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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작가님의 서재입니다.

대항해시대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로미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1
최근연재일 :
2022.07.10 10:26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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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3,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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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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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치안대를 박살내다(5)

DUMMY

“랄프는? 괜찮아?”


중앙광장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레온이 여관의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걱정스러운 표정의 카렌과 토미가 침대 머리 맡에 앉아있는 가운데···. 상반신 전체가 하얀 붕대로 동여진채 의식 없이 누워있는 랄프의 표정은 오히려 평온했다.


레온은 다시한번 다급히 물었다.


“어떻게 된거야? 의사는 다녀갔고? 엠마는 어딨어?”


레온과 랄프, 카렌이 중앙광장에 나간 사이 실리안 아주머니의 여관에 맡긴 엠마가 보이질 않았다. 예전에 자신에게 그랬듯 엠마라면 랄프의 상처를 무리없이 치유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레온이었다.


눈시울이 붉어져있는 카렌이 레온의 손을 끌며 말했다.


“의사는 다녀갔었어. 상처가 너무 깊고 내부 장기마저 손상을 입어서, 게다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려 가망이 없다고···.”


광장에서 랄프의 상처를 확인했기에 예상할 수 있는 의사의 반응이었다.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신의가 아니고서야 랄프를 소생시킬 의사는 없는 게 당연했다.


“엠마는? 엠마에게 상처를 봐달라고 하지 않았어?”


“그래, 의사는 가망이 없다고 했는데···. 네 말대로 엠마가 랄프를 살려냈어.”


조금 전 상황을 차분히 설명하는 카렌.


의식이 희미해진 상태로 여관에 도착한 랄프. 실리안 아주머니는 서둘러 방을 마련했고 랄프를 침대에 뉘였다. 뒤이어 토미와 함께 도착한 의사는 랄프의 상처를 확인하자마자 혀를 끌끌 찼다. 가망이 없다는 말이었다.


핏기 없이 창백해진 랄프의 얼굴, 연신 흘러나와 침대시트마저 붉게 물들인 피.


의사를 물린 카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엠마를 불렀다. 혹 지나치게 흐른 피를 보고 엠마가 놀랄까 랄프의 옷을 여미고 새이불까지 덮은 상태에서 엠마가 방에 들어섰고.


“엠마, 지금 랄프 오빠가 많이 다쳤어. 급하게 치료를 해야하는데 엠마가 좀 도와줄 수 있을까?”


동그란 눈을 반짝이는 엠마가 자신있게 말했다.


“응, 할 수 있어. 내가 고쳐줄게.”


엠마는 랄프가 누운 침대로 다가섰고 두 손을 뻗자 엠마의 작은 손에서 자그마한 빛이 냇물처럼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따스하게 느껴지는 빛은 랄프의 전신을 휘감고 돌았고 마지막에선 가슴에 새겨진 상처로 흘러들었다.


5분···. 10분쯤 흘렀을까?


엠마의 작고 동그란 이마에 송골송골한 땀이 맺혔고 창백하던 랄프의 얼굴에 서서히 핏기가 돌았다. 또 다시 5분쯤 지났을 때 엠마가 천천히 손을 거두었고 환히 웃으며 말했다.


“이제 됐어. 랄프 오빠 이제 괜찮아.”


카렌은 엠마를 끌어안으며 이마에 맺힌 땀을 얼른 닦아주었고 랄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더없이 평온한 얼굴,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과 같은 랄프의 모습이었다.


실리안 아주머니가 엠마를 데리고 나가자 토미와 카렌은 이불을 젖히고 여민 옷을 풀어 상처를 확인했다.


피에 흠뻑 젖은 옷과 이불은 여전히 검붉었지만 가슴을 뚫고 지나간 상처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여기저기 쓰다듬으며 확인해도 단단한 가슴 근육만이 만져졌고 상처는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설명을 마친 카렌이 깊은 숨을 내쉬듯 말했다.


“그렇게 된거야. 어떻게 한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어도 엠마가 랄프를 살린거지.”


레온 또한 안색을 되찾은 랄프를 바라보며 나직이 대답했다.


“그래. 다행이야.”


“일전에 알제에서 널 치료한 것도 엠마였지? 어떻게 된거야? 불꽃을 만들어 날리는 것도 그렇고, 이제는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까지···. 엠마는 사실 마법사였던거야?”


카렌의 질문에 레온은 쉽사리 답을 할 수 없었다. 어렴풋하게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확신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순간 자신과 엠마에게 발현된 신비한 능력들, 그리고 꿈속에서 만난 어머니에 대한 기억, 그리고 대화···. 거기에 무언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


‘특별히 선택을 받은 자들? 혹은 그런 가문?’


언제인가, 어린 시절 책에서 읽었던 이야기···.


태초에 하늘과 땅이 열리고 처음으로 인간이 만들어지던 시절, 절대자의 선택을 받은 자들이 있었고 그들은 그의 의지를 직접 수행하며 역사를 일으키고 지탱해 나간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지금껏 역사의 물꼬를 바꾸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간 모든 이들이 바로 그 선택받은 이들이었다는 책의 내용.


어릴 적에도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며 확인할 길 없는 민담에 불과하다고 치부했던 이야기가 레온의 머릿속을 스치고 갔다.


레온은 자신과 엠마, 그리고 어머니가 그런 선택을 받은 것이 아닐까 짐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비밀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게 부는 바람이 도심 어귀의 느티나무 잎을 흔들었고, 치안대가 사라진 리스본 시내는 평화와 활력이 가득했다.


“난리를 치던 치안대원이 사라지니깐 새삼 좋구만.”

“아 그러니까 말이야. 돈 뜯어가던 놈들이 사라지니까 눈살 찌푸릴 일도 없고 장사는 더 잘되는 것 같구만 그래.”

“그래. 치안대가 사라지면 질서가 엉망이 될 거란 말도 있었는데, 지금 거리를 봐! 오히려 훨씬 평화롭지 않은가?”


거리에 나선 시민들은 연신 한마디씩 보태며 치안대가 사라진 거리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페르낭이 자택에 구금되고 스캇이 구치소에 갇힌지 일주일이 지났다. 치안대원의 모든 권한은 박탈되었고 일시에 해산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거리의 질서는 에스테반 제독 소속의 해군이 치안대를 대신해 책임지고 있었다. 그들은 특별한 소동이 있지 않는 한 시민들의 생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고 그렇게 리스본은 평화로운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거리를 발 맞춰 걷는 두 사람. 언제나처럼 함께인 레온과 랄프였다.


“랄프, 괜찮아? 아직 회복하면서 쉬어야하는 거 아냐?”


“무슨 소리야? 난 지금 아무렇지도 않다고! 엠마 덕분에 오히려 그전보다 활력이 넘치는 기분인걸.”


스캇에게서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고 깊은 상처를 입은 랄프였지만 엠마의 치료로 인해 오히려 혈색이 더 좋아진 듯한 랄프였다.


“그럼 됐고.”


무심한 듯 랄프를 보며 답했지만 오랜 기간 함께한 친구를 잃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레온이었다.


레온의 생각을 아는지 랄프는 한층 더 쾌활하게 걸으며 말했다.


“아니, 근데 치안대원이 사라지니까 어찌 질서 유지가 더 잘되는 것 같지 않아? 상인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잖아.”


“그건 그래. 그동안 치안대로 인해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워낙 많았으니 그럴 수도 있을거야. 그래도 에스테반의 해병으로 치안을 대신하는 체제가 오래갈 수는 없어. 임시방편일 뿐이야.”


“그럼 새로운 치안대가 필요하다는 거네?”


“그렇지. 꼭 치안대라는 이름이 아니라도 새로운 체계가 필요해.”


“응 그래, 그건 뭐 저기 궁정의 높으신 귀족들이 알아서 하시겠지. 근데 지금쯤이면 치안대에 대한 조사가 끝났을텐데 페르낭은 어떻게 될까? 기존의 치안대원들도 어떤 처벌을 받을지···.”


“조금 있으면 알게 되겠지.”


이 날 오후에는 리스본 전 시민인 주목하는 단체 검투 시합이 원형 대경기장에서 예정되어 있었다.


상대로 나서는 것은 에스테반 그라네로 제독을 필두로 한 해병대원 50명, 그 반대편에는 스캇을 비롯한 치안대원 중 가장 악명 높은 자로 지목된 대원 50명이었다.


생과 사를 가르는 검투시합이었다. 평소라면 잘 열리지 않았을 내용이었지만 치안대를 향한 시민들의 분노와 반감을 녹이기 위해 주앙3세가 특별히 마련한 시합이었다.


예기치 않은 희생의 가능성마저 없애기 위해 에스테반 측에서는 정예중의 정예 50명을 선발했다. 그에 반해 치안대 50명은 악명이 높긴 했으나 검술 실력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변수 중에 하나인 스캇은 에스테반이 상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간 악행을 이어오던 치안대로서는 낭패인 상황. 자신의 손에 수많은 피를 묻혀왔던 그 죄값을 이제 치안대 자신의 피로 갚아야 했다.



하늘에 뜬 뜨거운 태양이 서쪽으로 어지간히 기울어진 시간, 리스본의 원형 대경기장에는 거대한 함성이 물결치고 있었다.


수용가능한 관중이 만명에 달한다는 거대한 아레나였으나 빼곡이 들어선 인원은 어림잡아도 그 수치를 훨씬 웃돌고 있었다.


그만큼 시민들의 열망이 간절했던 것이다. 그토록 자신들을 핍박하고 괴롭히던 치안대의 최후를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하려는 약자들의 분노였다.


가는 모래가 깔린 드넓은 경기장, 높은 담장에 막혀 오를 수 없는 관중석.


경기장 전체를 원형으로 두르고 있는 관중석 한 켠에는 귀족들을 위한 특별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뜨거운 오후의 태양빛을 막을 차양막이 드리워진 내빈석에 앉아 있던 주앙3세.


그가 좌석에서 엉덩이를 뗐고 오른손을 들어 손짓하자 경기장 전체가 고요해졌다. 관중석 전체를 둘러보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이 자리에 ··· 우리는 여기서··· 그간 ··· 치안대의 ··· 최후를··· 만일 살아남는 자가 있다면··· 그는 용서될 ···”


관중석에 앉아 국왕을 지켜보는 레온과 랄프. 내빈석과는 거리가 있었던지라 주앙3세의 말소리가 명확히 들리지는 않았다.


“진짜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네.”


푸념섞인 불만을 쏟아내는 랄프를 향해 눈을 흘기긴 했지만 레온도 주앙3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의 입모양과 어조를 통해 짐작만 할 뿐이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이 자리에는··· 소개한다··· 장차 우리 포르투칼의··· 위대한 ··· 또한 ··· 반대편에는 그간 ··· 페르낭···”


관중석 전체에 들릴 리 만무했지만 어쨌든 그는 말을 이어나갔고 그가 손을 가리킨 곳에는 가택 구금 중이던 페르낭 고메스가 앉아 있었다.


그간 치안대를 이끌었던 총사령관이자 원수, 시민들이 가진 불만의 핵심이었던 그가 몇몇 해병대원들의 감시 아래 주앙 3세와 좀 떨어진 관중석에 착석해 있었다.


페르낭을 확인한 시민들의 야유가 일제히 터져나왔고 주앙3세는 말을 끊고 잠시 기다려주었다.


그에 대한 처벌 수위는 오늘 검투 시합이 끝난 이후에 공표될 예정이었고, 그는 자신이 이끌던 치안대의 종말을 두 눈으로 확인해야할 입장이었다.


잠시 후 손짓과 함께 주앙 3세의 연설이 이어졌고 그가 마지막 말을 마치자 관중석 담벼락 한 켠의 철문이 일제히 올라갔다.


그리고 등장하는 자들.

주앙 3세가 친애하는 포르투칼의 신성 제독이자 해군 대장 에스테반 그라네로와 그의 해병대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척. 척. 척. 척.


붉은 깃털이 달린 화려한 투구와 상반신 전체를 감싸안은 빛나는 갑옷은 그 옛날 로마시대의 검투사를 연상시켰다.


에스테반을 선두로 일제히 달려 나와 대열을 갖추는 해병대원의 모습에 관중들의 함성은 극에 달해갔다.

“와! 와! 와아!!”

“어서 나와서 치안대를 박살내버려!”

“에스테반 제독, 너만 믿는다!”

“페르낭도 끌어내려 저 경기장으로 던져버려!”


자신을 향하는 시민들의 함성에 에스테반과 대원들이 손을 들어 화답해주는 반면···.


반대편에 열린 철문에서는 치안대가 등장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해가 들지 않는 철문의 안쪽에서 경기장을 바라보던 스캇. 그가 부르튼 입술을 움직이며 나직이 말했다.


“우리도 이제 나간다. 리스본 치안본부장이자 한때 너희들의 동료로서 마지막으로 말한다. 무조건 버텨라. 그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


그 말을 끝으로 그 또한 천천히 경기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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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최후의 수단(3) 22.07.09 112 4 12쪽
48 최후의 수단(2) 22.07.08 104 3 11쪽
47 최후의 수단(1) 22.07.07 145 4 12쪽
» 치안대를 박살내다(5) 22.07.06 152 4 12쪽
45 치안대를 박살내다(4) 22.07.05 130 4 12쪽
44 치안대를 박살내다(3) 22.07.03 141 4 12쪽
43 치안대를 박살내다(2) 22.06.30 163 4 11쪽
42 치안대를 박살내다(1) 22.06.28 169 4 11쪽
41 리스본 귀환(3) 22.06.25 164 5 11쪽
40 리스본 귀환(2) 22.06.24 172 4 11쪽
39 리스본 귀환(1) 22.06.23 188 3 11쪽
38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3) 22.06.21 175 4 11쪽
37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2) +1 22.06.20 184 4 12쪽
36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1) 22.06.18 181 4 12쪽
35 발바롯싸의 보상은? 22.06.17 177 4 12쪽
34 모험의 끝 22.06.15 187 4 12쪽
33 모험의 소용돌이(5) +1 22.06.14 174 4 12쪽
32 모험의 소용돌이(4) 22.06.13 174 3 11쪽
31 모험의 소용돌이(3) 22.06.12 184 4 11쪽
30 모험의 소용돌이(2) 22.06.11 194 4 11쪽
29 모험의 소용돌이(1) 22.06.10 207 4 12쪽
28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3) 22.06.09 210 5 12쪽
27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2) +1 22.06.08 238 6 11쪽
26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1) 22.06.07 223 6 12쪽
25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3) 22.06.06 246 7 12쪽
24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2) 22.06.05 250 8 11쪽
23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1) 22.06.04 253 7 11쪽
22 마린의 왕자, 섀넌 무어(3) 22.06.02 254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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