
3,775
글자수 :
217,324

작성
19.04.22 06:00
조회
2,509
추천
66
글자
8쪽

자금성 2)

DUMMY

이른 아침, 천안문으로 이동한 봉군 부대는 광장에 정렬했다. 말을 안돈시킨 병사들은 장막 뒤에 앉아 행사시작을 기다렸다.

자금성에는 사방으로 디안먼地安門· 둥안먼東安門·시안먼西安門이 있는데 남문이자 정문인 천안문天安门은 광장 북쪽에 있다.

천안문이라는 이름은 수명우천 안방치민 受命于天, 安邦治民에서 따온 글자다. 명나라 때는 승천문承天门이었고 청나라 때 천안문으로 개명했다. 5개의 크고 작은 문이 있어 오문이라 고도 한다. 가운데 큰 문은 황제 전용, 과거 응시자들은 동문 长安左门으로 들고, 결과 역시 동문 밖에 게시했다. 그래서 동문을 용문龙门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이 등용문 登龙门이란 말의 유래가 되었다.


“제대에~ 분열 앞으로오~ 갓!“

노인답지 않게 우렁찬 좌보귀의 구령에 따라 5문 중앙에 설치된 사열대 앞에 정렬한 백 명 단위의 사각형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각형은 가로 7줄, 세로 7줄로 바둑판처럼 정렬해 있었다. 앞의 4열은 보병, 5열은 야포와 개틀링 기관포를 운반하는 포병, 6,7열은 기병으로 구성된 편제였다. 용 놀이 행렬은 포병부대 중간에 끼어 있었다.

“1 중대에~ 분열 앞으로오~ 갓!“

초장哨長의 구령에 따라 1열의 우측 끄트머리 사각형이 첫발을 내딛으며 어림御臨 열병식 이 시작되었다. 사각형이 사열대를 향해 이십 보정도 전진하자 다음 구령이 떨어졌다.

“중대~ 좌향 앞으로 갓!”

백 명의 병사들이 한 몸처럼 홱 돌며 방향을 바꾸었다. 좌측이 정면으로 바뀐 사각형은 순간의 멈춤도 없이 행진을 이어갔다.

“호오...!”

“대단하군!”

세차게 흐르던 물줄기를 단칼에 끊어내듯 박력 있는 방향전환에 사열대에서 탄성이 울린다.

“2중대에~ 우향 앞으로 갓!”

병력이 빠져나간 빈자리로 이동한 1열의 다른 사각형이 같은 요령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1열의 사각형들이 비운 자리는 2열의 사각형들이 좌향좌, 우향우를 반복하며 줄줄이 이동 해 채워갔다. 물 흐르듯 매끄럽게 이어지는 질서정연한 부대이동에 감탄은 계속 되었다.


“우로오~ 봤!”

사열대 앞을 지나는 사각형의 맨 앞 열이 고개를 홱 돌려 오른 쪽 귀빈석을 향한다. 번쩍이는 병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사열석의 광서제를 주목한다.

“저 동작은 상관에게 경의를 표시하는 행군 중의 예절입니다.”

광서제 뒤에서 이 홍장이 설명했다.

보병 행진에 이어 포병 행진이 시작되었다. 야포와 개틀링 기관포들은 홍기와 청기로 구분된 두 종류씩 이었다.

“붉은 깃발은 아군 장비, 푸른 깃발은 노획한 일본군 장비입니다.”

“호오, 그런데 일본군 장비가 더 많아 보이는군?"

“그렇습니다. 적은 우수한 장비를 가졌지만 보급이 뒤따르지 못해 패한 것이옵니다.”

“음, 짐도 그 얘기는 들었네만 저 장비들을 보니 새삼 이번 승리가 대단한 걸 알겠군.”


포병부대 중간쯤에 이윽고 용 놀이 행렬이 나타났다.

청사등롱과 홍사등롱을 든 병사들을 좌우에 거느린 용 놀이가 천천히 사열대 앞을 지나간다. 등롱을 든 병사들과 용놀이 패 사이를 오가며 불꽃을 들고 뛰노는 꼬맹이들을 본 광서제가 물었다.

“저 아이들은 왜 군복 차림인가?”

“톈진 거리를 유랑하던 아이들이라 합니다. 봉군 부대에서 저들을 돌본다 들었습니다.”

묵묵히 관람하던 서태후가 입을 열었다.

“적에게 용감하고 백성에게는 자애롭다? 이야기 속 명장의 군대를 보는 것 같소이다.”

천하의 주인인 서태후의 칭찬이었다.

속삭임이 번지면서 사열대의 귀빈들은 저마다 끄덕이며 그 말에 공감을 표시했다. 우정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홍장 역시 그 칭찬에 크게 기뻤다. 광서제가 그 말에 추임새를 넣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덕분에 오늘 행사가 한층 빛이 나는 듯합니다.”


포병대에 이어 기마 부대의 행진이 이어졌다.

“원래 봉군 부대는 모두 기마병입니다.

하오나 기마 행진만으로는 아쉬워 보병 행진과 함께 준비했사옵니다.”

이홍장의 설명에 공친왕 혁흔이 물었다.

“저 정예한 모습은 기마 부대의 그것을 한참 넘어선 듯합니다. 특별한 사유라도 있는지요?”

그것은 이홍장도 모르는 일이었다.

“황공하오나 그것은 소관 역시 알지 못합니다. 좌보귀 장군에게 알아보겠습니다.”

결국 좌보귀 장군과 함께 나와 꼬맹이들까지 사열대로 호출 되었다. 하문에 답하자 공친왕은 오히려 더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역관이 어찌 제식훈련을 알며 열병식 대본을 준비할 만큼 군사지식이 있는가?”

“역관은 업무상 외국 문물을 자주 접합니다. 해서 양인들의 지식을 얻게 되었사옵니다.”

그도 그렇겠다며 끄덕인다. 그러나 납득한 표정은 아니었다. 다만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더 이상 캐묻지 않겠다는 태도일 뿐.

보다 관심을 끈 것은 경극 가면의 꼬맹이들이었다. 앙증맞은 군복차림의 꼬맹이들을 본 귀빈들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공친왕이 물었다.

“어찌 가면 쓸 생각을 했느냐?”

센위가 대답했다.

“귀한 자리에서 혹시라도 실수가 있을까 두려워 쓰게 되었사옵니다.”

“너는 왜 가면대신 분장을 했느냐?”

“마음에 드는 가면이 없어 분장을 해보았습니다.”

과연 따꺼였다. 청산유수로 척척 대답한다.

“어디 얼굴들을 한번 보여주렴.”

우공동모왕의 꼬맹이들은 센위의 눈치를 보다 우물쭈물 가면을 벗었다.


일은 센위가 우려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가면대신 분장을 해서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아직 일렀다. 탈을 벗은 꼬맹이들을 본 서태후가 귀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얼굴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리 예쁜 것들이 거리에서 고생했더란 말이냐? 이 몸이 했어야 할 일을 좌 장군이 대신 해주셨구려.”

평소 남의 공을 가로채는 소인배를 가장 미워하던 좌보귀는 결국 나를 들먹였다.

“그 일은 소관이 아니라 신 역관의 공입니다.”

잠시 나를 바라보던 서태후가 말했다.

“그럼 그 얘기는 따로 들어보도록 하지. 그때는 당사자인 아이들도 함께 오고.”

‘망했다....!’

센위의 간 떨어지는 철퍼덕 소리가 들렸다.


열병식에서 돌아온 센위는 양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울었다.

“황궁에 불려가면 바로 들통 날 거야. 어쩌면 좋아!“

도도하고 시건방지던 따꺼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겁에 질린 소녀만 남아있다. 하지만 기특 한 점도 있었다. 도망가기에 이골이 난 센위로서는 또 한 번 도망가면 그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녀 혼자가 아니었다. 남은 사람들이 치를 곤욕이 부담스러워 이러지도 저러지 도 못하고 울고만 있다. 나 역시 난감해 묵묵히 역사만 더듬어 보았다.

실로 험악한 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3년 후 벌어질 의화단의 난, 베이징은 열강의 군화에 짓밟히고 황실은 피난길에 오르고... 결국 열강의 힘 앞에 굴복한 서태후는 오욕의 세월을 살다 1908년에 세상을 떠난다. 약탈, 강간, 살인이 일상다반사가 되는 세월. 그 난세에 아이들이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차라리...?

전시에 안전한 곳은 후방이 아니다. 그건 오히려 군대와 지휘부이기 마련. 황궁이야말로 최고의 지휘부 아닌가? 이들을 자금성 안에 둘 방법만 있다면 그게 최선일지도 모른다. 나는 군대에 속한 몸, 함께 난세를 견딜 곳만 찾으면 되는 것이다.




청일전쟁, 둥베이, 이홍장, 원세개, 명치유신, 서태후, 손중산, 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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