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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 마누라는 뱀파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14.03.18 10:19
최근연재일 :
2014.09.23 17:19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992,157
추천수 :
30,275
글자수 :
629,779

작성
14.03.18 10:26
조회
25,123
추천
598
글자
8쪽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DUMMY

젠킨은 성국의 서문을 지키는 경비병이다.

일견 우스운 직함이라 여길 수 있지만, 성국을 수호하는 네 방위의 문들은 성기사 직속 부하들만이 관리 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이다. 그렇기에 그는 평소 이 일에 자부심이 많았고, 작은 일이라 해도 허투루 다루지 않으려 노력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남들보다 조금 이른 시간이 일어나 성문 주변을 순찰하고, 가도나 종각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나 살폈다. 그리고 나서는 밤새워 근무를 선 후임 병사들을 독려하며 야간 근무자에게서 업무를 인계받았다.


그의 이런 칼 같은 업무를 싫어하는 병사들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존경하고 좋아했다. 성국이 북부 [통곡의 벽]을 관리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오늘도 기운이 넘치시는군요.”

“다를 게 있나. 평소와 같을 뿐이지.”


젠킨이 성벽에 올라 순시를 돌자, 사수대의 조장을 맡고 있는 빌튼이 농담 삼아 말을 걸었다. 매일같이 열성인 젠킨을 그는 싫어하지 않았다. 아니, 좋아하는 편이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겨서 뒤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아마도 그를 택할 것이다.


“오늘은 눈보라가 심합니다. 가시거리가 짧아 [누오]들이 제대로 보일 지 걱정 되는군요.”

“확실히 눈발이 거세기는 하군.”

“간이 조명이라도 설치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흠.”


간이 조명은 철 기둥에 야광석을 박아 넣은 것으로, 눈발이 심한 날에 거리를 재기 위한 용도로 사용한다. 눈밭에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치면 성벽 사수들은 거리를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내, 외곽 순찰조에 말 하도록 하지.”

“하하. 부탁하겠습니다.”


젠킨은 그 뒤로도 성벽을 두어 차례 오가며 점검했다. 빡빡한 그의 행동에 사수들이 농담 삼아 뒤가 더 무섭다고 말하기는 했으나, 그의 걸음을 잡지는 못했다.


1차 점검을 마친 젠킨은 성벽 아래에 있는 초소로 내려와 순찰조를 꾸렸다. 매일 정시에 출발하는 순찰조는 성벽 주변 알람 마법이 설치된 트랩 구간을 살피고, 북부에 있는 통곡의 벽으로 통하는 길을 점검한다.


이는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항상 거행되는 업무다.

성기사단이 몬스터들을 맞이해서 싸우는 창이라 한다면 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비하는 눈이요, 손이었다.


“오늘은 눈보라가 심하니 단단히 챙겨 입어라. 불편하다고 대충 입은 놈 보이면 그 자리에서 다 벗겨 버릴 줄 알아.”

“어이쿠! 그러면 힐만이 좋아하겠는데요?”

“으하하하!”


힐만은 순찰대내에서 얼굴이 가장 곱상한 남자다.

그런 이유로 이런 농담에 희생양이 되곤 했는데, 그도 경비대에 배치 된지가 어언 3년. 가볍게 웃음으로 넘길 정도가 되었다.


“다 챙겼나?”

“네!!”


단단한 대답에 젠킨이 희미하게 웃고는 앞장서 나갔다.

성국 내부 최고의 엘리트라는 성기사. 그 직속 부하인 그가 이런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유대감이 한 몫 했다. 서로의 목숨을 하나로 연결하여 험로를 이겨내는 그 쾌감.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원동력이었다.




***




짙은 눈발이 흩날렸다.

젠킨은 생각보다 거센 눈발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오랜 경험 상 그리 쉽게 잠잠해질 날씨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성벽에 선 사수들의 가시거리는 계속 짧아질 것이고, 지근거리로 접근하는 누오에게 취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외곽에 놓인 트랩이 만능은 아니니, 결국 중요한 것은 사수들의 두 눈이었다.


“대장님, 이곳에 설치할까요?”

“깊이 박아라. 예상보다 눈이 많이 내렸으니, 땅에 닿으려면 평소보다 힘 좀 써야 할 거야.”


간이조명을 서문 밖 일정 간격마다 배치했다.

영구적으로 유지되는 물건이 있다면 좋겠지만, 날씨와 주변을 배회하는 누오들 탓에 그러기는 힘들었다.


“휴. 날씨가 만만치 않군요. 한 동안 햇살이 비친다 싶어 좋아했더니, 바로 마음을 돌리네요.”

“북쪽에 사는 요들레인은 마음이 사춘기 소녀 같아 재 맘대로 눈을 뿌린다 하지 않느냐. 다 우리가 끼고 살아야 할 분들이지.”

“하하. 누가 보면 대장님 집구석에서 요들레인이 밥이라도 하고 있는 줄 알겠습니다.”

“그건 또, 그것대로 무섭군. 화가 나면 집구석이 다 얼어 버릴 것 아니냐?”

“하하하!”


요들레인은 날씨를 관장하는 신의 이름으로 성국에서는 혹독한 날씨 탓에 새침때기 계집, 발정 난 과부 등으로 불리 우고 있다.


간이 조명을 모두 설치한 젠킨은 방향을 조금 더 북쪽으로 틀었다.

통곡의 벽과 성국 사이로 존재하는 트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성국에는 마법사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시기적절하게 점검해 주지 않는다면 얼마 못 가 못 쓰게 돼 버린다.


쿠우우우우……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쳤다.

한 발자국도 내딛기 힘들 정도로 날씨가 험했다. 처음 서문을 통해 나올 때보다도 더욱 심해진 것 같다. 젠킨이 허리에 맨 구명줄을 바짝 당겨 멨다. 각 대원들을 연결하고 있는 이 줄은 이런 혹한 상황에서 서로를 지지해 주는 생명줄과 같았다.


“……어!? 대장님! 저기, 뭔가 보입니다!”


그때, 누칸이 설원의 한편을 가리키며 외쳤다.

그는 정찰조원 중 가장 시력이 좋았다. 젠킨이 손으로 눈보라를 막아서며 그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시야를 좁혔다.


‘누오? 아니, 사람인가……’


누오는 사 족 보행을 한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은 매우 작지만 분명 이족 보행을 하고 있다. 일대에 사는 몬스터 중 두 발로 걷는 건 없다. 즉, 사람일 확률이 높다는 뜻. 하지만 이런 날씨에, 북쪽에서 내려오는 사람이라니. 반갑다면서 인사를 해 주기에는 상황이 썩 좋지 못했다.


“혹시 벽에서 사람이 오는 게 아닐까요?”

“벽에서 내려 올 거면 북문으로 향했겠지. 게다가 벽에서 사람을 단독으로 보낼 리도 없어.”


말을 주고받자, 멀리서 보이는 사람의 정체가 더 궁금해진다.

젠킨이 만약을 대비해 정차조원들을 준비시켰다. 일제히 허리 옆으로 차고 있던 꼬챙이를 꺼내들었다. 혹한의 지역에서 베는 무기는 의미가 없다. 한 곳을 찌를 수 있는 철 조각 따위가 훨씬 위력적이었다.


“거기, 누구인가!? 신원을 밝혀라!”


젠킨이 크게 외쳤다.

눈보라 사이로 소리가 먹혀 욍욍 거리며 흩어졌다. 그가 목을 쓰게 가다듬고는 뒤에 선 롤프를 돌아보며 손짓했다. 그가 조원 중에서는 가장 목청이 좋았다.


“거기 누구냐!? 신원을 밝혀라!!”


비슷한 내용으로. 그러나 조금 전 보다는 확실하게 큰 목소리로 롤프가 외쳤다.

운이 좋은 건지, 때 마침 눈보라도 조금 약해져 건너편으로 소리가 확실하게 전달되었다. 멀찍이 서 있던 사람 그림자가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사람……이 맞군. 누군데 이곳을 서성이는 건가?”


젠킨이 경계를 늦추지 않고 물었다.

식별이 될 만큼 다가온 자는 분명 사람이었다. 정찰조처럼 누오의 모피를 잔뜩 뒤집어쓰고, 양털을 그 안으로 우겨넣었다. 분명 따뜻해 보이는 복장이다. 다만, 잔뜩 껴입은 탓에 얼굴 식별이 어려웠다.


“……이.”


남자의 입이 느릿하게 열렸다.

스쳐가는 바람 소리에 말이 먹혀 흩어졌다. 젠킨이 눈을 찡그리며 다시 말 하라고 종용했다. 마주 선 남자가 조금 전 보다 강한 억양으로 다시 말을 뱉었다.


“운페이.”


신기하게도 그 순간 눈보라가 그쳤다.


작가의말

[누오] : 들소와 비슷한 형태의 몬스터. 잡식성. 평균 500Kg이상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 가죽이 두꺼워, 쉽게 칼이 박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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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Chapter 3. 누구시더라? +22 14.04.10 12,944 394 8쪽
23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9 13,013 379 8쪽
22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8 13,045 379 9쪽
21 Chapter 3. 누구시더라? +9 14.04.07 13,284 399 9쪽
20 Chapter 3. 누구시더라? +10 14.04.06 13,812 444 9쪽
19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4 13,929 397 9쪽
18 Chapter 3. 누구시더라? +18 14.04.03 13,460 403 8쪽
17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3 14,166 411 9쪽
16 Chapter 3. 누구시더라? +11 14.04.01 14,885 384 9쪽
15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0 14.03.31 15,440 432 10쪽
14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7 14.03.30 15,274 426 9쪽
13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4 14.03.29 16,090 537 8쪽
12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1 14.03.28 15,971 423 9쪽
11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1 14.03.27 16,387 417 8쪽
10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4 14.03.26 16,102 415 10쪽
9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2 14.03.24 16,606 475 12쪽
8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5 14.03.24 17,287 483 10쪽
7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8 14.03.23 18,496 505 10쪽
6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6 14.03.22 18,373 465 11쪽
5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1 14.03.21 19,921 468 9쪽
4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3 14.03.20 21,599 562 8쪽
3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9 21,708 500 9쪽
»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8 25,124 598 8쪽
1 Prologue +13 14.03.18 25,783 679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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