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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작가님의 서재입니다.

대항해시대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완결

로미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1
최근연재일 :
2022.07.1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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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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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3,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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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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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치안대를 박살내다(3)

DUMMY

“이제 상황이 변했어요.”


“상황이 변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리스본의 뒷골몰에 위치한 2층 건물.

치안대에 저항하는 세력의 리더인 마누엘의 아지트에 레온이 와있었다.


“이제 더이상 귀족들을 습격할 필요가 없어요. 귀족들도 현 상황을 충분히 인식했고 치안대에 대한 반감이 커진 상황이에요. 지속했다가 꼬리를 밟히면 오히려 우리가 위험해져요. 자칫 지금까지 했던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갈 위험이···.”


“허나 아직 아무것도 표면으로 드러난 것이 없지않나? 치안대에 반감을 가졌다고는 해도 귀족들이 병력을 모은다거나 폐하께 보고를 한다거나 한 것이 아무것도 없지않나?”


“그들은 어차피 들러리일 뿐이에요. 저항의 주체는 리스본의 주인인 민중들이죠. 그러니 이제 그들과 함께 마지막 방법을 준비해야죠.”


“마지막 방법이라고? 생각해 둔 것이 있나?”


마누엘은 눈빛을 밝히며 레온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마누엘, 당신은 함께 할 이들을 더 알아봐요. 보다 많은 사람이 필요해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거죠. 혼자는 힘이 약하지만 모두가 함께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져요.”


“모두가 함께 한다?”


마누엘은 이어진 레온의 얘기를 경청하며 결의를 다져 나갔고 민중에 의한 반격이 시작되고 있음을 느꼈다.



**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앉아만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르게 하던 여름은 지났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


리스본에 가을이 오고 있었다.



“아니, 길거리에 사람이 어찌 한 명도 보이지 않는거야?”


“그러게, 요 며칠 전부터 교역소며 상점이며 여관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더니 오늘은 문을 연 곳이 한 곳도 안보이는 구만. 다들 무슨 생각인거야?”


리스본에 정박한 함선에서 내린 선원 둘이 허기를 해결해줄 식당을 찾기 위해 거리를 헤맸지만 어디에도 문을 연 곳은 찾을 수 없었다.


레온의 지시와 마누엘의 독려로 리스본 시민들이 저항에 들어간 것이다.


민중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비폭력적인 방법,

치안대의 수탈을 피하기 위해 그들은 집의 문을 걸어 잠그고 외출을 포기한 것이다. 생계를 위한 업까지 중단한 것이다.


처음 며칠은 단 몇 명만이 마누엘에 동참했을 뿐이다. 하루를 벌어 하루를 먹고사는 그들에게 생업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집안에서 기다리는 어린 자식을 위해 치안대의 모진 핍박을 견디면서도 그들은 거리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그들의 횡포는 민중들에게 점점 참기 힘든 것이 되었다. 하루 왼종일 고생해도 그들의 손에 쥐고 갈 수 있는 것이 거의 남지 않아질 때 즈음 마누엘이 나선 것이다.


“더이상 이렇게 살 순 없다. 바꿔야 한다. 누구의 도움이 아닌 바로 우리의 힘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기에 당신의 협조가 필요하다.”


거듭된 그의 설득에 하루하루 많은 사람이 동참했다. 혼자서 하기엔 부담스러운 일, 행여나 치안대의 칼날이 바로 자신에게로, 자신의 집으로, 자신의 가족들에게 미칠까 주저했던 이들도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달라졌다.


변화를 위한 조짐. 분위기는 피어올랐고 이제는 하나의 대세가 되고 소리 없는 파도가 되어 리스본 시내에 들이닥치고 있었다. 이제 대부분의 시민이 이 비폭력 저항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시각.


궁정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넓은 연병장을 끼고 있는 치안본부 건물. 모든 치안대원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치안사령관인 페르낭은 궁정에 집무실을 마련해 떠났고 치안대의 총괄 관리는 이제 스캇의 몫이었다.


한때 페르낭의 비밀 명령에 따라 베니의 수하로 활동했던 자, 그가 베니의 곁에서 보고 배운대로 민중을 수탈하는 것을 총괄 지휘하고 있었다.


이제는 치안본부장의 자리에 오른 그가 공권력이라는 이름 아래 베니보다 훨씬 고묘하고 악독한 방법으로 민중을 수탈하고 있었던 것이다.


커다란 쇼파에 기대 누워 테이블에 발을 올린 그가 대원들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스캇 본부장님, 오늘도 시민들이 거리에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어제까지 당연히 상납금 수금도 없었구요. 이 일을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흥, 단체로 파업이라도 하는 건가? 그래 봤자지. 집안에 처박혀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나?”


“그래도 이렇게 수금이 되질 않으면 타격이 크지 않습니까? 집 안에 처박힌 사람들을 일일이 끌어내야 하는 건 아닌지?”


“그럴 필요 없어. 한 두명으로 본보기만 보이면 돼! 그럼 나머지는 지레 겁을 먹고 나오게 되어있어. 그보다 일을 주도한 게 누구인지 찾으라는 건 어떻게 됐나?”


부하는 송구스럽다는 듯 연신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 내고 있었다.


“그게 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지시한 게 언젠데 그걸 아직도 못 찾은건가?”


스캇의 음성은 낮게 깔려 흐트러짐이 없었다. 허나 그것이 오히려 부하들을 더 두렵게 했다. 그는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과 낮은 목소리로 대원들을 대했고 손을 씀에 자비란 없었다.


“우리 치안대원으로 위장해 귀족들을 습격한 것도, 이번 파업을 주도한 것도 모두 같은 자들이야. 하루를 더 주겠네. 내일 아침에 그 자들을 모두 이 자리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하겠네.”


스캇이 최종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이제 도리가 없었다. 그의 명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파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목이 달아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어떻게든, 누구라도 범인으로 만들어 데리고 와야했다.


이마에 흐르던 땀이 등줄기를 서늘하게 타내려감을 느끼며 치안대원이 대답하려는 차에···.


스캇의 본부장실 문이 벌컬 열리며 치안대원 하나가 급히 들어왔다.


“본부장님, 이상한 일입니다. 시민들이 하나둘씩 중앙광장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뭐라고?”


아침임에도 짙은 커튼이 쳐진 집무실 안.

스캇은 일어나 드리워진 커튼을 손으로 걷었다. 한 줄기 햇살이 어둠을 몰아냈고 저 멀리 광장으로 모여드는 시민들이 보였다.


지금껏 집에 숨어 소리없는 저항을 이어가던 시민들이 이제는 중앙광장에 하나둘씩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언가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저 멀리 중앙광장을 바라보는 스캇이 눈빛이 번득이고 있었다.



**


수백명, 혹은 수천명일까?

삼삼오오 몰려나온 시민들이 빼곡히 운집해 발 디딜 틈 없는 리스본의 중앙광장.


붉은 글씨가 새겨진 피켓과 천막이 그들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물러가라, 치안대원.’


그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악독한 치안대원을 고발하고 또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다. 마누엘의 은밀한 시도 탓인지 시위대의 중간중간에는 격식있는 차림의 귀족들도 더러 눈에 띄였다.


그런 그들과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는 자는···.

중앙광장에서 궁정으로 향하는 길을 막고있는 건 수백여명의 치안대원이었다.


치안대원들이 운집한 틈 사이 조금 높은 곳에 마련된 단상에는 역시나 스캇이 올라앉아 아래를 내려보고 있었다.


“궁정에는 보고가 됐나?”


“네, 페르낭 사령관님께 보고드리고 왔습니다.”


“폐하는?”


“페하께서는 또 출타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당분간 리스본에 돌아올 일은 없다 합니다.”


“그래, 그렇다면 문제 없지. 준비하라.”



운집한 시민들의 외침도 조금씩 잦아들었고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거리 사이로 침묵만이 남아 있었다.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


시민들 사이로 자그마한 남자아이 하나가 걸어나왔다. 아이는 거리를 두고 마주한 치안대원 하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네가 우리 누나를 죽였지? 우리 누나 살려내!”


연이어 아이의 손에 들렸던 짱돌이 치안대를 향해 날아들었고


퍽.


한눈팔던 치안대원의 이마를 스치고 지나갔다. 한줄기 선홍빛 핏물이 그의 이마에 흘러내리고···.


그때였다.

단상위에 앉아있던 스캇의 외침이 들려왔다.


“시작해.”


척.


시민들을 마주한 치안대원의 손에 나무로 다듬은 곤봉이 나타났다. 왼쪽 허리에 찬 곤봉. 악독한 범죄자들을 제압할때나 쓰이던 무기가 시민들을 향하고 있었다.


척. 척. 척.


열을 맞춘 치안대원들이 한걸음씩 앞으로 다가 오고 있었다.


다가오는 치안대를 바라보던 시민들의 눈빛은 몹시도 흔들렸고, 의심했다.


“설마?”

“우리에게 휘두르려고?”

“아무런 무기도 들지 않은 우리에게?”


하지만 의심은 이내 확신이 되었다.


아무런 미동도 없던 치안대원, 해산하라는 명령도 없던 그들이 갑자기 곤봉을 앞세우고 한발짝씩 다가 오고 있었다.


척. 척. 척.


열을 맞춰선 그들의 사정거리에 시민들이 들어왔고 곤봉을 든 치안대원의 어깨는 하늘 높이 치켜올라 갔다.


뒷걸음치려했으나 시민들의 틈에 막혀버린 남자아이. 흔들리는 그의 눈동자에 선명한 태양빛, 그리고 그 빛을 막은 육중한 곤봉이 서려있었다.


휘내려치는 단 한 방.

그것이면 아이는 목숨을 잃을 것이다.


아이의 뒤에 선 아주머니가 서둘러 아이를 감싸 안았지만···.


퍽.


피할 도리가 없었다.


힘없이 축 쳐지는 몸집. 그 몸의 주인은 아이가 아니었다.


시민의 틈 사이로 레온이 나타난 것이다.

아이를 내려치려던 치안대원의 가슴을 날아 차버린 레온이 치안대 사이에 착지했다. 그리고 경황없던 치안대의 곤봉을 뺏어들은 레온.


이제 시작이다.


뿌우웅. 뿌우웅.


시민들 사이에서 뿔나팔소리가 신호를 보냈고.


“공격해라. 치안대원에게 본때를 보여주자!”


랄프와 토미를 비롯한 뉴키즈호 선원들,

그리고 마누엘과 그 동료들이 시민들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리스본의 중앙광장에서 전투가 벌어진 것이다.


랄프와 마누엘이 치안대 속으로 빠르게 침투했다. 당황한 치안대원이 정비를 하기도 전에 백여명에 달하는 시민대원은 그들의 대열을 종횡무진 누볐다.


퍽. 퍽. 퍼퍼퍽.


오랜기간 잘 다져진 뉴키즈호의 선원들. 그들의 손에 검이 아닌 곤봉이 들려있어도 매섭긴 마찬가지였다. 수적으로 우위에 있던 치안대원은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가운데부터 무너지고 있었다.


기세가 맹렬한 것은 마누엘과 그 동료들도 마찬가지. 예전이긴 하나 용병대 생활을 오래했다는 건 거짓이 아닌 듯했다.


그들이 자유로이 싸울 수 있도록 안전한 뒤쪽으로 시민들을 후퇴시키는 카렌. 그녀가 돌아보는 광경에 레온이 들어왔다.


휘익. 퍽. 스륵. 퍼퍽. 퍽. 퍽.


실로 거칠 것 없는 움직임. 바람같은 모습으로 치안대를 휩쓸고 있는 레온이었다. 그의 주위로 이미 수십여명의 치안대원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침착하라! 전열을 정비하라!”


어디선가 치안대장의 명령이 들려왔으나 한번 무너진 대열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1대 500백. 혹은 1대5의 싸움이었으나 흐름을 탄 레온과 마누엘, 그 동료들의 기세는 매서웠다.


이미 백여명의 치안대원이 신음을 흘리며, 혹은 피를 쏟으며 바닥에 나뒹었지만 시민대원은 누구도 심한 상처를 입지 않았다.


승기는 이미 그들의 몫이었다. 치안대원에게 제대로 한방을 먹인 셈이었다. 아직 상대의 수는 많았으나 이대로라면 시민들이 이기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등 뒤의 기척을 느끼고 몸을 틀며 곤봉을 휘두르는 랄프. 이제 잠시 후 또 한명의 치안대원이 쓰러질 것이다.


푸욱.


랄프의 눈이 조금씩 크게 떠졌다. 그의 눈에 실핏줄이 터지며 조금씩 붉게 물들어가며.


왜인지 서늘하고도 이질적인 감각. 그는 쉽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바라보는 광경이···. 왜 자신의 가슴에 날카로운 검이 박혀있는 것인지···.


사악.


가슴을 관통하던 검이 뽑히고 랄프의 핏줄기가 대기 속에 흩날렸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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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최후의 수단(1) 22.07.07 145 4 12쪽
46 치안대를 박살내다(5) 22.07.06 153 4 12쪽
45 치안대를 박살내다(4) 22.07.05 130 4 12쪽
» 치안대를 박살내다(3) 22.07.03 142 4 12쪽
43 치안대를 박살내다(2) 22.06.30 163 4 11쪽
42 치안대를 박살내다(1) 22.06.28 170 4 11쪽
41 리스본 귀환(3) 22.06.25 165 5 11쪽
40 리스본 귀환(2) 22.06.24 173 4 11쪽
39 리스본 귀환(1) 22.06.23 189 3 11쪽
38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3) 22.06.21 176 4 11쪽
37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2) +1 22.06.20 184 4 12쪽
36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1) 22.06.18 182 4 12쪽
35 발바롯싸의 보상은? 22.06.17 178 4 12쪽
34 모험의 끝 22.06.15 187 4 12쪽
33 모험의 소용돌이(5) +1 22.06.14 174 4 12쪽
32 모험의 소용돌이(4) 22.06.13 174 3 11쪽
31 모험의 소용돌이(3) 22.06.12 184 4 11쪽
30 모험의 소용돌이(2) 22.06.11 194 4 11쪽
29 모험의 소용돌이(1) 22.06.10 208 4 12쪽
28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3) 22.06.09 211 5 12쪽
27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2) +1 22.06.08 238 6 11쪽
26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1) 22.06.07 224 6 12쪽
25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3) 22.06.06 246 7 12쪽
24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2) 22.06.05 250 8 11쪽
23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1) 22.06.04 254 7 11쪽
22 마린의 왕자, 섀넌 무어(3) 22.06.02 255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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