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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님의 서재입니다.

근초고왕

웹소설 > 작가연재 > 전쟁·밀리터리, 로맨스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6.03.15 06:30
최근연재일 :
2018.01.27 18:2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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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0
추천수 :
52
글자수 :
88,229

작성
18.01.1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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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부여계의 국혼 제의를 거절한 여현

DUMMY

한편 백제로 돌아간 해찬이 여현의 말을 소상히 전하자 부여계는 분한 듯이 용좌의 손잡이를 주먹으로 치며 말했다.


"여현이 감히 짐에게 죄를 짓고 달아난 부여구를 감싸다니! 마음 같아서는 당장 해군을 보내 부여를 치고 싶다만, 고구려가 우리 백제를 호시탐탐노리고 있어 불가하니, 분하기 짝이 없구나!"


해찬이 당부했다.


"어라하, 고정하소서. 지금은 국력을 다해 고구려의 남하를 막아야 할 때이니, 부여와 전쟁을 벌여서는 아니될 것이옵니다."


부여계는 분한 마음을 진정시킨 후 해찬에게 물었다.


"부여구를 잡을 방도가 없겠는가?"


"소신에게 좋은 방도가 있나이다."


부여계는 귀가 번뜩였다.


"말해보거라."


"소신이 우연하게도 부여의 여혜 공주를 배알하였사온데, 비록 발로 가린 채 배알하였사오나, 자태가 빼어난 것이 천하에 둘도 없는 절세의 미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사옵니다. 여혜 공주를 부여상 왕자의 배필로 맞는다면, 여혜 공주를 설득해 태자 저하를 잡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부여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좋겠군. 그리만 된다면, 부여왕 여현은 딸을 생각해서라도 부여구의 편을 들지 못하겠지."


부여계는 문득 해찬이 부여구를 태자 저하라 부른 것이 못마땅한 듯 되물었다.


"헌데, 부여구는 이미 폐위되었거늘, 그대는 아직도 부여구를 태자 저하라 부르는가?"


"송구하옵니다."


"다시는 부여구를 태자라 부르지 말거라."


"명심하겠나이다."


"내, 그대에게 이 일을 맡기겠네. 만약 이 국혼이 성사된다면, 백제와 부여는 동맹을 맺게 될 것일세. 그리만 된다면, 고구려를 상대하기 수월할 터이니, 이는 우리 백제와 부여 양국에 큰 경사가 아닐 수 없을 걸세. 이 점을 분명히 여현에게 전해주게"


"어라하의 분부대로 부여의 왕께 전하겠나이다."


"먼길을 다녀오느라 피곤할 터이니, 며칠 쉰 후에 떠나도록 하게."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다음날, 해찬은 부여계에게 하직인사를 올린 후 배를 타고 부여로 향했다.


하루라도 빨리 공을 세워 부여계에게 사촌누이인 태자비 해연의 죄를 용서해달라 청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부여의 도읍 분능에 도착한 해찬은 여현에게 인사를 올렸다.


"백제의 사신 해찬이 대왕을 알현하나이다."


여현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짐이 그대를 접견한지 얼마 되지 아니하거늘, 어인 일로 다시 찾아왔는고?"


"어라하께서는 백제와 부여, 양국의 우호를 위해 어라하의 장자이신 부여상 왕자와 부여의 공주와의 국혼을 추진코자 소신을 보냈나이다. 부여상 왕자는 곧 태자에 임명되실 분으로 문무를 겸비하셔 여혜 공주의 배필이 됨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옵니다."


여현에게는 출가하지 않은 딸이 여혜뿐이었다.


여혜를 부여구와 맺어줄 것을 결심했던 여현은 부여계의 느닷없는 국혼 제의에 어이가 없었다.


'대체 무슨 꿍꿍일까? 내 딸을 미끼로 부여구를 백제로 보내달라 할 속셈이 아니겠는가.'


여현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입을 열었다.


"양국의 우호를 생각하시는 어라하의 깊으신 뜻, 내, 모르는 바 아니나, 짐은 부여의 공주를 바다 건너있는 나라에 시집보낼 생각이 없으니, 어라하께 그리 전해드리거라."


"외람되오나, 소신, 대왕께 어라하의 깊으신 뜻을 말씀드리고자 하나이다."


"말해보거라."


"지금 부여는 사방에 적들에 애워 쌓여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사옵니다. 만약 부여상 왕자와 여혜 공주의 국혼이 성사되오면, 이를 계기로 양국이 군사동맹을 맺어 부여의 군사력을 크게 증강시킬 수 있을 것이옵니다. 비록 두 나라가 바다를 두고 떨어져있으나, 부여와 백제 모두, 고구려의 위협을 받고 있사오니, 양국이 동맹을 맺는다면, 고구려는 감히 부여를 침범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만약 국혼이 성사된다면 양국의 큰 이익이 될 것이니, 부디, 재고하여 주시옵소서."


여현은 생각했다.


'양국이 동맹을 맺는다면, 고구려를 견제할 수 있어 좋을 듯싶구나. 말은 그럴 듯 하나 저들의 속셈은 내 딸을 미끼로 부여구를 잡으려는 것이 분명하다. 어찌 알고도 그리할 수 있겠는가? 부여계가 정말 부여와 동맹을 맺고자 한다면, 국혼을 하지 아니하여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여현은 잠시간의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백제의 어라하께서 부여와 동맹을 맺고자 하신다면, 짐은 기꺼이 백제와 동맹을 맺을 것이다. 동맹을 맺고자 한다고 반드시 국혼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짐의 뜻을 어라하께 전해주게."


"대왕의 뜻이 정 그러하시다면, 어라하께 그리 전해드리겠나이다."


해찬은 여현에게 인사를 올리고 물러갔다. 해찬이 물러간지 얼마 되지 않아 여혜가 여현을 찾아왔다.


"십여 일 전에 찾아왔던 백제의 사신이 대체 무슨 일로 다시 찾아온 것이옵니까?"


여혜는 해찬이 무슨 일로 다시 부여를 찾아왔는지 궁금하여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여현이 말했다.


"해찬은 백제왕 부여계의 아들과 너의 국혼을 제의하러 온 것이다."


여혜는 몹시 흥분하며 말했다.


"절대 아니되옵니다. 소녀, 이미, 부여구 태자를 마음에 두고 있사옵니다. 아바마마께서도 소녀를 부여구 태자와 맺어주겠다 말씀하시지 아니하셨나이까?"


여혜는 흥분한 나머지 자신의 속마음을 아버지에게 숨김없이 드러내고 만 것이다.


여현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아비는 이미 너를 부여구 태자와 맺어주기로 결심하였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여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아버지 여현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숨김없이 말한 것이 부끄러워 두 뺨이 불게 물들었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헌데, 내, 너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 부여구 태자가 비록 부여에 망명 중이나, 백제의 민심은 부여구 태자에게 기울어져있을 뿐만 아니라 귀족들 중에도 부여구 태자를 따르는 자가 많다고 하더구나. 만약 부여구 태자가 백제로 돌아간다면, 어찌 할 것이냐?"


"여인이 시집가면, 낭군을 따라 가는 것이 마땅하지 아니하겠사옵니까?"


"만약 부여구 태자가 어라하가 되지도 못한다면, 어찌하겠느냐?"


"소녀, 낭군이 가는 곳이라면, 이 세상 어디든지 따라 갈 것이옵이다."


"그래, 너의 뜻을 알겠다. 이만 물러가 보거라."



겨울내 얼었던 냇물이 녹아 어느덧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 무렵, 여현왕은 연에 파견한 밀정으로부터 연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현왕은 깊은 시름에 잠겼다.


'천년의 사직을 이어온 부여가 나의 제위기간에 망한다면 무슨 면목으로 구천에 계신 선대왕들을 뵐 수 있겠는가?'


작년 가을, 선비족 모용씨가 세운 연의 왕 모용황은 선비족의 다른 일파인 우문부를 멸망시킨 후 여세를 몰아 부여를 침략했었다.


여현왕은 사신을 보내 모용황에게 화친을 제의했었지만, 모용황이 화친 조건으로 여혜공주를 후궁으로 보낼 것을 요구해 결렬되었었다.


모용황은 60년 전 여현왕의 할아버지 의려왕을 죽게 만든 모용외의 아들이기 때문에 여현왕은 모용황의 제의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고구려를 굴복시킨데 이어 우문부마저 멸망시킨 연군의 기세는 하늘을 찔러 부여군은 연전연패를 거듭해 한때 도읍까지 위협받았었지만, 겨울이 되자 요동의 매서운 추위가 불어닥쳐 연군이 퇴각하는 바람에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었다.


하지만 추위가 풀리자 여현왕의 근심은 깊어졌다.


여현왕은 부여구을 대장에 임명해 연을 대적할 생각이지만, 왕족과 귀족 출신 장군들이 부여구의 등용을 반대하고 있어 여현왕을 한숨짓게 만들었다.


'모두가 힘을 합쳐 연과 맞서 싸워야 할 이 시점에 왕족과 귀족들이 국정을 발목잡고 있으니, 어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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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허허실실의 계책 18.01.27 119 2 9쪽
20 부여군의 참모가 된 부여구 18.01.16 79 1 9쪽
» 부여계의 국혼 제의를 거절한 여현 18.01.12 127 1 9쪽
18 여현왕의 결심 18.01.10 101 1 9쪽
17 위례궁의 별궁에 연금된 해연 18.01.07 92 1 9쪽
16 여혜공주 17.11.01 127 1 9쪽
15 탈출에 성공하다 17.10.25 117 1 9쪽
14 부여구의 탈출을 돕기 위해 가문을 걸다 17.10.18 120 1 10쪽
13 바둑으로 탈출의 뜻을 밝히다 17.10.15 138 1 9쪽
12 음모 17.10.09 121 0 9쪽
11 부여구를 제거할 음모를 꾸민 부여계 17.10.07 153 1 9쪽
10 계략으로 치양성을 탈환하다 17.10.05 220 1 9쪽
9 유인 작전으로 치양성 성주 고원을 사로잡은 부여구 17.10.03 159 1 10쪽
8 조건부로 혼인을 허락한 진왕후 17.10.01 208 1 9쪽
7 대마국으로 간 근구수 태자와 아이꼬 공주 17.09.30 202 1 9쪽
6 아이꼬 공주의 진심에 마음이 움직인 근구수 태자 16.03.25 267 4 10쪽
5 아이꼬 공주에게 아랑을 찾아달라 부탁한 근구수 태자 +2 16.03.19 321 5 10쪽
4 근구수 태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아이꼬 공주 16.03.18 342 6 10쪽
3 아랑을 찾기 위해 야마토국으로 떠난 근구수 태자 +1 16.03.17 533 9 13쪽
2 왜구에 끌려간 아랑 16.03.16 495 6 9쪽
1 아랑과 진우의 천생연분의 인연 +2 16.03.15 1,05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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