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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작가님의 서재입니다.

대항해시대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로미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1
최근연재일 :
2022.07.10 10:26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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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
추천수 :
558
글자수 :
253,585

작성
22.06.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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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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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1)

DUMMY

“무슨 일이야, 카렌? 숨부터 좀 돌려.”


“지금···. 그 게···, 중요한게 아니···. 헉헉. 아이구 죽겠다.”


교역소에서 항구까지 한걸음에 달려왔는지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 듯 보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급한 것은 그녀의 표정이었다.


“왜? 도대체 무슨 일인데?”


심상치 않음을 느낀 탓인지 랄프와 세라노도 주변에 모여들었다.


“레온, 큰일 났어. 조금 전 교역소에서 얘기들었는데···. 우리 아마 발바롯싸에게 속은 거 같아.”


“속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겨우 호흡을 진정시킨 카렌이 다시 말을 이었다.


“며칠 전부터 지중해 도시에 육두구 가격이 조금씩 떨어지는게 이상한거야. 그래서 이유가 뭔지 알아보는 중이었는데···.”


“그랬더니?”


“포르투칼 라고스에서 육두구 재배에 성공했다는 소문이 파다해. 이번에 첫 출하를 앞두고 있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하대.”


“뭐라고?!”


포르투칼 남부에 위치한 도시 라고스. 지중해성 온난한 기후 아래 해안과 인접한 넓은 평야에서 밀을 집중 생산해 곡창도시라 불리는 곳이었다.


그런 그 곳에서 난데없이 육두구 재배라니···.

믿기 힘든 소식에 모두들 납득하지 못하고 있을 때 프란시스코 세라노가 나섰다.


“아니, 그럴 리가 없네. 내 여러 차례 동남아시아지역을 오갔지만 그 곳과 라고스는 기후는 물론 토양도 달라. 육두구가 아무 곳에서나 그렇게 쉽게 재배되는 게 아니란 말이야.”


그의 말에 동조하고 나선 랄프.


“그래. 그렇게 쉽게 재배할 수 있으면 뭣 하러 그 멀리 가서 실고 오겠어? 에이, 설마 아니겠지.”


둘의 말은 사실이었다. 육두구가 유행하기 시작한 때부터 지중해 일대에서 재배에 나선 곳이 수십여곳 이었으나 단 한 곳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만큼 육두구는 재배조건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고온다습한 기후는 물론 연강수량도 적정해야 했고 기온과 토양 조건, 땅의 높이인 해발까지 생각해야 했다.


더구나 종자로 번식할 경우 열매를 맺는데만 최소 5년은 걸리는 게 육두구의 특성이었다.


이 모든 걸 몸으로 체득했기에 더 이상 누구도 육두구 재배에 나서지 않았는데···.


여전히 심각한 표정의 카렌이었다.


“믿을만한 소식통에서 얻은 정보야. 몇 년 전 한 함대가 동남아시아에서 종자 뿐 아니라 아예 묘목을 실고, 관리할 현지인들도 데리고 왔대. 지금 그 소문 때문에 육두구 가격이 폭락하고 있나봐. 수확된 육두구가 첫 출하되기 전에 남은 물량을 처분하려는 선원들과 상인들 간에 눈치 작전이 이어지고 있고.”


“가격은 얼마나 떨어졌지?”


“리스본에서 어제 거래된 가격이 금화 일만닢.”


“금화 일만닢이면 여기 알제랑 다를 바가 없잖아?”


“맞아. 근데 기본적으로 거래 자체가 거의 없대. 함대 상단에서 육두구를 팔려고 해도 교역소에서 사들이질 않나봐. 곡창지대에서 재배한 육두구가 출하되길 기다리는 거지. 양도 많고 가격도 엄청 싸다는 소문이야.”


허탈한 듯 웃음 짓는 랄프가 말했다.


“허허. 그럼 우리 육두구를 리스본에 가져가봤자 팔지도 못한다는 소리네? 여기서 그냥 처분해야 하나? 어쩌지, 레온?”


고민에 빠져 대답 없는 레온을 카렌이 대신했다.


“우선 리스본으로 가서 상황을 지켜볼까? 아님 아예 라고스로 가서 육두구 출하를 확인해?”


“흠, 우선 라고스에서 육두구 재배에 성공했다는 건 사실인 셈이네. 리스본 전체에 그 소문이 퍼져있고···. 그렇다면 여기 알제에도 금방 소식이 퍼지겠네?”


“맞아. 지금쯤이면 알제 교역소에서도 다 알고있을테고 당분간 육두구가 거래되지 않을거야.”


무언가를 깨달은 듯 갑자기 흥분하는 랄프.


“아니, 그럼. 카렌, 네 말은 발바롯싸가 이 사실을 다 알고 우리한테 육두구를 넘긴거라고? 가격이 폭락할 걸 다 알면서 보상이랍시고 준거야?”


“그래, 발바롯싸의 정보력이면 그 정도는 알고 있었을거야.”


“아니, 우리 발바롯싸 찾아가야 하는 거 아냐? 이게 무슨 보상이야!”


랄프의 흥분에도 레온은 담담히 대답했다.


“발바롯싸가 제안했고 우리가 승낙했으니 이제 와 찾아가봐야 소용없어.”


“미안해, 레온. 내가 좀 더 빨리 알아챘어야 했는데···.”


“아니야, 카렌. 예상치 못한 변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냐. 아니, 방법이 없으면 만들면 되지.”


“어떻게?”


“우선 출항해야지. 그리고 목적지를 바꾼다.”



**



촤아아. 촤아아.


마주오는 파도를 힘차게 가르며.

순풍을 단 뉴키즈호는 빠르게 북진하고 있었다.


바다내음을 한껏 간직한 해풍이 레온의 뺨을 상쾌하게 스치고 갔지만 그의 표정은 무겁기만 했다.


‘우선 기본적인 지시는 다 해뒀다. 이제 도착하면 다시 알아봐야 하는데···.’


카렌에게 지시해 리스본의 동태를 파악하게 한 레온. 라고스에서 출하되는 육두구의 품질과 수량도 함께 알아보라 했다.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설레임은 잠시 접어둬야 했다. 리스본으로 향하려던 뉴키즈호의 목적지가 바뀐 것이다.


새로운 목적지는 베네치아.


전 세계의 교역품이 몰려드는 곳. 물량만으로 따지면 지금도 세계 최고의 교역 도시인 그 곳. 레온 일행이 얼마 전까지 머물렀던 바로 그 물의 도시였다.


앞으로 1주일 뒤,

베네치아에서는 교역의 달 행사가 시작된다.


1년에 한 번, 한 달간 치러지는 행사는 평소에도 북적하던 베네치아를 발디딜 틈 없이 만든다.


전 세계의 함대와 상단, 육로를 이용하는 상인들까지 베네치아로 몰려들어 교역을 하는 시기이다.


그 기간이 되면 베네치아는 엄청난 호황을 맞이한다. 교역소 뿐 아니라 인근 음식점, 술집, 여관, 상점들까지···. 지갑이 두둑해진 사람들이 흥청망청 돈을 써대고, 주인을 잃은 돈은 빠르게 돌고 돈다.


교역의 달, 그리고 그를 맞이하는 베네치아.

그 기간, 단 한 달간의 교역 물량이 나머지 11개월 보다 많을 정도였다.


베네치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자본과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그 곳으로 뉴키즈호가 향하고 있었다.



**



“어쩌지, 레온? 우리 망한 거 같은데?”


베네치아 중앙 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

3층 카페테리아의 야외 테라스에 앉은 레온과 엠마.


왁자지껄한 사람들과 조금 떨어져

여유로운 점심 식사를 즐기던 그들 앞에 랄프가 철푸덕 주저 앉으며 말한 것이다.


랄프에게 머물던 레온의 시선이 이내 카렌을 찾아가고.


“천천히 설명해볼래, 카렌?”


이른 아침, 베네치아에 도착한 뉴키즈호. 교역의 달 행사가 시작된 지 이미 일주일이 지난 시간이었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던 카렌이 랄프를 데리고 교역소와 광장을 분주히 돌았다. 거래 품목과 물량 따위의 현황 파악을 마친 그들이 레온에게 돌아온 것이다.


“랄프 말이 맞아. 상황이 아주 안좋아.”


“상황이 안좋다는 건?”


“여기도 라고스의 육두구 소식이 쫙 퍼졌어. 육두구 거래 자체가 안돼. 우리가 가져온 육두구 말고도 이 곳에 모인 육두구가 100상자인데, 단 한 상자도 거래가 안됐어.”


“가격은?”


“한 상자에 금화 오천닢으로 내렸는데도 아무도 안 사···.”


레온일행이 발바롯싸에게 육두구 200상자를 받으면서 넘긴 금액이 금화 150만닢이었다. 지금 한 상자에 5천닢으로 처분한다면 금화 100만닢. 오히려 50만닢의 손해였다. 헌데 문제는 5천닢에도 팔리지 않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지금 교역소에 풀린 육두구 가격이 더 내려갈 가능성은 없어?”


“라고스에서 나온 육두구 가격에 따라 다르긴 해. 근데 각 함대 상단이나 상인들 입장에서 그 가격 밑으로 육두구를 처분한다는 건 죽으라는 소리지.”


카렌의 말은 사실이었다. 멀고 먼 동쪽 바다에서 육두구를 들여오기 위해 들인 비용과 그 과정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목숨값까지···.


각 상단이 받은 투자금과 대출금까지 생각한다면 금화 5천닢이 마지노선이었다. 그 이하는 모두 망한다는 의미였다.


“라고스의 육두구는 어떻게 됐어?”


“진짜 출하됐어. 물량도 어마어마하고···. 아마 내일쯤 리스본에서는 가격이 형성되고 거래가 시작될 거야. 그리고 이 곳 베네치아에는···.”


잠시 한숨을 쉬고 말을 잇는 카렌.


“교역의 달 행사가 끝나기 전에 베네치아에도 라고스에서 생산된 육두구가 도착할 거고···.”


“그 말은···. 그 때까지 우리 육두구가 거래되지 않을 거란 말이네.”


“맞아···. 우리 진짜 어쩌지?”



**



베네치아에서의 시간은 빠른 듯 더디게 흘러갔다.


남은 건 이제 일주일.

일주일 후면 교역의 달 행사가 끝난다.


하지만 레온일행이 빌린 교역 창고에는 신선한 육두구 200상자가 그대로 쌓여있었다.


속이 타들어가고 있는 레온 일행의 항해사들이

여관의 1층 술집에 모여 앉아있었다.


한 세월을 풍미할 만큼 경험이 많았던 세라노는 이미 마음을 내려놓았는지.


“살면서 뭐 그런 일도 있는 거지. 이득도 보고, 손해도 보고. 뭐가 그리 대수겠는가?”


“아니, 우리가 1년 동안 고생한 게 얼만데, 그게 전부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잖아요!”


“아니, 이 녀석이 그 동안 잠잠하다 했더니!”


또 다시 으르렁대기 시작하는 랄프와 세라노.


그들의 곁에 앉은 카렌이 입을 열었다.


“이제 내일이면 라고스의 육두구가 여기 도착할거야. 리스본에서 들은 바로는 한 상자당 금화 3천닢···. 말도 안 되는 가격이지.”


한 차례 깊은 한숨을 내쉬는 레온. 하지만 그의 표정에서 어떠한 감정을 찾아내긴 힘들었다.

“그래, 생각보다 싸네···. 근데 카렌! 여기 또 가볼만 한 곳이 없을까? 두칼레 궁전이나 산마르코 대성당, 산 마르코 종탑은 엠마랑 다 다녀왔는데···. 또 갈만한데는 없어?”


“야! 레온. 너 지금 관광하러 왔니?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할 거 아니야!!”


“대책? 생각하고 있는 게 있긴 한데···.”


그의 말에 모두들 눈을 반짝였다.


“어떤 거?”


“조만간 알게 될거야. 그러니까 다들 괜한 걱정하지말고 맘 편히 좀 쉬어. 도시 구경도 좀 하고.”


이번에 흥분하는 것은 랄프가 아닌 카렌이었다.


“그게 지금 되냐고! 지금 시세대로 팔면 금화 60만닢 밖에 안돼. 우리가 그 고생을 했는데···.”


하지만 여전히 태평스러운 레온의 모습에 카렌은 남은 소식을 마저 전달했다.


“아, 그리고 오늘 시중에 풀린 육두구 물량이 거래됐어. 내일 라고스 육두구가 도착한다는 소식에 금화 4천닢까지 떨어졌었는데 누가 상자당 5천닢에 다 사들였대. 이상하지?”


“아, 그거? 내가 샀어.”


“응?”


“우리 남은 자금으로 금화 50만닢 있었잖아. 내가 100상자 전부 사서 창고에 넣어두라고 시켰어.”


“왜?”


“너무 싸잖아. 동양에서 물 건너온 육두구 한상자를 5천닢에 살 수 있는건.”


“아니, 4천닢에 살 수 있는 걸 왜 천닢을 더 준거야?”


“그 사람들도 살아야 할 거 아냐? 최소한 본전은 해서 망하진 않아야 다음 기회도 있을거고···.”


남은 자금을 모두 투자해 육두구 전 물량을 매입해버린 레온. 이제 뉴키즈호가 다음 항해를 준비할 자금 마저 모두 소진해버린 것이다.


남은 것은 오직 육두구 300상자 뿐···.


레온을 향해 일제히 소리치는 랄프와 카렌.


“너 진짜 미쳤어?”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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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치안대를 박살내다(1) 22.06.28 169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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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2) +1 22.06.20 183 4 12쪽
»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1) 22.06.18 18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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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모험의 소용돌이(2) 22.06.11 194 4 11쪽
29 모험의 소용돌이(1) 22.06.10 207 4 12쪽
28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3) 22.06.09 210 5 12쪽
27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2) +1 22.06.08 237 6 11쪽
26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1) 22.06.07 223 6 12쪽
25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3) 22.06.06 246 7 12쪽
24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2) 22.06.05 250 8 11쪽
23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1) 22.06.04 253 7 11쪽
22 마린의 왕자, 섀넌 무어(3) 22.06.02 254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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