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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님의 서재입니다.

근초고왕

웹소설 > 작가연재 > 전쟁·밀리터리, 로맨스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6.03.15 06:30
최근연재일 :
2018.01.27 18:2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5,084
추천수 :
52
글자수 :
88,229

작성
17.10.25 20:30
조회
116
추천
1
글자
9쪽

탈출에 성공하다

DUMMY

부여구는 출발하기에 앞서 왕궁으로 들어가 부여계에게 하직인사를 올렸다.


"어라하, 소신은 이만 떠나겠나이다. 소신이 돌아올 때까지 만수무강하소서."


형식적인 하직인사였을 뿐이었다.


부여계 역시 이러한 사실을 알았지만, 모르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태자, 다시 돌아오는 날까지 무탈하기 바라네."


부여계의 처소를 떠난 부여구는 어머니 진태후를 알현하여 하직인사를 올렸다.


"어마마마, 소자, 이만 떠나겠나이다. 부디, 소자가 돌아올 때까지 만수무강하소서."


진태후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태자는 어라하가 될 존귀한 몸이니, 무사히 돌아와야 하느니라. 이 어미에게 반드시, 무탈하게 돌아오겠다고 약조해다오."


"어마마마, 동명성왕의 영과 하늘이 소자를 보호할 터이니, 심려치 마시옵소서. 소자, 반드시 무탈하게 돌아올 것을 어마마마께 약조드리겠나이다."


"태자, 이 어미가 한가지 꼭 당부할 것이 있다. 태자가 고구려에 가면, 태왕이 태자에게 여인을 주기로 되어있다. 그 여인이 누구든간에 맞아들여 자식을 낳아야하느리라. 여인은 남편을 따르게 마련이니, 누구든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태자가 후사가 없으면, 태자가 제위에 올랐을 때 나라에 분란이 생길 수 있을 터이니, 이 어미의 말을 명심해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부여구는 고구려로 가지 않고 탈출할 예정이었지만, 어머니 진태후가 걱정할까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소자, 어마마마의 말씀, 명심하겠나이다."


진태후는 아들의 탈출 계획을 알지 못했다.


부여구는 진태후가 알게 되면 가슴을 졸일까 염려되어 알리지 않은 것이다.


진태후는 터질 것 같은 울음을 애써 참았다.


부여구가 하직인사를 하고 떠나고 나서야 진태후는 입을 막은 채 참았던 눈물을 비오듯이 흘렸다.


부여구는 형 부여상의 처소를 찾아가 하직인사를 올렸다.


"형님, 어마마마를 잘 부탁드립니다. 만약 제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형님께서 어라하의 자리를 이어 받아야하니, 부디, 뒷일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부여상은 부여구의 친형이었다.


친동생 부여구가 기약없이 적국 고구려에 볼모로 가는 것이 슬프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여구가 돌아오지 못하면 자신이 어라하가 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부여구는 친형 부여상을 믿지 못해 탈출 계획을 알리지 않았다.


친형을 믿지 못하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부여계, 진태후, 부여상에게 차례로 하직인사를 올린 부여구는 예정보다 조금 늦게 측근 부하들과 1000여명의 호위 병사들과 함께 위례성을 떠났다.


위례성을 나서자 부여구를 전송하기 위해 나온 대신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이들 대신들은 모두 부여구의 아버지인 비류왕에게 충성을 바친 대신들로 고구려로 볼모로 떠나는 부여구가 무탈히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욱리하(한강)에 이르자 대신들은 눈물을 흘리며 부여구에게 하직인사를 올렸다.


"태자 저하, 소신들은 태자 저하께서 하루라도 빨리 위례성으로 돌아오시기를 하늘에 기도하며 기다리겠나이다."


"모두들 고맙네. 그대들의 정성이 하늘에 닿으면, 내, 머지 않아 위례성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일세."


부여구는 대신들에게 작별인사한 후에 100여 명이 탈 수 있는 함선에 올라탔다.


이어 해구가 부여구의 호송을 맡은 해찬에게 양해를 구한 후 자신의 사병 수십 명과 함께 부여구가 탄 함선에 올라탔다.


해찬은 해구의 조카로 숙부인 해구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해구를 부여구와 같은 함선에 타도록 허락한 것이다.


부여구의 일행들과 1000여 명의 호위 병사들은 욱리하를 건넌 후 함선에서 내렸다.


호위 병사들은 모두 부여계가 선발한 정예 기병들로 부여구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은 자들이었다.


탈출을 위해서는 무력 출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부여구는 몹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모두 백제의 병사들이거늘, 피를 흘려야 하다니, 참으로 안타깝구나!'


부여구의 일행들과 병사들이 고구려 국경으로 가던 중 새하얗게 눈덮힌 좁은 산길에 이르렀을 때였다.


휙! 휙! 휙!


난데없이 사방에서 화살이 쏟아진 것이다.


순식간에 부여구를 애워싸고 있던 수십여 명의 호위 병사들이 화살에 맞아 쓰러지자, 해구가 검을 뽑아들며 큰소리로 외쳤다.


"역도들의 기습이다! 태자 저하를 보호하라."


해구의 외침을 듣자 해구의 사병 사십여 명이 앞쪽에 있는 부여구를 철통처럼 감쌌다.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천여 명의 호위병들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 이들은 부여구를 감싼 채 앞으로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기습에 우왕좌왕하고 있는 천여 명의 호위병들이 앞쪽에 매복이 있을까 싶어 앞으로 나가는 것을 꺼렸기 때문에 부여구를 감싼 해구의 사병들은 순식간에 천여 명의 호위병들과의 거리가 백여 보 이상이나 벌어지고 말았다.


해찬은 기습을 당한 상황에서 해구의 사병들이 부여구를 데리고 멀리 가버리자 수상한 생각이 들었다.


'앞쪽에는 매복한 자들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너무 앞서 가는 것이 수상하다. 설마......'


이제서야 해구의 사병들이 부여구의 탈출을 돕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해찬이 급히 호위병들에게 외쳤다.


"뭣들하는게냐? 태자 저하를 보호하라. 앞쪽에 매복한 역도들이 있을지 모르니, 빨리 태자 저하를 뒤따라가거라. 뒤쳐지는 자는 목을 밸 것이다."


해찬의 명을 들은 호위병들이 부여구를 쫓아가려는 순간이었다.


"멈추거라! 감히 너희들이 고구려의 주구가 되어 태자 저하를 고구려 태왕의 손에 넘기려 하는 것이냐?"


숲속에서 말을 탄 복면한 자들이 쏟아져 나와 부여구를 쫓아가려는 호위병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해찬은 이때서야 해구의 사병들이 복면한 자들과 사전에 모의해 부여구를 탈출시키려는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에 급히 외쳤다.


"복면한 자들을 모두 죽여라!"


급히 명을 내린 해찬은 복면한 자들 중 맨 앞에 있는 자를 검으로 찔렀다.


두 검이 맞부딛치는 순간 해찬의 검이 밀렸다.


해찬은 검술이 대단히 뛰어났지만, 상대의 검술이 훨씬 더 뛰어났던 것이다.


상대는 검도 예리하고 말도 명마인 것이 장군이 틀림없어 보였다.


"대체 너는 누구냐?"


"알 것 없다. 이 몸은 태자 저하께 피로써 충성을 바치기로 한 몸이라는 것만 알거라."


해찬은 상대를 이길 자신이 없어 뒤로 물러난 후 호위병들을 향해 외쳤다.


"이 자를 죽여라."


천여 명의 호위병들이 용맹스럽게 앞으로 나왔지만, 복면한 자들은 훨씬 더 용맹스럽게 검을 휘둘렀다.


복면한 자들은 백여 명 남짓해 보였지만, 모두 일당백의 용맹을 지녀 오히려 천여 명의 호위병들이 밀렸다.


게다가 매복한 자들이 숨어서 계속 화살을 쏘아댔기 때문에 호위병의 사기는 크게 저하되었다.


해찬은 이대로 계속 싸우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는 싸우고, 일부는 퇴각하여 봉화를 올려 어라하께 태자 저하께서 탈출하신 것을 보고해야 한다.'


해찬은 호위병들 중 백여 명을 뒤로 퇴각시켜 봉화를 올리는 곳으로 보내려고 했지만, 뒤에도 복면한 자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장군, 뒤에도 복면한 자들이 길을 막고 있사옵니다."


"뚫고 나가라 이르거라."


"송구하오나, 산길이 좁은데다 복면한 자들이 워낙에 용맹한지라 뚫고 나가기 여의치 아니하옵니다."


"헛소리 말고 명에 따르거라. 명에 따르지 않는 자들은 모두 목을 베겠다."


해찬이 아무리 외쳐도 호위병들은 앞뒤로 복면한 자들에게 막혀 꼼짝도 못했다.


그 사이 부여구는 미리 준비한 함선이 있는 장소에 이르렀다.


부여구의 심복 막고해, 미주류, 구저가 자신의 사병들과 동지들을 이끌고 부여구를 탈출시킨 것이다.


해구가 사십여 명의 사병들을 동원해 도와 부여구의 탈출을 한결 쉽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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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부여계의 국혼 제의를 거절한 여현 18.01.12 12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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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위례궁의 별궁에 연금된 해연 18.01.07 92 1 9쪽
16 여혜공주 17.11.01 127 1 9쪽
» 탈출에 성공하다 17.10.25 117 1 9쪽
14 부여구의 탈출을 돕기 위해 가문을 걸다 17.10.18 120 1 10쪽
13 바둑으로 탈출의 뜻을 밝히다 17.10.15 138 1 9쪽
12 음모 17.10.09 121 0 9쪽
11 부여구를 제거할 음모를 꾸민 부여계 17.10.07 153 1 9쪽
10 계략으로 치양성을 탈환하다 17.10.05 220 1 9쪽
9 유인 작전으로 치양성 성주 고원을 사로잡은 부여구 17.10.03 159 1 10쪽
8 조건부로 혼인을 허락한 진왕후 17.10.01 20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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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이꼬 공주의 진심에 마음이 움직인 근구수 태자 16.03.25 267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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