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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작가님의 서재입니다.

대항해시대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로미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1
최근연재일 :
2022.07.10 10:26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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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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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8
글자수 :
253,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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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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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모험의 소용돌이(1)

DUMMY

발바롯싸 하이레딘과 같이 일을 한다?


십자군 전쟁 이후 오랜기간 전쟁과 반목을 지속하며 대립각을 세웠던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


레온은 기독교 국가인 포르투칼의 국민이었고, 발바롯싸 하이레딘은 이슬람 세력의 종주국인 오스만의 해군 총사령관이었다.


그런 둘이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국제 정세에 반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들과 함께 일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이적행위로 레온은 포르투칼의 국법에 따라 추궁되거나 처벌받을 수도 있었다.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는 레온을 본 발바롯싸가 말을 이었다.


“훗, 그렇게 고민할 것 없어. 공식적으로 함께 일하는 건 아니니까?”


“네? 그럼?”


“일 하나를 자네가 맡아주는 거지. 일종의 길드 의뢰라고 보면 돼. 하이레인 일족의 의뢰.”


“의뢰라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죠?”


“이 일은 은밀히 처리해야하네. 비공식적으로 말이지. 그러니 괜한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어. 일만 제대로 처리한다면 눈이 떡 벌어질 보상도 내 약속하지.”


인내심에 약간의 위협을 받은 레온.


“아니, 그러니까 그 일이라는게 대체 뭐냐구요!”


레온의 반응이 귀엽게 느껴졌을까? 발바롯싸는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햇다.


“하하하. 별 건 아니야. 사람 하나 찾아서 데려오는거지. 너처럼 겁도 없이 아주 당돌한 꼬마 해적 하나. 이유는 묻지 말고. 절대 다치게해서도 안돼.”



**


발바롯싸와의 독대를 끝내고 푸짐한 식사대접까지 받은 레온이 일행들과 둘러앉아 있었다.


“발바롯싸가 오늘은 왜 불렀대? 무슨 얘기하고 온거야?”


“응. 별 거 아니야. 일 하나 맡기길래 그러겠다고 했지.”


“일? 무슨 일?”


발바롯싸가 맡긴 일은 사람을 찾는 일이었다.


겁도 없이 하이레딘 일족의 선원들을 설득해 그들과 함께 함선 한 척까지 훔쳐 타고 달아난 자.

라일라라는 이름을 가진 레온 또래의 젊은 여해적을 찾는 일.


그녀를 그린 초상화 한 장과 그녀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이 한 달 전 베네치아공화국이란 것이 단서의 전부였다.


하이레딘 일족이 수차례 사람을 보내고 그녀를 잡아들이려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보란 듯이 포위망을 뚫고 달아났다는 설명은 덤이었다.


랄프를 비롯한 일행들에게 짧은 설명을 마친 레온이 품에서 초상화 한 장을 꺼내 펼쳐 보였다.


짙은 눈썹, 빠져들 듯 매혹적인 눈빛과 오똑한 코. 매끈한 배를 드러낸 아랍식 드레스와 반짝이는 장신구로 한껏 치장한 모습은 여해적이라기보다는 신분 높은 귀족에 가까웠다.


초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랄프가 말했다.


“아니, 사람이 이렇게 예쁘다고? 이거 초상화가 잘못된 거 아니야?”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라일라라는 여자를 데리고 오는 일. 그게 우리 다음 임무야.”


밤이 깊어가는 알제의 여관 안. 레온 일행의 다음 행선지는 그렇게 정해지고 있었다.



**



1453년 콘스탄티노폴리스를 함락시키고 천년동안 지탱해온 비잔틴 제국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오스만 제국.


동부 유럽을 넘어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에 이르기까지 군사적 확장을 해오는 오스만 제국에 전 유럽은 공포에 떨었다.


그러한 제국의 해군 세력을 총괄하는 도시 알제.


악명 높은 오스만의 해군 도시에 기항하던 레온함선의 목표는 최대한 빨리, 아무런 소동 없이 알제를 뜨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인연일까?

이마저도 레온의 능력일까?

사람의 마음을 쥐고 흔들어 끌어들이는 힘.


레온의 당돌함과 담대함, 그리고 그 뒤를 받치는 실력이 마음에 든 오스만 해군 사령관 발바롯싸 하이레딘.


그와의 인연으로 한참동안 알제에 머무르며 모처럼만의 휴식을 즐겼던 그들이 알제를 떠나려 중이었다.


닻줄을 끌어올리고 돛을 펼치며 출항 준비를 마친 뉴키즈호와 선원들.


그들이 내려다보는 선착장에 발바롯싸의 수하들이 기립해있었다.


이질적인 모습.

포르투칼 함선이 오스만의 도시에서 해군들의 환송을 받는 것은 참으로 이색적인 광경이었다.


*


뉴키즈호가 알제를 떠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악명높은 해적이자 국제범죄자인 페르시우스 카를은 정박했던 나폴리항에 넘기고 두둑한 현상금도 챙겼다. 시라쿠사와 라구사에 기항하며 했던 교역으로 소소한 수익금도 벌어들였다.


그 덕에 레온 함선이 가진 총 소지금은 이미 금화 200만닢을 훌쩍 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주앙3세와 약속한 3년이 아니라 1년 내에 모든 빚이 청산 가능한 것이다. 리스본으로의 화려한 귀환이 어느덧 눈앞에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문제는···.


랄프가 초상화를 펼쳐 보이며 소리치고 있었다.


“아, 이 여자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최종 목적지인 베네치아에 입항하기 전 기항했던 나폴리, 시라쿠사, 라구사 그 어디에서도 그녀의 행적을 찾지 못했던 일행이었다. 초상화를 들고 각 도시의 교역소와 시장 곳곳을 분주히 오갔지만 누구도 그녀를 알지 못했다.


연신 초상화를 쥐고 흔들며 투덜대는 랄프.


“아니, 이즈음 했으면 무슨 실마리라도 보여야 하는거 아냐? 이렇게 생긴 사람이 어디 흔해? 한번 보면 딱 기억나겠구만.”


랄프의 손에서 초상화를 뺏어든 레온이 말했다.


“그 도시에 정박한 적이 없을 수도 있지. 두달 전에 베네치아에서 목격됐다고 하니깐, 거기 가보면 무슨 단서가 나오겠지.”


“아니, 근데 이 여자는 대체 누구야? 감히 어떤 해적이 발바롯싸의 함선을 훔칠 생각을 한대? 걸려도 한참 잘못 걸렸구만. 아 참, 그리고 보상은 얼마나 준대?”


“나도 몰라. 더 묻지 말라는데 어쩌겠어. 만나보면 답이 나오겠지. 그리고 보상은 나중 문제야. 우리가 찾고 있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통 크게 50만닢만 주면 좋겠다. 폐하께 받은 투자금 전부 갚고 새출발할 수 있게. 히히.”


그때 뉴키즈호의 파수대에 올라있던 토미의 외침이 들렸다.


“함장님. 보여요. 베네치아가 보여요!”


아드리아해 북쪽 해안에 자리한 항구 도시. 수 백년간 이어온 지중해 교역의 중심지. 동서 중개무역의 독점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도시국가.


오스만 제국이 바다로 눈을 돌리기 전까지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보유했던 베네치아로 뉴키즈호가 들어서고 있었다.


푸른 쪽빛 바다를 배경으로 끝없이 늘어선 하얀 벽과 붉은 지붕 건물들. 그 오랜 역사를 자랑하 듯 비잔티움과 고딕 양식, 르네상스의 건축물이 혼재되어 그 위용을 뽐내는 곳.


직접 마주한 베네치아의 풍경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운하와 다리가 만들어낸 도시는 전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인 것처럼.


오스만과의 오랜 전쟁, 이어진 포르투칼과 스페인의 신항로 개척으로 쇠퇴했다고는 하나 베네치아의 활력은 여전했다.


인도에서 넘어온 값비싼 향신료와 보석 장식품, 홍해를 넘어온 아랍풍의 융단과 벨벳 직물. 지중해를 넘어 전세계에서 모여든 각종 진귀한 교역품들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광경.


그 곳에선, 마치 삶이 축제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


“교역소도 다 둘러봤어?”


라구사에서 선적해온 물품 교역을 마친 카렌에게 레온이 물었다.


“어, 웬만한 교역소는 다 들어가봤는데 아무도 모른대,”


“랄프, 너는?”


“시장은 물론이고 여관, 주점까지 다 물어봤는데 아무도 몰라. 발바롯싸 말로는 한달 전 쯤에 여기에 있었다며? 근데 왜 아무도 모를 수가 있지?”


“흠, 그가 말한 시점하고 또 한달이 지났으니 두달 전인셈이지. 그 사이에 완벽히 자취를 감췄다는 얘긴데···.”


“흠, 여기라도 들어가서 물어보자.”


카렌과 랄프, 레온 세 사람은 베네치아 광장 한 켠의 보석상점 앞에 서 있었다.


“응? 해적이 이런 데를 가겠냐?”


“해적은 여자 아니냐? 그리고 랄프, 넌 어딜봐서 이 사람이 해적으로 보이냐?”


“아니, 발바롯싸가 잡아오라니까 당연히 해적 아니야? 발바롯싸도 해적이라 한 거 아냐?”


“으이구, 그냥 따라오기나 해.”


부드럽게 열리는 고급 상점 문을 열고 들어선 세 사람이 초상화를 내밀었다.


“자네, 이런 여자 본 적 있나?”

“아니, 기억에 없는데···. 워낙 많은 사람이 오고가니 영···. 이봐 파블로. 이것 좀 봐봐.”

중년의 상인의 말에 잰거림에 달려온 사내.


“어? 나 본 적 있어요. 하얀색 실크천으로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있었지만 저 눈! 맞아요. 저 눈은 또렷이 기억해요.”


드디어 한가지 실마리를 잡은듯한 레온.



같은 시간.

화려하게 꾸며진 베네치아의 한 저택 안에선···.


“아니, 그 보석이 어떤건데 고작 금화 500닢으로 바꿔오니? 적어도 3000닢은 받아야 되는건데!”


이제 겨우 20살 남짓한 소녀의 외침에 30대는 훌쩍 넘어보이는 장정 하나가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런 곳을 잘 안가봐서···.”


“바다에 나가 싸움하는 것 말고는 뭐 제대로 하는게 없다니깐. 역시 내가 안가니까 이런 거 아냐.”


“네. 그치만 발바롯싸 제독이 혈안이 돼서 찾고 있는데 섣불리 외출하는 건···. 아니 그보다 이제 돈도 다 떨어져 가는데 그만 돌아가서 제독께 비시는 게···.”


그의 마지막 말에 순간 분기가 끓어오른 그녀.


“뭐? 빌라고? 내가? 발바롯싸에게?”


“아, 아닙니다. 제가 그만 말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너! 내가 무섭냐? 발바롯싸가 무섭냐?”


“아, 그야 당연히 발···. 아니 라일라님이 더 두렵지요.”


남자에게 실제로 더 무서운건 발바롯싸였으나 그는 멀리있고 라일라는 바로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흥, 됐어. 이제 그만 가봐.”


그가 나가고 문득 자신의 처지를 되짚어보는 라일라.


답답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무언가 신나는 모험을 찾고 싶어서 알제로 향했던 그녀.


발바롯싸의 배를 훔치고 선원 몇 명마저 빼돌린 이유는 모험을 보다 극적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헌데 하루하루 쫓아오는 발바롯싸의 그림자가 조금씩 부담스러워졌고 기대했던 신나는 모험 따위는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이곳 베네치아의 저택에 몸을 숨긴 채 가진 보석들을 팔아가며 연명하는 생활. 오히려 더 지루하고 답답했다.


‘어떡하지? 진짜 알제로 돌아가야되나? 돌아가면 내가 과연 살 수 있을까···.’


이런저런 고민으로 저택 안을 서성이던 라일라를 깨운 한 남자. 그녀의 호위를 맡은 남자가 저택 안으로 들어선 것이다.


커다란 키와 몸에 딱 맞는 제복 사이로 날렵하게 드러난 근육. 날카로운 듯 선명한 눈빛의 남자가 그녀의 앞에 섰고 이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잘왔어, 나세르. 밖에 뭐 재밌는 일은 없었어?”


예를 다한 그가 일어나며 대답했다.


“라일라님을 찾아다니는 녀석들이 있었습니다. 초상화까지 가지고 말이죠.”


“내 초상화를? 봤어? 어떤 초상화? 이쁘게 그린거 맞아?”


와중에 어떤 초상화일지를 궁금해하는 라일라. 잠시 한숨을 내쉰 나세르가 대답했다.


“어떤 초상화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헌데 이번에는 발바롯싸 제독의 부하들이 아닌 것 같습니다. 포르투칼에서 온 레온이라고 하는 자였습니다.”


“그래? 왜 나를 찾지? 내가 여기 있는 걸 아는 사람이 몇 없는데···. 암튼 용건이 뭔지는 한번 알아 봐겠네”


이번에야 말로 뭔가 신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를 품은 라일라였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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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최후의 수단(2) 22.07.08 103 3 11쪽
47 최후의 수단(1) 22.07.07 144 4 12쪽
46 치안대를 박살내다(5) 22.07.06 151 4 12쪽
45 치안대를 박살내다(4) 22.07.05 129 4 12쪽
44 치안대를 박살내다(3) 22.07.03 141 4 12쪽
43 치안대를 박살내다(2) 22.06.30 161 4 11쪽
42 치안대를 박살내다(1) 22.06.28 168 4 11쪽
41 리스본 귀환(3) 22.06.25 164 5 11쪽
40 리스본 귀환(2) 22.06.24 171 4 11쪽
39 리스본 귀환(1) 22.06.23 187 3 11쪽
38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3) 22.06.21 175 4 11쪽
37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2) +1 22.06.20 183 4 12쪽
36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1) 22.06.18 179 4 12쪽
35 발바롯싸의 보상은? 22.06.17 177 4 12쪽
34 모험의 끝 22.06.15 186 4 12쪽
33 모험의 소용돌이(5) +1 22.06.14 174 4 12쪽
32 모험의 소용돌이(4) 22.06.13 174 3 11쪽
31 모험의 소용돌이(3) 22.06.12 183 4 11쪽
30 모험의 소용돌이(2) 22.06.11 193 4 11쪽
» 모험의 소용돌이(1) 22.06.10 206 4 12쪽
28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3) 22.06.09 208 5 12쪽
27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2) +1 22.06.08 237 6 11쪽
26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1) 22.06.07 223 6 12쪽
25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3) 22.06.06 246 7 12쪽
24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2) 22.06.05 250 8 11쪽
23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1) 22.06.04 252 7 11쪽
22 마린의 왕자, 섀넌 무어(3) 22.06.02 253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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