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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작가님의 서재입니다.

대항해시대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로미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1
최근연재일 :
2022.07.10 10:26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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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7
추천수 :
558
글자수 :
253,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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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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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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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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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최후의 수단(2)

DUMMY

“이쪽입니다! 폐하.”


한 차례 뒤를 돌아본 주앙3세는 안내에 따라 모퉁이를 돌아 달렸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 탓에 더는 걸음을 옮기기 힘들었고 이내 멈춰섰다.


조금 전,

경기장 통로를 지키던 친위대의 방어선이 뚫렸고 가면을 쓴 괴인들이 물밀 듯이 들이닥쳤다. 친위대가 나서 그들을 상대했지만 압도적으로 많은 상대의 수에 차례로 쓰러져 갔고···.

친위대는 서너명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미로처럼 펼쳐져 있는 건물 사이사이에서 어디로 발길을 옮겨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을 때···.


그들은 바로 몇 걸음 뒤까지 가까워졌고, 눈썹을 휘날리듯 달려온 주앙3세 마저 검을 들어야 했다.


챙. 스윽. 크헉.


비릿한 웃음을 흘리는 괴인의 검에 얼마 남지 않은 친위대 한명이 다시 쓰러졌고···.


천천히 다가오는 그들을 노려보며 주앙3세가 검을 고쳐 쥘 무렵이었다.


“여기, 이쪽으로 피하십시오! 폐하.”


건물 틈 사이로 구원의 목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 주앙3세는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좁은 틈 사이로 몸을 날렸고 안내에 따라 미로와 같은 좁은 길을 돌고 돌며 내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이쪽으로 오라는 그의 안내에 따라 마지막 모퉁이를 돌고 멈춰선 주앙3세. 숨은 턱 끝까지 차올랐고 몸을 감싼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허억. 허억. 허억.


다행이었다.


연신 숨을 고르면서도 주앙3세는 뒤를 돌아보았고 사방을 확인했다. 다행이 가면을 쓴 괴인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 좁은 골목의 틈에서 길을 잃고 따라오지 못한 것이다. 허나 자신을 호위하던 친위대 또한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추격을 막는 사이 모두 희생된 듯 했다.


주앙3세로서는 난생 처음 겪는 생과 사의 고비였다. 마지막 순간에는 모든 체통마저, 그리고 쥐고 있던 검마저 내던지고 달려야했다. 오직 살기 위함이었다.


어느 정도 숨이 돌아온 주앙3세가 허리를 세우고 길을 안내한 자를 돌아봤다.


처음 보는 낯선 얼굴, 허름해보이는 옷차림, 상대는 20살 즈음되어 보이는 앳된 남자였다.


“수고했네, 자네가 없었다면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했어. 내 이 일을 꼭 치하하도록···.”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폐하.”


그는 주앙3세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등을 보인 채 어디론가 걸어 나가고 있었다.


“뭐라고? 네 감히 내 앞에서 등을 보이는···.”


남자의 무례함을 질책하려던 주앙3세. 허나 그의 머리에는 어떤 불길한 예감이 퍼뜩 스쳐갔다.


주앙3세는 얼른 주위를 확인했다. 사방이 건물로 막혀있는 동그란 공터, 하늘은 파랗게 뚫려있었으나 들어오고 나가는 통로는 자신이 방금 지나온 곳 하나 뿐이었다.


“여기는 어딘가? 왜 나를 이쪽으로 안내한거지?”


페르낭의 물음에도 대답 없는 그는 어디론가 걸어갔고 팔자 형태의 계단을 올라 건물 안으로 스윽하며 사라져 버렸다.


“감히!”


주앙3세는 분노를 머금었으나 터트릴 상대가 없었다. 수많은 시민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던 경기장과는 달리 이곳엔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질 않았다. 포장되지 않은 모래 공터 위엔 황량한 바람만이 스치듯 지나갔고.


끼이이익.


남자가 사라졌던 건물의 오래된 출입문이 열리고 이윽고 모습을 드러내는 한 남자. 아래, 위 모두 검은색 옷을 차려입고, 얼굴에는 예의 그 악마같은 가면을 쓴 자였다.


다시 등장한 괴인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란 주앙3세가 소리쳤다.


“허억, 너는 누구냐?”


“하하, 놀라실 것 없습니다.”


가면에 가려져 표정을 알 수 없는 상대에게서 익숙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너···. 너는 설마?”


상대가 대답을 하기 전 둘러싼 건물의 사방, 팔방에서 문이 열리며 검은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자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출입문에 연결된 팔(八)자 모양의 계단을 천천히 내려와 주앙3세를 에워쌌다.


여전히 계단 위에 서있는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 그가 천천히 가면을 벗고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페···페르낭, 네 녀석이!”


“하하, 주앙3세. 나와 대결하려거든 목숨을 걸 각오 정도는 했을게 아닌가?”


채앵.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면인들의 검이 검집에서 뽑아져 나왔다. 괴기스러운 가면과 번뜩이는 칼날을 흔들며 국왕을 위협하듯 한걸음씩 다가서는 그들.


천하의 주앙3세라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이 봐. 페르낭 사령관, 자네 지금 무슨 일을 벌이려는 것인가? 뒷감당을 어찌 하려고 이러는 건가?”


“뒷감당? 하하, 이제야 사태파악이 좀 되나보군. 어떻게, 내가 공들인 치안대를 박살낼 때는 기분이 좋아 보이더니 지금은 아닌가? 왜? 지금은 뭐가 문젠가? 설마 죽음이 두려운건가?”


낭패였다. 페르낭은 포르투칼의 국왕을 진심으로 죽이려 작정한 것이었다. 침착해야 했다. 혹시라도 도움을 줄 누군가를 기대하며 시간을 끌어야 하는 주앙3세였다.


“페르낭, 날 죽여서 자네가 얻는 것이 무엇인가? 그래봤자 차기 국왕은 날 시해한 혐의로 자네를 처형할걸세. 그간 치안대원의 악행을 주도한 혐의도 포함해서 말이지. 그러니···.”


“하하, 그 부분은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너의 뒤를 이을 왕도 네가 이미 정해놨으니 말이지.”


그의 말이 끝나자 문이 열리고 주앙3세를 안내했던 청년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가 왕위를 이을 것이야. 주앙, 너와는 먼 친척쯤 될거야. 비록 창녀에게서 태어났다고 해도 적통한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그게 무슨 대수라고. 하하.”


차기 국왕이라고 소개된 자는 얼마 전 페르낭과 스캇이 몰래 데려와 죽은 듯 지내라고 협박 비슷한 당부를 했던 그 청년이었다.


페르낭이 오랜 기간 야심차게 계획했던 음모가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실현되려는 순간이었다.


여전히 소리 없는 가면의 괴인들이 한걸음씩 더 다가왔고, 페르낭의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


‘방법을 찾아야한다. 무슨 수를 생각해야 해.’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굳은 의지가 그의 눈에서 읽혔으나 동시에 하늘 높이 치켜 올라간 검이 그의 망막에 맺혔다.


슈우욱.


치켜올라간 검은 맹렬한 기세로 내리쳐졌다.


‘피해야한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주앙은 다가오는 검을 응시하며 몸을 빼려했으나 굳어있는 몸은 그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나려는 순간···.


피유우우웅.


탕.


어디선가 날아온 돌멩이 하나가 검의 경로를 뒤바꿔놨다.


끝내 감지 않으려 했으나 의도와 달리 질끈 감긴 눈을 뜨는 주앙3세. 그의 눈 바로 앞에 누군가의 어깨가 보였고, 그 어깨의 주인은···.


“레···레온?”


“네, 폐하. 늦어서 죄송합니다.”


흙먼지와 적막만 가득하던 공터에 바람을 일으키며 레온이 도착한 것이다.


레온의 갑작스런 등장에 가면을 쓴 모두가 당황하고 있었으나 페르낭은 달랐다. 그의 목소리가 이내 울려퍼졌다.


“쳐라!!”


그의 명령에 몸을 움직이는 가면인. 하지만 레온이 한발 빨랐다.


스윽. 컥, 휘익. 크윽.


실로 바람과 같은 움직임. 레온은 가면인들 사이을 자유자재로 종횡무진하며 검격을 뿌려나갔고 그 어떤 상대도 그의 일격을 받아낼 수 없었다.


레온의 검 실력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인 페르낭과 주앙3세. 그들은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환상과 같은 장면을 믿을 수 없었다.


사람의 움직임이 이리도 빠를 수가 있을까? 검과 한몸이 된 레온은 시간과 공간을 거스르듯 움직였고 태양빛에 반사된 검이 번쩍할 때마다 가면인은 속절없이 쓰러져갔다.


특히 자신의 수하 중 최정예만을 이곳에 준비시켜둔 페르낭의 놀라움은 비할 곳이 없었다. 직접 확인한 레온의 실력은 소문 그 이상, 소드마스터라 불리던 모든 이들의 경지를 훨씬 웃도는 것이었다.


상대의 어깨를 딛고 하늘 높이 치솟았던 레온이 착지하자 서너명의 가면인이 또다시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십수어명의 상대 모두가 눈 깜짝할 순간에 레온 혼자에게 당한 것이었다.


성공을 눈 앞에 둔 페르낭의 계획이 다시금 수포로 돌아갔다. 이대로 있다간 레온의 손에 잡히게 된다. 이제 달아나야할 이는 주앙3세가 아니라 페르낭 이었다.


나왔던 문으로 몸을 숨기려다 자신의 옆에서 벌벌 떨고 있는 청년을 확인한 페르낭.


“이제 다 글렀어. 네 살길은 이제 네가 찾도록.”


마지막 말을 남긴 그가 눈 앞의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허나 왜 인지 파도와 같은 거센 힘이 밀려들었고 열렸던 문은 쾅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닫혔다.


영문을 모른 채 고개를 돌린 페르낭. 자신의 눈 앞에 어느새 다가온 레온이 있었다. 모래 바닥에 있던 레온이 단 한 번의 도약으로 계단을 뛰어 넘은 것이었다.


분노와 허탈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레온을 바라보는 페르낭. 이제 모든 것이 끝나가고 있었다.


검의 손잡이를 들어올린 레온이 페르낭의 관자놀이를 가격했고 그의 정신은 아득히 멀어져 갔다···.


“흐윽···.”


페르낭이 남몰래 계획했던 마지막 음모마저 막혀버렸고, 그는 그렇게 자그마한 탄식만을 남긴 채 쓰러졌다.


뒤늦게 도착한 에스테반과 그의 해병대원들이 현장을 바라보았고, 높은 계단에 올라 해를 등지고 서있는 유일한 자는···.


레온 메이슨이었다.



**


가을을 알리듯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조용한 리스본의 거리를 촉촉이 적시고 있었다.


사건이 있은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화가 난 시민들의 민심을 풀어주고 자신의 인기를 치솟게 하려던 주앙3세의 계획···.


악명 높은 치안대원을 모든 시민들이 보는 곳에서 처형하려고 기획했던 리스본 원형 대경기장에서의 검술 시합은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불러왔다.


페르낭이 끌어 모으고 이끌었던 가면 괴인들의 칼날에 수많은 대신과 귀족, 시민들이 희생되었다. 포르투칼의 국왕인 주앙3세 마저도 그 목숨을 잃을 뻔 한 것이다.


검술 시합의 후폭풍은 리스본 거리 곳곳에 내려 앉아있었다. 리스본의 중앙 광장에는 그날 희생된 이들의 신위가 모셔져 있었고 국가 차원의 장례가 치러졌다.


궁정에서는 희생된 대신의 후임자를 정하고 사고의 뒷수습에 여념이 없었지만 거리 곳곳의 무거운 분위기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업을 잠시 접어둔 채 집안에 틀어 박혀 지냈고 거리는 한산했다. 간간이 추모의 꽃을 들고 중앙광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만 눈에 띄었을 뿐···.


비오는 거리를 쓸쓸히 걷는 그림자가 보였다. 여느 때와는 달리 랄프마저 남겨두고 어딘가를 향해 걷는 홀로 레온이었다.


무겁게 가라앉은 리스본의 분위기와 달리 오랜만에 만난 비를 머금은 이름모를 풀잎은 청초한 향을 한껏 뿜어내고 있었다.


바짓단을 적시는 빗방울 사이를 뚫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레온. 깊은 생각에 잠긴 듯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으나 어딘가를 향해 쉼없이 이어졌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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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치안대를 박살내다(1) 22.06.28 169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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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2) +1 22.06.08 23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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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3) 22.06.06 246 7 12쪽
24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2) 22.06.05 250 8 11쪽
23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1) 22.06.04 253 7 11쪽
22 마린의 왕자, 섀넌 무어(3) 22.06.02 254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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