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정우 님의 서재입니다.

근초고왕

웹소설 > 작가연재 > 전쟁·밀리터리, 로맨스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6.03.15 06:30
최근연재일 :
2018.01.27 18:2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5,079
추천수 :
52
글자수 :
88,229

작성
17.10.05 15:50
조회
219
추천
1
글자
9쪽

계략으로 치양성을 탈환하다

DUMMY

전투가 끝나자 부여구가 사로잡힌 고원 앞으로 다가가 정중하게 물었다.


"고원 성주, 내가 누군지 아시오?"


고원은 부여구가 항복을 권유할 생각으로 정중하게 대하는 것으로 여겨 콧방귀를 끼며 되물었다.


"흥, 그대는 백제의 태자 부여구가 아니오? 치양성의 성주인 네가 백제의 태자인 그대가 누구인지도 모를 줄 아시오?"


부여구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물었다.


"그대가 내가 부여구인지 아셨다면 어찌 나의 계략에 말려드셨소?"


이 당시 부여구는 고구려군을 상대로 수십 차례를 싸워 단 한번도 패한 적이 없는 천하의 명장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는데, 고원이 부여구의 계략에 말려든 것은 신중하지 못한 탓이었다.


부여구의 물음에 고원이 분한 듯 이를 갈며 말했다.


"돌이켜 보면 분하기 짝이 없소. 나의 부하 장수 하나가 복병을 숨겼을지 모르니 그만 병사를 거두라 조언했었는데, 그 조언을 듣지 않아 그대의 계략에 말려든 것이오."


고원의 말이 끝나자 부여구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그 장수가 누구인지 알려줄 수 있겠소?"


고원은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장수를 포섭할 속셈인 줄 내가 모를 것 같으시오? 내 목에 칼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절대 알려줄 수 없소."


부여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허면, 그대는 항복할 뜻이 없단 말이오?"


"항복할 뜻이 없소."


"고구려군이 우리 백제군에게 패하였으니 항복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오. 항복하지 않으면 죽음 뿐이오. 정녕 죽고자 하시오?"


"나를 죽이시오!"


이때 뇌리에 좋은 생각이 떠오른 부여구가 말했다.


"나와 거래를 합시다. 그대에게 복병이 있을지 모르니 병사를 거두라 조언한 장수가 누구인지 알려준다면, 치양성을 회복하는 대로 그대를 방면해 주겠소."


솔깃한 말이었지만, 고원은 부하 장수를 희생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적군에게 기밀을 말하느니 차라리 깨끗이 죽겠소. 어서 나를 죽이시오."


고원이 거부하자 부여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검집에거 검을 뽑아 고원의 목을 칠 태세를 갖추었다.


부여구가 고원의 목을 치려는 순간,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멈추시오! 성주님께 조언한 사람은 바로 나요! 약조대로 성주님을 방면해 주시오!"


백제군에 사로잡혀 두 손이 포박당해 있는 고구려 장수들 중 하나가 외친 것이다.


스물다섯 살 쯤 되어보이는 고구려 장수는 한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은 눈빛을 지닌 자였다.


부여구가 고구려 장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소. 고원 성주를 방면하겠소. 허나, 치양성을 회복한 이후에 방면할 것이오."


부여구는 고원에게 병사를 거두라 조언했다는 고구려 장수를 조용한 곳으로 데려가 항복을 권유했다.


"내가 보기에 그대는 재능있는 장수가 틀림없어 보이는데, 우리 백제에 항복하지 않겠소?"


고구려 장수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고구려 장졸들은 동명성왕의 핏줄을 이어받은 태왕 폐하께 충성을 바치는 것은 긍지로 여기고 있소. 어찌 목숨이 아까워 적군에게 항복할 수 있겠소?"


부여구가 물었다.


"백제의 태자인 나 또한 동명성왕의 핏줄을 이어받은 사실을 아시오?"


백제의 건국자 온조가 동명성왕 주몽의 아들이었으니, 부여구 역시 동명성왕의 핏줄을 이어받았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고구려 장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백제를 건국한 온조왕이 동명성왕의 아들임은 고구려인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내가 어찌 모르겠소?"


이때 부여구의 입에서 고구려 장수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나 또한 동명성왕의 핏줄을 이어받은 몸이니, 내게 항복하시오. 내, 그대를 후히 대하겠소."


부여구의 말에 고구려 장수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사실, 고구려의 법은 엄해 싸움에서 패하면 평생토록 패전의 장수라는 멍애를 쓰고 살아야만 했다.


이러한 처지에 놓인 고구려 장수는 부여구의 뛰어난 인품에 마음에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고구려에는 부여구처럼 뛰어난 인품을 지닌 왕족이 눈을 씻고 봐도 없었는데, 뛰어난 인품을 지닌 부여구 역시 동명성왕의 핏줄이라는 사실을 상기하자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부여구가 이러한 고구려 장수의 마음을 눈치채자 어깨를 다독이며 항복을 권유했다.


"지금 고구려는 오부 귀족만이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지만, 내가 백제의 왕이 되면 귀족 가문이든, 평민 가문이든, 고구려인이든, 재능과 충성을 겸비한 자를 중용할 생각이오. 허니, 그대가 나에게 충성한다면, 그대를 중용하겠소. 항복하겠소?"


마침내 마음이 움직인 고구려 장수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 사기는 오늘부로 동명성왕의 핏줄을 이어받으신 백제의 태자 저하께 충성을 바치겠나이다."


고구려 장수의 이름은 사기였다.


치양성 성주 고원의 부장인 그는 인품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천하제일의 명장인 부여구가 동명성왕의 핏줄을 이어받았음을 상기하자 마음이 흔들려 백제에 귀순한 것이다.



한편, 치양성의 부성주 주진은 성주 고원이 성의 대부분의 병사들을 이끌고 나간 후 몇 시진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자 초조한 마음으로 전령병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이때, 전령병 하나가 치양성에 도착해 주진에게 전황을 보고 하였다.


"아군이 성에서 수십 리 가량 떨어진 산길에서 매복한 백제군에게 퇴로를 차단당해 진퇴양난에 빠졌사옵고, 전령병인 저는 목숨을 걸고 퇴로를 뚫고 탈출해 부성주님께 소식을 전하는 것이옵니다!"


전령병의 보고를 듣자 주진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하늘을 우러러보며 탄식했다.


"역시 예상대로 성주께서 부여구의 유인 전술에 당하셨구나!"


주진은 애초부터 천하의 명장이라는 부여구가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도망치는 것이 미심쩍어 고원을 따라 나서지 않고 치양성에 남았는데, 이와 같은 참변이 생긴 것이다.


"지금 즉시 봉화를 올려 구원군을 청하라! 또한 곧 백제군이 들이닥칠 것이니, 경계 태세를 강화하라!"


주진은 성 밖의 싸움에서 이긴 백제군이 곧 성으로 쳐들어 올 것이라 보고 즉시 명을 내려 구원을 청하는 봉화를 올린 후 병사들에게 경계를 강화할 것을 명한 것이다.


얼마 후에 삼족오 깃발(고구려군의 깃발)을 앞장 세운 백여 명의 기병이 뿌연 흙먼지를 날리며 치양성을 향해 달려왔다.


주진이 보니 고원의 부장 사기가 맨 앞에서 손을 흔들며 성문을 열라는 신호를 보냈다.


주진은 사기를 보자 병사들에게 명하여 성문을 열게 하였다.


사기의 일행이 성안으로 들어오자 주진은 말을 타고 다가가 사기에게 책망하듯 물었다.


"성주께서는 사로잡히셨는가? 어찌 자네 혼자만 돌아온 것인가?"


바로 이때, 사기가 갑자기 등에 맨 활을 들어 화살 하나를 주진을 향해 날렸다.


사기가 쏜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날라와 주진의 가슴에 정통으로 꽂혔다.


주진은 외마디의 비명을 지르며 말에서 떨어져 즉사했다.


"백제군이다! 사기가 배신했다! 화살을 쏴라!"


사기와 함께 치양성에 들어온 벡여 명의 병사들은 고구려군으로 변복한 백제군이었다.


부여구에게 회유되어 백제에 투항한 사기가 고구려군으로 변복한 백여 명의 백제군을 데리고 치양성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치양성 안에서 사기가 이끌고 들어온 백여 명의 백제군과 고구려군의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을 때 부여구가 이끄는 백제군은 성밖에서 총공세를 펼쳐 맹렬한 기세로 성문을 향해 돌진했다.


성문을 지키던 고구려 병사들은 부여구가 이끄는 백제군의 기세에 밀려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윽고 성문이 열리자 수백여 백제 기병들이 성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부여구의 심복 장수 막고해가 이끄는 기병 부대였다.


"고구려군의 진영을 돌파하라!"


고구려군은 성안에 들어온 백제 기병을 향해 화살을 쏘아댔지만, 막고해가 이끄는 수백여 백제 기병은 순식간에 고구려군의 진영을 돌파했다.


막고해가 이끄는 백제군은 수백에 불과 했지만, 모두 기병인데다 용맹하여 치양성에 남아 있던 천여 명의 고구려군을 압도했다.


백제군은 치열한 접전 끝에 치양성을 점령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근초고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허허실실의 계책 18.01.27 118 2 9쪽
20 부여군의 참모가 된 부여구 18.01.16 78 1 9쪽
19 부여계의 국혼 제의를 거절한 여현 18.01.12 126 1 9쪽
18 여현왕의 결심 18.01.10 101 1 9쪽
17 위례궁의 별궁에 연금된 해연 18.01.07 92 1 9쪽
16 여혜공주 17.11.01 127 1 9쪽
15 탈출에 성공하다 17.10.25 116 1 9쪽
14 부여구의 탈출을 돕기 위해 가문을 걸다 17.10.18 120 1 10쪽
13 바둑으로 탈출의 뜻을 밝히다 17.10.15 138 1 9쪽
12 음모 17.10.09 121 0 9쪽
11 부여구를 제거할 음모를 꾸민 부여계 17.10.07 152 1 9쪽
» 계략으로 치양성을 탈환하다 17.10.05 220 1 9쪽
9 유인 작전으로 치양성 성주 고원을 사로잡은 부여구 17.10.03 158 1 10쪽
8 조건부로 혼인을 허락한 진왕후 17.10.01 207 1 9쪽
7 대마국으로 간 근구수 태자와 아이꼬 공주 17.09.30 202 1 9쪽
6 아이꼬 공주의 진심에 마음이 움직인 근구수 태자 16.03.25 267 4 10쪽
5 아이꼬 공주에게 아랑을 찾아달라 부탁한 근구수 태자 +2 16.03.19 320 5 10쪽
4 근구수 태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아이꼬 공주 16.03.18 341 6 10쪽
3 아랑을 찾기 위해 야마토국으로 떠난 근구수 태자 +1 16.03.17 532 9 13쪽
2 왜구에 끌려간 아랑 16.03.16 494 6 9쪽
1 아랑과 진우의 천생연분의 인연 +2 16.03.15 1,050 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