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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 마누라는 뱀파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14.03.18 10:19
최근연재일 :
2014.09.23 17:19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992,144
추천수 :
30,275
글자수 :
629,779

작성
14.03.21 09:49
조회
19,920
추천
468
글자
9쪽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DUMMY

화려한 식탁 끝에 슈레인이 앉아 있다.

운페이가 훑어봤다. 갖가지 음식들이 그 위를 장식하고 있었다. 갓 잡은 사슴 고기와 각종 야채를 겻들이 양 고기 스프. 매운 향신료로 양념을 한 버섯 조림까지. 밖에서는 쉽사리 볼 수 없던 음식들이다.


“뭐하고 있는 게냐? 앉거라.”


멍하니 있는 운페이를 보며 슈레인이 말했다.

목소리가 살짝 흔들렸다. 멍하니 있는 운페이를 보고, 밖에서의 생활을 짐작한 것이다. 북부의 환경은 성법으로 보호되는 성국 내에서도 쉽지 않다. 그런데, 그것을 12살의 어린 나이로 겪어온 것이다. 많은 상상을 하지 않아도 그것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예상이 간다.


“어느 것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군요.”

“하하. 이제는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부족하면 슈슈에게 말하거라. 그녀가 잘 챙겨 줄 테니.”

“그렇게 할 게요.”


일단은 식사를 시작했다.

슈레인은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일단 꾹 참았다. 10년 만에 돌아 온 아이다. 괜히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운페이는 식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손으로 빵을 조금 찢어 입에 넣어 천천히 씹었다. 아주 느리고 동작이 꼼꼼했다. 한 조각의 빵을 씹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사슴 고기를 먹거나, 스프가 든 접시를 들어 호르륵거리며 마실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느 것이든 입안에 한참을 머금었고, 꼭꼭 씹어 먹었다.


“왜 그리 천천히 먹는 게냐?”


슈레인이 한참을 보다, 그가 어느 정도 음식을 먹었다 생각이 들자 물었다.


“사냥꾼들의 습관이에요. 그들은 잡은 사냥감의 혼이 몸에 깃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기에 작은 부위라 해도 정성들여서 먹는 거죠. 조리 할 때 얼마나 꼼꼼하게 하는 지 보시면 놀랄 겁니다.”

“호오. 그들 나름대로의 습성이 있군. 그래, 그 생활이 힘들지는 않았고?”


말문이 트였다 생각하고 슈레인이 연이어 질문을 던졌다.

운페이가 먹던 빵을 마저 씹어 넘기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동작이 꽤 느려 슈레인이 답답함을 느껴야 했다.


“처음 그들에게 발견되고 몇 달 정도는 힘들었습니다. 사냥꾼들은 호의적인 자들이 아니죠. 외부 사람. 그것도 이제 겨우 12살이 된 소년을 호의로 받아 줄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허면……?”

“하피카들이 사냥꾼들이 모인 장소를 습격한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발견되기 며칠 전이었죠. 평소 같았다면 안위를 생각해 저를 죽였을 그들이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거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죠.”

“운이 좋았구나.”

“운이 좋았죠.”


탁. 운페이가 유리병에 담긴 우유를 한 입 마시고 천천히 내려놓았다. 약간 비린 맛이 나기는 하지만 고소하다. 그들에게 구해졌을 때도, 우유를 마셨었다. 그곳이나 이곳이나 같은 소에게서 우유를 짠다. 하지만 맛은 왠지 다르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일까. 느낌이 묘했다.


“그럼 그 이후로 쭉 그들과 살았던 게냐? 왜 성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처음에는 도망갈 엄두가 안 났었습니다. 집밖에도 겨우 나가던 어린애가 붉은 숲에서 혼자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몇 년 그렇게 지나다 보니 생각 자체가 바뀌더군요. 그들이 마치 가족같이 느껴진 거죠. 아마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도 숲에서 살고 있었을 겁니다.”

“그 일?”


슈레인의 표정을 보며 운페이가 속으로 웃었다.

기억에 남아있는 슈레인은 이런 인물이 아니었다. 살아있는 석상이라고 해야 할까. 항상 무뚝뚝한 표정이었고, 말투도 굉장히 건조했다. 누군가에 대해 걱정하는 표정으로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검은 달. 벽을 넘어 온 몬스터들이 마을을 습격했습니다. 살아남은 건 저 하나. 광휘의 종이 울리지 않았다면 저 역시 그곳에서 죽었겠죠.”


검은 달은 몬스터들의 흉성이 극에 달하는 시기를 말 한다. 1년에 하루나 이틀 정도가 해당되며, 어떤 주기로 발생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광휘의 종은 검은 달의 마력을 해소하기 위한 성법의 일종이다. 교황과 그 휘하 대주교들이 모두 모여 발동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길고, 효과의 발동까지가 오래 걸려서 검은 달이 뜨면 항상 큰 피해가 생기곤 했다.


운페이가 등장하기 한 달 정도 전에도 검은 달이 떴었다. 당시에도 북쪽에 있는 통곡의 벽 일부가 뚫렸고, 몬스터가 남하했었다. 성국의 북부 성문 쪽도 꽤 많은 피해를 입었었다. 딱 들어맞는 이야기다. 슈레인이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구나.”


그가 깊이 안도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자글자글한 주름위에 뜬 눈동자가 살짝 붉다. 코끝이 찡긋 거리는 모양새가 마음속을 진정시키려는 듯 보였다.


운페이가 마주 보며 웃어 주었다.


‘정말로 많이 변했구나.’


이리 생각하면서.




***




그 뒤로도 꽤나 긴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사라진 10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인지 슈레인은 평소와 달리 많은 말을 했다. 간간히 한 입씩 하던 와인이 취기를 불러왔는지도 모르겠다. 잔웃음을 매달고는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물어왔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일단은 적응을 좀 해야죠. 10년 만에 돌아왔더니 모든 게 낯서네요.”

“그래야지. 10년이 짧은 시간이 아니니까. 불편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말 하고. 무엇이 됐든 다 도와 주마.”


슈레인이 호기롭게 말 했다.


10년 전. 운페이의 아버지이자 그의 검술 제자였던 라올이 아들을 부탁한다 말 했을 때만 해도 그리 큰 책임감은 없었다. 적당히 살아 갈 수 있는 조력만 해 주면 된다고 여겼으니까. 하지만 막상 손에서 빠져나가 실종되어 버리니, 대수롭게 여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왜 그랬을까.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방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많은 의문들이 그를 괴롭혔었다.


헌데, 지금 10년 동안 괴롭혀 왔던 짐이 바닥으로 내려온 것이다.

그가 아무리 철혈의 성기사라 불리는 인물이라 하더라도 마음이 풀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얼큰하게 취하여 격 없이 말을 했다.


“혹시 그렇다면……”


운페이가 작게 웃으며 입을 뗐다.

슈레인이 입을 동글게 말면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드디어 무언가 부탁을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성기사가 될 수 있게 도와주시겠어요?”

“그깟 성기사……음? 지금 뭐라고 했지? 성기사?”

“네. 아버지는 성기사의 위를 다하다 돌아가셨습니다. 아들 된 입장에서 그것을 이어가는 게 도리라고 생각이 되네요.”

“으음. 성기사라……”


슈레인이 침음 성을 흘렸다.

성기사는 그리 쉽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드넓은 성국에서도 성기사의 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겨우 13명. 교황과 성녀. 대 주교 6명을 제외하고는 그보다 높은 직위가 없다.


물론, 운페이의 아버지인 라올이 성기사였던 것은 맞다.

그는 자유기사 출신으로 성기사의 위치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때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시는 성국 내부의 분열이 극대화되고 있던 시기다. 성국의 탄생 초기부터 지켜오던 성국파와, 타 왕국의 지원을 받는 귀족 파. 그리고 용병이나 자유 기사들이 뭉쳐서 만든 자유 기사 파벌이 서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특히 많은 차별을 받던 자유 기사 파벌의 불만이 컸는데, 성국 입장에서는 이를 다스리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것에 낙점 된 것이 바로 운페이의 아버지인 라올이었다. 빼어난 검술 실력과, 높은 인망. 여러 가지 이유가 맞아 떨어져서 자유 기사 출신 최초의 성기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만약 라올이 지금 성기사가 되려 한다면?

불가능. 슈레인은 단적으로 그리 생각했다.


“역시 불가능한 겁니까?”

“크흠. 아니,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제 막 돌아왔는데, 그런 걸 얘기하기는 조금 이르지 않겠느냐? 천천히 생각 해 보고, 앞일을 의논해 보자꾸나.”

“괜찮습니다. 아저씨를 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그것이 아니라……”


슈레인의 주름이 깊어졌다.

무엇이든 해 주겠다고 당당히 말 했는데, 1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말을 바꾸게 된 것이다. 성국 제 1의 성기사가 말이다.


“내가 방법을 찾아보마!”


쾅! 한껏 들어간 술. 10년 동안 어깨를 눌러오던 짐의 탈피. 제 1성기사의 자존심.


슈레인이 힘껏 테이블을 두드리며 장담하고 말았다.


작가의말

글자수도 점차 늘리고, 탬포도 조절을 해야...


초반은 설명이 많네요. ㅎㅎ;


[하피카] : 늑대와 닮은 몬스터. 무리지어 움직이는 습성이 있다. 몸놀림이 빠르고, 침에 독성을 가지고 있다. 하얀 털이 온몸을 뒤덮고 있는데, 색상이 아름답고 강도가 좋아 수요가 많다. 고기는 맛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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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Chapter 3. 누구시더라? +22 14.04.10 12,944 394 8쪽
23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9 13,013 379 8쪽
22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8 13,045 379 9쪽
21 Chapter 3. 누구시더라? +9 14.04.07 13,284 399 9쪽
20 Chapter 3. 누구시더라? +10 14.04.06 13,812 444 9쪽
19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4 13,929 397 9쪽
18 Chapter 3. 누구시더라? +18 14.04.03 13,460 403 8쪽
17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3 14,166 411 9쪽
16 Chapter 3. 누구시더라? +11 14.04.01 14,885 384 9쪽
15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0 14.03.31 15,440 432 10쪽
14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7 14.03.30 15,274 426 9쪽
13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4 14.03.29 16,090 537 8쪽
12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1 14.03.28 15,970 423 9쪽
11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1 14.03.27 16,387 417 8쪽
10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4 14.03.26 16,102 415 10쪽
9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2 14.03.24 16,606 475 12쪽
8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5 14.03.24 17,287 483 10쪽
7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8 14.03.23 18,496 505 10쪽
6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6 14.03.22 18,373 465 11쪽
»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1 14.03.21 19,921 468 9쪽
4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3 14.03.20 21,599 562 8쪽
3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9 21,708 500 9쪽
2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8 25,123 598 8쪽
1 Prologue +13 14.03.18 25,782 679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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