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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 마누라는 뱀파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14.03.18 10:19
최근연재일 :
2014.09.23 17:19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993,275
추천수 :
30,276
글자수 :
629,779

작성
14.03.19 09:56
조회
21,749
추천
500
글자
9쪽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DUMMY

성국에서 제일가는 사람이 누구냐 묻는다면 백이면 백 교황을 뽑을 것이다. 성국의 정신적 지주이며, 그 기반이 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국에서 가장 강한 사람을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제 1성기사 슈레인을 꼽을 것이다.


슈레인은 성국이 세워진 이후, 가장 강력한 성기사라 칭송받는 인물이다. 190cm에 달하는 큰 키에, 산악 거인을 닮은 근육. 굳건한 신앙에서 나오는 강력한 성력까지. 누구도 이견을 달지 못하는 성국 제일의 기사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한 가지 아킬레스건은 있다.


10년 전. 제자라 할 수 있는 남자가 죽음 끝에 맡긴 아이를 잃어버린 일이다. 사고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주변 사람들은 한 결 같이 그의 잘못이 아니라 말했지만, 그 스스로는 이것을 거대한 짐이라 여겼다.


성국 제일의 기사이면 무엇 하나. 한 아이조차 지키기 못했거늘.

그가 항상 스스로에게 되뇌는 말이다.


“……운페이라 했나?”


그 당시 그가 잃어버린 아이의 이름이 운페이.

10년 전 붉은 숲 너머로 사라졌다는 아이의 이름이 오늘 다시 들려온 것이다.


소식을 전하기 위해 달려온 병사의 어깨를 누르며, 슈레인이 다시 한 번 물었다.


“마, 맞습니다. 서문 경비대장이 그리 전하라 했습니다.”

“서문이라면 젠킨이 있는 곳인가? 그렇군. 그라면 그 이름을 알 수 있지.”


10년 전 사건이 일어났던 곳도 서문을 통해서 연결된 지역이었다. 슈레인의 기억에 의하면 젠킨은 당시 수비 대장으로 막 임명 받았던 상태다. 난감한 상황에서도 침착성을 지키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다.


슈레인이 망설임 없이 서문으로 향했다.

제 1전당(殿堂)에 모여 있던 그의 부하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우르르 쫒아 나왔다. 부단장 롬멜부터 돌격기사 유펠까지. 긴 꼬리를 이어 서문으로 향하니, 일상을 준비하던 주민들이 창문을 열고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슈레인 경!”


그의 등장에 서문 초소를 지키던 병사 하나가 기겁을 하며 외쳤다.

성기사는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게다가 지금은 그의 휘하 병력들이 상당수 모여서 오지 않았던가. 설마 무슨 큰 일이 난 게 아닐까 싶어 얼굴부터 시작해서 전신이 빳빳하게 굳었다.


“경비대장에게 안내하게.”

“아, 알겠습니다.”


슈레인이 병사를 따라 안으로 사라졌다.

뒤따라 왔던 롬멜 등이 웅성거리는 병력을 정돈시켰다. 전부 다 따라가기에는 내부 초소가 그리 넓지 않았다.


끼익.


낡은 문이 열리고, 경비대장이 머무르는 방의 전경이 슈레인의 눈에 들어왔다. 오크나무로 만든 탁자, 누오의 뿔로 만든 거치대, 산양의 털로 만들 카펫까지. 수수하지만, 잘 정돈된 모습이었다.


“……네가?”


그 안에 두 사람이 서 있다.

한 명은 경비 대장인 젠킨이고, 다른 한 명은 낯선 청년이었다. 큰 키에 날카로운 인상. 뒤로 질끈 묶은 머리가 어깨위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슈레인. 슈레인 아저씨.”

“아……맞구나. 운페이. 네가 맞아.”


그를 보는 순간 슈레인은 확신 할 수 있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어릴 적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가지런한 이마와, 짙은 눈썹. 조금은 날카롭게 찢어진 눈매까지.


게다가 운페이는 동방제국 사람과의 혼혈이다.

얼굴색이 창백한 편인 성국 사람들과는 외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더군다나 그의 아버지가 남긴 붉은 눈동자까지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운페이가 아니라고 도무지 부정을 할 수가 없었다.


“대체 어디서……”


그가 운페이의 손을 강하게 부여잡았다.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 그가 조금 놀라며 운페이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살폈다. 짐승의 가죽을 덧대어 만든 조끼와 바지. 엇갈려 묵은 벨트와, 누오의 모피로 만든 망토까지. 아무것도 모른 채 보았다면 사냥꾼이라 말 했을 법 한 모습이었다.


“어떻게 된 거냐? 아니, 지금까지 어찌 지낸 것이냐?”

“너무나 긴 얘기에요. 이곳에서 다 하기는 힘들 거 같네요.”

“아, 그렇지. 내가 너무 서둘렀구나. 음. 젠킨 대장. 이 아이는 내가 데리고 가도록 하겠네. 그래도 괜찮겠나?”

“슈레인 경께서 신원을 보장하는 겁니까?”

“그렇게 하지. 무슨 일이 있다면 내가 책임을 지겠네.”


젠킨이 잠시 슈레인을 응시했다.

그도 사정을 알고 있다. 수색에 참여하여 한 달 내내 밖을 돌았던 것이 그이니까. 하지만 10년 만에 등장한 아이를 덜컥 맞다고 믿는 건 조금 걱정스러웠다.


보통 사람이라면 제1 성기사인 슈레인이 말했다는 사실 만으로 그대로 이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젠킨은 다르다. 불시 검문에 걸린 성기사의 자제를 그대로 투옥시킨 일도 있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성국의 안전. 설사 그 대상이 슈레인이라 해도 허투루 넘어 갈 수는 없었다.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군.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면 되겠나?”

“그렇게 해 주신다면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딱딱한 젠킨의 반응에 슈레인이 옅게 웃었다.

성국 네 방위를 수호하는 인물 중 가장 딱딱한 것이 그다. 하지만 그 만큼 믿음이 가는 것도 그였다.


“운페이. 네 등을 보여 줄 수 있겠느냐? 어릴 적 불에 대인 상처라면 저 고지식한 젠킨도 인정을 할 수 밖에는 없겠지.”


슈레인은 10년 전, 일어났던 한 가지 일을 기억해냈다.

운페이를 맡은 지 얼마 안지나 일어났던 일이다. 그의 아들과 놀던 운페이가 등이 깨지며 난 화재에서 등을 크게 다친 일이 있었다. 꽤나 큰 상처를 입었으니,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해도 흉터가 남아 있을 것이다.


스윽. 운페이가 가타부타 말없이 옷을 벗었다.

망토를 내려놓고, 껴입고 있던 외투를 하나씩 제거했다. 맨살 위로 걸치고 있던 모피마저 걷어내니, 그의 상체가 온전히 드러났다.


“……”


슈레인과 젠킨이 거의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운페이의 등 근육이 놀라울 정도로 잘 발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짐을 지거나, 단순 노동을 해서는 생길 수 없는 근육이었다. 철저하게 단련해 되어 있는 근육. 그것도 고등의 수법을 통해서 만들어진 형태였다.


“흉터는 있군. 어떤가? 이제 내가 데리고 가도 되겠나?”


슈레인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단련된 근육의 형태와 상관없이 화상의 흔적은 등 뒤를 덮고 있었다.


“그 전에 몇 가지만 묻고 싶습니다.”


젠킨이 운페이의 앞으로 걸어갔다.

등 근육만큼 상체의 다른 부위 역시 잘 발달되어 있었다. 부하들을 대려다 놓고 ‘근육은 이렇게 키우는 거다!’ 라고 훈계하고 싶은 형태였다.


“병기술을 배운 게 있나?”

“단검과 활을 조금 다룹니다.”

“누구에게 배웠지?”

“붉은 숲에 사는 사냥꾼들에게서 배웠습니다.”


젠킨이 눈살을 찌푸렸다.

운페이가 거짓을 말하는지 알아내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변함이 없다. 담담하게 눈빛을 받으며 다시 옷을 챙겨 입었다.


성국의 서문을 벗어나 하루 정도 걸으면 붉은 숲이 나온다.

그리고 이곳에는 숲의 사냥꾼이라 불리는 자들이 살고 있다. 하지만 워낙 은밀하고 폐쇄적인 이들이라, 대대적으로 병력을 풀어도 찾아낸 이력이 얼마 없다.


그런데, 10년 전에 사라진 아이가 그런 이들의 품에서 자라고 병기술까지 배웠다. 게다가 지금에 와서 이렇게 멀쩡하게 돌아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수상쩍은 것 투성이었다.


“질문은 다 했겠지? 그럼 데리고 가겠네.”


말이 끝나자마자 슈레인이 요구했다.

평소 보이던 진중한 모습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10년의 짐. 그것은 제1 성기사라 하여도 초조함을 느끼게 하는 힘이 있었다.


젠킨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원이 확인 된 이상 더 이상 붙잡고 있기가 힘들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몇 번 더 조사를 위해서 찾아가 볼 거 같군요.”

“알겠네. 내 자네의 직분을 모르는 것이 아니니 얼마든지 협조를 하지. 하지만 이 아이는 운페이가 맞아. 내가 보장을 하겠네.”


슈레인이 운페이를 데리고 방을 벗어났다.

그 모습을 젠킨이 꽤나 오랫동안 바라봤다.


‘운페이가 맞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떤 이유로 돌아왔는가.

그게 중요한 것이지. 젠킨이 입술을 곱씹었다.


작가의말

성기사는 기본적으로 기사 단장의 직위를 가집니다.

휘하에 일반 기사를 둡니다.


지휘를 보조하는 부단장. 전면에서 돌격하는 돌격기사 등. 각자의 재량에 맞춰서 2~5명의 기사를 부하로 둡니다.


성기사가 총괄하는 병력은 최대 일천을 넘지 못합니다.


* 재밌게 보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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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9 13,024 379 8쪽
22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8 13,057 379 9쪽
21 Chapter 3. 누구시더라? +9 14.04.07 13,295 399 9쪽
20 Chapter 3. 누구시더라? +10 14.04.06 13,826 444 9쪽
19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4 13,942 397 9쪽
18 Chapter 3. 누구시더라? +18 14.04.03 13,474 403 8쪽
17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3 14,181 411 9쪽
16 Chapter 3. 누구시더라? +11 14.04.01 14,903 384 9쪽
15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0 14.03.31 15,461 432 10쪽
14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7 14.03.30 15,294 426 9쪽
13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4 14.03.29 16,112 537 8쪽
12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1 14.03.28 15,994 423 9쪽
11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1 14.03.27 16,409 417 8쪽
10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4 14.03.26 16,126 415 10쪽
9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2 14.03.24 16,630 475 12쪽
8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5 14.03.24 17,313 483 10쪽
7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8 14.03.23 18,521 505 10쪽
6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6 14.03.22 18,402 465 11쪽
5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1 14.03.21 19,950 468 9쪽
4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3 14.03.20 21,633 562 8쪽
»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9 21,750 500 9쪽
2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8 25,177 598 8쪽
1 Prologue +13 14.03.18 25,841 679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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