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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님의 서재입니다.

근초고왕

웹소설 > 작가연재 > 전쟁·밀리터리, 로맨스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6.03.15 06:30
최근연재일 :
2018.01.27 18:2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5,072
추천수 :
52
글자수 :
88,229

작성
18.01.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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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여현왕의 결심

DUMMY

해찬은 여혜의 눈물을 보자 20여 년 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어린 해연이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해연은 마치 자신의 아버지를 잃은 듯이 슬프게 울었었다.


참으로 착한 사촌누이였다.


해찬은 어린시절 아버지를 여의어 오랫동안 숙부인 해구의 보살핌을 받아 해구는 아버지나 다름없었다.


해찬은 조정을 장악한 진씨 가문에 염증을 느끼던 차에 부여계의 회유로 부여계의 딸 부여진과 혼인하였다.


해찬은 비류왕을 섬겼으나, 비류왕이 승하한 후 장인 부여계가 어라하가 되려는 야욕을 품자 비류왕의 아들 부여구의 편에 서지 않고 장인의 편에 섰던 것이었다.


장인인 부여계가 어라하가 되자 해찬은 출세 가도를 달렸지만, 위례궁 별궁에 연금된 해연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해찬은 회상에 잠겨 침묵을 지켰다.


여혜의 처소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으나, 여혜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알려주어 참으로 고맙소. 그대의 호의에 감사를 표하겠소."


"하오면, 소인은 이만 물러가겠나이다."


해찬은 여혜에게 인사를 올린 후 물러갔다.


해찬이 물러가자, 여혜는 부여구의 처소를 찾아갔다.


부여구는 왕궁에 있는 객실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여혜가 아무런 기별없이 자신의 처소를 찾아오자 어리둥절하였다.


여혜는 부여구에게 해연의 소식을 알려주려 왔으나,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입을 다문 채 우두커니 서있었다.


부여구는 해찬이 지금 부여에 와 있는 사실이 상기되자, 문득 여혜가 해연의 소식을 알려주려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여구가 여혜의 표정을 보니, 좋은 소식인 것 같지 않았다. 부여구는 근심어린 얼굴로 물었다.


"공주께서 어인 일로 오셨소? 혹시, 태자비의 소식을 들으신 것이오?"


여혜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자 부여구가 재촉하듯 말했다.


"상세히 말씀해 주시오."


여혜는 잠시 침묵하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태자비께서는 지금 위례궁의 별궁에 연금되어 있다 하더이다. 배를 타고 떠난 것은 사실이나, 아버지가 걱정되어 배를 돌려 다시 백제로 들어갔다 하더이다."


부여구는 몹시 괴로운 듯 머리를 감싸쥐며 크게 탄식했다.


"태자비, 어찌......"


여혜는 부여구가 혼자 있고 싶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말했다.


"나는 이만 가볼까 하오."


"어찌 그러신게요? 나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부여구는 망연자실한 듯 혼자말로 탄식하며 중얼거리다가 여혜가 떠나려 하자 그때서야 두 손을 모아 감사를 표시했다.


"공주, 참으로 고맙소."


여혜도 두 손을 모아 답례했다.


"나는 이만 가보겠소."


여혜가 떠나자 부여구는 참았던 눈물을 쏟으며 중얼거렸다.


"태자비, 미안하오. 내가 어리석었소. 그대의 아버지를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하는 것을...... 내가 그대였다 하여도 그랬을 것이오. 어찌 부모를 버리고 떠날 수 있겠소? 내,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소. 태자비, 미안하오. 모두가 나의 불찰이오. 태자비......"


부여구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부여구의 처소를 떠난 여혜는 여현의 처소를 찾아가 해연의 소식을 보고하였다.


"부여구 태자의 태자비 해연이 위례궁의 별궁에 연금되어있다 하옵니다."


여현은 여혜의 보고를 듣자 안타까운 듯 외마디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아......"


여혜 역시 몹시 안타까워하는 얼굴이었다.


이러한 여혜의 얼굴을 보자 여현은 여혜가 부여구에게 마음이 있음을 깨달아 생각에 잠겼다.


'여혜가 부여구 태자에게 마음이 있는 듯한데, 부여구 태자가 태자비와 기약없는 생이별을 하게 되었으니, 여혜와 맺어줄 수 있겠구나.'


여현은 여혜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이 아비는 너를 부여구 태자와 맺어줄까 한다.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여혜는 몹시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부여구의 생각을 알길이 없어 마음이 혼란해졌다.


여혜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여현의 말이 이어졌다.


"아비 또한 너를 부여구 태자의 후비로 시집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리나, 백제의 태자비는 서른이 다되도록 자식이 없으니, 네가 아들을 낳는다면, 백제의 어라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만 된다면, 우리 부여와 백제의 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 터인 즉, 이야말로 아비가 간절히 염원하는 바이다."


부여구에게 깊은 연정을 품은 여혜로서는 부여구와의 혼인은 생각만해도 가슴이 떨리는 일이지만, 해연이 위례궁에 연금되었다는 소식에 몹시 괴로워하던 부여구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부여구 태자와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정비든 후비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허나, 그의 마음을 모르겠구나!'


여혜는 잠시 생각한 끝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소녀, 아바마마의 뜻에 따르겠나이다. 하오나, 태자비에 대한 부여구 태자의 정분이 하해처럼 깊사오니...... 시간이 필요할 듯 하옵니다."


이 말을 하고서 여혜의 두뺨은 상기되어 발갛게 달아올랐다.


여혜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켜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여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마음을 추스릴 시간이 필요하겠지."


여현은 문득 수년 전 세상을 떠난 왕후가 떠올랐다.


여현 역시 왕후가 떠난 후 마음을 추스리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여현은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왕후와 함께 보냈던 지난 추억들을 회상했다.


여혜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후 여현이 입을 열었다.


"너의 의중을 알았으니, 되었다. 이 아비는 할 일이 있으니, 이만 물러가 보거라."


여혜는 인사를 올린 후 물러갔다.


여혜가 물러가자, 여현은 여울 태자를 자신의 처소로 불렀다.


"아바마마의 부르심을 받고 왔나이다."


"내, 너와 상의할 것이 있어 불렀느니라."


"말씀하소서."


여현은 생각을 정리하느라 잠시 뜸을 들인 후 입을 열었다.


"너도 알다시피, 지난 가을에 연의 모용황이 사신을 보내, 여혜를 후궁으로 맞고 싶다 하였다. 허나, 어찌 여혜를 선대왕의 원수 모용외의 아들 모용황에게 후궁으로 줄 수 있겠느냐? 하여 모용황의 제의를 거절하였으니, 추위가 풀리면 모용황이 거절당한 것을 분풀이하기 위해 다시 쳐들어올까 걱정되는구나. 한시라도 빨리 이에 대한 방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내, 너를 대장군에 임명하여 연을 막게 하고자 하니, 부여구 태자에게 도움을 청하거라. 부여구 태자는 백제의 어라하가 될 몸이니, 짐의 신하가 되기를 꺼려할 것이다. 허나, 부여구 태자와 함께 온 장군들은 부여구 태자의 동의만 있다면, 짐의 신하가 될 수 있을 터이니, 이를 부여구 태자와 상의해보거라."


여울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자, 조만간 부여구 태자를 만나 논의하겠나이다."


여현은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는 듯 생각해보더니 말했다.


"지금 부여구 태자는 태자비로 인하여 심기가 어지러울 터이니, 열흘 정도 지난 후에 의논하는 것이 좋을 듯싶구나."


여울은 해연의 소식을 아직 듣지 못해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백제의 태자비가 탈출하지 못하였나이까?"


"그래, 지금 위례궁에 연금되어 있다 하더구나."


"소자, 미처 알지 못했나이다. 하오면, 열흘 후에 부여구 태자와 논의하겠나이다."


여현은 여울이 여혜를 부여구에게 시집보내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혜가 부여구 태자에게 마음이 있는 듯하구나."


여울도 누이동생의 마음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소자가 보기에도 그런 듯싶사옵니다."


여울이 여혜가 부여구에게 시집가는데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자 여현이 말했다.


"네가 여혜와 부여구 태자가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도와주거라. 그리하겠느냐?"


"그리하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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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부여군의 참모가 된 부여구 18.01.16 78 1 9쪽
19 부여계의 국혼 제의를 거절한 여현 18.01.12 126 1 9쪽
» 여현왕의 결심 18.01.10 101 1 9쪽
17 위례궁의 별궁에 연금된 해연 18.01.07 91 1 9쪽
16 여혜공주 17.11.01 12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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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바둑으로 탈출의 뜻을 밝히다 17.10.15 137 1 9쪽
12 음모 17.10.09 121 0 9쪽
11 부여구를 제거할 음모를 꾸민 부여계 17.10.07 152 1 9쪽
10 계략으로 치양성을 탈환하다 17.10.05 219 1 9쪽
9 유인 작전으로 치양성 성주 고원을 사로잡은 부여구 17.10.03 158 1 10쪽
8 조건부로 혼인을 허락한 진왕후 17.10.01 207 1 9쪽
7 대마국으로 간 근구수 태자와 아이꼬 공주 17.09.30 202 1 9쪽
6 아이꼬 공주의 진심에 마음이 움직인 근구수 태자 16.03.25 267 4 10쪽
5 아이꼬 공주에게 아랑을 찾아달라 부탁한 근구수 태자 +2 16.03.19 320 5 10쪽
4 근구수 태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아이꼬 공주 16.03.18 341 6 10쪽
3 아랑을 찾기 위해 야마토국으로 떠난 근구수 태자 +1 16.03.17 532 9 13쪽
2 왜구에 끌려간 아랑 16.03.16 494 6 9쪽
1 아랑과 진우의 천생연분의 인연 +2 16.03.15 1,048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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