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 마누라는 뱀파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14.03.18 10:19
최근연재일 :
2014.09.23 17:19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992,594
추천수 :
30,275
글자수 :
629,779

작성
14.03.31 17:50
조회
15,447
추천
432
글자
10쪽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DUMMY

남자는 자신의 연인에게 많은 말을 한다.

그 중 상당수는 칭찬일 가능성이 높다. 예쁘다, 머리색이 잘 어울린다, 피부가 좋다 등. 환심을 사고, 사랑을 확인하고,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평상시에 하는 천 마디의 말 보다 위기의 순간에 하는 한 마디의 말이 더 중요한 법이다. 죽기 전에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처럼, 다급함에 정신이 없을 때 사람은 본심이 나오는 법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둔 자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난처할수록 당당하게 나가라.


“아, 미안. 갑자기 일이 생겨서. 많이 기다렸어?”

“으, 응? 조금 기다리기는 했지만……”


운페이가 다정히 말 하며 머리를 쓸어 넘겨주자, 비올레가 기세를 끓어 올리지 못하고 주춤했다. 귀가가 늦은데다가 그 이유가 왠 여자 때문. 분명 화를 내야 함이 정상인데, 이리 부드럽게 대응하니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누구……?”


세레인이 조심스레 물었다.

기사들을 공격했으니 적은 맞는 거 같은데, 운페이와는 또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속이 살짝 울렁거리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쪽은 비올레. 내 아내야. 붉은 숲에서 생활 할 때 만났어.”

“아, 아내!?”


콰콰쾅!

세레인은 그런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비올레, 이쪽은 세레인. 내가 성국 밖으로 나가기 전에 많은 도움을 줬던 사람이야. 친구라 할 수 있는 몇 사람 중 하나지.”

“친구? 흐음.”


아내라고 소개했기 때문일까. 비올레의 표정이 어둡지 않았다. 팔짱을 탁 끼고는 세레인의 위아래를 훑어봤다. ‘쪼끄맣기는.’ 첫 인상이 그것이었다. 작고, 귀엽다. 늘씬한 자신과는 정 반대의 인상. 그것이 안심이 되면서도 어쩐지 조금은 불안했다.


“성녀님을 보호해라!!”

“돌격-!!”


우당탕탕!!


그 순간, 아래쪽에서 기사들이 몰려왔다.

비올레가 일자형 진행을 하면서 앞선 이들은 모두 처리하고 왔다. 하지만 이곳은 감찰부. 상주하는 인물이 하나 둘로 끝날 리 없다. 소란을 듣고 모여든 인원만 수십을 넘어갔다.


쾅. 너덜거리던 문을 박차고 들어와서는 운페이와 비올레를 공격했다. 세레인을 제외하고는 일단 배제하는 움직임이었다. 좁은 실내 탓에 검을 뽑지는 않았으나, 두꺼운 가죽 장갑 낀 채 휘두르는 주먹은 녹녹치 않아 보였다.


“잠깐만요! 모두 멈추세요!”


덜컥. 세레인이 외치자, 거칠게 움직이던 사람들이 일제히 정지했다.

굉장한 반응이었다. 평소 사람들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무리 기강이 잘 잡힌 부대라 하여도, 이렇게 즉각 반응이 나오기는 어려우니까.


“일단 진정하세요. 이쪽은……적이 아닌 거 같으니까요.”

“하지만 저기 쓰러진 이는 돌란 아닙니까?”

“사소한 오해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쓰러진 이들은 제가 보상해 드릴 테니, 일단은 물러나 주시겠어요?”


성녀인 세레인의 말은 강한 힘이 있다.

성국의 법도에 직접 접촉하는 힘은 아니지만, 그녀 자체가 가지는 권위가 존재했다. 성기사 급의 인사가 와도 쉽사리 부탁을 거절하기는 힘들었다.


뒤늦게 들어왔던 인물들이 주춤주춤 쓰러진 기사를 챙겨서 물러났다.

만약을 위해서 두엇 정도는 안에 남기려 했지만, 그것도 세레인이 거절했다. ‘적어도 문밖에는 사람을 남기겠습니다.’ 타협안으로 겨우 둘 정도를 문밖에 배치했을 뿐이다.


“휴. 자세한 설명을 해 줘야 할 거 같아.”


세레인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운페이와 비올레. 들어야 하지만 듣기는 싫은 기묘한 느낌이었다.




***




붉은 숲에 사는 사냥꾼들은 그저 한 곳에 모여서 사는 원주민들이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험지에서 적응하는 걸 선택했고, 그 후손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그 삶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들에게는 질서를 지키기 위한 규칙과 정해진 서열이 존재했다. 생존을 위해서 역할이 분담되고, 그 과정에서 계급이 생기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족장을 기점으로 해서 평범한 부족원까지.

세분화 된 계급을 가지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무리를 이끌었다. 그들에게 최우선 과제는 생존이었기 때문에, 이 틀은 큰 불만 없이 이어져갔다.


이 가운데에 아주 독특한 계급이 생겨났다.

주술사. 하늘과 별의 의지를 읽어서 부족의 미래를 점치는 자들. 생존이라는 의미에서는 같은 방향을 가지나, 그 독특한 능력 때문에 족장 바로 아래의 권력을 가지게 됐다. 많은 부족민들을 거느리고, 말 한 마디로 이들을 다룰 수 있는 권력계층이 된 것이다.


“주술사?”


운페이가 긴 설명 끝에 비올레를 묘사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부족이 공격을 당하는 날 헤어졌다가 어제 다시 만났어. 성국의 삶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니까, 네가 좀 이해를 해 줘.”

“어제 만났다고? 그 전에는 어디에 있다가?”

“습격을 피해서 숲의 안쪽으로 도망갔다가 이제야 겨우 나온 거 같아.”

“성국 밖에서만 생활하던 사람이 너는 어떻게 찾았고?”


성국은 결코 좁지 않다.

대륙 전역에 건설된 성 중 그 넓이로는 단연 최고다. 성 하나가 하나의 나라이기 때문에 그런 면도 없잖아 있지만, 본래는 통곡의 벽 이남 지역을 모두 방어하려 했던 목적이 크다. 성국 서문에서 동문까지는 걸어서 가기 힘들 정도의 거리가 있다.


“그건 내 능력 때문이지. 나는 내 반려의 위치를 찾을 수 있어.”


비올레가 툭 끼어들었다.

그녀의 손 위로 작은 빛이 일렁였다. 마기를 사용하나 싶어 움찔했던 운페이가 기운을 살피고는 안도를 했다. 그녀가 만들어 낸 것은 결혼 당시 맺었던 맹세의 징표. 중립 성향의 능력이었기 때문에, 세리인을 걱정 할 필요가 없었다.


“……그게 주술사의 능력인가요?”

“그렇다고 해 두지.”


세레인이 능력을 살피려 하자, 비올레가 퉁명스레 말 하며 힘을 거둬갔다. 꽤 냉랭한 반응이다.


“……”


세레인이 잠시 물끄러미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였지만, 그 안에서 어떤 사특한 기운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온화한 기운이라고 해야 할까. 성력과 닮은 기척을 느꼈었다.


“좋아요. 모르고 한 일이니, 지금까지 있었던 건 문제 삼지 않겠어요. 하지만 정식으로 성국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검증을 받아야 해요.”

“검증?”

“몇 년 전부터 성국 내부로 안 좋은 무리들이 들어서고 있어. 그것 때문에 생겨난 과정이야. 본래라면 다른 이들이 주도했겠지만, 일이 이렇게 된 거 내가 직접 할게.”


운페이가 슬쩍 시선을 돌려서 비올레를 바라봤다.

성녀인 세레인이 직접 주도한다 했으니, 성력과 관련된 어떤 행위임이 분명했다. 지금까지는 성법을 피해서 몸을 숨겨왔던 비올레지만, 성녀와 직접 접촉하고도 무사 할 지 걱정되었다.


“흥! 뭔지 모르지만 나부터 해 보시지?”


하지만 그녀는 그런 걱정 따위는 아는지, 모르는지 당당하기만 하다.

도발적인 시선으로 세레인을 바라봤다. 마족인 그녀가 성녀인 세레인. 앞서 상상했던 것이 그대로 이루어짐에, 운페이가 스스로를 책망했다.


“좋아요. 내 손을 잡아요.”


세레인이 물러나지 않은 채, 시선을 마주했다.

둘 사이에 왠지 불꽃이 튀는 것 같다. 턱. 비올레가 그녀의 손을 강하게 쥐었다. 마족과 성녀의 대 화합의 장……은 분명 아니었다.


“그럼 시작합니다.”


위잉--!!


세레인의 몸 주변으로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이것은 분명, 성력. 그것도 굉장한 농도였다. 성국 전체를 뒤덮은 성법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했다.


‘비올레……’


그녀가 강력한 마족임은 맞지만, 이런 힘 앞에서도 무사할까 걱정이 되었다. 마족이 성력에 약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운페이만 하더라도, 화끈거리는 손을 감추기 위해 뒤로 물러나야 했다. 비올레는 몸 전체가 마기 덩어리. 더욱 거센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어때? 이 몸의 위대함이 보이나?”

“……그런 걸 알아보기 위한 검증이 아닙니다.”


하지만 비올레는 운페이의 걱정과는 달리 멀쩡해보였다.

세레인을 향해서 도발을 할 정도로 상태가 괜찮았다. 성력이 번쩍이고, 그 힘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한 거지?’


운페이가 의문에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세레인을 중심으로 번져 나오던 성력이 차차 사그라졌다. 탁. 그녀가 비올레의 손을 놓고 물러났다. 어쩐지 표정이 조금 복잡했다.


“다 된 거야?”

“응. 확실히 그녀는 성국에 해를 끼칠 사람은 아니네.”


그녀가 사용한 힘은, 마음에 깃든 악(惡)을 성력과 반응시키는 방법이다. 깊은 곳에 숨겨둔 마음이라 해도, 그녀의 성력에서는 벗어 날 수 없다. 그녀가 지키고자 하는 대상이 기본적으로 성국이니, 그것에 반하는 마음이 있다면 즉각 반응이 튀어나게 된다. 지금, 비올레의 경우는 아무 반응이 없었으니, 성국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란 것이었다.


적어도 그녀가 운페이에게 말 한 바에 의하면 그러했다.




***




“어떻게 무사 할 수 있었던 거야?”

“마기 반응을 숨기는 건 어렵지 않아. 문제는 마음에 깃든 악이지.”

“하지만 우리가 하려는 일은 성국에 해가 될 수 있는 거잖아.”


비올레가 운페이를 바라봤다.

시선이 굉장히 묘했다. 잠시 그러고 있다, 그의 양 볼을 잡고는 진하게 입을 맞추었다. 멍하니 있던 운페이가 반항도 못하고, 그대로 입술을 내줘야 했다.


“갑자기 뭐하는 거야?”

“세레인이라고 했지? 그녀가 알아보려고 한 건 성국에 관한 게 아니야.”

“……뭐? 그럼?”

“흥! 재주껏 알아보라고.”


휙 돌아가는 비올레.

운페이가 황급히 그 뒤를 쫒아갔다.


작가의말

디아하다보니 시간이 사라짐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마누라는 뱀파이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Chapter 3. 누구시더라? +22 14.04.10 12,949 394 8쪽
23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9 13,017 379 8쪽
22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8 13,050 379 9쪽
21 Chapter 3. 누구시더라? +9 14.04.07 13,288 399 9쪽
20 Chapter 3. 누구시더라? +10 14.04.06 13,817 444 9쪽
19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4 13,934 397 9쪽
18 Chapter 3. 누구시더라? +18 14.04.03 13,466 403 8쪽
17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3 14,172 411 9쪽
16 Chapter 3. 누구시더라? +11 14.04.01 14,891 384 9쪽
»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0 14.03.31 15,448 432 10쪽
14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7 14.03.30 15,281 426 9쪽
13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4 14.03.29 16,098 537 8쪽
12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1 14.03.28 15,979 423 9쪽
11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1 14.03.27 16,395 417 8쪽
10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4 14.03.26 16,112 415 10쪽
9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2 14.03.24 16,615 475 12쪽
8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5 14.03.24 17,296 483 10쪽
7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8 14.03.23 18,505 505 10쪽
6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6 14.03.22 18,384 465 11쪽
5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1 14.03.21 19,931 468 9쪽
4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3 14.03.20 21,611 562 8쪽
3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9 21,722 500 9쪽
2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8 25,143 598 8쪽
1 Prologue +13 14.03.18 25,803 679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