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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 마누라는 뱀파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14.03.18 10:19
최근연재일 :
2014.09.23 17:19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993,247
추천수 :
30,276
글자수 :
629,779

작성
14.04.09 16:12
조회
13,023
추천
379
글자
8쪽

Chapter 3. 누구시더라?

DUMMY

결승전.

성녀를 수호하는 기사가 탄생하는 날.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평소, 얼굴을 잘 볼 수 없었던 대주교 들이나 성기사들도 자리에 위치해서, 사람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삼삼오오 모이면 나오는 이야기.

과연 누가 이기게 될 것인가. 한 쪽은 제 1 성기사 슈레인의 장남. 이미 제 2 기사단의 부단장을 맡을 정도로 실력과 인망을 인정받고 있다. 반면에 다른 한 쪽은 10년만에 성국으로 돌아온 이방인. 슈레인의 은혜를 받아, 그 후광을 입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아무것에도 적을 두지 않고 있다.


전통의 강자와, 신흥의 강자.

호사가들의 입을 따라 이야기가 부풀어 오르니, 내기 돈으로 모인 금액이 골드 단위를 넘어간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전, 운페이에게 걸겠어요.”

“……내기 말입니까?”

“그냥 보면 심심하잖아요. 결승까지 왔는데, 재미를 위해서 가볍게 걸고 하죠.”

“성녀의 체통을 지키시는 건 어떨까요.”

“기권하시는 건가요?”


제롬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성녀는 그 이름에 맞게 고아하고 성스러운 품격을 지녔다. 하지만 가끔 나오는 이 어린아이 같은 행동에는 쉽사리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짤랑. 품 안에서 1실버를 꺼내 그녀의 손에 올려 두었다.


“트라 경에게 걸겠습니다.”

“후후. 잃고 나서 후회하기 없어요.”


‘성녀께서 이미 운페이에게 걸지 않았습니까.’ 말이 턱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세레인이 제롬이 넘겨준 동전 위에 품에서 꺼낸 1실버 짜리 동전을 포개어 올렸다. 2실버. 성국에서 주조하는 순도 높은 은화인 만큼 광택이 남달랐다.


반짝반짝.

마치 오늘의 승자를 미리 축하하는 것 같았다.



***



“후우우.”


운페이가 허리를 부여잡고는 경기장 위로 올라갔다.

불붙은 비올레 덕분에, 시합 시작 바로 전까지 종마 노릇을 해야 했다. 뱀파이어는 인간과 비슷한 형식의 성감을 가지지만, 지구력은 그 몇 배가 된다. 운페이가 극도로 단련한 전사가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 서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큭큭. 꼴을 보아하니 긴장감에 쉬지도 못한 거 같군.”

“음? 아아. 네가 상대였지.”

“……큭. 건방진 놈. 그따위 도발이 내게 먹힐 거 같은가?”


100퍼센트 먹혔다.

운페이가 허리를 쭉 핀 뒤, 좌우로 몇 번 꺾었다. 두둑. 두둑. 요란한 소리가 나고, 그제야 조금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성난 표정의 트라를 보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용케 올라왔다?”

“내가 할 소리다. 하지만 그 운은……”

“아아. 됐어. 너랑 말싸움을 길게 할 생각은 없어. 어차피 잠시 후에 바닥을 기고 있을 테니까, 힘을 아끼라고.”

“네놈이!!”


발끈하여 달려드는 걸, 심판이 말렸다.

사람 깔보고 괄시하기를 즐겨하는 주제에, 자신이 무시당하는 건 참지 못한다. 남의 것은 잘 보이나, 자신의 것은 잘 보이지 않음이다.


‘그래서 인간.’


운페이가 픽 웃고 말았다.

오래전에 알았던 한 사람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르지.’


보이지 않으면 남을 거울삼아, 그것을 고침이 응당 옳다.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면, 비치는 모습에 신경을 써야 하니. 인간이 홀로 서 있지 않음이 그 탓이다.


‘저런 멍청이와 비교하는 것이 미안하군.’


배운 바 없지만 현명했고, 강하지 않았으나 누구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옛 친우의 모습을 눈앞에 있는 멍청이와 비교한 것이 미안했다.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상념을 끊어냈다.


“준비 되셨습니까?”


심판이 물어왔다.

고개를 들어 보니, 트라는 이미 검을 뽑아 든 채 살기등등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


‘오냐, 그렇게 원한다면.’


운페이가 심판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스르릉. 부드럽게 뽑혀 나오는 설풍. 하얀 눈밭에 핏물이 뿌려지면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다.


그 사실을 알려주는 것도 좋을 듯싶다.



***



싸움. 그것을 검으로 국한시켜 본다 해도, 그 방식은 무한하다 할 정도로 많다. 하지만 큰 틀을 잡고 그것 안에 집어넣어 설명해 본다면, 결국 베고 찌르는 것에 국한되게 된다. 상대를 압박하는 베기나, 치명적 일격을 넣는 찌르기. 기본적인 발동작이나, 거리를 제는 안법 등은 모두 두 가지 동작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죽어-!”


사선을 가르며 떨어지는 검. 내딛는 발과, 허리의 동작이 깔끔하게 연결되는 유려한 베기다. 동작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 있지도 않고, 이후 벌어질 반격에 대한 대비 역시 착실하게 준비되어 있다.


탕-!


운페이가 검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같은 힘이라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검세가 강한 것은 당연한 이치. 하지만 그는 이것을 힘으로 뒤집었다.


“큭! 무슨 힘이……”


트라가 당황하며 물러났다.

연격을 준비했을 텐데, 일수에 공격이 파훼 된 것이다.


“일수. 이수. 삼수. 너는 어디까지 내다보며 공격을 하지?”

“뭐?”


뜬금없는 질문에, 트라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틈에, 운페이가 검을 당겨 허리 옆으로 대었다. 전형적인 찌르기 자세. 틈이 너무 많고, 반격에도 취약해 보였다.


하지만.


파슷!


트라의 귓불이 찢어져 핏물을 뱉어냈다.


속도.

다른 걸 배제하고, 그 하나가 압도적으로 강하다면, 다음 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움직일 수가 있다.


“너무 많은 걸 보며 움직이고 있어.”

“젠장! 무슨 개 소리를……”


핏-!


또 다시 검광이 스쳐갔다.

이번에는 반대쪽 귓불. 검이 얼마나 예리하게 스쳐갔는지, 피가 한 번 튀고, 그 다음 부터는 흐르지 않았다.


“다음 수를 생각하여 움직인다는 것은, 지금 수에 최선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새끼가 감히 내게 훈계를!”


트라가 극도로 분로를 하며, 검을 놀렸다.

사선 베기. 빠르고 강력하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흔들린 나머지, 어깨가 너무 열렸다. 운페이가 가볍게 발을 굴러, 그 안으로 파고들었다.


쩌억. 복부에 박히는 설풍의 손잡이.

트라의 몸이 반 치 만큼 떠올랐다. 퍼억! 검을 잡지 않은 손으로 그의 얼굴을 후려쳤다. 떠올랐던 몸이 다시 바닥으로 추락했다.


쿠당탕. 두어 번을 구른 뒤, 그가 황급히 몸을 세웠다.

얼굴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입가에서는 핏물이 베어 나왔다.


‘멍청하군.’


운페이가 선보인 두 번의 찌르기는 페렐이 선보였던 속도 밖에는 안 된다.

다만 그것이 약간의 틈을 선점하고, 사각을 노려 올라옴에 반응하지 못했던 것뿐이다. 만약 같은 속도로 미간을 노렸다면, 트라는 반응했을 것이다. 집중하는 시야의 차이이기 때문에 생긴 일.


“흥분을 하다니. 기사의 자격이 없는 놈이군.”

“아, 역시 그런 건가요?”

“처음 두 번의 공격을 놓쳤다면, 거리를 두고 상대를 견제하는 것이 우선일 터. 그 상황에서 전력이 들어간 공격을 하다니. 멍청하기 짝이 없군요.”


제롬이 신랄하게 비평했다.

차게 식은 목소리. 하지만 이런 반응은 비단 그뿐만이 아니다. 화려한 시합을 기대했던 관중들은 형평 없이 나뒹구는 트라의 모습에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지더라도 싸움다운 싸움은 해 봐야 할 것 아닌가.

이건 숫제, 가르침을 받는 학생보다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관중들 역시 지금까지의 시합으로 눈이 높이 진 터. 마음이 돌아서는 것은 정말로 빨랐다.


“부단장으로 들어갔다고 하더니, 전부 아버지 후광이었군.”

“그럼 여기까지는 어떻게 올라 온 거야?”

“뭐긴. 상대가 다 봐 준 거겠지.”


수군거림은 모두 트라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그가 입술을 깨문 채 몸을 바로 세웠다. 눈빛은 피라도 흘릴 듯 악독한 빛으로 일렁거렸다.


“룸타(Loomtar)"


우웅. 트라의 검이 짧게 울었다.

상대의 생명을 앗아가는 마병. 그 힘이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음. 암. 음. 


왤케 길어지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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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Chapter 3. 누구시더라? +22 14.04.10 12,955 394 8쪽
»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9 13,024 379 8쪽
22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8 13,057 379 9쪽
21 Chapter 3. 누구시더라? +9 14.04.07 13,295 399 9쪽
20 Chapter 3. 누구시더라? +10 14.04.06 13,825 444 9쪽
19 Chapter 3. 누구시더라? +16 14.04.04 13,941 397 9쪽
18 Chapter 3. 누구시더라? +18 14.04.03 13,473 403 8쪽
17 Chapter 3. 누구시더라? +12 14.04.03 14,180 411 9쪽
16 Chapter 3. 누구시더라? +11 14.04.01 14,902 384 9쪽
15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0 14.03.31 15,460 432 10쪽
14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7 14.03.30 15,293 426 9쪽
13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4 14.03.29 16,111 537 8쪽
12 Chapter 3. 마족과 성녀 사이 +11 14.03.28 15,993 423 9쪽
11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1 14.03.27 16,408 417 8쪽
10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4 14.03.26 16,125 415 10쪽
9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2 14.03.24 16,629 475 12쪽
8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5 14.03.24 17,311 483 10쪽
7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8 14.03.23 18,519 505 10쪽
6 Chapter 2. 마굴을 꾸려보자 +16 14.03.22 18,400 465 11쪽
5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1 14.03.21 19,949 468 9쪽
4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13 14.03.20 21,632 562 8쪽
3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9 21,747 500 9쪽
2 Chapter 1. 남자, 그 이름은 운페이. +9 14.03.18 25,175 598 8쪽
1 Prologue +13 14.03.18 25,839 679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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