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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 마누라는 뱀파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14.03.18 10:19
최근연재일 :
2014.09.23 17:19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992,143
추천수 :
30,275
글자수 :
629,779

작성
14.04.04 18:37
조회
13,928
추천
397
글자
9쪽

Chapter 3. 누구시더라?

DUMMY

한 가득 모여든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가 한여름의 소나기 마냥 우르르 쏟아지고 있다. 지지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저마다의 인물을 거론하며, 목청을 높였다.

축제. 담담한 성국의 생활에서 이런 대회의 개최는 한 줄기의 활력소가 된다. 대회가 열리는 광장 앞쪽으로는 이미 이른 아침부터 가판이 설치되어 군것질 거리 등을 팔았다. 뜨거운 감자나, 얇게 포를 내 구운 양 고기 등. 고소하게 풍기는 냄새에 거니는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됐다.


성녀를 수호할 성기사를 뽑는다.

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자리인가. 떨어진다 할지라도, 한 번 응시해 보겠다는 이들이 산을 이루었고, 그 넓던 광장이 가득 찰 만큼 인원이 몰렸다. 덕분에 중앙 부처에서 나온 공무원들은 이들을 접수하고 안내하느냐고 땀을 바가지로 흘렸다.


“자네도 참가하는가?”

“하하! 제가 힘 좀 씁니다.”

“씁, 망할. 집에서 양이나 칠 것이지.”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힘 좀 쓴다는 청년들이 우르르 모여서는 용력을 자랑하기 바쁘다. 성기사를 뽑는 대회의 첫 번째 관문은 가장 기초적인 체력 테스트. 힘과 민첩함을 보고, 기본적인 자질이 있는지를 선별하는 것이다.


본래는 성기사 예하 기사들 사이에서 추려서 선별을 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성녀인 세레인이 거부했다. 축제처럼 만들자. 많은 이들이 참가하고, 보고, 즐길 수 있게 하라. 물론, 속셈은 운페이가 등장 할 수 있게 하려함이지만, 겉보기로 괜찮으니 만사형통이었다. 성녀에 대한 지지도도 올라가고, 성국 내부로도 활기가 돌았다.


“제롬 경은 누가 뽑힐 거라고 보시나요?”


성녀인 세리인에게는 항상 호위가 붙는다.

특히, 큰 행사나 기도를 위해 성국의 외진 곳을 찾을 때면, 일개 병단과 성기사가 따라 붙는다. 지금 그녀 옆에 서서 눈을 반개한 남자도 그런 이유로 붙은 이다.


제롬. 여섯 번째 성기사로, 제 1 대주교의 명령을 따른다.

180cm가 살짝 넘어가는 키에, 머리를 길게 길러 하나로 묶어 넘겼다. 반개한 눈에, 나른한 표정이 독특하다. 크게 잘난 얼굴은 아니지만, 흠 잡을 곳 역시 없었다.


“반테 경의 돌격 기사가 참가했다고 하더군요. 그가 유력하다고 봅니다.”

“그 분이라면, 하인츠 경이죠? 대검을 잘 쓴다고 들었어요. 확실히 그분이라면 강력한 후보가 되겠네요.”

“묻는 걸 보아하니 다른 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거 같군요.”


제롬도 세레인에 대한 소문은 들었다.

10년만에 등장한 소년. 아니, 청년. 그를 위해 그 동안 미뤄왔던 성기사 선출 행사도 직접 개최하고, 형식도 대대적으로 바꾸었다. 그 덕에 여러 가지 말들이 나왔다. 그 역시 제 1 대주교로부터 성녀의 의중을 떠 보라는 명령을 받았다.


교황이 밖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지 몇 년.

국민들의 관심은 교황에서 성녀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그녀의 의중을 읽고, 행동을 예측하는 쪽이, 차기 권력을 잡는 것에 유리하다.


“염두에 둔다기 보다는 작은 기대라고 할까요? 어쩌면 이변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10년만에 만난 친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후후. 많이 티 났나요? 그저 약간 기대를 하고 있을 뿐이에요.”

“부럽군요. 성녀 님의 기대를 받는 남자라니.”


세레인이 싱그럽게 웃으며, 광장의 한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과연 그는 알까. 그가 살아 돌아왔다는 소식에 안수기도를 때려 치고 나가려 했다는 사실을. 수행원들 사이에서 펑펑 울었던 사실을. 지금 이 순간에도, 운명이라는 단어를 상기하며 가슴 한켠을 지그시 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




“음?”

“왜 그래?”

“아니, 누가 날 보는 거 같아서. 기분 탓인가?”


운페이가 휘휘 저으며, 광장 한편에 마련된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워낙 접수한 사람이 많다보니, 일괄적으로 테스트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무거운 돌 옮기기. 날아오는 돌 피하기 등. 거치된 이름에 비하면 조금은 유치한 것들뿐이었다.


“315번?”

“맞습니다.”

“저쪽으로 가게나. 돌을 들어 두 걸음을 걸으면 합격이네.”


주변에 끙끙 거리는 사람들이 널려있다.

돌은 사람 몸통만 했다. 게다가 색이 까만 것이 흑철이 섞인 듯싶었다. 그렇다면 보통의 돌보다 배는 무겁다는 뜻. 허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은 이들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남편, 힘내!”


비올레의 응원에, 사람들의 시선이 운페이에게 날아왔다.

누군데 저 놈은 저런 미인의 응원을 받는가. 어디 드는 가 보자. 대부분 적개심에 불타는 눈빛이었다.


“하하.”


운페이가 작게 웃고는 돌을 잡았다.

제법 무겁다. 하지만 그것 뿐. 쑥 하는 소리와 함께 돌이 가볍게 딸려 나왔다. 쿵쿵 거리며 두 걸음을 걸은 뒤 바닥에 내려놓았다.


숙덕거리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3……315번 합격.”


여부가 없다.

합격 했다는 도장을 명패에 받은 뒤 물러났다. 부러워하는 눈빛들이 따라붙었다.


“흥. 용케 떨어지지는 않았군.”

“……음?”


다음 시험장을 향해 걸어가는 그의 앞을 누군가 막아섰다.

다섯. 넷이 뒤에 서고 하나가 앞으로 나왔다.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그때 베어 버릴 걸 그랬나.’ 운페이가 입술을 핥으며 말하자, 앞을 막은 남자가 움찔하며 물러났다.


“흥! 그래봐야 네 한계는 분명하다! 감히 주제를 알아야지. 성기사가 어떤 이름인데, 너 따위가 도전을 해!?”


그래도 등 뒤에 선 네 명이 힘이 되는지 어깨를 세우고는 쏘아붙였다.

남자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트라. 뒤에 있는 인물들은 같은 기사단 출신이었다. 그가 부단장이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부하였다.


“너도 참가하는 거냐?”

“너 같은 놈에게 대회의 수준이 오염되지 않도록, 내가 직접 나왔다.”

“남편. 그냥 죽이면 안 돼?”

“내비 둬. 자기 집 안마당이라고 힘차게 짖는 거잖아. 귀엽게 봐 주라고.”


트라의 뒤에 선 남자들이 발끈해서 나서려 했다.

텁. 하지만 이를 트라가 제지했다. 그의 성격이 망종인 것은 맞으나 머리가 없는 건 아니다. 이런 공개된 곳에서 드잡이 질을 하면 그만 손해일 뿐이다.


“네놈 따위가 본선에 올라올지는 모르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내 친히 그 목을 베어주마.”

“호. 살인도 허용되는 시합인가?”

“크큭. 사고라는 건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이니까.”


트라의 얼굴이 비열하다.

운페이가 문득 과거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날이 풀려서 사냥을 하러 나갔을 때. 토끼를 쏜 것이 빗나갔다는 말로, 허벅지 깊숙한 곳에 화살을 박아 넣어야 했다. 실수. 그 당시에도 그렇게 말을 했었다. 10년이나 지났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안타까울 지경이군.’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있다.

아버지는 제 1의 성기사. 하지만 그의 재능은 그 발치도 따라가지 못한다. 지금 차지한 부단장이라는 직함도 아버지의 휘광이 있기 때문에 가능 한 일. 그 이상을 차지하는 건 개인의 능력으로는 무리였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남 사정에 모두 공감해서 일일이 봐 줄 이유는 없었다.

묵은 원한 따위에 이를 갈고 있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그의 모습이 고까운 건 아니니까. 이가 보이도록 시원하게 웃으며 답해주었다.


“만약이라도 시합에서 나를 만나게 되면 기권하는 게 좋을 거야.”


트라가 발끈하기 전에, 운페이가 남은 말을 끝마쳤다.


“실수로 목이 베이는 건 네가 될 테니까.”


위협이 아니라, 진실이다.

그것을 알아챘는지 트라가 입을 꼭 다물었다. 남부 어디선가 나온다는 조개 같다. 뒤에 선 그의 부하들도 침묵에 동의한 건지 다 같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럼, 열심히 하라고.”


돌아와서 처음 본 그 때처럼.

운페이가 어깨를 툭툭 치며 지나갔다.




***




“화났네?”

“……너는 못 속이네.”

“킥. 당연하지.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운페이가 머쓱하니 머리를 긁었다.

살짝 욱해서 힘의 일부를 풀어내 버렸다. 근처에 세레인이 있고, 주교들도 다수 위치해 있는 상황. 그의 마기를 누군가 읽었을 지도 모른다.


“걱정 하지 마. 내가 차단해 뒀어.”

“아, 그래? 고마워. 역시 우리 마누라 밖에 없네.”

“후후. 알면 알아서 잘 하라고.”


흥이 낫는지, 그녀가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웃어보였다.

아찔한 그녀의 매력이 주변으로 번져갔다. 옹기종기 모여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 번에 쏠렸다.


“오. 누구야? 저런 미녀가 있었나?”

“어디서 오신 분이지? 한 번 말이나 걸어 볼까?”


등등의 이야기.

운페이가 냉큼 그녀를 따라가 손을 잡았다.


이 여자는 내 여자.

뭐, 대충 그런 표시였다.


작가의말

마누라. 대체할 단어가 안 떠오르네요. 


안 어색하죠? 그렇다고 말해요. 냉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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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Chapter 3. 누구시더라? +22 14.04.10 12,944 394 8쪽
23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9 13,013 379 8쪽
22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8 13,045 379 9쪽
21 Chapter 3. 누구시더라? +9 14.04.07 13,284 399 9쪽
20 Chapter 3. 누구시더라? +10 14.04.06 13,812 444 9쪽
»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4 13,929 397 9쪽
18 Chapter 3. 누구시더라? +18 14.04.03 13,460 403 8쪽
17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3 14,166 411 9쪽
16 Chapter 3. 누구시더라? +11 14.04.01 14,885 384 9쪽
15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0 14.03.31 15,440 432 10쪽
14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7 14.03.30 15,274 426 9쪽
13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4 14.03.29 16,090 537 8쪽
12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1 14.03.28 15,970 423 9쪽
11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1 14.03.27 16,387 417 8쪽
10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4 14.03.26 16,102 415 10쪽
9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2 14.03.24 16,606 475 12쪽
8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5 14.03.24 17,287 483 10쪽
7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8 14.03.23 18,496 505 10쪽
6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6 14.03.22 18,373 465 11쪽
5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1 14.03.21 19,920 468 9쪽
4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3 14.03.20 21,599 562 8쪽
3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9 21,708 500 9쪽
2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8 25,123 598 8쪽
1 Prologue +13 14.03.18 25,782 679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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