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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작가님의 서재입니다.

대항해시대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로미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1
최근연재일 :
2022.07.10 10:26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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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5
추천수 :
558
글자수 :
253,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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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3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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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치안대를 박살내다(2)

DUMMY

리스본 벨렝 궁전에 마련된 치안사령관의 집무실.


그 전보다 한층 화려한 장식과 사치품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 평소라면 조용했어야할 그 곳이 여러 궁정대신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보게, 치안대장. 자네 사령관은 언제 오는 것인가? 언제까지 대신들을 기다리게 할 작정이야! 우린 지금 당장 폐하께 갈 수도 있으나 이 곳으로 온 걸세!”


“당장 치안사령관을 불러오게!!”


흥분한 대신들의 외침에도 그의 수하 스캇은 차분하기만 했다. 그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기다리시죠.”


그의 말에 격분하고 나선 건 재무대신이었다.


“아니, 거의 한 시간째 여기서 기다리고 있네. 페르낭은 어딜 간 것인가? 당장 데려오래도!”


일순간 스캇의 눈빛이 변했다.


“지금 페르낭이라고 하셨습니까?”


뒷골을 시리게 할 정도로 서늘한 눈빛이 좌중을 압도하자···.


“아···아니, 내가 언제···. 흠흠. 아무튼 당장 치안사령관을 뫼시고 오게.”


그 순간이었다.


“하하. 여러 대신들께서 저를 이리도 찾아주시니 소인은 몸둘 바를 모르겠군요.”


페르낭이었다. 그는 여느 때처럼 당당하고 거침없이 대신들 사이를 지났고 자신의 거대한 의자에 앉았다.


짙은 적갈색의 마호가니 원목 테이블을 천천히 쓰다듬던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예의 그 날카로운 시선이 대신들에게 쏘아졌다.


“그래서 이렇게 아침부터 찾아온 이유는?”


대신들 누구도 먼저 나서지 못했고 옆에 앉은 재무대신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나서달라는 명백한 요구였다. 마지못해 입을 여는 재무대신.


“흠흠. 이보시오, 치안사령관. 지금 리스본의 치안 상황이 엉망이오. 하루가 멀다하고 귀족들의 저택이 강도들에게 털리고 있소. 상황이 이 지경인데 도대체 치안대는 뭘 하고 있는 것이오?”


“저도 그 소식을 들었습니다. 야간 순찰 인원을 두 배로 늘려 치안을 강화하고 있으나 상대가 꽤나 신출귀몰하더군요. 허나 조만간 범인들은 잡힐 것이니 심려치 마십시오.”


“허, 문제는 그 뿐만 아니오. 들리는 소문에는 한 밤의 강도가 사실은 치안대라는 소리가 있던데···. 치안대가 평민을 핍박하는 것도 모자라 우리 귀족, 대신들에게까지 마수를 드리우는···.”


“뜬소문입니다.”


페르낭은 한마디로 재무대신의 말을 일축했다.


“아니, 치안사령관. 그렇게 말로만 물릴 것이 아니라 무언가 진상을 밝혀야 할 것 아니오! 치안대가 무장한 강도가 아니라는 걸···.”


“기다리시죠.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고 흉수는 밝혀질 것입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의 도발에도 침착하게만 대하는 페르낭을 보니 무언가 김이 새는 모양새였다. 재무대신을 비롯한 대신들은 치안대와 페르낭에게 항의하고 문책하려 했으나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대화의 흐름이 바뀌어야 했다. 재무대신은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


“이건 치안대 전체의 기강이 달린 문제요. 그간 치안대원들이 평민들을 핍박하고 돈을 갈취한다는 소문을 누누이 들었소. 이 일을 폐하께 고하고 제대로된 조사를 해야 할 것이오. 그래야 무너진 치안대의 위신이 바로 서고 기고만장해서 날뛰는 무장 강도들을 잡아들일 것이 아니오!”


됐다. 이번에는 말을 끝마친 재무대신은 스스로 내민 카드에 만족했다. 폐하께서 개입한다면 페르낭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주위의 대신들을 돌아보며 만족하느냐는 듯 눈치를 보내는 재무대신. 하지만 그의 표정은 이내 일그러졌다.


인기척 없이 다가온 그림자 하나가 자신의 어깨를 꽉 짓누르고 있던 것이다. 페르낭이었다.


그가 허리를 숙여 자신의 귓가에 속삭이였다.


“이봐, 노친네. 당신이 지금까지 해처먹은 돈이 얼마지? 그걸 폐하께 같이 고해볼까? 아, 그리고 얼마 전 한 소녀가 자살을 했더군. 네가 그 어린 여자한테 한 짓을 폐하가 알면 어떤 표정일지 궁금하군.”


“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하지만 고개를 돌려 페르낭의 차가운 시선을 확인한 재무대신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어깨에서 손을 뗀 페르낭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무거운 분위기에 짓눌린 대신들을 보며 낮게 말했다.


“경들의 걱정을 내 모르는 바가 아니오. 빠른 시일 내 이 일을 해결할테니 모두 돌아가시오. 여러분들은 평소 하듯이 쥐 죽은 듯 지내시면 됩니다.”


“아니, 그 무슨!”


“쥐 죽은 듯 지내라니···.”


페르낭의 마지막 말에 모두들 얕게 읊조리며 서로의 눈치를 살폈지만 누구도 나서진 못했다.


벨렝 궁전을 완전히 틀어쥐고 있다는 페르낭의 자만심, 그에 대한 대신들의 반발이 속으로나마 꿈틀대며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



한편, 같은 시간.

리스본 앞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깎아지르는 절벽 위에 위치한 아름다운 외양의 저택.


그 곳은 포르투칼의 국왕 주앙3세가 별장으로 사용하는 공간이었다.


“어서 오게, 레온 메이슨.”


별장 안에 마련된 휘황찬란한 응접실에 들어선 레온을 주앙3세가 반겨주었다.


예를 다한 인사를 마친 레온이 고개를 들자, 주앙3세의 근처에 낯선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또렷한 이목구비에 두꺼운 목은 다부진 상체를 여실히 드러냈고, 앉아있음에도 상당히 높게 올라온 어깨는 커다란 키를 가늠케 했다.


그런 그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흥미롭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레온 또한 짙은 수컷의 향기를 풍기는 남성이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하하, 소개하지. 이 쪽은 우리 포르투칼의 해군 총사령관이 될 에스테반 그라네로네.”


주앙3세의 소개에 그가 커다란 몸을 일으켰고 레온 앞에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반갑네, 레온. 에스테반 제독이라 부르게.”


실제로 마주선 그는 레온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다.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과 그 위압감이 실로 대단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마주서는것 조차 힘들 정도···. 마치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을 연상시켰다.


“레온 메이슨이라고 합니다. 뉴키즈호의 함장이죠.”


손을 가볍게 맞잡고 서로를 응시하는 두 사람의 어깨를 가볍게 쓰다듬은 주앙이 말했다.


“하하, 여기 에스테반 제독은 지난 2년 동안 신대륙에 가있었네. 동쪽 아시아 말고도 우리 포르투칼에 부를 안겨줄 새로운 땅을 탐험하라고 내가 특별 지시한 것이지. 그리고 얼마 전 막대한 황금을 싣고 이곳 리스본으로 귀항했네. 바로 레온, 자네처럼 말이지.”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가벼운 목례에 이은 인사에도 에스테반은 여전히 레온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영혼마저 꿰뚤어 보려는 듯 한참이나···.


그가 마침내 시선을 거두었다.


“아, 이거 실례했구만. 폐하께 자네 얘기를 전해 들으니 아주 궁금해져서 말이지. 아직 어리지만 모든 면에서 그 실력이 출중하다더군.”


“과찬이십니다.”


주앙3세는 그런 두 사람의 어깨를 끌었고 넓은 중앙테이블의 각 좌석에 앉혔다.


“하하, 우리 포르투칼을 이끌어갈 신성 세력들이 여기 다 모였구만. 에스테반과 레온이 가져온 막대한 부는 궁정에서 나의 입지를 한층 돈독히 해주었어. 그래서 이 자리를 마련한 거야. 그간 고생도 치하하고.”


주앙의 외침에 대기하던 시종들이 우르르 몰려들었고 이내 각종 산해진미가 테이블 가득 차려졌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최고급 포도주가 레온의 잔에 절반 가량 따라졌고, 주앙 3세의 건배 제의와 함께 자리는 이어졌다.


2년 동안 이어진 신대륙 원정에서 갓 돌아왔다는 에스테반 그라네로.


호탕한 성격의 그는 생각보다 달변가였다.


그가 당도하고 누빈 초록과 황금빛이 감도는 신비의 대륙. 드넓은 바다에서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끝없이 펼쳐진 평야, 사흘 밤낮을 달려도 낮은 언덕 하나 보이지 않는 광야는 태초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했다.


그 곳의 땅을, 자유로이 내딛는 수많은 들소들 사이를 그가 내달렸다 한다. 선원들과 함께 잘빠진 준마를 타고 미지의 대륙을 곳곳을 질주했다 한다.


우호적인 원주민들과는 교역을 하고, 적대적인 원주민들은 짓밟고, 가끔씩 마주친 스페인 세력들과 전투를 벌이며 결국엔 그 땅에 위대한 포르투칼의 깃발을 꽂고 돌아왔다는 그의 모험담.


레온의 가슴을 뛰게 했다.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신대륙. 황금과 꿀이 강을 이뤄 흘러넘친다는 그 곳. 그 땅에 두 발을 대딛고 싶다는 소망이 끓어올랐다.


와인잔 너머로 반짝이던 레온의 눈빛을 알아챈 주앙3세가 입을 열었다.


“하하, 에스테반의 말을 들으니 레온도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군. 어떤가? 자네도 신대륙으로 항로를 돌리는 건?”


갑작스런 질문에 레온의 정신이 퍼뜩 돌아왔다.


“네, 아직 다음 행선지를 정하지 못했습니다. 신대륙도 좋아보이네요.”


“그래. 이제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엔 우리 해상 세력이 입지를 돈독히 다졌네. 그간 저항하던 토착민들도 우리의 대포에 두손, 두발 다 들고 말았지. 헌데 신대륙은 아닐세. 해안에 인접한 대부분의 지역은 이미 스페인 해군의 손에 들어갔어. 우린 한 발 늦은 셈이야. 신대륙에서 우리 입지를 확장하려면 자네 두 사람의 힘이 절실하다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에스테반의 대답과는 달리 레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다음 항해는 언제 떠날 것인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던 레온이었다.


은은하게 향근한 포도주를 입에 대며 셋 다 잠시 말이 없을 때, 에스테반이 먼저 입을 열었다.


“헌데··· 폐하, 제가 2년 만에 돌아와서 보니 리스본의 분위기가 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선뜻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한마디였다. 주앙3세의 눈이 호기심으로 빛나자 그가 다시 말했다.


“요즘 치안대의 모습이 좋지 않아 보입니다. 갑자기 치안대의 규모가 커진 것도 그렇고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리스본 여기저기서 치안대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더군요.”


일순간 주앙3세의 얼굴에 노여운 빛이 감돌았지만 이내 사라졌다.


“리스본의 질서유지를 위해 치안대 예산을 대폭 늘리긴 했지. 난 주로 국외의 정세를 신경쓰느라 내부는 페르낭에게 맡겨두긴 했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도 없었네. 국고 수입은 오히려 늘었고 대신들에게서도 별 다른 소식도 없었는데···.”


“에스테반 제독의 말이 사실입니다. 제가 며칠동안 지켜본 바에 따르면 치안대의 일탈이 선을 넘고 있습니다. 치안대원 한 두명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보입니다.”


그간 치안대원이 자행해온 악행, 시민들에 대한 핍박과 폭력, 갈취···. 바다 너머에만 신경이 팔렸던 주앙3세가 놓치고 있던 내부의 문제점, 그리고 그 속에 노출된 시민들의 실상 전부.


레온과 에스테반의 말을 끝까지 들은 주앙3세는 무언가 생각에 빠져들었다. 흥겨웠던 세 사람의 연회장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감돌았고···.


쾅!


큰소리로 테이블을 내려치며 자리에서 일어난 주앙3세. 왜인지 희미한 미소에 언뜻 장난기가 비친 그가 말했다.


“우리 같이 연극 하나 할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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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최후의 수단(1) 22.07.07 145 4 12쪽
46 치안대를 박살내다(5) 22.07.06 151 4 12쪽
45 치안대를 박살내다(4) 22.07.05 130 4 12쪽
44 치안대를 박살내다(3) 22.07.03 141 4 12쪽
» 치안대를 박살내다(2) 22.06.30 163 4 11쪽
42 치안대를 박살내다(1) 22.06.28 169 4 11쪽
41 리스본 귀환(3) 22.06.25 164 5 11쪽
40 리스본 귀환(2) 22.06.24 172 4 11쪽
39 리스본 귀환(1) 22.06.23 188 3 11쪽
38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3) 22.06.21 175 4 11쪽
37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2) +1 22.06.20 184 4 12쪽
36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1) 22.06.18 181 4 12쪽
35 발바롯싸의 보상은? 22.06.17 177 4 12쪽
34 모험의 끝 22.06.15 187 4 12쪽
33 모험의 소용돌이(5) +1 22.06.14 174 4 12쪽
32 모험의 소용돌이(4) 22.06.13 174 3 11쪽
31 모험의 소용돌이(3) 22.06.12 184 4 11쪽
30 모험의 소용돌이(2) 22.06.11 194 4 11쪽
29 모험의 소용돌이(1) 22.06.10 207 4 12쪽
28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3) 22.06.09 210 5 12쪽
27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2) +1 22.06.08 238 6 11쪽
26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1) 22.06.07 223 6 12쪽
25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3) 22.06.06 246 7 12쪽
24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2) 22.06.05 250 8 11쪽
23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1) 22.06.04 253 7 11쪽
22 마린의 왕자, 섀넌 무어(3) 22.06.02 254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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