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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 마누라는 뱀파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14.03.18 10:19
최근연재일 :
2014.09.23 17:19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992,598
추천수 :
30,275
글자수 :
629,779

작성
14.04.07 15:55
조회
13,288
추천
399
글자
9쪽

Chapter 3. 누구시더라?

DUMMY

2번에 걸친 시험을 통해서 32명의 후보자가 선출되었다.

상당수가 기사단에 배속된 인물. 혹은 그 후원을 받은 사람들도 채워져 있었다. 운페이처럼 소속 없이 등록된 인물은 전부 해 봐야 세 명 밖에는 안 됐다.


하루의 휴식을 가지고, 32명을 통한 시합이 속행되었다.

본디 각 기사단간의 실력을 겨루기 위해, 성국 내부에는 몇 개의 경기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번 대회에서 사용되는 건 그 중 가장 오래되고, 유서가 깊은 경기장. 초대 성기사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건물이다.


“와. 사람 진짜 많다. 나,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 건 처음 봐.”

“예전에도 종종 인간과 조우하지 않았어?”

“가끔은.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렇게 대규모로 뭉쳐있지 않았는걸. 잘 해 봐야 십 수 명이 뭉친 게 전부였지.”


성국이 건립 된 것은 벌써 200년이 넘어간다.

소수의 사람이 뭉쳐서 생활했다면, 그 이전의 이야기.


“대체 언제부터 살아 온 거야?”

“우리 남편이 살아온 세월의 수백 배?”

“농담 같지 않아서 무서운데.”

“내가 나이 많아서 싫어?”

“설마. 그보다 수천 배 더 살아왔다 해도, 다를 게 없는 걸.”


운페이가 가볍게 웃으며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쪽. 하고 떨어지는 입에, 그녀가 아쉬 운 듯 팔을 뻗어 그의 목을 감쌌다. 하지만 이제 곧 시합이 시작 될 시간. 운페이가 그녀의 볼을 살며시 꼬집으며 그 이상의 진도는 만류했다.


“준비 되셨나요?”


때마침 시합 진행 요원이 시작을 알려왔다.

운페이가 조금은 부루퉁해 보이는 비올레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32강. 성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5번은 더 싸워야 한다.


머뭇거릴 틈이 없었다.




***




경기장은 원형 관람석이 중앙에 있는 사각형 바닥을 둘러싸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들어 올 수 있는 인원은 약 천 명 가량. 성국 전체의 규모로 봐서도 결코 작은 게 아니었다.


와아아아……!


운페이가 경기장 안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관중석을 가득 채운 관중들. 그가 유명해서가 아니라, 성녀를 위하는 이 자리 자체에 열광하는 것이다. 성국에 사는 시민들이 생각하는 성녀는 어머니이며, 누이이며, 딸. 그런 성스럽고 고귀한 존재를 지키는 자를 뽑는 자리이다. 너나 할 것 없이, 가족 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은근히 부담되는데?’


산전수전을 다 겪어 온 운페이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것은 처음이었다. 솜털이 살살 서고, 뒷골이 쭈뼛쭈뼛한 느낌. 가볍게 나온 일에 이런 느낌을 받자, 조금은 마음이 새로워졌다.


“오오! 페렐 경이다!”

“광속의 검사!”

“멋모르는 애송이 따위는 단번에 해치워 버리라고!”


상대편으로 나온 기사가 꽤 유명인사인 것 같다.

관중석에서 많은 말들이 튀어나왔다. 그 중 가장 많이 들리는 것은 광속의 기사라는 단어. 기사 개인에게 호칭이 붙었다는 건 특출난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운페이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후후. 어떻게 여기까지는 올라온 모양이지만, 이 이상은 네가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다치게 하기는 싫으니, 이쯤에서 기권하고 물러가라.”


자신감 넘치는 말투다.

그는 기사 출신. 상대인 운페이는 아무런 직위도 없는 일반인. 슈레인의 비호를 받고, 제법 실력이 있다고 소문이 나고 있지만, 그의 눈에 찰 리는 없다.


“당신의 실력은 기사들 중에서 어느 정도지?”

“……당신?”

“불편한가? 어차피 이곳은 실력을 겨루는 자리. 예를 찾고자 한다면, 첫 단추를 잘 꿰었어야지.”


페렐이 잘게 웃었다.


“하긴 그 정도 배짱이 없었다면, 이곳에 출전도 하지 못했겠지. 내 이름은 페렐. 일곱 번째 성기사 유그니아 님의 기사단 스톰. 그 중 네 번째 서열에 위치하고 있다.”

“네 번째? 평기사라는 말인가?”

“……생긴 거 답게 꽤나 말을 얄밉게 하는군. 그래, 나는 직함이 없는 평기사다. 하지만 일반인인 너에게 폄하 받을 수준은 아닐 텐데.”

“뭐, 폄하하는 건 아니야. 정확하게 알고 싶었을 뿐이지.”


스르릉.

운페이가 검을 뽑아 들었다. 냉기의 힘을 다루는 것을 보고, 비올레가 [설풍]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흣. 그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짓뭉개주지.”


페렐 역시 검을 뽑았다.

폭이 좁고, 검극이 굉장히 날카로웠다. 그의 별호가 광속의 기사이니, 찌르기에 특화되어 있음은 쉬이 알 수 있었다.


‘성국의 기사라. 제대로 볼 수 있겠군.’


운페이는 성국으로 들어와 기사를 여럿 만났지만, 제대로 겨뤄 보는 건 처음이다. 기사단의 사 서열. 기사단 내부 직함은 없지만, 작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명 까지 있는 기사들 중 네 번째라는 뜻. 그 실력이 결코 녹록 할 리 없다. 그를 기준으로 남은 이들의 실력을 평가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내 실력을 적당하게 맞출 수 있겠지.’


모난 돌이 정 맞는다지만, 그 정도는 괜찮다.

때리는 정을 돌을 부숴버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이상. 모난 돌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객체로 의심받는다면, 정이 아니라 칼 침 세례를 받을 수도 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본다면, 피해야 할 일.


남보다 낫지만, 그래도 괴상하지는 않은.

나름의 커트 라인이 필요한 것이다.


“하압-!”


선공은 페렐이 가져갔다.

기사라는 위치다 보니, 선공을 양보 할 만도 할진데, 그런 것 따위는 없었다. 시합 개시를 알리는 것과 동시에 눈빛이 변했다. 여유는 사라지고, 상대를 집어 삼키겠다는 독심만 가득했다.


채엥-!


고속의 찌르기를 설풍의 검면으로 흘렸다.

검극은 극히 좁지만, 손잡이부터 검의 중심부 까지는 폭이 상당히 넓은 편이었다. 어지간한 남성의 허벅지 정도. 카가각. 하는 소리와 함께, 검면이 긁히며 불꽃을 피웠다.


‘빠르군.’


별호가 아무렇게나 붙은 건 아니다.

검을 든 손과 어깨. 그리고 내딛는 발의 움직임 까지가 매우 간결하고 힘 있었다. 마치 검과 하나가 되어 찌르는 듯 한 자세. 그 만큼 빗나갔을 때의 허점도 많지만, 워낙 위력적인 공격이라 후위를 노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채채챙-! 챙!


연달아 검격을 교환했다.

페렐의 극렬한 공세를 운페이가 차분하게 막아갔다. 번개같이 이어지는 공방에 관중석에서는 연이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대부분이 페렐을 응원하는 목소리였지만, 개중에는 운페이의 선전에 환호하는 이도 있었다.


‘이 정도.’


탕. 운페이가 페렐의 검을 올려치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상대의 검속, 검로. 검세는 모두 파악한 후. 예상했던 것 보다는 강하지만, 문제 될 건 없었다.


“물러나지 마라!”


페렐이 곧바로 따라 붙었다.

지면을 강하게 박차며 한 걸음을 내딛었다. 움켜 쥔 검이 허리 뒤편에서 살며시 뒤틀리더니, 고속의 풍압을 동반하며, 앞으로 쏟아졌다.


통렬한 찌르기.


카카카카!!


하지만 그 순간, 운페이의 손에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움직였다.

설풍을 대각선 위로 밀어 올리며, 손바닥으로 이를 받친 것이다. 회전력이 가미 된 페렐의 찌르기가 그 위로 마구 긁으며 지나갔다.


“뭐-!”


점을 향해 가는 직선 찌르기는, 면으로 휘두르는 동작 보다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만약, 그 차이를 만회하려면 상대가 배 이상은 빨라야 가능 할 터. 지금 운페이가 보인 동작에 페렐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훅-


운페이가 그 틈으로 파고들며, 받쳤던 손을 내렸다. 힘이 떨어진 설풍이 아래쪽으로 쳐지고 페렐의 검이 그의 어깨 위를 스쳐갔다. 파팍. 얕은 상처가 목 위로 새겨졌다. 이는 고의로 한 것. 상처 없는 승리는 너무 많은 관심을 받기 때문이다.


쩌억. 운페이의 손바닥이 페렐의 복부에 닿았다.

짧은 가속으로 생긴 운동능력에, 손을 비틀어 올린 전사경의 묘리를 섞었다. 바위라도 단번에 부서뜨릴 거력이 페렐의 몸을 뒤흔들었다.


“커허헉!!”


콰당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경기장 바닥으로 나가떨어지는 페렐.

잠시 동안 침묵이 내렸다. 화려한 공방에 박수를 보내지만, 운페이의 승리를 점한 이들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와아아아아!!!


하지만 이내, 침묵을 깨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승자에게 박수를. 패자에게는 관용을.


성국에 전해지는 오래 된 관습은 새로운 강자에게 호응했다.


작가의말

세모 모양으로 생긴 검이 있다고 들었는데...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군요.

크엉. 


재밌게 보고 가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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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9 13,017 379 8쪽
22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8 13,050 379 9쪽
» Chapter 3. 누구시더라? +9 14.04.07 13,289 399 9쪽
20 Chapter 3. 누구시더라? +10 14.04.06 13,817 444 9쪽
19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4 13,934 397 9쪽
18 Chapter 3. 누구시더라? +18 14.04.03 13,466 403 8쪽
17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3 14,172 411 9쪽
16 Chapter 3. 누구시더라? +11 14.04.01 14,891 384 9쪽
15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0 14.03.31 15,448 432 10쪽
14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7 14.03.30 15,281 426 9쪽
13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4 14.03.29 16,098 537 8쪽
12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1 14.03.28 15,979 423 9쪽
11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1 14.03.27 16,395 417 8쪽
10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4 14.03.26 16,112 415 10쪽
9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2 14.03.24 16,615 475 12쪽
8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5 14.03.24 17,296 483 10쪽
7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8 14.03.23 18,505 505 10쪽
6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6 14.03.22 18,384 465 11쪽
5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1 14.03.21 19,931 468 9쪽
4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3 14.03.20 21,611 562 8쪽
3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9 21,722 500 9쪽
2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8 25,143 598 8쪽
1 Prologue +13 14.03.18 25,803 679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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