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 마누라는 뱀파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14.03.18 10:19
최근연재일 :
2014.09.23 17:19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992,557
추천수 :
30,275
글자수 :
629,779

작성
14.03.29 17:41
조회
16,097
추천
537
글자
8쪽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DUMMY

로우는 운페이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젠킨이 보고한 내용에 의하면 행적이 수상한 사람 정도.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다. 굳이 발품을 팔며 감출부의 행동을 취한 것은 운페이가 슈레인과 관련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감찰부는 성기사들. 특히 슈레인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감찰권이라는 막강한 힘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사람. 권력의 맛을 알아가는 그들에게는 눈의 가시와 같은 인물일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만약 운페이를 통해서 슈레인을 흔들 수 있다면, 예상하지 못한 소득이 나오지 않을까. 무거운 엉덩이를 떼어냈던 건 이 이유가 가장 컸다.


“……”


하지만 슈레인의 저택에서 봤던 운페이의 모습은 단순한 곁가지로 보기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일단, 너무 침착했다. 감찰부라는 이름을 모를 수는 있지만, 누군가 자신을 잡아가려 함은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응에 흐트러짐이 없었다. 마치 별 거 아니라는 태도. 보통 사람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 무력.

그는 분명 슈레인의 공격을 막았다.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들었던 그의 주먹을 중간에서 비틀어 낸 것이다. 과연, 이런 기예를 누가 할 수 있을까. 감찰부 내, 몇 몇 사람들을 떠올려 보지만 쉽지 않았다.


‘어쩌면 젠킨의 의혹이 정말 일 수도 있겠군.’


첩자치고는 지나치게 허술한 모습이지만, 그 조차도 연극일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는 눈을 떼지 않겠다. 그리 다짐했다.


“이곳입니까? 음침하군요.”

“들어가라.”


운페이는 감찰부 내부 심문실로 이동했다.

다른 이름이 있었지만, 그것이 가장 널리 쓰였다. 칙칙한 색의 벽과, 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실내. 문틈 사이로 보이는 것은 밖을 지키는 경비의 암갈색 부츠뿐이었다.


“용건이 있다면 빨리 끝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마굴 작업 때문에,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아도 되는 상황이지만,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면 성질대로 움직일 위험성이 있었다.


“이름이 운페이. 10년 전 붉은 숲으로 사라졌던 라올 경의 자제. 맞습니까?”

“맞습니다.”

“10년 동안이나 성국 밖에서 머무르던 사람치고는 이곳 생활에 꽤나 빨리 적응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나요?”

“험지에서 생활하다보면 적응력이 빨라지는 법입니다. 10년전과 크게 달라진 것도 없는데, 문제 될 게 있나요?”


로우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저택에서도 잠시 말을 나눠 봤지만,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를 전혀 겁내지 않고 있다. 말꼬리를 잡아야 하는 그의 입장에서는 상대하기가 꽤 곤란한 화법이었다.


“그럼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죠.”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다.

로우가 입술을 핥으며, 몸을 앞으로 기댔다.




***




“후우. 이 정도면 됐으려나?”


비올레가 허리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마굴을 꾸리고 있었다. 성국 내부에 위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썼다. 기초적인 몬스터들을 깊은 굴을 파 묻어두고, 상위 몬스터 소환을 위해 마법진 구성을 해 두었다. 모든 건축물이 그렇듯, 기초 공사가 중요한 것이다. 그녀가 드물게 앓는 소리를 내며 노동의 결과를 맞이했다.


“나탁. 운페이는 아직 안 온 거야?”

“네. 아침에 나가셔서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찾아볼까요?”

“찾기는. 지금 밖으로 나갔다가는 성법에 맞고 가루가 될 거다. 넌, 이거나 마무리 하고 있어. 내가 갔다 올 테니까.”


비올레는 운페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와 그녀는 맹세로 이어진 몸. 세계 끝자락으로 도망간다 해도, 그녀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뭐 하는데, 아직까지 안 들어온 거야?”


그녀가 손을 툭툭 털며, 저택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운페이가 감찰부로 들어 간 지 4시간이 흐른 시점. 그가 걱정하던 인물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




이야기가 지지부진하게 이어졌다.

어차피 운페이는 비슷한 말만 하면 그만이다. 상대가 확인 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붉은 숲에서의 생활이 거짓도 아니니, 굳이 말을 꾸며 낼 필요도 없었다.


게다가 당장 슈레인이 뒤에 있으니 무력으로 어찌 할 상황도 아니었다.

감찰부 특유의 분위기에, 사람을 압박하는 취조.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이것으로도 피폐해졌을 테지만, 운페이는 아니었다.


로우를 시작으로 감찰부 인원이 몇 번이나 돌아가며 운페이를 심문했지만, 알아낸 것은 결국 붉은 숲에서 10년을 살았고, 검은 달의 날 이후에 성국으로 돌아왔다는 내용뿐이었다. 자신만만하게 들어왔던 그들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운페이를 보며, 점차 질려갔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확실히 의혹을 풀기 위해서는……”

“어떤 의혹 말이죠? 이미 할 말은 다 했습니다. 더 알아내고 싶다면, 그쪽이 알아서 조사를 해야 할 텐데요?”


드륵. 운페이가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

리오를 비롯한 그를 심문하기 위해 동원 된 감찰부 소속 인물들이 살짝 움찔 했다. 좁은 방 안에서 장시간 심문을 하면서 그의 기세에 함몰됐기 때문이다. 보통은 반대의 결과가 나와야 하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들이 오히려 눌린 것이다.


“자, 잠깐 기다리세요! 허락도 없이 갈 수는 없습니다!”


로우가 다급히 그의 앞을 막아섰다.

심문에서 얻어낸 건 딱히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운페이의 정체가 더 의심스러워진다. 사람을 찍어 누르는 기세와, 장시간의 대화에도 변하지 않는 신색. 10년 간 사냥꾼들과 살면 다 이렇게 될까 싶었다.


“비켜 주시죠. 이만 돌아가고 싶군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감찰부에 발을 들인 이상 조사의 종결은 우리의 권한입니다.”

“……곤란하게 하는군요.”


운페이의 눈동자위로 검은 기운이 스쳐갔다.

그는 사실 조금 초조해 하고 있었다. 조금 전부터 무언가 불길한 기분이 뇌리를 두드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에 많이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기분이 든 후에는 항상 안 좋은 일이 일어났었다.


‘생각보다 너무 오래 있었나?’


밀폐된 공간에서 단조로운 대화를 하다 보니, 그의 시간 감각이 살짝 어긋나 있었다. 최대한으로 잡고 있던 시간이 넘어 버린 것이다. 뇌리를 스치는 불안감과, 지나쳐 버린 시간. 두 가지를 대입해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대충 감이 왔다.


“다시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이렇게 말 하는 것도 슈레인 경을 봐서 드리는 말씀일 뿐입니다.”


운페이가 주춤하는 듯하자, 로우가 기세를 올렸다.

그의 등 뒤로, 검은 단봉을 든 남자 둘이 시립했다. 감찰부를 상징하는 2개의 무기 중 하나다. 남은 하나는 검은 채찍. 그들도 허리춤에 감고 있었다.


“무력으로 제압을 하겠다는 건가요?”

“따르지 않겠다면 하는 수가 없겠죠.”


로우가 당당하게 말했다.

운페이가 강하다는 것은 예상하지만, 이곳은 감찰부의 심장부. 게다가 슈레인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를 잡아온 것이니, 그가 이대로 무력 충돌을 일으켜 준다면 환영 할 일이었다.


덜컹-!


하지만 바로 그 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 때문에, 그의 생각은 멈춰야 했다.


“지금 이게 무슨 일입니까?”


낭랑한 목소리.

운페이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이제 갓 성년이나 됐을까 싶은 소녀였다. 검은 머리카락에 벽안. 볼이 통통하고, 눈 밑이 통통해서 굉장히 귀여운 인상이었다. 하얀색 예단복을 입고 있었는데, 키가 작은지 발치로 옷이 끌렸다.


“……어?”


그러다 문득 운페이가 탄성을 뱉었다.

눈앞에 있는 소녀.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챘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 지금과는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단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세레인!”

“성녀시여!”


그의 목소리와 동시에, 장내에 있던 모든 이들이 무릎을 꿇었다.


작가의말

훌쩍. 감기가 걸려서 글을 손으로 썼는지 발로 썼는지...


오타가 있으면 남겨 주세용~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마누라는 뱀파이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Chapter 3. 누구시더라? +22 14.04.10 12,949 394 8쪽
23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9 13,017 379 8쪽
22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8 13,050 379 9쪽
21 Chapter 3. 누구시더라? +9 14.04.07 13,288 399 9쪽
20 Chapter 3. 누구시더라? +10 14.04.06 13,817 444 9쪽
19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4 13,934 397 9쪽
18 Chapter 3. 누구시더라? +18 14.04.03 13,466 403 8쪽
17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3 14,172 411 9쪽
16 Chapter 3. 누구시더라? +11 14.04.01 14,891 384 9쪽
15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0 14.03.31 15,447 432 10쪽
14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7 14.03.30 15,281 426 9쪽
»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4 14.03.29 16,098 537 8쪽
12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1 14.03.28 15,979 423 9쪽
11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1 14.03.27 16,394 417 8쪽
10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4 14.03.26 16,112 415 10쪽
9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2 14.03.24 16,615 475 12쪽
8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5 14.03.24 17,296 483 10쪽
7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8 14.03.23 18,504 505 10쪽
6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6 14.03.22 18,383 465 11쪽
5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1 14.03.21 19,930 468 9쪽
4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3 14.03.20 21,609 562 8쪽
3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9 21,720 500 9쪽
2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8 25,141 598 8쪽
1 Prologue +13 14.03.18 25,801 679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