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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 마누라는 뱀파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14.03.18 10:19
최근연재일 :
2014.09.23 17:19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992,582
추천수 :
30,275
글자수 :
629,779

작성
14.03.27 17:27
조회
16,394
추천
417
글자
8쪽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DUMMY

“운페이. 나, 왔다.”


잔잔한 목소리에 운페이가 고개를 돌렸다.

새로 마련한 저택의 입구에 후드를 깊이 눌러쓴 여성이 가만히 서 있었다. 그가 가볍게 웃으며 팔을 좌우로 쭉 벌렸다.


“손 치워. 터는 닦아 뒀어?”


팔을 툭 치고 지나간 그녀가 저택 안쪽으로 향했다.

운페이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그녀 뒤를 따라갔다. 자정. 그녀가 냉정해 지는 시간이다.


지금 저택에 들어온 사람은 바로 비올레였다.

성법의 구조를 이해하여, 진체를 가지고 들어온 것이다. 입구에서 작은 실랑이가 있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낼 만 한 일도 아니었다. 새롭게 마련한 터전에 빨리 마굴을 꾸려, 이 꿉꿉한 기분을 날려버리고 싶을 뿐이었다.


“이 정도 넓이면 괜찮겠어?”


운페이가 저택 후면에 위치한 공터를 손으로 가리켰다.

무성했던 잡초들을 밀어내고, 바닥을 전부 평탄화 해 놓았다. 잘게 고른 흙바닥이 넓게 펼쳐져 있고, 그 위로 팔뚝 만 한 길이의 비석들이 다섯 방위로 세워져 있었다.


“조금 좁지만……지금은 어쩔 수 없네.”


지금 이 시간에 비올레에게 후한 평을 듣기는 어렵다. 이 정도면 만족했다는 말과 진배 다를 바 없다. 운페이가 낮 시간에 준비해 두었던 물건을 풀어 두었다.


누오나 하피카 등의 가죽.

몬스터는 마족의 피가 대지와 결합하여 탄생한 사생아다. 고위 마족은 이 사생아의 흔적을 가지고, 그 존재를 복제해 내는 것이 가능했다. 즉, 비올레가 마굴에서 키우겠다고 말 하는 몬스터들도 이렇게 탄생하는 것이다.


“აღდეგ, O მკვდარი”


비올레가 낮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검은 기운이 그녀의 발치에서 뭉클뭉클 솟아나 앞으로 늘어놓은 가죽에 스며들었다. 이는 죽은 몬스터의 정보를 더듬고, 생전의 모습을 복원해냈다. 순식간에, 그녀 앞으로 한 떼의 몬스터들이 등장했다.


“후우. 이제야 조금 편하군.”


그녀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몬스터의 등장은 그녀가 서 있는 곳 주변을 헬브로스와 비슷하게 만든다. 머리를 콕콕 찌르던 고통이 즉시 사라졌다.


“교황이 눈치 채지는 않을까?”

“주변에 결계를 만들어 두었어. 그리고 이 정도로는 안 걸려. 인간과 헬브로스는 그리 다르지 않아.”

“네가 그렇게 말 하면 맞겠지. 그럼, 다른 몬스터들은 일차 작업을 하고 난 다음에 소환할 생각이야?”

“그래야지. 복제가 가능한 것들은 숫자만 늘리면 충분하니까. 중요한 건, 고위 몬스터지.”


흔한 몬스터야 지금과 같이 가죽을 통해서 복제를 할 수 있지만, 고위급은 다르다. 특히, 비올레가 키우던 것들은 하나하나가 재앙 급 몬스터. 그것들을 저택 아래로 소환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성법을 피하는 것은 둘째 치고, 현재의 터로는 공간적 제약이 있었다.


“역시 그런 건……”

“나탁이 제격이지.”


드드득. 드득.


비올레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녀의 발치에서 새하얀 뼈가 일어나 하나의 형태를 이뤄갔다. 흔히 스켈레톤이라 부르는 하급 언데드 몬스터다.


따닥. 그가 이빨을 몇 번 맞춰 보더니, 비올레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주인을 알아본 종의 자세다. 멍청한 얼굴로 주변을 서성이는 다른 몬스터들과는 움직임이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나탁은 비올레의 사역마다.

마기만 받은 몬스터들과는 다르다. 그녀의 진신 능력이 깃들어 있고, 심상으로도 연결이 되어 있다.


“로드, 부르셨습니까?”

“내가 원하는 건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다만, 일을 하기에는 인력이 너무 부족한 게 아닐까 싶은 데요……”

“그냥 해라.”

“……네.”


찍소리 못하고 대답했다.

어쩌겠는가, 지금은 자정이거늘. 운페이에게 조언을 구했다면, 지금은 닥치고 있다가 낮에 다시 물어보라 했을 것이다.


그럼 지금도 그리 해도 되지 않는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여러 갈래로 나눈 만큼, 그 상태에서의 결정을 존중했다. 지금 상태에서 내린 결정을 낮이 되었다고 뒤엎는 일은 거의 없다.


결국, 나탁은 멍청한 몬스터 무리를 끌고, 신나게 땅을 파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소환 된 지 5분 채 지나지 않아서.


“좀 쉬고 싶어.”

“이쪽으로 와. 안 그래도 피곤할 거라 생각해서 목욕물 받아놨어.”

“……유황 넣고?”

“잔뜩.”


비올레가 발뒤꿈치를 살짝 살짝 들며 기쁨을 표현했다.

물어보면 아니라 답하겠지만, 입 꼬리도 살짝 말려 올라갔다. 그녀의 성정이 냉정하고 파괴적이라지만, 기쁨이 없는 건 아니다.


운페이는 이 포인트를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고마워.”

“천만에.”


그렇기에 과거, 그녀를 만났을 때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이다.




***




“하아아. 좋다.”

“후후. 예전부터 내가 물 온도 하나는 기가 막혔잖아.”

“그랬지. 그런 능력도 없었다면, 아마 이러고 있을 수도 없었을 거야.”

“어이, 말이 너무 무섭다고.”

“……그냥 흘려들으라고.”


비올레가 욕조에 몸을 깊이 담갔다.

물 위로 얼굴만 간신히 나왔다. 등은 운페이에게 기대고, 발은 쭉 뻗어 욕조 건너편에 걸쳤다. 그녀의 하얀 다리위로 물방울이 맺혀서 주르륵 흘러내렸다.


“전에 살던 주인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욕조는 마음에 드네.”

“흠. 확실히. 취향은 괜찮아.”


저택 안에는 1층과 2층. 총 두 개의 큰 욕실이 있었다.

아래쪽에는 개인 용 욕실. 그리고 위쪽에는 여럿이 씻을 수 있는 대형 욕실이 있었다. 꽤나 부를 자랑하고 싶었던지, 내부로 수로까지 파, 자동으로 물을 이동시킬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덕분에 운페이는 어렵지 않게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이렇게 같이 있으니 좋네.”

“가체로 같이 있었잖아.”

“그것과 같을 수 있나. 손끝에 닿는 감촉도, 숨결의 온기도 전혀 다르다고.”

“으음……”


비올레가 옅은 신음을 흘렸다.

운페이의 손길이 피부 위를 거닐었기 때문이다. 시간에 자정에 위치하여 성정이 냉정하게 되었지만, 몸은 그의 손길을 기억하고 있다.


볼이 발그레해졌다.


“사람들에게 소개는 어찌 할 거야?”

“너와 마찬가지로……붉은 숲에서 살아나온 생존자라고 해야지.”

“그런 것 치고는 네 모습이 너무 깔끔하다고. 그 배경에 맞으려면 행색이 조금 추레해야 맞잖아.”

“하지만 못난 모습으로 있기는 싫어.”


그녀가 퉁명하게 말했다.

뒤에서 운페이가 가볍게 웃었다. 이건 자정에 가깝거나, 멀거나 한결 같은 점이었다. 그녀는 항상 깔끔한 모습으로 있기를 원했다. 만남이 있었던 초기에, 물의 온도를 맞추기 위해 운페이가 나탁과 머리를 맞댔던 것도 그 일의 한 가닥이었다.


“그럼 차라리 주술사라고 해. 사냥꾼이라 해도 높은 직급이라면 행색이 깔끔한 것도 납득이 되겠지. 옷이야 뭐……들어와서 구한 걸로 하자. 아, 성으로 들어오면서 문제를 만들진 않았겠지?”

“문제? 당연히 안 만들었어.”


쓰러진 경비 대장은 이미 잊힌 지 오래였다.


“잘 했어. 그럼,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입이나 맞춰 보자고.”

“입을 맞춰?”

“너와 내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말 할지 정하자고. 이 아가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윽. 네가 말을 헷갈리게 한 거라고.”

“정말로 헷갈리는 게 뭔지 보여줘?”

“아니, 그건……읍!”


운페이가 그녀의 입을 입으로 막았다.

이것도 입을 맞춘 건 맞으니, 앞선 한 말을 지킨 것이다. 입을 맞추기 전에 입을 맞춰서 준비 운동을 하는 것.


그의 말대로 헷갈린다.


작가의말

짧습니다!!!


챕터가 끝나는 부분이라서요 ㅎㅎ;;;

염장은 쓰면서도 데미지를 입는군요. 킁야.


* 비올레는 자정이라 해도, 완전하게 감정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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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8 13,050 379 9쪽
21 Chapter 3. 누구시더라? +9 14.04.07 13,288 399 9쪽
20 Chapter 3. 누구시더라? +10 14.04.06 13,817 444 9쪽
19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4 13,934 397 9쪽
18 Chapter 3. 누구시더라? +18 14.04.03 13,466 403 8쪽
17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3 14,172 411 9쪽
16 Chapter 3. 누구시더라? +11 14.04.01 14,891 384 9쪽
15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0 14.03.31 15,447 432 10쪽
14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7 14.03.30 15,281 426 9쪽
13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4 14.03.29 16,098 537 8쪽
12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1 14.03.28 15,979 423 9쪽
»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1 14.03.27 16,395 417 8쪽
10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4 14.03.26 16,112 415 10쪽
9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2 14.03.24 16,615 475 12쪽
8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5 14.03.24 17,296 483 10쪽
7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8 14.03.23 18,504 505 10쪽
6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6 14.03.22 18,384 465 11쪽
5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1 14.03.21 19,931 468 9쪽
4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3 14.03.20 21,611 562 8쪽
3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9 21,722 500 9쪽
2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8 25,143 598 8쪽
1 Prologue +13 14.03.18 25,803 679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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