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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 마누라는 뱀파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14.03.18 10:19
최근연재일 :
2014.09.23 17:19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992,286
추천수 :
30,275
글자수 :
629,779

작성
14.04.03 19:17
조회
14,167
추천
411
글자
9쪽

Chapter 3. 누구시더라?

DUMMY

성녀를 보호하기 위해 성기사를 모집한다.

성국 내부가 금세 달아올랐다. 이들에게 교황과 성녀는 상징 그 이상의 존재. 최측근에서 보좌 할 인물을 뽑는다는 소리에, 세상사에 관심 없던 인물까지 공고를 보러 발길을 옮겼을 정도다.


놀랍게도 선발에는 조건이 없었다.

사지 멀쩡한 사람이면 누구나 도전 할 수 있는 것. 공평한 처사. 역시 성녀님이라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하지만 대다수는 알고 있다.

그 아래에 놓인 몇 가지의 검증과정이 보통 사람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수준이라는 것을. 적어도 기사급은 되어야 기초적인 검증을 통과 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물론, 그런 조건이 걸려 있음에도 지원자는 일천을 넘어섰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름을 적은 이들과, 이참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겠다고 마음먹은 이들이 태반을 차지했다. 덕분에 심사해야 하는 이들이 골머리를 썩게 됐지만, 다른 이도 아니고 성녀의 가디언을 뽑는 일. 눈에 불을 키고는 각오를 다졌다.


“며칠 동안 진행되는 거야?”

“일주일 정도는 걸리지 않겠어? 숫자가 숫자다 보니, 사람을 걸러내는 데만 시간이 꽤 걸리거든.”

“그래봐야, 남편을 이길 수 있는 사람도 없을 텐데. 귀찮게 시리.”

“어쩔 수 없잖아. 과정이라는 게 있는데.”


운페이가 차를 홀짝이며 말했다.

지금 그와 비올레는 성기사 접수를 마치고, 인근에 있는 찻집에 들린 상황이다. 대목이라 여긴 걸까, 접수처 인근의 상점들이 죄다 업종을 변경했다. 낮에는 찻집. 늦은 저녁에는 술집. 접수하러 온 사람과, 그들을 따라 온 이들이 한 번씩 엉덩이를 걸치니 주인의 얼굴에는 웃음이 만발했다.


“퉤퉤. 이거 맛없어. 인간들은 왜 이런 걸 마시나 몰라.”

“하하. 네 입맛에는 조금 그렇지? 어쩐다. 지금 어디서 피를 구해 올 수도 없고.”

“몰래 가서 사냥하고 오면 안 될까?”

“참아. 괜히 소란 일으켜서 좋을 게 없잖아. 저녁에 내가 줄게.”

“아, 정말?”


고개를 끄덕여 주자, 그녀가 해맑게 웃었다.

운페이의 피는 보통 사람들보다 많은 마력을 함유하고 있다. 이는 재능의 일부다. 그의 혈통 중에, 마법과 관련된 인물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마력 함유량이 많은 피는 비올레와 같은 뱀파이어에게는 별미라 할 수 있다.


“그나저나, 성기사라면 검을 사용해야 하려나? 단검을 든 성기사는 모양이 조금 그렇지?”

“그 영감이랑 매일같이 연습했잖아. 뭐 좀 배운 거 없어?”

“몸 쓰는 법이라면 약간. 하지만 그 정도로 장검류를 다루기는 조금 문제가 있지.”


성기사가 되는 것에 무기 제한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외적인 모습이 있지 않겠는가. 성녀를 수호하는 인물이 단검을 양 손에 들고 움직이는 건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았다.


“어차피 대강 쓴다고, 남편한테 위협이 되는 사람이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적당히 사용 해.”

“그래야 하려나.”


탁. 운페이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세일럽으로 우려낸 차는 끝 맛이 상쾌했다. 입에서 풀잎 향이 나는 것 같았다.


“그럼 쓸 만 한 무기나 좀 사러 가자.”

“어울리는 걸로 골라줄게.”


사람이나 뱀파이어나.

쇼핑을 좋아하는 건 한결 같았다.



***



가게를 내려가 5분 가량을 걸어가니, 그럴싸해 보이는 무구점이 보였다.

대회를 대비하기 위함인지,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검, 도끼, 철퇴. 온갖 무구들을 들어 보며, 흥정하기 바빴다.


“어이. 이거 나한테 어울리냐?”

“킥킥. 병신아, 그거 들고 싸우다가는 넘어져서 네 대가리 쪼개가 십상이다.”

“아우. 말을 해도 꼭 그렇게 하냐?”


친구사이로 보이는 남자 둘이, 날이 두꺼운 배틀 엑스를 보며 히히덕거렸다. 배틀 엑스는 가죽이 두꺼운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무기이나, 어지간한 힘으로는 들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거기 둘. 네깟 놈들이 들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니까, 썩 놓고 다른 거나 찾아 봐라.”

“뭐!? 누군데, 그딴 소리야.”


가게 안쪽에서 한 남자가 히히덕거리던 이들에게 쏘아붙였다.

40초입으로 보였는데, 입술 위쪽으로 두꺼운 흉터가 있어, 느낌이 굉장히 흉흉했다.


“야야. 그만 해. 저 사람이 크랄이야.”

“크랄? 그 미친 개?”


미친개라는 소리에, 크랄이 눈을 부라렸다.

‘힉!’ 두 남자가 기겁을 하며 배틀 엑스를 내려놓으며 가게 밖으로 도망쳤다. ‘머저리들.’ 크랄이 흐트러진 배틀 엑스를 다시 진열해 놨다. 험한 말투와는 달리 동작은 꽤 섬세했다.


“당신이 이곳의 주인인가요?”

“응? 누구요? 처음 보는 사람 같은데.”


크랄이 운페이의 전신을 훑었다.

그의 버릇이다. 무기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위력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체형, 근력, 움직이는 버릇 등. 기본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무구상인의 기본적인 덕목이었다.


‘……음?’


헌데, 눈앞에 있는 남자는 읽기가 쉽지 않았다.

겉으로 보이는 체형이나, 근육 양으로 봐서는 그리 강건하지는 않다. 하지만 서 있는 자세나 풍기는 기도 등이 여간내기가 아니라고 속삭이고 있다. 이렇게 상반 된 느낌을 동시에 받은 건 정말로 흔한 일이 아니었다.


“무기를 좀 사러 왔습니다. 대회에 사용할 걸로 괜찮은 게 있을까요? 이왕이면 장검류가 좋겠군요.”

“장검?”


비스듬히 서 있는 자세, 낮게 내려간 손, 다른 곳보다 발달 된 엄지손가락. 딱 봐도 장검류를 단련한 인물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크랄이 흥미를 느꼈다. 상반된 느낌을 자아내는데다가, 어울리지 않는 무기를 찾는다. 적어도 가게 안에 들어와 있는 어중이떠중이와는 다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흠. 이쪽으로 봐 보슈.”


크랄은 가게 안쪽으로 향했다.

입구부터 시작되어 전시 된 물건들은 평범한 것들뿐이다. 강도가 약하거나, 날이 제대로 서지 않은 건 아니지만 특색이 없었다. 누구나 사용해도 되는 그렇고 그런 물건들 뿐. 정말로, 자신에게 꼭 맞는 물건을 찾고 싶다면, 그곳에서는 무리였다.


“어째서 장검을 찾는 거요? 보아하니, 배운 건 다른 것 같은데.”

“호. 그게 보이는 겁니까?”

“이 짓만 30년이 넘었수다. 그 정도는 척 보면 나오는 거지.”


담담한 말에 운페이가 웃었다.

발길 따라 찾아온 것뿐인데, 제법 괜찮은 곳을 찾은 것 같았다. 배틀 엑스를 섬세하게 다루는 손길이나, 단 번에 사용하는 무기를 알아보는 눈썰미. 적어도 허접한 무기를 내어 놓을 것 같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서요. 쓸 만 한 게 있나 모르겠군요.”

“흠. 이거 한 번 들어보슈.”


크랄이 상자에서 장검 하나를 꺼내 운페이에게 건넸다.

폭이 좁고, 길이가 롱소드보다 짧았다. 순찰대가 사용하는 팽(찌르기에 특화 된 꼬챙이. 성국에서만 이렇게 부른다.)과 비슷했다.


휙휙. 운페이가 검을 들고 가볍게 휘둘러 봤다.

중심이 낮게 잡혀 있어서 베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흠.”


날을 바짝 쥐고는 검을 몸 안쪽으로 당겼다.

그리고 찌르기. 쩡!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앞으로 한 줄기 궤적이 그려졌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앞에 선 크랄은 소리가 들리고 난 다음에야 그가 찌르기를 시도했다는 사실을 인지 할 수 있었다.


“허어. 당신, 보통 사람이 아니군.”

“킥. 남편이 제대로 싸우는 걸 보면 기절할 걸?”

“제대로? 역시 주 무기는 다른 것이란 말이오?”

“뭐, 배운 건 단병기입니다. 그 중에서도 찌르기에 특화 된 수련을 했죠.”


운페이가 검을 빙빙 돌리다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다.

굉장히 잘 만들어진 검이기는 하지만, 그의 찌르기를 버틸 수 있는 강도는 아니었다. 아마 두어 번 같은 공격을 펼친다면 그대로 부서졌을 것이다.


“……그러니까, 수련은 찌르기에 특화 된 단병기로 했지만, 지금은 장병기를 찾는다 이거요?”

“하하. 꽤나 복잡한 주문이 되어 버렸군요.”


운페이가 머리를 긁으며 웃자, 크랄이 콧김을 킁! 하며 내뱉고는 손을 흔들었다.

쿵쾅거리는 걸음으로 방구석으로 가서, 꽁꽁 숨겨 둔 상자를 꺼내왔다.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어? 보탈(Botal) 문자?”


비올레가 상자 겉면에 새겨진 문자를 알아봤다.

지렁이 기어가는 것 같은 형태였지만, 문자는 맞는 것 같았다.


“허. 이걸 알아본다는 말이오? 나야, 받을 때 들어서 알지만.”

“뭐, 이런 쪽으로는 교양이 조금 있어서.”


비올레가 새침하게 말 한 뒤, 운페이에게 귓속말을 했다.


“꼭 사. 이건, 상급 마병이야.”


남편의 소비를 도와주는 것이 현명한 아내.

그녀는 이를 착실하게 이행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늦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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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Chapter 3. 누구시더라? +22 14.04.10 12,945 394 8쪽
23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9 13,014 379 8쪽
22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8 13,046 379 9쪽
21 Chapter 3. 누구시더라? +9 14.04.07 13,285 399 9쪽
20 Chapter 3. 누구시더라? +10 14.04.06 13,813 444 9쪽
19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4 13,930 397 9쪽
18 Chapter 3. 누구시더라? +18 14.04.03 13,461 403 8쪽
»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3 14,168 411 9쪽
16 Chapter 3. 누구시더라? +11 14.04.01 14,886 384 9쪽
15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0 14.03.31 15,442 432 10쪽
14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7 14.03.30 15,275 426 9쪽
13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4 14.03.29 16,092 537 8쪽
12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1 14.03.28 15,974 423 9쪽
11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1 14.03.27 16,389 417 8쪽
10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4 14.03.26 16,104 415 10쪽
9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2 14.03.24 16,608 475 12쪽
8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5 14.03.24 17,289 483 10쪽
7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8 14.03.23 18,498 505 10쪽
6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6 14.03.22 18,376 465 11쪽
5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1 14.03.21 19,924 468 9쪽
4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3 14.03.20 21,602 562 8쪽
3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9 21,712 500 9쪽
2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8 25,134 598 8쪽
1 Prologue +13 14.03.18 25,792 679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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