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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 마누라는 뱀파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14.03.18 10:19
최근연재일 :
2014.09.23 17:19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992,346
추천수 :
30,275
글자수 :
629,779

작성
14.03.22 09:55
조회
18,376
추천
465
글자
11쪽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DUMMY

성도는 많은 사람들이 사는 도시다.

하지만 지리적 위치 탓인지, 소문이 꽤나 빨리 도는 특성을 가졌다. 몬스터의 등장이나, 물품의 품귀 현상. 혹은, 여타 귀족 가족의 지원 등. 생활과 직접 관련 없는 내용이라 해도 입소문을 타고 금세 퍼졌다.


운페이의 등장 역시 이러한 이야기 중 하나였다.

성국 제 1성기사가 10년 전 잃어버렸던 아이. 친자식은 아니나, 부하였던 인물이 죽기 전에 맡겼던 아이라고 한다. 그 대우가 범상치 않으니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운페이?”


제 2기사단의 부단장을 맡고 있는 트라의 귀에도 이런 소식이 들어갔다.

그는 슈레인의 아들이다. 1년 전부터 제2 기사단에 배속되어, 현재는 숙소 생활을 하고 있었다.


친우인 패튼이 다급한 일이라고 들고 온 소식에, 조금은 황당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렇다니까. 지금 밖에 나가면 다, 그 얘기뿐이야. 혹시 아는 이름이야?”

“알기는 알지. 하지만 운페이라면 10년 전에 죽었을 텐데?”

“아니라니까 그러네. 10년 전에 붉은 숲으로 간 뒤에, 지금까지 쭉 살아왔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붉은 숲의 사냥꾼들이 키워 준 거 같아.”


트라가 손질하던 검을 내려놓았다.

잘 제련된 철제 검이다. 폭이 좋고, 찌르기에 특화되어 있다. 마른 헝겊으로 겉면을 부드럽게 감싼 뒤, 가죽으로 만든 집에다 조심스레 넣었다.


“자세하게 말 해봐.”


패튼이 저잣거리에서 들은 내용을 늘어놓았다.

젠킨과 운페이의 만남. 그의 생환 소식. 버선발로 달려온 슈레인의 모습까지. 10년 전 사라진 아이라는 소식에, 의뭉스러운 소문까지 곁들여져서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정말로 살아왔단 말인가?”

“10년 전에는 어땠어? 그가 정말로 너와 함께 슈레인 경의 검술을 배웠어?”

“배워? 웃기지도 않는 소리야, 패튼. 갈 곳 없는 거지 하나를 거둬서 먹여주고 재워주었더니, 주제도 모르고 훔쳐 본 거지.”

“아, 그래……?”


살벌한 트라의 기세에 패튼이 말을 줄였다.

같은 부대장의 위치이고, 나이가 동갑인 탓에 막역하게 지내고는 있지만 트라라는 인물은 조금 음험한 구석이 있었다. 가씀씩 비치는 이런 모습에, 쉬이 대할 수가 없었다.


그가 제 1성기사인 슈레인의 자제인 것도 한 몫 하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집에 가 봐야 할 거 같네.”

“연습은? 얼마 안 있어 토벌이 있잖아.”

“좀 부탁 할 게. 어차피 마무리만 남았잖아.”


툭툭 치는 트라의 손길에 패튼이 얼굴을 구겼다.

마무리라고는 하지만, 그게 이 일의 거의 대부분이었다. 토벌식 전에 사열이 가장 중요하니, 그 준비를 온전히 떠맡아야 했다. 하지만 낯빛이 굳은 트라 앞에서 안 된다고 말 할 수는 없었다.


‘내 입이 방정이지.’ 입을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덜그럭 거리는 짐마차가 지나가고, 가판으로 내 놓은 물건 뒤에서 상인이 목청 높여 소리를 지르고 있다. 흘러나온 잡풀 따위가 바닥을 구르자, 어린 애들이 나와 깔깔 거리며 그것을 손으로 잡기 위해 뛰어 다녔다. ‘정신 사나워, 이것들아!’ 어머니로 보이는 여인이 호통을 치고 있지만, 입에는 미소가 달려있다.


“흐음.”


성도, 상가거리 [세일].

상인들의 유입이 가장 남은 남문 근처에 위치해 있다. 성도 중앙, 교황이 머무르는 교황청 중앙대로 직전까지 영역을 이룬다. 성도 내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이고, 거의 유일하다시피 타 지역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다.


운페이가 그 거리 가운데 서 있다.


“어이, 비키라고. 젊은 놈이 뭐하고 있는 거야?”


수염을 길게 기른 중년 남성이 물건이 잔뜩 담긴 나무 상자를 들고 오며 운페이에게 외쳤다. 그가 너무 길 가운데에 서 있던 탓이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가 조금 물러나며 사과의 말을 던졌다.


“아, 죄송합니다. 예전 기억이 나서 그만 멍하니 있었네요.”

“외지인이냐?”

“아뇨. 오래전에 이곳에 살았었거든요. 혹시, 호페른이란 분에 대해서 아는 바가 있나요?”

“호페른?”


호페른은 운페이의 부친이 살아 있을 당시, 그의 옆집에 살던 남성의 이름이다. 라올이 자리를 비울 때면 항상 운페이를 챙겼었다. 거리를 둘러볼까 해서 나온 운페이가 이끌리듯 이곳에 도착한 것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10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거리도 많이 바뀌었고, 호페른이 살던 집도 지금은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아아. 호페른. 그 영감이라면 이 아래쪽에 작은 상점을 하나 열었을 걸? 이름이……‘터리’였던가?”

“아,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운페이가 남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길을 따라 내려갔다.

정비를 잘 해 둔 도로가 상점가 앞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 비슷비슷한 건물들. 주변을 휘휘 둘러보다 ‘터리’라 쓰인 간판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조금은 낡은 보이는 건물에, 먼지 쌓인 입구. 그다지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서오슈.’ 안쪽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한낮임에도 내부가 어둡다. 창문으로 걸어가 축 늘어진 커튼을 옆으로 밀어 재꼈다. 햇살이 쫙 들어오자, 카운터에 늘어져 있던 노인이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오랜만이에요.”

“으, 응? 뉘슈?”


10년만에 본 호페른은 많이 늙어 있었다.

주름진 얼굴이나 희끗해진 머리카락도 그러했지만, 눈빛이 많이 흐렸다. 당시만 해도 여느 청년 못지않게 반짝이는 눈을 가지고 있었는데. 운페이가 세월의 간극을 이런 곳에서 또 다시 느끼고 있었다.


“운페이에요. 어릴 적에 맡아서 놀아주곤 했잖아요. 기억나세요?”

“운……페이? 그 꼬마, 운페이?”


우당탕. 호페른이 넘어지듯 다가와 운페이의 앞에 섰다. 얼굴을 만지고 손을 잡아봤다. 정말로 운페이가 맞는지 확인을 하려했다. 그러다, 맞다 생각했는지 눈시울을 붉히더니, 그를 와락 안았다.


“맞구나, 맞아! 꼬마, 운페이가 맞아!”

“아파요, 아저씨.”

“하하하!”


운페이가 엄살을 부리자, 그는 뭐가 좋은지 등까지 팡팡 때려가며 웃었다. 10년 전 같이 놀아주던 옆집 아저씨 치고는 과한 행동이지만, 사실 둘의 관계는 그리 단순한 게 아니었다.


라올은 자유기사 측에서 나온 첫 번째 성기사라는 이름 때문에 많은 시간을 밖에서 보내야 했다. 집에 안 들어오는 날도 많았고, 그마저도 늦은 시간에 돌아와 간신히 얼굴이나 비출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라올을 대신해서 아버지 역할을 해 주었던 게 바로 호페른이다. 아들 내외를 몬스터에게 잃었던 그는 운페이를 아들처럼, 손자처럼 대했었다.


“소문은 얼핏 듣기는 했다만, 정말로 살아 있었다니. 대체 어떻게 된 거냐?”

“얘기하자면 길어요. 그나저나 이사는 왜 간 거예요? 예전 집 앞에서 꽤나 헤맸네요.”

“끙. 나야말로 이야기 하자면 길다. 일단, 들어와라. 서서 이야기 나누는 것도 모양새가 그러하니.”


가게 안으로 들어가 얘기를 주고받았다.

호페른의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았다. 그가 하던 장사는 짐승의 가죽 등을 가공해서 무구 점에 넘기는 중간 상. 그런데, 언제부턴가 무구점이 가죽 가공까지 같이 하면서 일거리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일용직이라도 얻어 볼까, 대형 무구점 문을 두드려 봤지만, 오늘 내일 하는 노인을 받아 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고생이 심하셨네요.”

“하하. 네가 겪은 일에 비하면 그건 고생이라고도 할 수 없지.”


아니라고 말 하지만 가게의 상태를 보자면 그게 허언임을 알 수 있다.

창틀에 쌓인 먼지나, 곳곳에 친 거미 줄. 여기저기 나도는 무두질을 하기 위한 도구들까지. 꽤나 오랫동안 일을 쉬었음을 알 수 있었다.


“……”


운페이가 잠시 생각했다.

사실 저택 밖으로 나온 것은 주변을 둘러보기 위함도 있지만, 몇 가지 물건을 처분하려는 목적이 주였다.


서문을 통과해서 성국에 들어왔을 당시 그는 젠킨에게 가지고 있던 소지품을 전부 맡겼었다. 신원이 불문명하니, 조사를 해 보고 건네준다는 내용이었다. 작은 단검 두 자루와 활 하나. 약초 꾸러미와 반지 두 개. 별 다른 이상점을 찾지 못했는지, 그것을 오늘 아침에 모두 돌려받을 수 있었다.


“아저씨, 아직 무두질 솜씨가 죽지는 않았죠?”

“무두질? 평생 해온 일이 그거니, 나름 자신은 있다만……갑자기 그건 왜 묻는 거냐?”

“사냥꾼 아래에서 살아왔다고 했잖아요. 떠나오면서 챙긴 것들이 조금 있어서요.”


운페이가 손에 끼고 있던 반지를 가볍게 문질렀다.

일정 공간과 연결을 해 주는 마법 반지다. 지난 10년의 세월 동안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모아 둔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쿵. 쿵.


반지 앞 공간이 죽 늘어나더니, 두터운 짐승 가죽들을 뱉어냈다. 크기나 형태. 그 색도 다양했다. 호페른이 마법 아이템을 놀란 눈으로 보다가, 등장하는 물건이 짐승 가죽임을 알아채고는 시선을 돌렸다. 한동안 일을 하지 않았다고는 해도, 평생 동안 무두질로 밥을 벌어먹고 살았던 인물이다. 먼저 관심 가는 게 당연했다.


“……어? 이건 설마 루거의 가죽이냐?”


호페른이 검은색 털로 뒤덮인 가죽 하나를 들어 보였다.

손질이 전혀 안 되어 있었지만, 척 봐도 윤기가 흐르는 것이 보통의 짐승 가죽은 아니었다.


“루거의 가죽이 맞아요. 붉은 숲에서는 심심치 않게 발견 할 수 있었죠.”

“세상에 루거의 가죽이라니.”


루거. 흰색과 검은 색 두 종류가 존재하는 맹수다.

몬스터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그 흉포함은 절대로 밀리지 않는다. 가죽이 매우 질기고, 연마하기 좋아 수요가 높다. 다만,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성국에서도 한 달에 한두 마리 정도 밖에는 거래가 되지 않는다.


“어, 얼마나 있는 거냐?”


떨리는 말투로 호페른이 물었다.

가죽을 풀어놓는다는 건, 무두질을 맡긴다는 뜻. 루거의 가죽이라면 개당 1실버 이상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 1 실버라면 그의 한 달 치 생활비와 맞먹는다.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가 있는 지 보다는……”


와르르르르.

운페이가 테이블 위에 루거의 가죽을 쏟아 부었다.

테이블 앞쪽의 호페른이 안 보일 정도로 쌓였다. 이것도 전부 다 꺼낸 것이 아니다. 반지 안쪽으로 보관되는 가죽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


“얼마나 무두질 할 수 있는가 부터 생각해 봐야 할 거 같네요.”


호페른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고 가세요.


업로드 시간을 바꿔볼까 하는데, 언제쯤이 좋을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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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Chapter 3. 누구시더라? +9 14.04.07 13,285 39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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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4 13,930 397 9쪽
18 Chapter 3. 누구시더라? +18 14.04.03 13,461 403 8쪽
17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3 14,168 411 9쪽
16 Chapter 3. 누구시더라? +11 14.04.01 14,886 384 9쪽
15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0 14.03.31 15,442 432 10쪽
14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7 14.03.30 15,276 426 9쪽
13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4 14.03.29 16,092 537 8쪽
12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1 14.03.28 15,974 423 9쪽
11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1 14.03.27 16,389 417 8쪽
10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4 14.03.26 16,105 415 10쪽
9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2 14.03.24 16,609 475 12쪽
8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5 14.03.24 17,289 483 10쪽
7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8 14.03.23 18,498 505 10쪽
»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6 14.03.22 18,377 465 11쪽
5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1 14.03.21 19,924 468 9쪽
4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3 14.03.20 21,602 562 8쪽
3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9 21,712 500 9쪽
2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8 25,134 598 8쪽
1 Prologue +13 14.03.18 25,793 679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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