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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님의 서재입니다.

근초고왕

웹소설 > 작가연재 > 전쟁·밀리터리, 로맨스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6.03.15 06:30
최근연재일 :
2018.01.27 18:2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5,086
추천수 :
52
글자수 :
88,229

작성
16.03.19 20:10
조회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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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아이꼬 공주에게 아랑을 찾아달라 부탁한 근구수 태자

DUMMY

연회가 끝나고 사신단 숙소로 돌아온 근구수 태자는 마음이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근구수 태자의 뇌리에 선녀가 하강하듯 하늘거리며 부채춤을 추던 아이꼬 공주의 아리따운 자태가 아른거렸다.


근구수 태자는 자신의 마음이 아이꼬 공주로 인해 흔들리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근구수 태자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아랑은 이미 혼인한 여인이다. 왜구들에게 끌려간 아랑을 찾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아랑을 마음속에서 지워야한다.'


근구수 태자가 왜구에게 끌려간 아랑을 찾을 방도를 생각하던 중 별안간 뇌리를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아이꼬 공주가 나에게 호감이 있는 듯하니 아이꼬 공주에게 부탁한다면 아랑을 찾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근구수 태자는 아이꼬 공주가 패왕별희의 곡조에 맞춰 부채춤을 추었을 때부터 아이꼬 공주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었다.


패왕별희는 전쟁에서 패해 사면초가에 빠진 항우가 자신의 애첩인 우희를 두고 떠나지 못하자, 우희가 항우를 떠나게 만들기 위해 자결을 선택했던 이야기를 담은 슬픈 가락의 곡조였다.


약관의 나이답지 않게 총명하기 짝이 없는 근구수 태자는 아이꼬 공주가 이처럼 슬픈 가락의 곡조에 맞춰 부채춤을 춘 이유가 자신에게 호감을 표현하기 위해서임을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이꼬 공주에게 아랑을 찾아줄 것을 부탁하기로 결심한 근구수 태자는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헌데, 아이꼬 공주가 나에게 호감이 있다면 아무 댓가없이 아랑을 찾아주려 할까?'


근구수 태자는 문득 자신이 아이꼬 공주에게 아랑을 찾아달라 부탁한다면, 아이꼬 공주가 혼인을 조건으로 내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이꼬 공주는 아랑을 찾아주는 조건으로 내가 자신과 혼인해줄 것을 요구할지도 모르겠구나.'


이렇게 근구수 태자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사신단의 호위를 맡고 있는 목례근자가 숙소 안으로 들어왔다.


"태자 저하, 스미요시라는 야마토국의 대신이 태자 전하께 알현을 청하였사옵니다."


근구수 태자는 스미요시라는 자가 자신과 아이꼬 공주와의 국혼을 주선하기 위해 온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근구수 태자는 대뜸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서 모시거라."


스미요시는 근수구 태자에게 인사를 올렸다.


"소신 스미요시, 백제의 근구수 태자께 의논드릴 일이 있어 왔사옵니다."


"말씀해 보시오."


"아국의 여왕께서는 우리 야마토와 백제 양국의 우의를 다지고자 아이꼬 공주와 근구수 태자의 국혼을 성사시키고자 하시옵니다. 여왕께서는 근구수 태자의 의중을 아시고자 하시오니, 말씀해 주시옵소서."


이미 예상한 대로였지만, 근구수 태자는 일부러 의외라는 듯 놀라는 척하며 말했다.


"국혼 문제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오. 아국의 어라하의 뜻에 달린 일이니, 여왕께 그리 말씀드려 주시오."


"근구수 태자께서 국혼에 이견이 없으시다면, 일단 소신이 자리를 주선할 터이니, 일단 아이꼬 공주를 만나뵈시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근구수 태자는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꼬 공주를 만나 아랑을 찾는 일을 부탁하려던 차에 잘 되었구나.'


근구수 태자는 마음 같아서는 대뜸 '좋소, 아이꼬 공주를 만나보겠소.'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태자의 체면을 생각해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 정해진 것이 없는데, 공연히 아이꼬 공주께 누를 끼칠까 걱정되는구려."


"우리 야마토는 대륙의 예법과 달라 공주라 할지라도 혼인을 정하기 전에 배필될 사람을 만나본 연휴에 결정하는 것이 관례이니, 심려치 마소서."


한 차례 체면치레를 한 근구수 태자는 이제서야 고개를 끄떡였다.


"허면, 공주를 만나뵙겠소."


아이꼬 공주는 근구수 태자를 만나기로 정한 시간이 다가오자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청동 거울을 바라보다가 옆에 있는 시녀에게 물었다.


"내 모습이 어떠하냐?"


"선녀처럼 아름답사옵니다."


아이꼬 공주는 방긋 미소를 지었다.


"고맙구나."


아이꼬 공주가 청동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밖에서 시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공주마마, 백제의 근구수 태자께서 오셨사옵니다."


아이꼬 공주는 손에 든 청동 거울을 시녀에게 건네준 후 말했다.


"어서 모시거라."


아이꼬 공주의 처소에 들어온 근구수 태자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인사했다.


"아이꼬 공주, 다시 뵙게 되어 참으로 반갑소."


아이꼬 공주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인사했다.


"저 또한 근구수 태자를 다시 뵈니, 참으로 반갑습니다."


근구수 태자는 시녀가 가리키는 자리에 앉았다. 근구수 태자가 자리에 앉자 시녀들이 아이꼬 공주의 처소를 떠나 단 둘이 남게 되었다.


아이꼬 공주는 근구수 태자를 바라보다 눈이 마주 치자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둘 사이에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백옥처럼 하얀 피부의 아이꼬 공주의 자태는 근구수 태자의 가슴을 뛰게 만들 정도로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이 정도의 미모라면 백제에서도 흔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근구수 태자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아이꼬 공주, 그대는 내가 여지껏 본 그 어떤 여인보다 아름답소."


근구수 태자의 말을 듣는 순간 아이꼬 공주의 두뺨이 홍당무처럼 새빨갛게 물들었다.


아이꼬 공주는 몹시 기뻤지만, 근구수 태자가 예의상으로 하는 말인지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확신이 없어 고개를 숙이며 차분히 말했다.


"근구수 태자, 그대의 과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과찬이 아닙니다. 백제에는 미인이 많으나, 그대처럼 아름다운 여인은 본 적이 없소."


아이꼬 공주는 근구수 태자가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는 생각에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근구수 태자께서 저를 그리 칭찬해 주시니, 참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이꼬 공주는 근구수 태자가 자신의 미모에 반한 줄 알고 하늘을 날아갈듯 마음이 들떴다. 바로 이때 근구수 태자가 별안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이꼬 공주, 그대는 천상의 선녀처럼 아름다우나... 이 몸은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라 그대의 배필이 될 자격이 없을 것이오."


아이꼬 공주와 혼인할 마음이 없는 근구수 태자는 아이꼬 공주가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게 만들 생각이었던 것이다.


아이꼬 공주는 근구수 태자의 말에 몹시 놀란 듯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낙담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제가 싫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대가 싫을 리가 있겠소? 사내라면 그대처럼 아름다운 여인을 어찌 마다할 수 있겠소?"


아이꼬 공주는 근구수 태자의 말을 도무지 종잡을 수 없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허면, 어찌 그리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근구수 태자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부족하기 짝이 없는 사람인데, 어찌 선녀처럼 아름다운 그대와 천생연분의 인연을 맺을 수 있겠소?"


아이꼬 공주는 근구수 태자가 겸양하느라 이러는 줄로만 알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또한 부족한 점이 많은 여인이니, 피장파장이 아닙니까? 허니, 심려치 마시기 바랍니다."


근구수 태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허나, 나는 그대를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없소. 여인의 마음은 조금도 알지 못하고, 아는 것이라고는 무예와 용병술 뿐이오. 헌데, 내가 어찌 그대와 연인을 맺을 수 있겠소?"


"장부가 무예와 용병술을 알면 되었지,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저는 많은 것을 바라는 여인이 아니니, 제가 싫은 것이 아니시라면 되었습니다."


근구수 태자는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이렇게 얼버무렸다.


"아이꼬 공주, 부족하기 그지 없는 나를 이처럼 생각해 주시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소."


"아무 말씀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마음이 통하면 되었지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근구수 태자는 더 이상 할 말이 떠오르지 않자 아랑의 이야기를 꺼내었다.


"아이꼬 공주, 그대에게 부탁드릴 일이 있소."


아이꼬 공주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무엇이든 말씀해 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근구수 태자는 아이꼬 공주에게 아랑이 왜구들에게 끌려간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아이꼬 공주는 아랑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왜구들에게 끌려간 여인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나, 근구수 태자께서 부탁하신 일이니, 최선을 다해 아랑을 찾아보겠습니다."


근구수 태자는 아이꼬 공주의 말을 듣자 자리에서 일어나 감사를 표시했다.


"아이꼬 공주의 크신 호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이꼬 공주도 일어나 답례했다.


"당치 않은 말씀이십니다.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인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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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유인 작전으로 치양성 성주 고원을 사로잡은 부여구 17.10.03 159 1 10쪽
8 조건부로 혼인을 허락한 진왕후 17.10.01 208 1 9쪽
7 대마국으로 간 근구수 태자와 아이꼬 공주 17.09.30 202 1 9쪽
6 아이꼬 공주의 진심에 마음이 움직인 근구수 태자 16.03.25 267 4 10쪽
» 아이꼬 공주에게 아랑을 찾아달라 부탁한 근구수 태자 +2 16.03.19 321 5 10쪽
4 근구수 태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아이꼬 공주 16.03.18 341 6 10쪽
3 아랑을 찾기 위해 야마토국으로 떠난 근구수 태자 +1 16.03.17 533 9 13쪽
2 왜구에 끌려간 아랑 16.03.16 494 6 9쪽
1 아랑과 진우의 천생연분의 인연 +2 16.03.15 1,05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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