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 마누라는 뱀파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14.03.18 10:19
최근연재일 :
2014.09.23 17:19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992,353
추천수 :
30,275
글자수 :
629,779

작성
14.03.24 09:57
조회
17,289
추천
483
글자
10쪽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DUMMY

운페이의 동작은 기묘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수풀처럼 몸이 흐느적거리며 움직이다 한 순간 폭발적으로 가속했다. 롱소드는 몸 안쪽으로 깊이 쥐어, 점을 타격할 때마가 깊게 찔러갔다. 한 번 찌르기가 들어갈 때마다 쩡! 쩡! 소리가 나며 대기를 떨어 울렸다. 각 동작은 부드럽게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군더더기가 없었다. 필요 없는 동작 자체를 배제한 듯 한 움직이었다.


쉬익-! 차앙!!


‘사냥꾼에게 배웠다 하더니……’


슈레인이 속으로 감탄했다.

정통의 검술과는 달랐지만, 사냥을 위한 도구로는 이보다 훌륭하기도 힘들었다. 준비 동작에 힘을 풀고, 상대의 틈이 나타났을 때, 깊게 찔러 넣는다. 북부의 몬스터들이 대부분 질긴 가죽을 가지고 있으니, 이 공격법은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각 동작의 끝부분에, 다음 공격을 위한 예비가 되어 있었다. 즉, 첫 번째 공격이 빗나간다 하더라도, 팔 하나를 던져주고 빠져나올 수 있는 틈이 존재한다는 말이었다.


‘이 힘과 속도. 우리 애들 중에 일합이라도 버틸 수 있는 애가 있을까?’


기사단의 무예는 성국 전통의 무법과 이를 주도하는 성기사의 개별 지도로 나누어 이루어진다. 슈레인이 맡고 있는 제1 기사단은 그의 모든 노력이 집약된 단체다. 성국의 무법으로 기초를 하고, 그가 집대성한 검술이 온전히 녹아 있다. 성국뿐만이 아니라 바스티안 대륙 전체를 뒤져도 한 손에 꼽힌다고 말 할 수 있는 무력 집단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눈앞에 보이는 운페이의 검격을 받아 낼 사람이 있다고 자신하기 힘들었다. 만약, 집단전이라 한다면 승산이 있겠지만, 일대 일로 붙어서는 쉽지 않다. 그 만큼, 그의 검세는 일격 필살. 치명적인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쩡-!!


운페이가 휘두르던 롱소드가 부러졌다.

고속의 검격을 가검의 강도가 버티지 못한 것이다. 길이와 폭. 무게 중심 들을 진검과 비슷하게 맞춰둔 물건이라 하나, 그 강도까지 온전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운페이의 검세는 장병기에 어울리지 않아. 롱소드보다 짧은. 그래, 단검에 어울리겠군.’


슈레인의 눈은 정확했다.

운페이의 검세는 단병기. 특히 손바닥 크기를 넘지 않는 단검에 특화되어 있다. 붉은 숲은 나무가 울창하고, 그 가지가 하나같이 억세다. 어설픈 무기로 몬스터를 상대하다가는 가지에 걸려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사냥꾼들은 짧고 간결하게 몬스터를 상대 할 수 있는 수법을 개발했다.


현재 운페이가 사용하는 검술 역시 이것의 일종이었다.


‘그렇다 해도 이 능력의 의외로군. 재능이 뛰어나기 때문일까……’


다 같은 걸 배워서 다 같은 능력을 선보일 수 있다면 세상에 계급 따위는 없을 것이다. 운페이가 배운 것이 아무리 일격 필살에 어울리는 수법이라 하여도, 제1 기사단의 인물들 역시 고련을 거듭한 인물들이다. 그런데도, 둘을 놓고 비교하면 운페이쪽으로 승산이 기운다. 이건 수법의 고명함이라기보다는 개인의 강함이 특출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전에 보았던 등 근육도 그러하고, 일반적인 수련으로 이루어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부러져 버렸네요.”

“아, 괜찮다. 그보다 자세다 굉장히 특이하구나. 사냥꾼들에게 배운 게냐?”

“뭐, 그렇죠. 살기 위해 몸에 익힌 것도 있고.”


퉁. 운페이가 부러진 검날을 발로 걷어 올려 손에 쥐었다.

굉장히 간결하다. 슈레인이 눈을 빛냈다. 가벼운 움직임 하나에서 전체를 볼 수 있는 법이다.


“굉장히 강맹한 수법이기는 하지만, 성기사가 되기에는 어울리지 않구나.”

“따로 배워야 하는 검술이 있는 건가요?”

“일단은 성국이 가르치는 무법이 있다. 몸 쓰는 법에 불과하지만, 기사단 심사에 들어가는 항목이니, 그것부터 배워보는 게 좋겠구나.”

“무법이라. 정말로 성기사가 될 수 있는 거군요.”


휙. 슈레인이 거치되어 있던 가검을 운페이에게 던졌다.

그가 날렵하게 이를 받아 든 뒤, 시선을 돌렸다.


“방법은 마련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로 될 수 있는지는 온전히 네 노력에 달려 있는 거지.”

“노력이라. 너무나 친근한 말이네요”


카르릉. 운페이가 검을 강하게 내려찍었다.

12살에 붉은 숲에 떨어져 살기 위해 아등바등 거렸다. 살기위한 몸부림 보다 강한 노력이 또 있을까. 그에게는 친숙한 단어였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음?”


한껏 무게를 잡고 있던 운페이가 느긋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슈레인이 가검을 꺼내다 말고 몸을 돌렸다. 요 며칠간 지내온 바에 의하면 운페이는 특별한 용건이 없다면 입을 잘 열지 않았다.


“집을 얻어서 나가고 싶습니다.”

“……집?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냐? 누가 불편하게 하는 게냐?”


조금은 뜬금없는 이야기에 슈레인이 반 박자 늦게 반응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 잘 대해 주세요. 다만, 저도 이제 성인이고 한데, 신세만 지고 있는 건 남들 보기에도 좋지 않으니까요.”

“아니 누가 감히 그런 말을 한다는 거냐?”

“굳이 누구라 칭하지 않아도 제가 불편합니다.”


슈레인은 운페이의 눈빛을 보고는 그가 진심임을 깨달았다.

속이 쓰렸다. 10년 전 다하지 못한 일을 두고두고 하고 싶었던 그다. 성기사가 되는 일을 도와준다 하지만 집에 두고 지난 시간을 보상하는 것보다는 못하다 여긴 것이다.


“큼. 돈은 어찌할 게냐? 숲에서 맨몸으로 온 것 같다만.”

“오늘 낮에 젠킨에게 맡겨 두었던 물건을 받았습니다. 사냥했던 짐승들이 조금 있으니, 적당히 얻을 수는 있을 거 같습니다.”

“음? 그 정도 물건이 있었단 말이냐?”

“창고용 반지가 하나 있었어요.”


바스티안 대륙에서의 마법사는 희귀하고 희귀한 존재다.

쉽사리 찾을 수 없고, 세속에 관여하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그런 상황임에도 그들이 남긴 물건들은 생활 깊숙한 곳에 들어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異) 공간을 이용한 창고 마법이다. 마법사들은 그들이 모시는 [호롤루스]라는 이름의 신에게서 힘을 받는다. 이는 바스티안 대륙과는 다른 차원이고, 그 때문에 마법사들은 보통사람들이 사용하지 못하는 공간을 다룬다.


간단하게 말해서, 마법사들은 자신만의 땅덩어리를 하나 떼서 반지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창고 마법. 마법사라면 누구나 몇 개 정도의 창고 마법을 가지기 때문에, 세간으로 풀린 숫자도 굉장히 많다. 잡화점을 하는 노인이 창고 마법이 담긴 반지를 쓴다고 해서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 가죽 판다고 얼마나 되겠느냐? 부족하면 내게 말하거라.”

“지금 도와주시는 걸로도 충분해요.”

“네가 10년 동안이나 고생을 했는데, 내가 돈 몇 푼이 아까울 것 같으냐? 나를 그리 보았다면 실망이다.”

“하하. 알았어요. 어려움이 있다면 가장 먼저 찾아올게요.”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더 어려 울 때 찾아오겠다는 말을 해야 했다. 슈레인은 그가 집을 나서는 것이 꽤나 못미더운 듯싶었다. 묻고, 충고하고, 확답을 받았다. 꽤나 집요한 태도라, 운페이도 ‘이런 면이 있었나?’란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덕분에 그들이 성국의 무법을 연습하는 건 저녁 늦은 시간이 돼서야 가능했다.

식사를 하러 올라오라는 슈슈의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한 5분 정도. 걸어가는 슈레인의 얼굴이 꽤나 붉었다.




***




“전부해서 20실버 70코퍼네. 이 중 내가 2실버를 받고, 남은 걸 주면 18실버 70코퍼가 되겠지.”


다음날, 운페이는 호페른을 찾았다.

그는 이미 넘겼던 가죽들을 전부 가공해서 인근 무구점으로 판 상태였다. 때 아닌 루거 가죽에 웃돈까지 받아서 팔았다고 하더니 가져온 돈이 꽤 많았다.


“15 실버만 주세요.”

“아이쿠. 내가 그렇게 받을 수는 없지. 나는 무두질만 했을 뿐 아니냐. 다른 곳에 가져갔으면 더 받을 수 있는 건데……”

“그 돈으로 가게 정리도 좀 하고 그러세요. 앞으로도 물건 받으면 계속 일하셔야 할 텐데, 이런 상태로는 곤란하잖아요.”

“하지만……”

“아저씨가 어디 남인가요. 너무 거절하시면 제가 불편해요.”


몇 번이고 말하자, 그제야 호페른이 돈을 받았다.

그가 하루 동안 물건을 가공해서 번 돈이 5실버 70코퍼. 몇 달이고 생활 할 수 있는 금액이다. 아닌 척 해도 입이 비죽비죽 올라갔다.


“근처에 코어메탈 처리하는 장소가 있나요?”

“코어 메탈?”


운페이의 질문에 호페른이 깜짝 놀라며 반문했다.

그가 언급한 코어 메탈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루거 가죽을 쏟아 부었을 때 보다 반응이 더 격했다.


코어메탈은 특정 에너지가 집중되는 장소에서 생성되는 일종의 광물이다. 성기사가 사용하는 성력이나, 마법사들의 마나, 기사들의 스피릿등에 차별 없이 반응하여 힘을 증폭시키는 능력이 있다.


때문에 그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주먹 만 한 코어 메탈이라도 발견하면 그 사람은 3대가 놀고먹어도 좋을 정도다. 남부에서는 이 코어 메탈 때문에 전쟁이 나곤 한다니,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서, 설마 코어 메탈도 있는 게냐?”

“부스러기 같은 거예요. 성국 내에 이를 처분하는 곳이 있었던 거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부스러기……크흠! 내가 어딘지 아니, 지도에 표시 해 주마.”


호페른이 살짝 실망하다가, 헛기침과 함께 말을 돌렸다.

너무 속물 같은 반응이었던 걸 스스로가 알아챈 것이다. 이에 운페이가 낮게 웃었다. 코어 메탈에 대한 반응이라면 그가 이러는 것이 충분히 이해됐다.


‘부스러기가 아닌 걸 알면 기절하시겠네.’


그러니까 굳이 진실을 얘기하지 않은 것이다.

그가 표시해 준 지도를 품에 접어 넣고는 가게를 빠져나갔다.


작가의말

으앙. 전개가 느릿느릿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마누라는 뱀파이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Chapter 3. 누구시더라? +22 14.04.10 12,945 394 8쪽
23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9 13,014 379 8쪽
22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8 13,047 379 9쪽
21 Chapter 3. 누구시더라? +9 14.04.07 13,285 399 9쪽
20 Chapter 3. 누구시더라? +10 14.04.06 13,813 444 9쪽
19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4 13,930 397 9쪽
18 Chapter 3. 누구시더라? +18 14.04.03 13,462 403 8쪽
17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3 14,168 411 9쪽
16 Chapter 3. 누구시더라? +11 14.04.01 14,887 384 9쪽
15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0 14.03.31 15,442 432 10쪽
14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7 14.03.30 15,276 426 9쪽
13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4 14.03.29 16,092 537 8쪽
12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1 14.03.28 15,974 423 9쪽
11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1 14.03.27 16,389 417 8쪽
10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4 14.03.26 16,105 415 10쪽
9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2 14.03.24 16,609 475 12쪽
»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5 14.03.24 17,290 483 10쪽
7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8 14.03.23 18,498 505 10쪽
6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6 14.03.22 18,377 465 11쪽
5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1 14.03.21 19,924 468 9쪽
4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3 14.03.20 21,602 562 8쪽
3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9 21,712 500 9쪽
2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8 25,134 598 8쪽
1 Prologue +13 14.03.18 25,793 679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