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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님의 서재입니다.

근초고왕

웹소설 > 작가연재 > 전쟁·밀리터리, 로맨스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6.03.15 06:30
최근연재일 :
2018.01.27 18:2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5,076
추천수 :
52
글자수 :
88,229

작성
17.10.15 08:11
조회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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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바둑으로 탈출의 뜻을 밝히다

DUMMY

해장은 부여계의 화친서와 예물을 가지고 고구려 태왕 사유가 있는 환도성으로 갔다.


환도성에 당도한 해장은 사유에게 인사를 올렸다.


"백제의 조정좌평 해장, 고구려의 태왕을 알현하나이다."


사유는 위엄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백제의 조정좌평이 어인 일로 짐을 찾아왔는고?"


"어라하의 화친서를 가지고 왔나이다."


해장은 사유의 시종에게 화친서를 내밀었다.


시종으로부터 화친서를 건내받은 사유는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부여구를 볼모로 보내겠다? 부여구는 백제왕의 아들이 아니거늘, 명을 따르겠는가?"


해장은 기밀을 말하려는 듯 주위를 둘러본 후 말했다.


"사람들을 모두 물리쳐 주시옵소서."


사유는 그럴 필요없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여기있는 자들은 모두 짐의 수족 같으니, 괘념치 말라."


사유가 이렇게 말하자 해장이 말했다.


"태왕께서 병력을 보내주신 후, 어라하께 화친을 조건으로 태자 전하를 볼모로 보내라 요구하소서. 태자 저하께서는 치양성 전투의 참패의 책임이 있으시니, 어라하의 명을 따르지 아니할 수 없을 것이옵니다."


사유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 병력을 보내라? 우리 고구려가 언제 백제와 동맹을 맺었다고 그와같은 요구를 하는가?"


"우리 어라하께서는 이전부터 고구려와 동맹을 맺기를 염원하고 계시옵니다. 본래 고구려와 백제는 동명성왕의 후손으로 형제지국이었사온데, 선어라하 비류왕의 탐욕으로 백제와 고구려의 영토 분쟁이 생겼사오니, 어라하께서는 이번 기회에 고구려와 백제가 동맹을 맺고 우의를 다지고자 하시옵니다. 어라하의 염원을 저버리지 마시기 간청드리옵니다. 고구려와 백제가 동맹을 맺는다면, 연나라가 어찌 고구려의 국경을 다시 넘볼 수 있겠사옵니까?"


그렇지 않아도 연나라가 침략할 것을 걱정하고 있던 사유는 잠시 생각한 후 입을 열었다.


"그대의 말대로만 된다면, 짐은 백제왕의 제의에 기꺼이 응할 것이다. 허나, 부여구가 오지 아니한다면, 응하지 아니할 것이다. 알겠는가?"


"태왕의 말씀을 어라하께 전해 드리겠나이다."


얼마 후 고구려군 일만이 백제의 치악성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백제 조정을 발칵 뒤집었다.


부여구가 치양성에서 참패한 후 백제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이러한 시기에 일만이나 되는 고구려군을 백제가 상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부여계는 해장의 계획대로 고구려 태왕 사유에게 사신을 보내 화친을 제의했다.


이에 사유는 해장과 약조한 대로 부여구를 볼모로 보낼 것을 요구하였다.


부여계는 대신들을 소집하여 대전 회의를 열었다.


부여계가 대신들에게 말했다.


"짐은 고구려왕에게 사신을 보내 화친을 제의했다. 고구려왕은 태자를 볼모로 보내면, 화친에 응하겠다고 답해왔는데, 어찌하면 좋겠는가?"


조정좌평 해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앞으로 나와서 말했다.


"태자 저하의 안전을 약조받기만 한다면, 백성들이 갈망하는 평화를 가져올 수 있으니, 고구려왕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듯 하옵니다."


내신좌평 진의가 해장을 쏘아본 후에 말했다.


"가당치 아니한 요구이옵니다. 어찌 나라의 왕위를 이으실 태자 저하를 적국에 볼모로 보낼 수 있겠사옵니까? 이는 나라의 치욕으로 절대 불가하옵니다."


해장이 진의의 말에 반박했다.


"고구려와 백제는 모두 동명성왕의 후손으로 형제국이니, 이제는 화친을 맺고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마땅할 것이옵니다. 태자 저하를 고구려에 볼모로 보내 양국이 화친을 맺는 것은 치욕이 아니라 평화를 위한 길이니, 이를 유념하여 주시옵소서."


부여계가 대신들을 둘러본 후 말했다.


"경들의 의견을 말해보거라."


진씨 가문의 대신들은 부여구를 볼모로 보내는 것에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해씨 가문의 대신들은 대부분 찬성하였고, 나머지 대신들은 의견이 분분하였다.


대신들의 논쟁이 한창일 때 부여구가 대전으로 들어와 위풍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라하! 소신, 어라하의 뜻이 무엇이든지 따르겠나이다. 허나, 소신의 부하들은 죄가 없사오니, 방면하여 주시옵소서."


부여구가 고구려로 떠나기로 한 하루 전, 태자의 처소에 시종이 들어와 보고했다.


"태자 저하, 달솔 진정과 진고도, 은솔 막고해가 방금 막 방면되었다 하옵니다."


부여구는 자신의 측근 부하들이 방면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머금었다.


이때 옆에 있던 태자비 해연은 부여구를 책망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태자 저하, 어찌 신첩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리 결정하신 것이옵니까?"


해연은 부여구가 자신의 측근 부하 진정, 진고도, 막고해를 방면하는 대신에 부여계의 뜻대로 고구려로 볼모로 떠나기로 결정한 것을 책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여구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소. 나의 잘못으로 패전하여 수족같은 부하들이 죽게 생겼는데, 어찌 죽게 내버려 둘 수 있겠소?"


해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애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태자께서는 이 나라의 왕위를 이으실 분이시옵니다. 어찌 부하들의 목숨을 구하고자 자신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사옵니까? 만일 태자께서 다시 돌아오시지 못한다면, 구천에 계신 선대 어라하를 무슨 면목으로 뵐 수 있겠사옵니까?"


"이미 결정된 일이거늘, 이제와서 말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내일 떠나면 언제 다시 태자비를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으니, 오늘 하루라도 기쁜 마음으로 그대와 함께 보냈으면 하오."


"태자 저하......"


해연은 목이 매여 말을 잊지 못하고 이슬같은 눈물을 떨구었다.


부여구는 손가락으로 해연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내일 떠나기 전에 태자비와 바둑이나 한수 두고 싶소. 괜찮겠소?"


해연은 눈물을 그친 후에 말했다.


"저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그리 하겠나이다."


"고맙소."


부여구는 시종에게 명했다.


"바둑판을 가져 오너라."


시종이 바둑판을 가져오자 부여구는 시종을 물리친 후 바둑알을 바둑판에 깔아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來(래)'


해연은 부여구가 바둑을 두자는 것이 숨겨진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부여구는 흑을 잡았다.


해연은 말없이 백을 잡았다.


초반에는 흑을 잡은 부여구가 여유있게 앞섰다.


백수 쯤 두었을 때 부여구는 난데없이 자충수를 두었고, 해연이 자충수를 응징하니 전세가 역전되었다.


부여구는 지난 번 치양성 전투에서 이기기 힘든 상황에도 퇴각하지 않고 계속 싸운 것을 자충수에 비유한 것이다.


해연은 부여구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부여구는 판세가 불리해지자 무리수를 두었다. 고구려 태왕 사유의 친정으로 전세가 기울었음에도 퇴각하지 않고 계속 싸운 것을 무리수에 비유한 것이다.


승부가 갈린 듯 하였으나 부여구가 막판에 묘수를 짜내어 패를 걸었다.


부여구는 패를 걸기 전 미리 패감을 많이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계속되는 패싸움 끝에 해연이 패감 부족으로 패하였다.


부여구가 막판에 묘소를 짜내 패를 걸어 판을 뒤집은 것이다.


부여구는 계가를 마친 후 다시 바둑알로 바둑판에 글자를 썼다.


'出(출)'


해연은 희망찬 눈빛으로 부여구를 바라보았다.


부여구가 바둑을 통해 보여준 것은 반드시 탈출해 돌아오겠다는 뜻이었다.


바둑을 통해 자신의 뜻을 해연에게 밝힌 부여구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내가 이겼으니, 태자비는 나를 위해 거문고를 타는 것이 어떻겠소?"


"그리하겠나이다."


해연은 시녀에게 말했다.


"거문고를 가져 오너라."


해연은 섬섬옥수로 거문고를 뜯었다. 부여구는 멀찌기 떨어져 거문고 연주를 듣다가 해연에게 바싹 다가 앉더니 갑자기 해연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 어느 때보다 감미로운 입맛춤이었다.


해연은 깜짝 놀랐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아 계속 거문고를 탔다.


부여구는 눈짓을 한 후에 속삭였다.


"내일 탈출하여 떠날 것이오. 그대도 나와 함께 떠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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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허허실실의 계책 18.01.27 118 2 9쪽
20 부여군의 참모가 된 부여구 18.01.16 78 1 9쪽
19 부여계의 국혼 제의를 거절한 여현 18.01.12 126 1 9쪽
18 여현왕의 결심 18.01.10 101 1 9쪽
17 위례궁의 별궁에 연금된 해연 18.01.07 92 1 9쪽
16 여혜공주 17.11.01 127 1 9쪽
15 탈출에 성공하다 17.10.25 116 1 9쪽
14 부여구의 탈출을 돕기 위해 가문을 걸다 17.10.18 119 1 10쪽
» 바둑으로 탈출의 뜻을 밝히다 17.10.15 138 1 9쪽
12 음모 17.10.09 121 0 9쪽
11 부여구를 제거할 음모를 꾸민 부여계 17.10.07 152 1 9쪽
10 계략으로 치양성을 탈환하다 17.10.05 219 1 9쪽
9 유인 작전으로 치양성 성주 고원을 사로잡은 부여구 17.10.03 158 1 10쪽
8 조건부로 혼인을 허락한 진왕후 17.10.01 20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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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이꼬 공주의 진심에 마음이 움직인 근구수 태자 16.03.25 267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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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랑을 찾기 위해 야마토국으로 떠난 근구수 태자 +1 16.03.17 532 9 13쪽
2 왜구에 끌려간 아랑 16.03.16 494 6 9쪽
1 아랑과 진우의 천생연분의 인연 +2 16.03.15 1,04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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