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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 마누라는 뱀파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14.03.18 10:19
최근연재일 :
2014.09.23 17:19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992,337
추천수 :
30,275
글자수 :
629,779

작성
14.03.26 18:02
조회
16,104
추천
415
글자
10쪽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DUMMY

성국의 거주구는 항상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사냥을 나가서 죽는 사람도 많고, 임시 거처를 잡았던 귀족 자제들이 기간이 다 끝나 건물만 두고 나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운페이가 살 집을 구하는 것은 쉬웠다.


얼마 전에 성국으로 지원을 왔던 남부 귀족 한 명이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본국으로 줄행랑을 친 일이 있었다. 서문으로 가는 길, 중앙 대로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지어 둔 2층 저택을 두고 말이다. 본디, 약속했던 기일도 지키지 못하고 내뺀 이들의 사유 재산까지 지켜 줄 의리는 없는 법. 이것들은 모두 성국의 자산으로 귀속된다.


즉, 매매가 가능한 물건이었다.


“괜찮군요. 이집으로 하겠어요.”

“대금은……?”

“바로 드리죠.”


운페이가 10골드의 거금을 건네주며, 건물의 소지를 의미하는 서류를 받았다. 성국의 직인이 찍혀 있고, 성법으로 보장되는 문서로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분실하지만 않는다면 확실히 그의 집이 증명되는 것이다.


거래 건수 올려서 히히덕거리는 본청 직원과 작별을 한 뒤, 운페이가 집으로 들어갔다. 최근까지 사람이 살았던 곳이라 내부는 상당히 깔끔했다. 화려한 가구와 색체 강한 커튼 등은 취향이 아니었지만, 손 볼 곳이 적은 건 꽤 마음에 들었다.


“앞에는 정원이 있고, 뒤로는 숲도 있네. 딱 마음에 들어.”


비올레가 그림자에서 나와 운페이의 팔짱을 꼈다.

볼이 살짝 발그스레했다. 단 둘이 살 집. 그야말로 신혼집 아니겠는가. 그녀가 생명을 먹고 사는 뱀파이어라지만, 신혼에 대한 로망은 있었다.


“부지는 어때? 적당해? 그렇게 강조를 했는데, 모자라면 곤란하잖아.”

“흐음. 이 정도면 괜찮을 거 같아. 어차피 넓게 할 것도 아니고, 적당히 꾸리기만 하면 되거든.”

“너무 큰 건 키우지 말고. 드래코니안이나, 바질라리스크 같은 거 키우다 방생 되면 나는 모르는 일이다.”

“자꾸 그러면 본 드래곤을 키우는 수가 있어?”

“그건 제발 사양해 달라고. 일전에도 한 번 무너진 이력이 있잖아.”


마족들은 마굴에 몬스터를 키운다.

작게는 스켈레톤이나 구울. 크게는 본 드래곤이나 자이언트 오우거 까지. 나름의 규칙과 미학에 따라 적당히 배열해서 사육을 하는 것이다.


마족들이 단지 심심해서 몬스터를 키우는 것은 아니다. 몬스터를 뭉쳐 놈으로서 일정 영역을 [헬브로스]와 비슷하게 유지시키려는 의도이다. [헬브로스]는 통곡의 벽 이북 지역을 의미하며, 마족들에게는 고향과 같은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통곡의 벽 아래쪽은 마족을 배척한다. 가만히 있어도 피해를 입고, 멀쩡한 날씨에도 짜증이 치솟는 것이다. 비올레 정도 되는 고위 마족은 그리 심한 영향이 없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건 동일한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몬스터를 모아 주변 환경을 [헬브로스]와 비슷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몬스터는 바스티안 대륙과 마족들의 사생아. 대지에 배척당하지도 않으면서, 한껏 뭉치면 [헬브로스]와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는다.


엘프가 숲을 꾸미고, 드래곤이 광물을 모으는 것과 같은 습성이다.


“여기는 성국 내부니까, 튀는 애들은 피해야지.”

“웬만하면 어느 정도는 지능이 있는 놈들로 키우라고. 나탁이 관리 할 수 있게.”

“그 정도는 나도 생각하고 있어.”


비올레가 샐쭉이 말했다.

언제서 부턴가, 운페이가 잔소리가 많아졌다. 굳이 시간을 더듬어 보자면 아마도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부터. 싫은 건 아니지만, 가끔은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리 그대로 자신은 뱀파이언데.


“괜히 일이 복잡해질까 봐 그렇지. 이곳 사람들과 싸우면 우리가 같이 있을 시간도 그만큼 줄어드는 거라고. 그래도 좋아?”

“……그건 싫어.”


운페이가 기색을 읽고 다독이자, 그녀가 마지못해 답했다.

하지만 여전히 입술은 비죽이 나온 게 마음이 다 풀린 건 아닌 듯싶다. 운페이가 슬쩍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입을 맞춰 주었다. ‘음……’ 그녀가 짧은 신음을 흘리고, 다가오는 그의 허리를 감쌌다.


“하아. 나, 가장 먼저 사야 할 게 떠올랐어?”


비올레가 입을 떼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뭔데?”


운페이가 그녀의 눈가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물었다.

사실 대답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녀가 눈을 반달같이 휘며 답했다.


“침대.”


역시. 운페이가 다시 한 번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




비올레는 시간에 따라 성격이 변한다.

자정을 기준으로 그것에 멀어질수록 성격이 부드러워진다. 정확하게 말 하면 애 같아 진다. 하지만 본래부터 그녀가 이랬던 것은 아니다. 그녀의 본래 성격은 사악하고, 파괴적이며 냉정하다. 운페이가 처음 만났던 그녀가 바로 이런 성격이었다.


지금처럼 성격이 시간에 따라 변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운페이 탓이다. 그녀와 사랑은 어울리는 개념이 아니다. 어둠에 빛이 들어온 것이고, 뜨거운 기름에 물을 부은 것과 같다. 덜컥 그 감정이 자리 잡아 부드럽게 융화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랑은 싹을 틔웠고, 억지로 지워 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둠속에 핀 꽃. 그녀는 나름대로의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이 감정을 그대로 두면, 자신의 정체성이 무너질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그녀가 의도해서 했다기보다는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그녀는 뱀파이어이고, 이것은 바뀔 수 없는 진실이다. 그 틀 안에서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감정. 혹은 그것에서 피어나는 에너지를 일정 시간으로 몰아넣었다. 그것이 정오. 그녀의 사랑과 애교가 극점에 이르는 시간이다. 반대로 자정에는 그녀 본연의 성격이 나온다. 차갑고 냉정하고, 무자비한 성격.


“비켜라.”


성국의 남문에서 한 여성과 병사들이 대치하고 있다.

꽤나 분위기가 냉랭하다. 막아 선 병사들이 날이 바짝 선 창을 들이밀며 여성의 진입로를 완전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후드를 벗어 주세요. 얼굴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들여보낼 수는 없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깊이 눌러 쓴 여성의 후드 때문이다. 성국의 지리적 특성 탓에 남부 왕국에서 사고 친 범법자들이 자주 도망쳐 오는 편이다. 귀족을 살해하거나, 강도질을 한 사람들. 그렇기 때문에 신원 확인은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간이라면 더더욱.


“당장 비키지 않는다면,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해 주지.”

“후드를 벗지 않는다면 비켜드릴 수 없습니다.”

“너희가 자초한 일이다. 나는……”

“무슨 일이냐!?”


여성이 무언가를 하려는 순간, 초소 안쪽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풍채가 좋은 중년인이었다. 다만, 눈매가 좁고, 코끝에 기름기가 많아 인상이 썩 좋지는 않았다. 방금까지 식사를 하단 온 것인지, 기름기를 바짓단에 슥슥 문지르며 다가왔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이분이 신원 확인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응?”


중년인이 후드를 눌러 쓴 여성을 아래에서 위로 훑어봤다.

눈매가 그러다 보니, 시선이 꽤 음침했다. 입을 쩝쩝 거리고 살피더니 눈을 빛냈다. 눈앞의 인물이 미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통이 넓은 로브로 몸을 감싸고 있지만, 굴곡이 예사롭지 않았으며, 후두 아래쪽으로 나온 턱 선과 입술 모양이 매우 가지런했다. 그의 경험 상 이런 인물은 주변 시선이 부담스러운 귀족(남부)가 영애이거나, 부호의 애첩이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고급 작부일 확률도 있었다.


“큼. 이분은 내가 안내하지. 너희는 들어가 봐라.”

“하, 하지만 대장님……”

“씁. 내가 처리한다고 했지?”


그가 병사들을 물리고 손짓을 했다.

후드를 눌러 쓴 여성이 잠시 망설이다 그를 따라갔다. 의도가 무엇이든 귀찮은 건 모면했으니,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흠. 이쯤 나왔으니 그 후드는 벗어도 될 거 같습니다만……”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해서 중년인이 말했다.

눈을 게슴츠레 뜨고 손을 살살 비볐다. 후드를 쓴 여성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손을 대지 않아서 뒤를 따라왔건만,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무슨 사연이든 내 입은 철통 같으니, 걱정 할 필요 없습니다. 그러니, 그 얼굴이나 좀 봅시다. 신분이 어떤지 알아야, 뒷목 안 잡을 거 아닙니까?”


중년인이 음충하게 웃으며 말했다.

밀회를 가지고 돌아오는 귀족 영애인지, 남부에서 올라온 고급 작부인지. 어느 쪽이 됐든 신원을 알아 둔다면 콩고물이라도 받아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이 일을 빌미로 삼아, 몸으로 은혜를 갚게 할 수도 있고.


“그 눈깔 치워라. 감히 어디다가 그런 눈깔을 들이미는 것이냐?”


후드를 눌러 쓴 여성이, 중년인의 시선을 눈치 챘다.

비죽이 말려 올라간 입술과, 번들거리는 눈빛.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그녀가 강하게 쏘아 붙이자, 중년인이 멍 하니 있다, 뒤늦게 화를 냈다.


“……뭐? 지금 뭐라고 했냐!?”

“쓰레기 같은 놈. 소란을 피우지 말라 했으니, 특별히 목숨은 붙여 두마.”


그녀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무언가 결론을 내렸다.

자신을 무시하는 처사라 생각했는지, 중년인이 발끈하며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 했다. 노름으로 성문 경비 대장직을 딴 것은 아닌지, 손속이 제법 빨랐다.


하지만.


콰득-!


발끈하는 중년인의 목덜미로 하얗고 긴 손이 떨어졌다.

신속하고, 과감한 수. 하얀 빛이 번쩍한다 싶더니, 그의 몸이 휘청 이다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는 반응조차 못했다. 손은 그녀를 잡기 위함인지 아직도 앞으로 뻗쳐 있었다.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으니, 자신이 무엇에 당한 지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흠.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


콰직!


그녀가 쓰러진 중년인의 중요 부위를 세게 걷어찼다.

기절한 와중에도, 그 고통은 전해지는지 몸이 새우마냥 꺾였다. 툭툭. 그녀가 만족 한 듯 발을 두어 번 구르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인적이 드문 골목 어귀.

오가는 사람이 적은 자정의 한 때였다.


중년인이 발견된 것은 다음 날.

날이 완전히 밝은 뒤였다.


작가의말

[헬브로스]  : 마족들의 고향. 통곡의 벽 이북에 존재한다.


간만에 노동을 했더니, 온몸이 뻐근하군요. 

재밌게 보셨다면, 댓글을 남겨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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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9 13,014 379 8쪽
22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8 13,047 379 9쪽
21 Chapter 3. 누구시더라? +9 14.04.07 13,285 399 9쪽
20 Chapter 3. 누구시더라? +10 14.04.06 13,813 444 9쪽
19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4 13,930 397 9쪽
18 Chapter 3. 누구시더라? +18 14.04.03 13,461 403 8쪽
17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3 14,168 411 9쪽
16 Chapter 3. 누구시더라? +11 14.04.01 14,886 384 9쪽
15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0 14.03.31 15,442 432 10쪽
14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7 14.03.30 15,276 426 9쪽
13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4 14.03.29 16,092 537 8쪽
12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1 14.03.28 15,974 423 9쪽
11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1 14.03.27 16,389 417 8쪽
»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4 14.03.26 16,105 415 10쪽
9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2 14.03.24 16,608 475 12쪽
8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5 14.03.24 17,289 483 10쪽
7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8 14.03.23 18,498 505 10쪽
6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6 14.03.22 18,376 465 11쪽
5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1 14.03.21 19,924 468 9쪽
4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3 14.03.20 21,602 562 8쪽
3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9 21,712 500 9쪽
2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8 25,134 598 8쪽
1 Prologue +13 14.03.18 25,792 679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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