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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님의 서재입니다.

근초고왕

웹소설 > 작가연재 > 전쟁·밀리터리, 로맨스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6.03.15 06:30
최근연재일 :
2018.01.27 18:2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5,092
추천수 :
52
글자수 :
88,229

작성
16.03.25 18:00
조회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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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아이꼬 공주의 진심에 마음이 움직인 근구수 태자

DUMMY

둘 다 서있는 상태에서 침묵이 흘렀다. 근구수 태자가 아이꼬 공주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하였다.


"앉으시지요."


"근구수 태자께서도 앉으시지요."


아이꼬 공주가 먼저 자리에 앉자 근구수 태자도 자리에 앉았다. 이때 아이꼬 공주가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실은 저도 근구수 태자께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근구수 태자는 아이꼬 공주가 최선을 다해 아랑을 찾아보겠다 약속해준 만큼 자신도 아이꼬 공주가 어떤 부탁을 하든 마다하지 않을 생각으로 물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아니할 터이니, 말씀해 주십시오."


아이꼬 공주는 얼굴을 마주 대하고 말하기가 수줍은 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저를 반드시 데려가겠다고 약조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근구수 태자는 예상치 못한 아이꼬 공주의 부탁에 어리둥절하여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것은......"


근구수 태자는 일국의 공주인 아이꼬 공주가 이렇게까지 구애하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해 무슨 말을 할지 몰랐다.


근구수 태자가 말을 잇지 못하고 침묵하자, 아이꼬 공주는 애절한 눈빛으로 근구수 태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근구수 태자, 내, 그대를 처음 뵈었을 때, 심장이 멋는 듯하였습니다. 그때 그대가 저를 외면하지 아니한다면 이 세상 어디라도 그대를 따라갈 것을 결심했습니다. 오늘 그대의 마음을 알게 되었으니, 무슨 망설임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아이꼬 공주는 근구수 태자도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줄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아랑을 잊지 못한 근구수 태자는 아이꼬 공주와 혼인할 마음이 없었는데, 아이꼬 공주는 근구수 태자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으면서도 부왕의 허락을 구할 자신이 없어 확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근구수 태자는 자신에 대한 아이꼬 공주의 진심에 감격했지만 여전히 아랑을 마음에서 지우지 못해 핑계를 대며 말했다.


"그대를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나, 국혼은 어라하께서 결정하시는 일이라 확답을 드리기 어려울 듯합니다."


근구수 태자가 확답을 주지 않자 답답해진 아이꼬 공주가 자신도 모르게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18년을 기다렸습니다. 근구수 태자, 그대를 말입니다. 그대를 처음 보는 순간, 하늘이 내려주신 천생연분임을 확신했습니다. 기나긴 세월을 기다렸으니, 제가 싫지 않으시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저와 백년가약을 맺을 것을 약조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마침내 근구수 태자의 마음이 움직이고 말았다. 자존심마저 내팽겨친 듯한 아이꼬 공주의 적극적인 구애에 크게 감격하여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근구수 태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꼬 공주에게 말했다.


"아이꼬 공주, 그대의 뜻이 그러하다면, 저도 그대와 뜻을 함께 하겠습니다. 내, 그대를 배필로 맞아, 한 평생 다할 때까지 그대와 함께 하겠습니다."


근구수 태자의 말을 듣는 순간, 아이꼬 공주는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근구수 태자, 저의 부탁을 들어주시니,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저를 배필로 맞아주셨으니, 성심을 다해 그대를 섬기겠습니다."


근구수 태자는 아이꼬 공주의 눈물을 보자 가슴이 뭉클해져 말했다.


"저 또한 그대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아이꼬 공주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이제 당신께서는 저의 낭군님이 되셨으니, 말씀을 낮추소서."


"아직 혼례를 치루지 아니하였으니, 그대에게 결례를 범하고 싶지 않습니다."


"허면, 편하신데로 말씀하세요."


사실, 근구수 태자는 아랑을 마음에서 지우지 못해 방황해왔었는데, 이제는 천생연분의 짝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후련해져 자신도 모르게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아이꼬 공주에게 털어놓고 말했다.


"제가 한때 사모하던 여인을 놓쳐 오랫동안 방황해 왔었는데, 아이꼬 공주 그대와 백년가약을 약조하니, 마음이 후련하고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이런 날이 올 줄 어찌 꿈에라도 상상조차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근구수 태자의 말을 듣는 순간, 아이꼬 공주는 근구수 태자가 한때 사모했던 여인이 누구일까 궁금해졌지만, 내색하지 않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또한 오늘처럼 행복한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한편, 왜구들에게 끌려간 아랑은 왜구들의 근거지인 대마국의 어느 외딴집에 감금되어 하루하루가 지옥같은 날을 살고 있었다.


왜구들의 두목 구테이는 아랑의 미모에 반하여 아랑이 임신한 사실을 알고도 아랑에게 구혼했지만 아랑은 단호히 거절했다.


구테이는 때로는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말로 회유하고, 때로는 노예시장에 팔겠다고 협박하며 아랑에게 구혼을 받아들일 것을 종용했다.


아랑은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깨닫고 시간을 벌기 위해 출산한 후 혼인하겠다는 조건으로 구테이의 구혼을 받아들였다.


이 무렵, 아랑은 구테이를 낭군이라 부르며 살갑게 대해 환심을 산 후 달아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구테이는 이러한 아랑의 속마음도 모르고 아랑이 자신을 낭군이라 부르며 살갑게 대하자 천하를 얻은 듯이 기뻐했다.


아랑은 구테이의 신임을 얻기 위해 구테이가 자신의 손을 잡아도 뿌리치지 않고 수줍어하기만 했고, 심지어 껴안아도 반항하지 않았지만 입술만은 허락하지 않았다.


구테이는 아랑의 마음이 자신에게 기울어졌다고 여겨 방심하게 되었다. 아랑은 날마다 하늘을 우러러보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하느님, 부디, 제가 이 왜구들의 소굴을 무사히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어느날 아랑은 구테이에게 집안에만 있으니 답답하다며 외출을 허락해 달라고 졸랐다.

구테이는 이랑을 믿어도 완전히 믿지는 못해 핑계를 대며 외출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아랑이 계속 조르자 고심 끝에 난모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가는 조건으로 외출을 허락한 후 네명의 부하들에게 아랑을 감시시켰다.


마침내 외출하게 된 아랑이 고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도망칠 궁리를 하고 있던 중에 십수 명의 무사들에게 둘러싸인 가마 행렬이 눈에 띄였다. 가마에 탄 사람은 중년의 사내로 선량한 사람처럼 보였다.


'저 사내에게 도움을 청하자.'


아랑은 가마의 행렬을 구경하는 척하며 가마 쪽으로 다가갔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구테이의 부하들이 아랑을 쫓아오자, 아랑은 난모와 두건을 벗어 던진 후 사력을 다해 뛰며 외쳤다.


"살려주세요!"


아랑이 난데없이 가마 쪽으로 뛰어 오자 가마를 둘러싸고 있던 무사들이 아랑을 제지했다.


"멈추시오!"


이때 구테이의 부하들 중에 하나가 앞으로 나와 무사들에게 아랑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무역 상단의 호위무사요. 이 여인은 우리 주인의 종년인데, 감히 주인을 배신하고 도망쳤소. 허니, 우리에게 넘겨 주시오."


아랑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울먹이는 소리로 외쳤다.


"거짓말입니다. 저는 백제인으로 납치당해 이곳까지 끌려왔습니다. 이들은 저를 납치한 흉악무도한 왜구들이니 절대 저들의 말을 믿지 말아주세요."


아랑은 눈물을 글썽인 채 가마 안의 사내를 애원하듯이 바라보았다. 눈물을 글썽이는 아랑의 모습은 선녀처럼 아름다워 마치 선녀가 인간에게 도움을 청하는 듯했다.


가마 안의 사내는 흉악무도한 왜구라는 말에 망설여졌지만, 아랑의 미모에 반해 아랑을 도와줄 것을 결심하여 자신의 호위 무사들에게 명했다.


"낭자를 보호하라!"


주인의 명이 떨어지자 사내의 호위 무사들은 재빠른 동작으로 검을 뽑았다.


구테이의 부하 네명은 숫적인 열세에도 조금도 두려운 기색이 없이 검을 뽑은 후 가마 쪽으로 달려 들었다.


구테이의 부하들은 모두 검술의 고수라 사내의 호위 무사들은 당해내지 못하고 하나둘씩 검에 맞아 쓰러졌다. 사내의 호위 무사들이 하나둘씩 검에 맞고 죽어가자 아랑은 자신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 것을 지켜볼 수 없어 고함을 질렀다.


"잠깐!"


아랑의 고함소리에 모두 동작을 멈추었다. 아랑은 구테이의 부하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만 하세요! 당신들을 따라 갈 터이니, 더 이상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지 마세요!"


구테이의 부하 중에 하나가 앞으로 나와 아랑의 팔을 나꿔챘다. 가마 안의 사내는 두려워 감히 막지 못했다. 사내는 끌려가는 아랑을 보며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


"낭자, 도움이 못되어 참으로 미안하오."


아랑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 아랑은, 그대의 은혜,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구테이의 부하들이 좌우에서 아랑을 잡아 끌었다.


"입닥치거라! 아니면 저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


아랑은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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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조건부로 혼인을 허락한 진왕후 17.10.01 208 1 9쪽
7 대마국으로 간 근구수 태자와 아이꼬 공주 17.09.30 202 1 9쪽
» 아이꼬 공주의 진심에 마음이 움직인 근구수 태자 16.03.25 268 4 10쪽
5 아이꼬 공주에게 아랑을 찾아달라 부탁한 근구수 태자 +2 16.03.19 321 5 10쪽
4 근구수 태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아이꼬 공주 16.03.18 342 6 10쪽
3 아랑을 찾기 위해 야마토국으로 떠난 근구수 태자 +1 16.03.17 533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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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랑과 진우의 천생연분의 인연 +2 16.03.15 1,05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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