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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 마누라는 뱀파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14.03.18 10:19
최근연재일 :
2014.09.23 17:19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992,342
추천수 :
30,275
글자수 :
629,779

작성
14.03.24 16:25
조회
16,608
추천
475
글자
12쪽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DUMMY

코어 메탈은 가치가 워낙 높기 때문에, 취급하는 장소가 그리 많지 않다. 넓은 성국에서도 딱 두 군데 밖에는 취급을 하지 않는다. 하나는 교황청 내부에 있는 광물 관리소, 두 번째는 상인 거리 초입에 있는 [듀렌셀]이라는 이름의 상점이다.


운페이는 듀렌셀에 대해 듣자마자 위치를 기억해냈다.

그가 살던 시기에도 듀렌셀은 유명했었다. 상점 거리의 종주라고나 해야 할까. 남부 지역에서 올라오는 물자의 상당 부분을 관리해서, 지역 내 중소 상점을 조율했다.


“어서 오세요.”


오랜만에 찾은 듀렌셀은 과거의 기억보다 훨씬 크고, 멋들어지게 변해 있었다. 고급 원목으로 장식한 실내 장식과, 벽면에 걸린 가검들. 예쁘게 치장해서 미소 짓는 종업원까지, 여느 상점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코어메탈을 처분하러 왔습니다.”

“코, 코어메탈이요?”


종업원이 살짝 당황하다가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말을 하며 안쪽으로 뛰어갔다. 잠시 기다리자, 콧수염을 길게 기른 남자가 다가왔다. 딱 봐도, 위치가 있어 보였다. 깔끔한 자세로 인사를 건네고는 물었다.


“코어메탈을 처분하러 오셨다고요?”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만, 먼저 물건을 확인 할 수 있을까요?”


운페이가 반지를 문질러서 손톱 만 한 코어메탈을 보여주었다.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최근 들어 본 코어메탈 중 가장 큰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손톱 만 한 크기지만, 그것으로도 수 골드를 호가하는 가격을 가진다.


“이쪽으로.”


운페이가 남자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고액 거래를 하는 고객을 위해 마련된 장소다. 몇 개의 문을 통과해서 단정해 보이는 방 안에 위치했다.


“판매 수량은 어떻게 되시나요?”


자리에 앉자, 남자가 물었다.

눈을 빛내는 것이 간만의 실적에 흥이 돈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코어메탈의 거래는 성국에서 중요시하는 몇 가지 일 중 하나다. 꾸준히 납세하는 것보다 코어메탈을 거래하여, 물건을 올리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더 좋았다.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촤르르륵.


운페이가 적당한 크기의 코어메탈을 테이블 위로 쏟았다.

하나같이 손톱 크기. 혹은 그보다 조금 작은 수준이었다. 그도 눈치가 있기 때문에, 이 이상의 물건을 꺼내는 건 지나치게 시끄러워 질 거라는 걸 안 것이다.


“호. 굉장한 양이군요. 실례가 아니라면 어디서 얻은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아버지가 남긴 겁니다.”


여기서 아버지는 라올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붉은 숲에서 그를 키워주었던 남자. 마음속에서 두 번째 아버지라 칭한 이의 물건이었다.


“유품이라는 말이군요. 알겠습니다. 일단, 진품 감정을 해 봐야 하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남자가 코어메탈을 두고 몇 가지 장비로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코어메탈은 자줏빛 빛깔에, 표면에 굉장히 매끄러워서 보는 것만으로도 쉽게 구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나 그렇듯, 사기꾼은 존재하는 법. 이마저도 위조를 해서 유통하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 판매 전에 진품을 감정하는 건 당연한 절차였다.


“모두 진품이군요.”


남자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운페이가 내민 코어메탈의 숫자는 전부 13개. 하나하나를 천에 싸서는 준비해 온 상자에 집어넣었다.


“가격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 정도 물건이면 개당 10골드가 적당합니다. 크기는 조금 작지만 순도가 좋군요. 전부 13개이니 130골드. 중계 수수료를 제하면 117골드가 되겠습니다.”

“수수료가 상당하군요.”

“성국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 등을 모두 저희가 도맡아 처리하니까요. 10%면 비싼 것도 아니랍니다.”


운페이가 말없이 남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얼굴은 마음을 그러내는 척도다. 그는 붉은 숲에서 고법(古法)을 통해서 이것을 읽는 법을 배운 바 있다. 근육의 작은 움직임, 눈빛의 흔들림, 혈색의 변화까지. 작은 정보를 모아서 상대가 말 하는 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진실이군.’


운페이의 행색이 깔끔한 것은 맞지만 홀홀단신 고가의 물건을 팔러 들어왔다. 적당히 가격을 낮춰 불러서 상대를 등쳐먹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정가로 계산을 해 주었다. 성국 내에서 유일하게 코어메탈을 처분하는 집이라 하더니,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거래하도록 하죠.”

“하하. 잘 생각하셨습니다.”


몇 가지 서류 작성이 이어지고, 거래를 마칠 수 있었다.

117골드. 11만 7천 실버. 호페른이 5실버 남짓한 돈으로 일희일비 하였으니, 이게 얼마나 큰돈인지 가늠 할 수 있을 것이다. 번쩍이는 골드를 꾸러미에 담은 뒤, 창고 반지에 집어넣었다.


“좋은 거래였습니다.”

“저야 말로, 아주 흡족한 거래였습니다.”


태도가 깔끔하니 좋다.

운페이가 남자와 가볍게 악수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117골드가 작은 작은 반지에 들어 있음에도 그다지 신경 쓰는 태도는 아니었다.


“아, 한 가지 주의 드릴 게 있습니다.”

“주의?”

“요즘 상인 거리 주변에서 거래를 마치고 나오는 고객을 상대로, 강도질을 벌이는 무리가 있다고 합니다. 소지하신 금액이 적지 않으니, 돌아가시는 길에 주의를 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불안하시면 저희 측 경비 둘을 붙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객의 안전까지.

운페이가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마음은 고맙지만 굳이 그런 수고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누군가에게 노림 받는 건 너무나 익숙한 일이었다.




***




거금을 챙긴 운페이가 다음으로 향한 곳은 성국 내부의 대소사를 관리하는 본청이었다. 정식 명칭은 따로 있지만, 다들 그렇게 불렀다. 성국 내의 시민들을 관리하는 일을 하는데, 본적의 이동이나, 사망처리 등도 모두 이곳에서 다루었다.


운페이가 비올레와 함께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본청에서 등록을 해야 했다.


물론, 허가받지 않은 집이나, 등록되지 않은 시민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운페이는 일단 슈레인 때문에 확고하게 거취가 등록된 상황. 슬그머니 집을 구해 버리면 나중에 곤란한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흠……”


듀렌셀을 나와서 본청으로 향하는 골목길.

조금은 낡은 건물의 외벽과, 거리위로 내린 그림자가 음습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잘 정비 된 대로와는 달리 거리위로 오물들이 버려져 있고, 생쥐나 들개 따위가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운페이가 그 중앙에 서서는 주변을 둘러봤다.

듀렌셀을 나오면서부터 따라오던 느낌이 이곳까지 이어지고 있다. 앞서 받은 경고가 허튼 소리는 아닌 듯, 그의 돈을 노리고 누군가 따라붙은 것 같았다.


“이제는 나오는 게 어떨까?”


스슥. 그의 부름에 대답이라도 하듯, 골목골목에서 사람들이 기어 나왔다. 숫자는 다섯. 음험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슬금슬금 다가왔다. 손에는 단도나, 오래된 식칼. 금이 간 몽둥이 따위를 들고 있었다.


‘처량하군.’


차라리 붉은 숲의 사냥꾼들이 장비는 더 잘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짐승의 뼈로 만든 창이나, 오래된 금속을 갈아서 만든 검 따위를 사용했다. 이 빠지고 금이 간 무기들은 옆에 선 전우를 위협하게 한다며 손에 쥐려고도 하지 않았다.


“흐흐흐. 오늘은 야들야들 한 놈이 걸렸어. 제법 돈이 되겠는데?”

“그러게 말이야. 형님이 좋아하겠는데? 요즘 물량이 딸린다고 하던데.”

“잔소리 그만하고 잡아 오기나 해. 엄하게 사람 꼬이면 곤란하다고.”


비릿한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들은 어느새 운페이를 포위하고 있었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그를 보고 ‘흐흐. 새끼, 완전히 얼었군.’ 따위의 말을 뱉었다. 극심하게 반항하는 사람보다는 이렇게 가만히 있는 쪽을 더 선호했다.


긴 흉터를 가진 남자가 단검을 슬쩍 휘두르며 운페이의 앞으로 바짝 붙었다.


“어이, 꼬맹이. 쓸데없이 움직이지 말라고. 우리도 괜히 사람 하나 잡고 싶지는 않으니까.”

“……너희는 금품을 털기 위해 나를 따라온 게 아닌가?”

“응? 뭐야, 이 새끼.”

“원하는 게 금품 말고도 더 있는 건가?”


서늘한 운페이의 시선에 흉터를 지닌 남자가 한 걸음 물러났다.

‘이런, 시팔!’ 그리고는 자신이 겁을 먹었다는 사실에 분개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가 있는 세계는 기세가 절반 이상. 약한 모습을 보이면 먹히는 게 당연한 곳이었다.


“뒤지고 싶어? 어디서 혀를 놀려? 앙!?”

“하긴 이렇게 물어보는 것도 우습군.”


운페이가 짧게 숨을 내쉬고 주변을 둘러봤다.

상인 거리 후면 골목이라 그런지 인적이 없다. 문들은 다 닫혀있고, 들개나 쥐 따위의 발걸음 소리만이 간간히 들려왔을 뿐이다.


“그걸 하려는 거야?”


그때, 검은 그림자가 운페이의 발치에서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비올레. 속삭이는 목소리로, 그에게 귓속말을 했다. 지근거리에 있던 남자들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라며 물러났다.


“몬스터가 아니라도……이들이면 충분하겠지.”

“후후. 내 눈에는 보여. 시커멓고, 진해. 충분히 먹이가 될 수 있을 거 같아.”

“살인마로 만들지 말라고 했는데, 민망해 지는군.”

“킥. 사실은 참고 있었던 거잖아. 내 앞에서 숨기지는 말라고.”


후. 운페이가 짧은 숨을 내뱉으며 눈을 감았다.

주변에 있던 남자들은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감을 깨닫고는 주춤주춤 물러나기 시작했다. 검은 기운과, 운페이의 혼잣말. 인적인 드문 골목은 더 이상 그들에게 호의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


촤르륵. 그 순간, 그들의 발치에서 새카만 어둠이 올라와 몸을 동여맸다. 손과 발을 칭칭 감싸고, 허리와 허벅지 등을 꽉 잡았다. 어둑한 골목의 그림자치고는 색이 짙었다. 밤하늘. 아니, 그보다 더 어두운 무언가를 베어온 것 같았다.


“뭐, 뭐야! 이거 뭐야!?”

“으억! 시팔, 이거 안 놔!?”

“이런, 썅!!”


남자들이 버둥거리며 어둠에서 벗어나려 했다.

단검과 몽둥이를 휘둘러 몸을 감싼 어둠을 공격했다. 하지만 형태로 존재하기만 하는 어둠에, 물질을 통한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되레 몸을 옥죄는 힘만 더 강해졌을 뿐이다.


“나와라, 식사 시간이다.”


운페이가 눈을 뜨며 말했다.

나직한 선언.


콰르르르. 바닥을 기어 다니던 어둠이 거인처럼 일어나 입을 벌렸다. ‘우아아아!!!’, ‘사, 살려 줘!! 살려 달라고!’, ‘빌어먹을! 이게 뭐야!? 으아아아!!’ 남자들의 비명소리가 골목을 가득 메웠다.


콰드득. 콰득.


하지만 그것은 죽기 전 최후의 발언이었을 뿐, 죽음을 제지하는 손길은 되지 못했다. 솟구친 어둠은 남자들을 집어 삼켜 그대로 씹어 먹었다. 맞물린 어둠의 입 사이로, 그들이 흘린 핏물이 베어 나오고, 채 삼키지 못한 내장이 벽과 바닥을 더럽혔다.


끄으윽. 남자 다섯을 모두 먹어치운 어둠은 만족 한 듯 길게 트림을 하고는 다시 바닥으로 사라졌다. 남은 건 옅은 핏물과, 내장 조각 정도. 하지만 그마저도 바닥을 기어오는 쥐와 들개의 먹이가 되어 금세 사라질 것이다.


“힘드네.”


골목 어귀를 보며 운페이가 낮게 말했다.

발치를 살랑대는 비올레는 그 말에 웃는 것 같았다.


작가의말

내일은 일이 있어 못 올릴 거 같습니다. 


고로 미리미리 한 편. 재밌게 보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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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Chapter 3. 누구시더라? +22 14.04.10 12,945 394 8쪽
23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9 13,014 379 8쪽
22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8 13,047 379 9쪽
21 Chapter 3. 누구시더라? +9 14.04.07 13,285 399 9쪽
20 Chapter 3. 누구시더라? +10 14.04.06 13,813 444 9쪽
19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4 13,930 397 9쪽
18 Chapter 3. 누구시더라? +18 14.04.03 13,461 403 8쪽
17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3 14,168 411 9쪽
16 Chapter 3. 누구시더라? +11 14.04.01 14,886 384 9쪽
15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0 14.03.31 15,442 432 10쪽
14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7 14.03.30 15,276 426 9쪽
13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4 14.03.29 16,092 537 8쪽
12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1 14.03.28 15,974 423 9쪽
11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1 14.03.27 16,389 417 8쪽
10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4 14.03.26 16,105 415 10쪽
»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2 14.03.24 16,609 475 12쪽
8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5 14.03.24 17,289 483 10쪽
7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8 14.03.23 18,498 505 10쪽
6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6 14.03.22 18,376 465 11쪽
5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1 14.03.21 19,924 468 9쪽
4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3 14.03.20 21,602 562 8쪽
3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9 21,712 500 9쪽
2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8 25,134 598 8쪽
1 Prologue +13 14.03.18 25,793 679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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