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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 마누라는 뱀파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14.03.18 10:19
최근연재일 :
2014.09.23 17:19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992,334
추천수 :
30,275
글자수 :
629,779

작성
14.04.08 15:52
조회
13,046
추천
379
글자
9쪽

Chapter 3. 누구시더라?

DUMMY

“상당하군요.”


경기를 관전하고 난 뒤, 제롬이 한 말이다.

페렐의 강함은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기사들끼리 힘을 겨루는 것은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일. 몇 번이고 그와 검을 섞어 보기도 했다.


“후후. 예전부터 재능이 있었어요. 슈레인 경도 그렇게 말 한 적이 있죠.”

“슈레인 경이 말인가요?”

“네. 사고가 일어나, 붉은 숲으로 사라지지만 않았더라면 지금쯤 굉장한 기사가 됐을 거예요. 지금도 훌륭하기는 하지만.”


세레인이 꿈꾸듯 말했다.


‘꼭 강해 질 거야.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그리고 그 때는 내가 널 지켜 주겠어.’


과거의 기억이 잠시 스쳐갔다.

어쩐지 볼이 달아오르는 것 같아, 손으로 톡톡 쳤다. 제롬은 여전히 경기장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어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


“페렐을 저리 이길 정도라면 결승까지는 무난하겠군요.”

“헤에. 의외로 높게 보는군요.”

“객관적일 뿐입니다. 눈으로 본 실력을 폄하 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게다가……”

“게다가?”


제롬이 고개를 저었다.

싸움의 마지막 장면. 파고드는 운페이의 동작은 기가 막힐 정도로 유려했다. 하지만 그 뒤, 목 언저리에 상처를 입는 모습은 조금 어울리지 않았다. 마치 일부러 한 것처럼. 하지만 공개 경기장까지 나와서 그럴 이유는 없었다. 잘못 본 것이라 생각하고 넘겼다.


“아, 다음 시합이 시작하는군요.”


이어지는 세레인의 목소리에, 약간이나마 남아있던 상념 역시 훌훌 날아갔다.



***



제롬의 예상대로 운페이는 남은 경기를 승승장구했다.

뒤이어 나온 이들 역시 한 손에 드는 기사들이었지만, 페렐 보다 강한 자는 없었다.


10년 만에 붉은 숲에서 돌아온 남자. 슈레인이 후원하는 인물. 기사단에 적을 두지 않은 자유 전사. 그의 활약은 사람들의 입을 타고, 점차 거대하게 변해갔다. 사냥꾼의 비전을 배우고 와, 기사들보다 월등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 사실 알고 보니, 기사들의 실력은 생각보다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이런 이야기까지 번지고 있었다.


콰앙-!!


제 2 성기사 옴멜이 이끄는 기사단 [크로스]의 거처.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남자가, 씩씩거리는 얼굴로,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었다. 옆으로 몇 사람이 더 자리해 있는데, 그들 역시 표정이 딱히 좋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이냐! 앙? 기사단 출신도 아닌 놈에게 연전연패! 니들이 그러고도 기사야!?”

“끄응. 하지만 그놈 실력은 진짜란 말입니다. 페렐 경도 패하지 않았습니까?”

“시끄러워!!”


콰앙!!


이번에는 테이블이 통째로 쪼개지며 바닥으로 무너졌다. 손바닥 두께의 샴 나무 테이블. 그걸 힘으로 그대로 쪼개버린 것이다.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만큼 힘이 대단했다.


“그만 해 둬.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상대하는 수밖에 없지.”

“트라.”

“그 건방진 놈을 꺾는 건 어차피 내 몫이었어. 차라리 잘 됐어. 결승전에 오른 이상 잔뜩 기고만장해 있을 거야. 그대로 코를 꺾어 버린다면,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겠지.”


트라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운페이 앞에서 주눅 들기를 몇 차례. 자존심이 허락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남들은 그가 승리하기를 원하지만, 그는 그것으로도 부족했다. 승리를 넘어서서, 자신에게 굴욕을 준 상대를 완전하게 제거하는 것.


“자신은 있는 거냐? 저 멍청이들 말대로, 실력이 상당하던데.”

“기사의 실력은 본신의 능력으로 평가받는 부분이 있지.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을 무시해서는 이야기가 안 돼.”

“그 외? 무구를 말 하는 거냐?”


트라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서 테이블 위에 올렸다.

보통의 롱소드보다 조금 더 긴 검신에, 날이 완만하게 휘어졌다. 검신 중앙에는 긴 홈이 파 있고, 그 옆으로는 기묘한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청백색으로 빛나는 검의 자태는 일견하기로도 보통의 것은 아니었다.


“마병이군.”

“후후. 그 망종이 얼마나 강하든 상관없어. 이 무기가 있다면, 그 따위 놈은 한 칼도 버티지 못할 거야.”


트라가 자신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가 들고 온 이 마병은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너무 위험하다 판단하여, 성국 내에서도 금지시킨 물건.


‘하지만 겉으로는 표시가 나지 않지.’


상대의 생명력을 앗아가, 그것으로 내부를 타격하는 힘이 서려있다. 고대의 힘이 실려, 성력에도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물건 자체를 검사하기 전에는 밖에서 알아 볼 방법이 거의 없다. 트라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물건을 꺼내 온 것에는 나름대로의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기의 이점으로 이겨서야 승리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개소리 집어치워. 우리가 왜 기사라고 생각하는 거냐? 누구에게도 꺾이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기사인 거야. 일개 버러지 따위에게 무너지면, 누가 기사를 믿겠어. 수단은 중요하지 않아. 그 놈을 해치울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으음……”


스산한 기운에, 호통 치던 남자마저 말을 잃었다.

트라의 마지막 말. 승리를 염원하는 게 아니었다. 상대를 해치운다는 것. 그것에는 분명 생명에 대한 저울질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하지 말라며 그를 말리지는 않았다.

기사가 일반인에게 연달아 박살나는 현 상황. 그것이 더 중하다 여긴 것이다.



***



“하으음……”

“으음.”

“하응.”


뭔가 야릇한 음성.

새로 구입한 저택 안에서, 운페이와 비올레가 뒤엉켜있다. 실크 이불로 몸을 두르고 있었지만, 반쯤 드러난 상반신에서 옷을 입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파하.”

“윽. 다 먹은 거야?”


비올레가 운페이의 목 언저리에서 떨어졌다.

송곳니가 길쭉하게 나와 있다. 그 끝에는 작게 핏방울이 맺혀있다. 그녀는 뱀파이어가 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활동. 즉, 흡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으음. 역시, 남편 피가 최고야. 마실 때마다 몸이 짜릿짜릿 하다니까.”

“난 한 번 빨릴 때마다 머리가 어질어질 한데?”

“에이잉. 힘들어? 내가 안마 해 줄까?”


뱀파이어에게 흡혈이라는 것은 인간이 가지는 기본 욕구를 단번에 충족하는 것과 비슷하다. 밥을 잘 먹고, 등 따신 곳에서 낮잠을 길게 잔 후 사랑하는 이와 관계를 맺는 일련의 행위. 머리부터 발끝까지가 모두 충만하여, 없던 애교도 생기는 것이다. 특히, 운페이의 피에는 굉장히 많은 마력이 함유되어 있어, 비올레를 더 없이 만족시켰다.


“그럼 허리 좀 눌러 줄래? 요 며칠 안 어울리게 싸웠더니, 뻐근하네.”

“응. 응. 알았어. 뒤로 누워 봐.”


운페이가 배를 아래로 깔고 눕자, 그 위에 비올레가 올라탔다.

스르륵. 걸치고 있던 이불이 밑으로 미끄러져, 그녀의 나신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부부. 이것에 부끄러워 할 사람은 없었다.


꾹. 꾹. 비올레가 손을 모아, 그의 허리를 눌렀다.

꽤 익숙한 동작이다. 누르고, 두드리고, 잡아 당겼다. 아래에 깔린 운페이가 그때마다 앓는 소리를 냈다.


“킥. 남편, 꼭 늙은이 같아.”

“우리 마누라 손맛이 좋아서 그렇지.”

“흐응? 그럼, 이런 건?”


그녀가 무릎을 허리에 대고는 그의 어깨를 잡아 당겼다. 두두둑 소리가 나고 ‘으악! 허리 부러진다고!’ 운페이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비올레는 버둥거리는 그가 귀여운지 연신 깔깔 거리며 당기고 놓기를 반복했다.


“아오. 힘도 센 아가씨가, 사람 잡을 일 있어?”

“피. 그 정도로는 문제도 없으면서. 사실 부러져도 다시 붙잖아.”

“끄응. 너무 인간을 벗어 난 이야기는 하지 말자. 괜히 머리가 아파지려고 해.”


이마에 손을 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비올레가 또 다시 배를 잡고 웃었다. 그때마다, 벌거벗은 그녀의 몸이 크게 유동했다. 아래에 깔려있던, 운페이가 그녀의 허리를 잡은 채, 몸을 빙글 돌렸다. 굉장히 기괴한 동작이었지만, 무리 없이 해냈다.


“또 한 번?”


비올레의 입가에 야릇한 웃음이 달렸다.

초절한 미녀가 옷을 벗은 채, 묘하게 웃고 있다. 이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남자가 아닐 것이다.


“나, 오늘 시합 있다고.”

“그래서 싫어?”


그녀가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눈은 반달 마냥 휘어져있다. 기대 때문인지 볼이 약간 발그레하다. 가히 나라라도 뒤엎을 정도의 미모.


“설마.”


운페이가 벌떡 일어났다.


작가의말

벌떡 일어났어. 후후후후. 벌떡 일어났다고. 


후후후후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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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Chapter 3. 누구시더라? +22 14.04.10 12,945 394 8쪽
23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9 13,014 379 8쪽
»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8 13,047 379 9쪽
21 Chapter 3. 누구시더라? +9 14.04.07 13,285 399 9쪽
20 Chapter 3. 누구시더라? +10 14.04.06 13,813 444 9쪽
19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4 13,930 397 9쪽
18 Chapter 3. 누구시더라? +18 14.04.03 13,461 403 8쪽
17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3 14,168 411 9쪽
16 Chapter 3. 누구시더라? +11 14.04.01 14,886 384 9쪽
15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0 14.03.31 15,442 432 10쪽
14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7 14.03.30 15,276 426 9쪽
13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4 14.03.29 16,092 537 8쪽
12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1 14.03.28 15,974 423 9쪽
11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1 14.03.27 16,389 417 8쪽
10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4 14.03.26 16,104 415 10쪽
9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2 14.03.24 16,608 475 12쪽
8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5 14.03.24 17,289 483 10쪽
7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8 14.03.23 18,498 505 10쪽
6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6 14.03.22 18,376 465 11쪽
5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1 14.03.21 19,924 468 9쪽
4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3 14.03.20 21,602 562 8쪽
3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9 21,712 500 9쪽
2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8 25,134 598 8쪽
1 Prologue +13 14.03.18 25,792 679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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