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 마누라는 뱀파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14.03.18 10:19
최근연재일 :
2014.09.23 17:19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992,350
추천수 :
30,275
글자수 :
629,779

작성
14.04.03 19:18
조회
13,461
추천
403
글자
8쪽

Chapter 3. 누구시더라?

DUMMY

인간은 몬스터보다 약하다.

그것은 변할 수 없는 진리. 그렇기에, 인간은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미지의 힘을 끌어와, 신체를 강화시켰고, 보다 높은 존재에게 힘을 갈구하기도 했다.


전사, 성기사, 마법사, 주술사 등.

수많은 이들의 탄생은 이런 기초적인 욕구에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부족함을 느꼈다.

아무리 많은 힘을 우겨 넣어도, 인간의 신체는 기본적으로 몬스터보다 약했고, 불의의 습격 등에서 몸을 보호 할 수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마병이다.

동물 따위나 때려잡던 무기에, 신비한 힘을 우겨 넣어, 몬스터를 상대 할 수 있게끔 만든 것이다.


성력부터 시작해서 주술사들이 사용하는 기묘한 힘까지 다양하게 들어간다. 방식도 각양각색. 문양을 새기는 이들도 있고, 피나 동물의 체액 따위로 연결을 맺는 이들도 있다. 그만큼 생김새도 다양하고, 사용법도 중구난방이지만, 부르는 이름은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


그게 바로 마병.

마법에 사용하는 마자와 같은 발음이라 그들만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속뜻은 다르다.


그럼 이름을 바꾸지?

이리 묻는 이들도 있지만, 세월이 켜켜이 묻다 보니, 그냥 그대로 고착된 걸 어쩔 방법은 없었다. 성력이 들어가도 마병, 마력이 들어가도 마병. 주술로 동물의 핏물 따위를 우겨 넣어도 마병인 것이다.


“모양이 상당히 특이하군요.”


운페이 검을 들고 휘휘 돌려봤다.

손잡이 부근부터 차츰 검폭이 좁아지는 형태였다. 얼핏 브로드 소드와 비슷했는데, 폭이 좁아지는 비율이 굉장히 높았다. 무슨 이유로 이리 만들었는지 의문이 가는 형태였다.


“그 모양 때문에 팔지도 못하고 있수다. 그쪽 조건에는 대충 맞을 거 같은데. 어떠오?”

“흐음.”


기묘한 생김새에 비해서는 중심이 잘 맞는 편이다.

베기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돌리고, 흘리기는 괜찮다. 훅 하고 찔러 보지만, 뾰족한 검극의 모양새 치고는 힘이 실리지 않는다. 차라리 방어용 검이라 생각하는 편이 나았다.


“의식용 검인가?”

“그런 거 치고는 안 예쁜데?”

“예뻐야만 의식에 쓰이냐?”

“보탈 인들이 얼마나 심미관이 까다로운지 모르는구나? 이런 모양이면 길바닥에 버려도 안 주워 갔을 걸?”


물론, 이건 거짓말이다.

보탈인들이 나름대로의 심미관이 있는 건 맞지만, 기준이 넉넉하다. 대충 돌 하나 주워 다가 밑동 부수고 세워나도 길 가던 보탈인이 신성스럽다고 절 할 정도.


“모양이 조금 그렇지만, 물건 자체는 빼어나지. 내가 몇 번이고 실험을 해 봤지만, 어지간한 무기보다 강도가 뛰어나오.”

“흐응. 단단하기만 한 걸 사자면, 차라리 철판을 들고 휘두르지. 남편이 사용 할 건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무기인데, 이런 형태 라서야 제대로 움직임이 나오겠어?”

“허나, 그쪽 분은 꽤 마음에 드는 것 같은데?”


두 사람의 시선에 운페이에게 쏠렸다.

웃고 있던 그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손에 쥐고 몇 번 더 휘둘러보니, 생각 외로 느낌이 괜찮았다.


“남편?”

“하하. 미안. 하지만, 마음에 드는 걸. 돈은 여유가 있으니, 너무 깎으려 하지 말자고. 얼마를 원하십니까?”


운페이가 툭 던지자, 비올레가 부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기껏 아내 된 도리 한다며 흥정을 했는데, 말 한 마디로 다 엎어 버린 것이다.


“더도 말고 10실버만 주시오.”


싸다. 상급 마병임을 고려하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싼 가격이다.


“어디서 얻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버지의 아버지대로부터 내려오는 물건이라서, 어디서 났는지는 나도 모르오.”

“역사가 있는 물건이라. 그럼 10실버는 너무 싸군요.”


운페이가 창고를 열어 골드를 꺼냈다.

번쩍이는 빛에, 크랄이 입을 떡하니 벌렸다. 장사를 한 지 30년이 넘도록, 금화는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입에서 침이라도 흘러나올 지경이었다.


“받으세요.”


팅. 운페이가 동전을 튕겼다.

얼떨결에 금화를 받아 든 크랄이 그와 동전을 번갈아 바라봤다. 크랄이 언급한 금액은 10실버. 금화는 그것의 100배 가치를 지닌다. 이대로 받아도 괜찮은가 싶었던 것이다.


“그 정도 가치는 충분히 하는 물건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허. 괜찮은 손님 하나 잡았다 여겼는데, 귀인이었군. 귀인이었어.”


운페이가 검을 가볍게 휘둘러 봤다.

바람의 흐름이 검면을 타고 손끝으로 전해졌다. 일정한 법칙. 단지 마병의 가치만이 있는 게 아니다. 무기를 만든 이가 검 자체에 무법을 새겨 놓았다. 새겨진 흐름이 힘의 유동을 그리고, 이는 몸 쓰는 법을 각인시킨다. 굉장한 수준의 인물이 무기를 만든 것이 분명했다.


‘1골드도 싸지.’


만약 제대로 가치를 증명 받아, 경매라도 열리면 그 수백 배. 아니, 수천 배의 가치를 지닐 수도 있다. 이런 물건이, 가게 구석에서 썩고 있었던 것이 이상할 따름이다.


‘내가 필요하다 여기니, 네가 날 부른 게냐?’


그가 검을 보며 속삭였다.

우웅. 대답이라도 하는 듯, 검이 낮게 울었다.


“검집은 무료로 해 주는 거지?”


이건 비올레의 말.

흥정은 물 건너갔지만, 아직 현명한 아내의 꿈은 버리지 않았다.




***




“마법사의 도움으로 전사가 무법을 새겼다. 꽤나 사연 있는 물건이군.”

“그런 걸 10실버에 살 수 있었던 거고.”

“그만 풀라니까. 이런 물건을 그런 헐값에 가져가는 건 옳지 않아. 마음 같아서는 돈을 더 주고 싶지만, 그러면 네가 화 낼 거 같아서 1골드로 정한 거라고.”


그래도 영 마뜩치 않은 듯싶다.

비올레의 입술이 들어갈 줄을 모르고 있다. 한껏 폼 잡으며 현명한 아내가 돼 보려 했는데, 대번에 거부당한 꼴 아닌가. 시간이 자정이었다면, 칼부림 났을 지 모른다.


“그래도, 우리 아내님 덕분에 검집은 공짜로 얻었잖아. 이거, 꽤 잘 어울린다고.”

“……그래?”

“응. 가죽 마금질을 잘 해서 오랫동안 쓸 수 있을 거 같아. 검 날이 걸리지도 않고, 크기에 딱 맞아서 거치적거리지도 않네.”


그 뒤로 한참이나 그녀의 현명함에 대해서 토로해야 했다.

낮 시간에 애교가 많아짐은 좋으나, 그 만큼 토라지는 일도 많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런 여자를 사랑해서 결혼 한 것은 그 자신이니.


“라쿰(Lakoom) 이라고 해 봐.”


마병의 발동은 담겨진 힘에 따라 변한다.

전사의 그것이면 스피릿에 반응하고, 마법사의 그것이면 마력에 반응한다. 하지만 그보다 상급의 물건은 단어 하나에 반응하도록 만들어진다.


“라쿰.”


운페이가 검을 쥐고 시동어를 외쳤다.

검면을 타고 푸른빛이 새어나왔다. 굉장히 서늘하다. ‘냉기 계열의 마법인가?’ 작게 읊조리며, 검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쩌저저적-!


궤적에 이어지는 부분으로 얼음길이 생겨났다. 사람 팔 만한 높이로, 비죽비죽 가시를 단 체, 커다란 기둥을 만든 것이다. 약 5m남짓. 순간적으로 대기를 얼려서 이러한 이적을 만들었다.


“흐음.”


마력의 유동은 검의 가장 안쪽에서 시작되었다.

능력을 발현시키는 힘의 원천이 그곳에 있다는 말이다. 마력을 사용했으니, 마법사들이 애용하는 마정석이 박혀 있을 수도 있고, 그것이 아니라면.


“코어 메탈이 박혀 있을 수도 있겠군.”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코어 메탈을 처음 발견한 사람들이 보탈 인들이니까.”

“아, 그래?”

“응.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보탈 인들은 정말로 대단한 문명을 일구었었어. 코어 메탈로 이루어진 왕국을 건설하고, 자동화 시설을 갖추었었지. 그 일이 없었다면, 대륙의 패자는 아직도 그들이었을걸?”


보탈인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남아있지 않다.

그들이 과거에 큰 제국을 이루었다는 것 정도. 지금에 와서는 고대 문명 정도로 여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무구점 주인인 크랄이, 보탈어라는 걸 전해 들었다는 게 신기 할 수준이다.


“잊힌 문명의 무기라. 마음에 드는군.”


휙휙. 운페이가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그때마다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검도 그가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작가의말

2편!! 우와, 대견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마누라는 뱀파이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Chapter 3. 누구시더라? +22 14.04.10 12,945 394 8쪽
23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9 13,014 379 8쪽
22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8 13,047 379 9쪽
21 Chapter 3. 누구시더라? +9 14.04.07 13,285 399 9쪽
20 Chapter 3. 누구시더라? +10 14.04.06 13,813 444 9쪽
19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4 13,930 397 9쪽
» Chapter 3. 누구시더라? +18 14.04.03 13,462 403 8쪽
17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3 14,168 411 9쪽
16 Chapter 3. 누구시더라? +11 14.04.01 14,886 384 9쪽
15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0 14.03.31 15,442 432 10쪽
14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7 14.03.30 15,276 426 9쪽
13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4 14.03.29 16,092 537 8쪽
12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1 14.03.28 15,974 423 9쪽
11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1 14.03.27 16,389 417 8쪽
10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4 14.03.26 16,105 415 10쪽
9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2 14.03.24 16,609 475 12쪽
8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5 14.03.24 17,289 483 10쪽
7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8 14.03.23 18,498 505 10쪽
6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6 14.03.22 18,377 465 11쪽
5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1 14.03.21 19,924 468 9쪽
4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3 14.03.20 21,602 562 8쪽
3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9 21,712 500 9쪽
2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8 25,134 598 8쪽
1 Prologue +13 14.03.18 25,793 679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