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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님의 서재입니다.

근초고왕

웹소설 > 작가연재 > 전쟁·밀리터리, 로맨스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6.03.15 06:30
최근연재일 :
2018.01.27 18:2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5,083
추천수 :
52
글자수 :
88,229

작성
17.10.03 21:20
조회
158
추천
1
글자
10쪽

유인 작전으로 치양성 성주 고원을 사로잡은 부여구

DUMMY

진왕후에게 진구여왕의 국혼 제안을 전해 들은 근초고왕의 부름을 받자 근구수가 찾아와 인사를 올렸다.


"소자, 아바마마의 부름을 받고 왔나이다."


"네 어미에게 국혼에 대해 들었느니라. 아이꼬 공주는 어떤 여인이더냐?"


근초고왕이 대뜸 묻자 근구수 태자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이꼬 공주는 지극히 아름다우면서도 착하기 그지 없는 여인인 줄로 아옵니다."


근초고왕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네가 그토록 칭찬하는 것을 보니, 아이꼬 공주와 이미 혼인하기로 약조한 듯하구나! 이 아비 몰래 아이꼬 공주에게 혼인을 약조한 것은 아니더냐?"


근구수 태자는 난처한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바마마, 부디, 소자의 경솔함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근초고왕은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너를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아비도 젊은 시절에 아바마마와 어마마마 몰래 혼인을 약조한 적이 있었느니라."


이 말을 하고서 근초고왕은 생각에 잠긴 듯 허공을 응시한 채 침묵하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이 아비가 너와 아이꼬 공주의 혼인을 윤허하지 아니한다면, 어찌 할 생각이었느냐?"


근구수 태자가 말문이 막히자, 근초고왕이 짚이는 생각이 있어 물었다.


"태자의 자리를 버리고, 이 아비의 곁을 떠날 생각은 아니었느냐?"


근구수 태자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소자가 어찌 아바마마의 곁을 떠날 생각을 할 수 있겠나이까? 만약 아바마마께서 혼인을 윤허하시지 아니하셨다면, 아이꼬 공주에게 약조를 지키지 못함을 용서구할 생각이었나이다."


근초고왕이 웃으며 말했다.


"대장부가 아녀자에게 용서를 구한다? 하하하, 그래, 장부라도 잘못하였다면, 용서를 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허나, 그전에 먼저 지키지 못할 약조는 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이후부터는 약조할 때 내 말을 명심하거라."


"명심하겠나이다."


"오랜 여정으로 피로할 터이니, 이만 물러가 쉬거라."


"하오면, 소자, 이만 물러가겠나이다. 아바마마께서도 편히 쉬시옵소서."


근구수 태자는 근초고왕에게 인사를 올린 후에 떠났다.


근구수 태자가 떠난 후 근초고왕은 두 눈을 감은 채 회상에 잠기자 태자 시절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했던 태자비 해연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태자비, 그대가 사무치도록 보고 싶소. 영원히 함께 할 것을 약조하였거늘, 어찌 나를 두고 먼저 떠난 것이오?'


태자비 해연은 병관좌평 해구의 딸로 어린 시절부터 부여구(근초고왕)와 오누이처럼 지내다가 비류왕 왕후 진씨의 간택으로 태자비가 되었다.



23년 전, 비류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분서왕의 아들 부여계(계왕)는 조정을 장악한 진씨 가문에 불만이 있었던 해씨 가문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


해연의 아버지 해구는 부여구의 편이었지만, 진씨 가문의 전횡에 불만이 있었던 대다수의 해씨들은 부여계에게 포섭되었던 것이다.


귀족들이 부여계의 편과 부여구의 편으로 나누어지자 부여계는 부여구를 태자에 봉하는 조건으로 부여구의 편을 설득하여 12대 어라하에 올랐다.


부여계는 무능하여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번번히 패하여 백성들의 신망을 잃었지만, 제위를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부여구를 죽일 방도를 궁리하던 중에 한가지 꾀를 내었다.


부여구에게 5000명의 병력을 주어 자신이 어라하가 된 후에 고구려에게 빼았긴 치양성을 되찾으라는 명을 내린 것이다. 치양성에는 1만에 가까운 고구려 병사들이 있었다.


5000명은 적지 않은 병력이었지만, 절반 이상이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오합지졸이라 이대로 치양성을 치는 일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부여계는 부여구가 치양성을 공격하다 죽기를 바라여 보낸 것이었다.


부여구는 부여계의 속셈을 알았지만 왕명을 어길 수 없었다.


고심 끝에 5000명 중 날랜 병사 2000명을 선발한 후에 치양성에서 백제로 가는 길에 매복시킨 후에 나머지 병력을 이끌고 치양성을 공격하였다.


이들은 오합지졸이라 졸전 끝에 허둥지둥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에 치양성의 성주 고원은 대부분의 병사들을 이끌고 도망치는 백제군을 추격했다.


고구려왕 사유가 두려워하는 천하의 명장 부여구를 사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고구려군은 지리멸렬하게 도망치는 백제군을 맹렬한 기세로 추격했다.


지리멸렬하게 도망치던 백제군은 고구려군이 맹렬한 기세로 바짝 추격해오자 급기야 뿔뿔이 흩어져버렸다.


백여 명의 기병만 이끌고 도망치는 부여구(근초고왕의 왕자시절 이름)를 놓칠까봐 기병 천여 명만 이끌고 추격에 나선 고원은 백제군이 뿔뿔히 흩어져버리자 큰소리로 외쳐대기 시작했다.


"부여구를 죽여라! 누구든 부여구를 죽이는 자는 큰 상을 주겠다."


어느새 숲이 우거진 산길에 이르자 고구려 장수 하나가 고원을 향해 소리쳤다.


"성주, 이 산길은 숲이 우거져 복병을 숨기기 좋은 곳입니다. 부여구는 병법에 능한 자라 복병을 숨겼을지 모르니 그만 병사를 거두소서!"


고원은 부하 장수의 조언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말을 달리며 뿔뿔이 흩어져버린 백제군을 떠올리며 속으로 웃었다.


'백제군이 지리멸렬하게 도망치다 뿔뿔히 흩어져버렸거늘, 걱정도 팔자구나!'


바로 이때 고원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백여 명의 기병만 이끌고 도망치던 부여구가 좁은 산길에 이르러 말을 멈춰 세우자 부여구를 따라 도망치던 백여 명의 백제 병사들도 약속이나 한 듯 말을 멈춰 세운 것이다.


부여구는 검을 뽑아 높이 치켜들며 우래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용맹한 백제의 병사들아! 두려워 말라! 비록 적의 수가 많으나 죽음을 불사하고 싸우면 일당백(한사람이 백사람을 당해낸다는 말)도 가능하니, 죽음을 두려워 말고, 나와 함께 싸우자!"


부여구를 따라 도망치던 백제 병사들도 무기를 치켜들며 일제히 큰소리로 외쳤다.


"소인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태자 저하를 따라 싸우겠나이다!"


불과 백 여명 밖에 안 되는 백제 병사들의 함성소리가 백여 보 떨어져 뒤쫓고 있는 고원의 귀에까지 들리자 고원은 코웃음을 쳤다.


'부여구,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그래, 죽여주마.'


이윽고 좁은 산길에서 싸울 태세를 갖춘 백여 명의 백제 기병이 고원의 시야에 들어왔다.


"돌격! 적군은 기껏 백여 명 밖에 안 된다. 부여구를 포함해 한 놈도 놓치지 말고 모두 죽여라!"


고원이 이 말을 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부여구가 고구려군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쏴라!"


쉭쉭쉭!


고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방에서 화살이 쉭쉭거리는 소리를 내며 날라왔다.


부여구가 명을 내리자 숲속에 매복해 있던 백제군이 사방에서 화살을 쏘아댔던 것이다.


'아뿔싸! 함정이었구나!'


부여구는 백여 명의 기병 이외에도 수백 여 명의 궁수들을 매복해 놓고 고구려군을 유인했던 것이다.



이때서야 유인 작전에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고원은 목이 터질 듯 외쳤다.


"함정이다! 퇴각하라!"


사방에서 화살이 쏟아지자 고구려 기병들은 혼비백산해 갑자기 말을 멈춰 세우려고 했는데, 좁은 산길이라 놀란 말들이 엉기고 충돌해 수백 여 명의 병사들이 땅에 떨어져 말발굽에 밟혀 죽었다.


요행히 화살과 말들끼리의 충돌을 피해 좁은 산길을 빠져 나온 고구려 병사들도 곳곳에 매복해 있던 백제군의 창검에 찔려 죽기 일쑤였다. 순식간에 고원이 이끌고 온 1000여 명 중 절반이 넘는 500여 명의 고구려 기병들이 목숨을 잃었다.


"성으로 퇴각하라!"


간신히 500여 명도 안 되는 패잔병을 수습한 고원이 치양성으로 퇴각하려 했지만, 사력을 다해 달아나던 중 고구려군의 말들이 일제히 밧줄에 걸려 쓰러지기 시작했다.


밧줄에 걸려 쓰러진 고구려 병사 하나가 외쳤다.


"산길 곳곳에 밧줄이 걸려 있습니다!"


백제군이 고구려군이 퇴각하는 길목 곳곳에 밧줄을 걸어 놓은 것이다.


앞장서 도망치던 고원은 제일 먼저 밧줄에 걸려 말과 함께 쓰러졌다.


말이 쓰러질 때 큰 부상을 당한 고원은 꼼짝하기도 힘들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명을 내렸다.


"어서 밧줄을 끊어라."


말에서 떨어진 병사들 중 부상이 심하지 않은 병사들이 재빠른 동작으로 밧줄을 끊었다.


바로 이때였다.


"둥둥둥둥둥......"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자, 사방에서 백제군이 튀어나와 대다수의 병사들이 밧줄에 걸려 쓰러진 고구려군을 덮쳤다.


이와 동시에 부여구가 큰 부상으로 땅에 쓰러져 있는 고원을 가리키며 외쳤다.


"치양성 성주 고원을 사로잡아라!"


부여구의 명에 백제군이 고원을 사로잡기 위해 돌진하기 시작하자, 밧줄에 걸려 쓰러졌던 고구려군이 일어나 죽기 살기로 백제군을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백제군을 막아라! 성주님이 쓰러져 계시다."


밧줄에 걸려 쓰러졌던 고구려 병사들은 대부분 부상을 입은 상태라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다.


고구려 병사들이 무너지자 땅에 쓰러져 있던 고원은 백제 병사들에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고원이 사로잡히자 양쪽으로 매복된 적군을 맞은 고구려의 기병들은 싸울 투지를 잃어 말과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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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허허실실의 계책 18.01.27 119 2 9쪽
20 부여군의 참모가 된 부여구 18.01.16 78 1 9쪽
19 부여계의 국혼 제의를 거절한 여현 18.01.12 126 1 9쪽
18 여현왕의 결심 18.01.10 101 1 9쪽
17 위례궁의 별궁에 연금된 해연 18.01.07 92 1 9쪽
16 여혜공주 17.11.01 127 1 9쪽
15 탈출에 성공하다 17.10.25 116 1 9쪽
14 부여구의 탈출을 돕기 위해 가문을 걸다 17.10.18 120 1 10쪽
13 바둑으로 탈출의 뜻을 밝히다 17.10.15 138 1 9쪽
12 음모 17.10.09 121 0 9쪽
11 부여구를 제거할 음모를 꾸민 부여계 17.10.07 153 1 9쪽
10 계략으로 치양성을 탈환하다 17.10.05 220 1 9쪽
» 유인 작전으로 치양성 성주 고원을 사로잡은 부여구 17.10.03 159 1 10쪽
8 조건부로 혼인을 허락한 진왕후 17.10.01 208 1 9쪽
7 대마국으로 간 근구수 태자와 아이꼬 공주 17.09.30 202 1 9쪽
6 아이꼬 공주의 진심에 마음이 움직인 근구수 태자 16.03.25 267 4 10쪽
5 아이꼬 공주에게 아랑을 찾아달라 부탁한 근구수 태자 +2 16.03.19 320 5 10쪽
4 근구수 태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아이꼬 공주 16.03.18 341 6 10쪽
3 아랑을 찾기 위해 야마토국으로 떠난 근구수 태자 +1 16.03.17 532 9 13쪽
2 왜구에 끌려간 아랑 16.03.16 494 6 9쪽
1 아랑과 진우의 천생연분의 인연 +2 16.03.15 1,05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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