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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님의 서재입니다.

근초고왕

웹소설 > 작가연재 > 전쟁·밀리터리, 로맨스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6.03.15 06:30
최근연재일 :
2018.01.27 18:2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5,085
추천수 :
52
글자수 :
88,229

작성
16.03.17 09:40
조회
532
추천
9
글자
13쪽

아랑을 찾기 위해 야마토국으로 떠난 근구수 태자

DUMMY

근초고왕은 근구수 태자와 함께 왜적들의 습격으로 쑥대밭이 된 고을을 행차하였다. 고을 도처에 왜적들의 검에 찔려 숨진 백성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처참할 정도로 검에 난도질 당한 여인들의 시체가 즐비하였는데, 왜적들에게 반항한 듯 옷이 찢어진 채 온몸에 피가 낭자해 있었다.


근초고왕과 근구수 태자는 이 참혹한 광경을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었다. 근초고왕은 하늘을 우러러보며 탄식했다.


"아, 무고한 백성들을 이처럼 무참히 학살하다니, 어찌 이럴 수 있는가?"


근구수 태자는 주먹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아바마마, 왜구들이 감히 아국을 침입해 무고한 백성들을 학살했으니, 하늘 끝까지라도 따라가 이 원한을 갚아야 할 것이옵니다."


근초고왕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응징보다는 백성들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니라. 대책을 강구하여 이와같은 참혹한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짐의 백성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무슨 면목으로 백성들을 대할 수 있겠느냐?"


근구수 태자는 눈물을 글썽인 채 왜적들의 검에 난자당한 시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오나, 원한을 갚지 아니한다면, 무슨 면목으로 구천에서 이들을 대할 수 있겠사옵니까?"


"원한을 갚는다고 죽은 자가 살아날 수 있느냐? 수(근구수 태자의 호칭)야, 지금 고구려가 우리 백제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결코 경거망동해서는 아니되느니라."


근구수 태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자, 아바마마의 크신 뜻, 깊이 유념하겠사옵니다."


이때 근초고왕의 수행원들 중 한 명이 근초고왕에게 다가와 말했다.


"어라하, 연경백이 하인을 보내왔는데, 자신의 딸 아랑이 왜구들에게 끌려갔다며 어라하를 뵙기를 청했나이다. 어찌 하오리까?"


아랑이 왜구들에게 끌려갔다는 말에 근초고왕과 근구수 태자 뿐만 아니라 근초고왕의 수행원들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이 친히 아랑과 진우의 혼인을 주선했던 근초고왕도 깜짝 놀랐지만, 그 누구보다 놀란 사람은 한때 아랑을 마음깊이 사모해 근초고왕에게 아랑과의 혼인을 간곡히 청했던 근구수 태자였다.


이성을 잃을 정도로 놀란 근구수 태자는 근초고왕과 수행원의 대화에 끼여들어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뭣이? 아랑이 왜구들에게 끌려갔다 하였느냐?"


수행원은 자신과 근초고왕의 대화에 끼여든 근구수 태자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고, 근초고왕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근초고왕은 자신의 대화 중에 끼여든 근구수 태자를 나무라듯 힐끗 바라보더니 수행원에게 말했다.


"연경백에게 짐이 곧 행차할 것이라 전하거라."


근초고왕은 근구수 태자에게 조용히 할 말이 있는 듯 수행원들 모두 물리친 후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수야, 아직도 아랑을 마음에서 지우지 못한 것이냐?"


근구수 태자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런 것이 아니오라... 소자는 다만, 아랑이 걱정되어......"


근초고왕은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니라면 되었다. 연경백의 집에 가보자꾸나."


근초고왕과 근구수 태자는 곧바로 수행원들을 이끌고 연경백의 집을 찾아갔다.


연경백은 백제의 8대 귀족 가문으로 소금과 비단을 팔아 큰 재산을 모은 대부호였다. 연경백은 근초고왕을 보자 대성통곡하며 말했다.


"어라하, 부디, 소인의 여식을 구하여 주시옵소서."


근초고왕은 근거지조차 알 수 없는 왜구들에게 끌려간 아랑을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연경백을 위로하기 위해 말했다.


"내, 일단 사람들을 풀어 그대의 여식의 행방을 알아볼 터이니, 기다려 보게나."


야마토국의 왜구인지, 대마국의 왜구인지, 지쿠씨(규수)의 왜구인지 알아야 아랑의 행방을 찾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이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근초고왕은 근구수 태자를 위해서라도 아랑을 찾는 것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근초고왕은 아랑을 끌고간 왜구의 본거지에 군사를 보내서라도 아랑을 찾을 생각으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연경백은 근초고왕의 말에 반신반의했지만 고개를 조아리며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등에 검을 맞아 자리에 누워있던 진우는 근초고왕이 왔다는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났다.


몸을 움직이니 등에 난 상처에서 선혈이 줄줄 흘렀지만 이를 악물고 근초고왕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진우는 근초고왕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애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라하! 소인의 처가 왜적들에게 끌려갔사옵니다. 부디, 소인의 처를 찾아 주시옵소서!"


진우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애절하여 듣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근구수 태자는 이러한 진우를 보자 동병상련의 연민을 느꼈다.


'아랑을 짝사랑하는 나 또한 말할 수 없이 비통한 심정인데, 아랑의 남편인 진우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근초고왕은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우야, 내, 아랑을 찾도록 최선을 다할 터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진우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진우의 웃옷이 핏물로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자 근초고왕은 수행원들에게 명했다.


"이 자는 짐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자이니, 짐의 어의를 불러 치료해 주거라."


근초고왕의 호위병들이 진우를 부축하여 방쪽으로 데려가자 근초고왕은 연경백에게 말했다.


"옛부터 사위는 아들과 다름없다는 말이 있으니, 진우를 잘 돌봐주게나."


연경백은 사위인 진우가 변변치 못해 아랑이 왜적들에게 끌려갔다고 생각하여 진우를 원망하고 있었지만, 근초고왕의 명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어라하의 뜻을 받들어 소인의 사위를 잘 돌봐주겠사옵니다."


근초고왕은 근구수 태자와 함께 고을의 피해 상황을 둘러본 후에 환궁하였다. 다음날 대신들을 소집하여 어전회의를 연 근초고왕은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왜적들이 감히 우리나라를 침략하여 수백명의 무고한 백성들을 학살하고, 백성들의 재물과 여인들을 강탈하였다. 경들은 이에 대한 대책을 말해보거라."


조정좌평 진정이 고개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전하, 무고한 백성들을 학살한 왜구들을 찾아내 진멸하여, 다시는 왜구들이 감히 우리 백제를 넘보지 못하게 하소서!"


근초고왕은 진정에게 물었다.


"왜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찾아낼 방도가 있는가?"


진정은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왜적들이 대마국에서 온 것인지, 지쿠씨(규슈의 옛이름)에서 온 것인지 알지 못하니, 대마국, 야마토국, 지쿠씨에 각각 사신을 보내어 왜구들을 찾는데 협조를 구하는 것이 좋을 듯 하옵니다."


근초고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면, 누구를 사신으로 보내는 것이 좋겠는가?"


진정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근구수 태자가 근초고왕 앞으로 나와 말했다.


"아바마마, 소자를 야마토국에 사신으로 보내주시옵소서."


진정을 비롯한 모든 대신들이 깜짝 놀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근구수 태자가 말을 이었다.


"아바마마께서는 이전부터 야마토국과 국교를 맺을 뜻을 품으셨사옵니다. 소자가 야마토국에 사신으로 간다면, 야마토국의 진구여왕이 소자를 가벼이 여기지 아니할 터, 아바마마의 뜻이 이루어지기 수월할 것이오니, 소자를 보내주시옵소서."


두 말 할 것 없이 아랑을 구하기 위해 나선 것이지만, 명분이 없다면 근초고왕이 윤허할 것 같지 않아 명분을 내세운 것이다.


근초고왕은 근구수 태자가 아랑을 구하기 위해 나선 줄 알았지만, 모르는 척하며 대신들에게 물었다.


"경들은 태자의 뜻을 어찌 생각하는가?"


진정이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존귀하신 태자 저하를 바다 건너있는 나라에 사신으로 보내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 뿐만 아니라 위험이 따르는 일이오니, 대신을 보내는 것이 좋을 듯 싶사옵니다."


근구수 태자는 기상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장부가 어찌 조그만 위험을 두려워하여 큰 뜻을 저버릴 수 있게사옵니까?"


근초고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자는 뜻대로 하거라."


근초고왕의 윤허가 떨어지자 근구수 태자는 곧바로 야마토국의 진구여왕에게 바칠 예물을 준비한 후 구저, 미주류, 막고해 세명의 신하에게 자신을 보필할 것을 명했다.


아랑의 남편 진우를 수행원에 포함시켰는데, 진우가 왜적의 두목과 왜적의 함선을 보았기 때문이다.


근구수 태자는 출항하기에 앞서 야마토국과 국교를 맺고 있는 가락국(가야)을 통해 야마토국의 진구여왕에게 입국을 허락해줄 것을 청했다.


진구여왕이 입국을 허락하자 근구수 태자는 수십 명의 수행원들과 백여 명의 병사들과 함께 함선을 타고 야마토국으로 떠났다.


야마토국의 진구여왕은 주아이왕의 왕후였으나, 주아이왕이 지쿠시(규슈)의 구노국과의 전쟁에서 전사하자 귀족들과 대신들의 추대를 받아 왕위에 올랐다.


진구여왕은 남편 주아이왕의 원한을 복수하기 위해 여러 차례 구노국을 원정했지만, 밀림을 이용한 구노국의 매복 전술에 당하여 번번히 실패하였다.


이에 진구여왕은 막강한 해군과 기마병을 보유한 백제와 동맹을 맺어 연합하여 구노국을 원정할 뜻을 품고 있었는데, 때마침 백제의 근구수 태자가 사신으로 온 것이다.


진구여왕은 근구수 태자가 야마토국의 도읍 긴키내에 도착하자 신하를 보내 영접했다. 근구수 태자는 진구여왕에게 백제에서 가져온 예물을 바쳤다.


"백제의 근구수 태자가 야마토국의 여왕을 알현하옵니다."


근구수 태자는 용모가 준수할 뿐만 아니라 비범한 기상이 있어 진구여왕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진구여왕은 미소지으며 말했다.


"근구수 태자, 바다 건너 먼길을 오느라 수고하였소. 짐은 시종들에게 그대를 성심을 다하여 모시라 명했으니, 조금이라도 소흘한 점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말해 주시오."


"여왕의 크신 환대에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근구수 태자는 양국이 국교를 맺기를 원한다는 근초고왕의 친서를 진구여왕에게 전달했다. 근초고왕의 친서를 읽은 진구여왕은 몹시 기뻤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짐 또한 이전부터 백제와 국교를 맺기를 희망하였소. 허나, 타국과 국교를 맺는 일은 나라의 대사라 대신들과 논의한 후에 결정하는 것이 관례이니, 절차에 따라 대신들과 논의한 후에 결정할 것이오. 허니, 그대는 그때까지 짐이 마련한 숙소로 돌아가 편히 쉬고 계시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여왕께 사적인 청이 있사옵니다."


"무엇인지 말해보시오."


"왜구들이 백제의 연안을 침입하여 수백 명의 무고한 백성들을 학살하고 수십 명의 여인들을 강탈하였사옵니다. 강탈당한 여인들 중 아랑이라는 여인이 있사온데, 어라하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사내의 아내이오니, 부디,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여기 아랑의 초상화가 있사옵니다."


근구수 태자는 공손한 태도로 진구여왕에게 아랑의 초상화를 바쳤다. 진구여왕은 아랑의 초상화를 보더니 근구수 태자에게 물었다.


"이 여인을 찾을 만한 단서는 없소?"


"왜구들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아무 단서도 확보하지 못하였나이다."


진구여왕은 한숨을 내쉰 후에 말했다.


"내, 명을 내려 찾을 것이나, 그 여인의 종적조차 알 수 없으니 큰 기대는 하지 말기를 바라오."


"여왕의 크신 호의, 참으로 감사드리옵니다."


근구수 태자가 진구여왕에게 인사를 올린 후에 물러가자, 진구여왕은 아이꼬 공주를 불렀다.


올해로 18살인 아이꼬 공주는 진구여왕의 외딸로 미색이 빼어날 뿐 아니라 총명하고 용맹하여 야마토국 백성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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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0 진리의근원
    작성일
    17.11.01 23:09
    No. 1

    근초고왕은 초고왕이고 근수구왕은 수구왕입니다. 왕호인 근초고왕과 그의 아들 근구수왕의 경우는 5대 초고왕과 6대 구수왕에서 왕호를 따와 이들과 구별하기 위해 후대에 '근'자를 붙혀 구별한 것입니다. 고조선의 진짜 이름이 조선인 것과 같습니다.

    왕호는 왕을 기리기 위해 사후에 정합니다. 근초고왕의 이름은 여구입니다. 여는 성, 구는 이름으로 당연히 죽지 않은 상태의 여구는 자신의 왕호를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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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초고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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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부여군의 참모가 된 부여구 18.01.16 78 1 9쪽
19 부여계의 국혼 제의를 거절한 여현 18.01.12 126 1 9쪽
18 여현왕의 결심 18.01.10 101 1 9쪽
17 위례궁의 별궁에 연금된 해연 18.01.07 92 1 9쪽
16 여혜공주 17.11.01 127 1 9쪽
15 탈출에 성공하다 17.10.25 117 1 9쪽
14 부여구의 탈출을 돕기 위해 가문을 걸다 17.10.18 120 1 10쪽
13 바둑으로 탈출의 뜻을 밝히다 17.10.15 138 1 9쪽
12 음모 17.10.09 121 0 9쪽
11 부여구를 제거할 음모를 꾸민 부여계 17.10.07 153 1 9쪽
10 계략으로 치양성을 탈환하다 17.10.05 220 1 9쪽
9 유인 작전으로 치양성 성주 고원을 사로잡은 부여구 17.10.03 159 1 10쪽
8 조건부로 혼인을 허락한 진왕후 17.10.01 208 1 9쪽
7 대마국으로 간 근구수 태자와 아이꼬 공주 17.09.30 202 1 9쪽
6 아이꼬 공주의 진심에 마음이 움직인 근구수 태자 16.03.25 267 4 10쪽
5 아이꼬 공주에게 아랑을 찾아달라 부탁한 근구수 태자 +2 16.03.19 320 5 10쪽
4 근구수 태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아이꼬 공주 16.03.18 341 6 10쪽
» 아랑을 찾기 위해 야마토국으로 떠난 근구수 태자 +1 16.03.17 533 9 13쪽
2 왜구에 끌려간 아랑 16.03.16 494 6 9쪽
1 아랑과 진우의 천생연분의 인연 +2 16.03.15 1,05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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