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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작가님의 서재입니다.

대항해시대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로미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1
최근연재일 :
2022.07.10 10:26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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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3
추천수 :
558
글자수 :
253,585

작성
22.05.1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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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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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글자
11쪽

1523년, 리스본의 밤(1)

DUMMY

날이 선 초생달만이 어두워진 사방을 밝히는 리스본의 밤거리.


레온은 가쁘게 차오르는 숨을 내쉬며 바위로 마감된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 그를 쫓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 리스본 뒷골목의 제왕, 혹은 리스본의 개라고 불리는 베니의 수하들이 레온을 뒤쫓고 있었다.


한시간 전, 레온은 그들이 본거지 중 하나로 사용하는 주점을 찾아가 한바탕 난동을 부렸다. 이유는 하나, 그들의 손에 붙잡혀간 어린 동생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베니 일당의 본거지를 턴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것과 같은 의미. 일대에서 그들의 악명은 그만큼 절대적인 것이었다.


잡히면 죽는다. 무조건 달려야했다.


가빠오던 호흡을 느끼던 레온은 문득 생각했다. 언제부터 삶이 일그러지기 시작한지···.


포르투칼 왕국의 귀족 작위를 수여받은 메이슨 가문. 레온은 메이슨 가문의 장자였다. 그의 아버지 리키 메이슨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물이었다.

포르투칼 국왕 직속의 상단에 선원으로 합류하여 오랜 기간 축적한 항해 경험과 자본을 토대로 자신만의 함대와 상단을 꾸렸던 그.


특유의 사업수완을 발휘해 지중해 무역에서 막대한 이문을 취하고 포르투칼 상업 발전에 기여한 결과 국왕 마누엘 1세로부터 남작 칭호를 수여받은 리키.


레온의 삶은 따뜻한 온실, 그 자체였다. 그 속에서 아버지가 원하는 공부와 수련만 하면 되는 생활. 항해술, 검술, 국제정세와 역사, 지적측량, 외국어, 지도 제작, 사교 예법, 호신술 따위의 것들.


하지만 앉아서 하는 수업은 언제나 지루했고 검술 수업 빼고는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수업보다는 저택 밖으로 나가 동네 아이들을 만나고 싸우고, 또 그렇게 친해지는 것이 훨씬 즐거운 그였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천방지축의 사고뭉치. 상대방의 신분과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맘에 안들면 쥐어 패고, 맘에 들면 친구로 삼는 레온. 뒷감당은 언제나 아버지인 리키의 몫이었다.


레온에게 세상은 참으로 쉽고 즐거웠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확신했다. 아버지가 만들어낸 부의 장막이 영원할 줄 알았기 때문이었으리라. 허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었다.


어머니의 죽음···.


레온이 13살 되던 해, 어머니는 동생을 낳는 산고를 겪는 와중에 허망하게 돌아가셨다. 사랑하는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이었을까?


항해와 교역, 오로지 일에 중독되다시피한 삶을 살았던 리키는 술독에 깊이 빠져 들었고 더 이상 배에 오르지 않았다.


그의 좌절을 보고 등을 돌린 귀족들, 여기저기서 들이닥치는 빚 독촉으로 집안의 재산은 썰물과 같이 빠져 나갔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이 되었을 때. 자신의 저택을 관리하던 식솔들마저 모두 떠나고 오직 어린 자식들만 남았을 때.


마침내 리키는 다시 배에 올랐다.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던 함선들은 모두 사라지고 단 한 척만 남은 배. 20년 전 독립 후 첫 항해를 함께 했던 선박에 올라 항해를 다시 시작한 리키.


3살 난 여동생 엠마의 손을 잡고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레온은 희망을 품었다. 아버지는 다시 일어서실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누렸던 예전의 삶을 되돌려 주실 거라고.


하지만 레온은 희망은 거센 풍랑의 물거품처럼 가라앉았다. 출항하던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본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왕실 직속 함대에게서 하나의 문서를 받았다.


- 지중해 바다를 자유로이 누볐던 리키 메이슨. 정체불명 해적의 습격으로 풍운아가 되어 바다에 잠들다 -


**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두 다리는 더 이상 움직이기를 거부했다.


“흐흐, 이 쪼끄만 녀석, 드디어 잡았다.”


골목 모서리에서 나타난 베니 일당의 악당 한명이 레온의 앞을 막아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레온의 뒤에서도 베니 일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헉헉,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생쥐처럼 빠르긴 어찌나 빠르던지. 힘들어 죽겠네.”


앞에는 두 명, 뒤에는 네 명의 베니 일당이 야비한 웃음을 흘리며 레온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레온은 급히 주변을 다시 살폈다. 오른쪽은 건물로 막혀있었고 왼쪽은 난간 없는 7~8미터 높이의 낭떠러지였다. 어느 방향으로도 달아날 곳은 없었다.


방법은 단 하나, 정면 돌파 밖에는 없었다.


아버지가 주선해서 받았던 수많은 수업 중 검술만큼은 게을리 하지 않은 레온이었다. 그의 손에 검 한 자루만 주어진다면 악당 서너명은 따돌리고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자신이 검은커녕 나무작대기 하나도 없다는 사실. 베니 일당 중 한명이 허리춤에서 짧은 도끼를 꺼내며 말했다.


“레온이라고 했나? 암튼, 꼬맹이. 이제 도망갈 곳은 없어. 그냥 순순히 항복하라고.”


레온은 다가서는 커다란 덩치의 남자를 바라봤다. 베니 일당 중 악독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흑곰 타티스였다. 언제나 저 짧은 손도끼를 흔들며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을 겁박하여 죽이고 인신매매를 일삼는 악당 중의 악당이었다.


레온은 타티스를 바라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그 순간 눈에 들어오는 장면. 타티스 뒤에 선 일당의 허리에 달려 있는 칼 한 자루가 보였다. 저 칼만 빼앗는다면 어떻게든 탈출 방법을 마련할 수 있을 듯 했다. 레온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시간을 벌어야 한다. 저들의 주의를 분산시켜야 해.’


레온이 마주선 베니 일당을 향해 소리쳤다.


“어이, 갑자기 왜 이 난리야? 돈은 분명히 갚는다 했잖아! 이자도 꼬박꼬박 내고 있었고. 근데 갑자기 원금 전부를 상환하라니···. 그게 말이 돼?”


“어이? 진짜 어이가 없다. 어린 노무 자식이···. 그러게, 능력이 안 되면 돈을 빌리지를 말았어야지.”


“내가 언제 빌려달라고 한 적 있어? 필요할 때 쓰라고 네 놈들이 그냥 던져놓고 간 거잖아!.”


“그러게 왜 그 돈을 썼어? 필요 없으면 다시 우리한테 반납하면 되는 걸 가지고···.”


“아니, 그 때 분명히 다시 들고 가 돌려주려고 했지. 근데 그 몇 십분 사이에 이자라니? 이자를 쳐서 가지고 오라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되냐?”


“당연히 이자가 붙지. 우린 뭐 땅 팔아서 장사하는 줄 아나. 지금도 네 놈이 가져간 돈에 이자는 붙고 있는 중이야. 하하하.”


도무지 논리로 대화가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아니 그들에게는 힘이 곧 논리였으며 법이었다. 저들을 제압할 수 있는 건 세치 혀가 아니라 압도적인 힘이었다.


레온이 사는 시대, 16세기 리스본의 삶이 그랬다. 그 속에 깃든 모든 이들의 삶이 바로 그 힘의 논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죄 없는 내 동생을 납치해가는 건···. 고작 5살 난 아이를···. 그러고도 네 놈들이 인간이냐?”


“그래, 네 동생. 감히 우리 본거지에 처들어 와서 우리 물건을 함부로 빼돌렸겠다?! 네가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알았냐? 어서 말해! 네 동생은 어디에 숨겼지?”


한 시간 전 베니 일당의 본거지에 서 동생을 구출하는 데는 성공한 레온이었다. 일당들이 술에 취해 잠든 틈을 타 한쪽 구석에 작은 소리로 훌쩍이던 동생 엠마를 구하고 창문을 통해 친구인 랄프의 손에 맡긴 레온.


엠마는 잘 도망쳤을까 하는 걱정이 올라왔지만 랄프라면 안전한 곳으로 잘 피신 시켰을 것이다. 그보다 지금은 이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래야 동생도 다시 볼 수 있으니···.


대화하는 도중 일당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칼을 향해 조금씩 접근한 레온. 가까운 거리에서 번쩍이는 칼집이 보였다.


기회는 단 한 번.


레온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허리를 숙이다 재빠른 솜씨로 칼을 향해 몸을 굴렸다. 눈 깜짝할 새 레온과 칼의 거리는 가까워졌고 구르기가 끝나는 타이밍과 동시에 땅을 박차며 손을 뻗었다.


레온의 움직임은 베니 일당이 상황을 파악하고 무언가 행동을 옮기기엔 너무 갑작스러우면서 동시에 신속했다. 레온의 눈 바로 앞에 칼의 손잡이가 보였다. 이제 잠시 후면 저 손잡이가 자신의 손아귀 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 때였다. 레온의 손에 앞서 칼의 손잡이를 잡아 쥐는 또 다른 손.


“어라?”


레온은 한쪽 무릎을 꿇은 상태로 고개를 들어 손의 주인을 확인했다.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손의 주인은 칼잡이 데포. 베니 일당 중 최고의 검술 실력을 자랑하는 자. 왼쪽 눈썹부터 오른쪽 뺨까지 새겨진 깊은 자상은 그의 미소를 더욱 괴기스럽게 만들었다.


퍽.


무릎을 꿇은 상태로 가슴팍을 걷어차인 레온은 뒤로 한 바퀴를 구른 뒤 간신히 몸의 균형을 되찾았다. 그것도 잠시. 뒤에서 날아오는 베니 일당의 주먹에 관자놀이를 강타당한 레온은 다시 바닥에 내뒹굴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쓰러진 레온에게 이어진 것은 세찬 발길질 세례.


퍽. 퍽. 퍽. 퍽.


“쬐끄만 녀석이 어딜 감히 우리 본거지에.”


“안그래도 슬슬 기어오르려는 놈들이 보이던데 이 녀석을 본보기로 세우자구요.”


“그래. 우리 무서움을 모르는 녀석은 이렇게 된다는 걸 보여줘야지.”


“그만!”


한참동안이나 이어지던 일방적 폭행은 칼잡이 데포의 한마디에 멈췄다. 그는 일행들을 지나 쓰러진 레온의 턱을 움켜쥐고 말했다.


“좀 전에 내 칼을 뺏으려던 움직임은 아주 빠르더군. 나도 놀랐어. 하하. 근데 혹시 칼만 있다면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레온은 입안이 모두 터지고 갈비뼈 두 세대는 부러진 것 같았다. 부어오른 눈두덩이는 한쪽 시야를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쓰러진 채로 폭행만 당하면 결국 죽는다. 베니 일당은 원래부터 그런 놈들이니까. 이렇게 된 이상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판사판이었다.


흐읍! 퉤!!


입 안 가득 고인 핏물을 뱉은 레온이 악에 받친 얼굴로 소리쳤다.


“그래! 칼 한 자루만 있었다면 너희들 모두를 단숨에 죽였겠지.”


“하하. 재밌구나. 곧 죽어도 입만 살아가지고. 저 애송이 녀석을 일으켜 세워라.”


쭈뼛쭈뼛 다가오는 베니 일당의 손길을 뿌리치고 레온은 홀로 일어났다. 그런 그의 앞에 던져진 칼 한 자루.


“어디 네 실력 한번 볼까? 그 잘난 입만큼 실력도 따라줘야 할텐데···. 하하하.”


레온은 바닥에 놓인 칼을 간신히 쥐어들었다. 머리는 빙글빙글 어지러웠고 다리는 세차게 떨리고 있어 서있는 것 자체가 용했다.


레온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손으로 훔쳐내고 데포를 노려보았다.


‘집중해야한다. 이게 마지막 기회다.’


레온은 미친 듯이 박동하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검술 수업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 적이 나보다 강하다 생각된다면 먼저 공격하지 마라. 기다려라. 적의 표정, 눈빛, 근육의 미세한 떨림 어떤 것도 놓치지 말라. 적의 칼을 피하는 것과 나의 반격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 모든 것 눈 깜짝할 새에 결정된다. 노려보고 기다려라. -


레온은 두 발을 땅에 박고 칼을 들어 수비 자세를 취한 채 데포를 노려봤다. 몸 안에서 짜낸 마지막 기운을 칼끝으로 흘려보내는 레온···..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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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2) 22.06.05 250 8 11쪽
23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1) 22.06.04 253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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