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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작가님의 서재입니다.

대항해시대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로미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1
최근연재일 :
2022.07.10 10:26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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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
추천수 :
558
글자수 :
253,585

작성
22.06.2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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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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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3)

DUMMY

모두들 하루를 마무리하고 각자 자신만의 보금자리로 들어야 할 시간이었으나‧···.


베네치아 중앙 광장에 모여든 상인들 그 누구의 얼굴에도 지친 기색이나 피로함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들 의구심이나 의아함을 숨기지 못했고,

몇몇은 섣부른 승리감에 도취되기도 했다.


“아니, 저 자들은 왜 갑자기 육두구 상자를 모두 꺼내 놓은거야?”


“이제 교역의 날 행사가 하루 밖에 남지 않았으니 오늘 다 정리하려는 모양일세.”


“그래, 저 자들도 오늘, 내일 저 물건을 정리 못하면 안 되니깐 이렇게 모두 들고 나온거지.”


“아, 그게 정말일까? 그렇다면 역시?”


“그래, 역시 금화 3만닢은 저자들도 무리라는 걸 이제 깨달은거지. 역시 우리가 생각한대로 된거야.”


“역시 단합의 힘이 이렇게 세구만.”


“쉿! 그런 얘기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야.”


“내가 뭐랬나? 담합이 아니라 단합, 단결을 말했을 뿐이네.”


“허허, 이 친구 보게. 뭐 아무튼 가격을 얼마나 내릴지···.”


모두들 자신들의 생각을 한마디씩 보태면서도 레온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고 있었다.


거대하게 쌓여있는 육두구 300상자.

그 앞에 검을 찬 레온이 멈춰 섰다.

이윽고 그의 일행들이 옆에서 그를 보좌했고.


그리고 수십여명의 육두구 상인들은 반원형을 그리며 레온일행 앞에 기립해 있었다.


상인들 중 대표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보게. 레온이라고 했지? 저 육두구를 전부 꺼내놓는 이유가 뭔가? 거래를 하려는 건가? 가격은?”


그의 옆에선 상인이 말을 보태고 들었다.


“우린 금화 2만닢을 원하네. 시세대로 거래하자는 것이지. 자네가 공시한 가격은 애시당초 턱도 없는 가격이었어.”


“맞아, 3만닢이라니 말이 안되지!”

“그래, 옳소!”

“여기도 찬성이요.”


연이은 상인들의 아우성에도 레온은 좌중을 담담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사그러들 즈음···.


레온은 정면을 응시한 채 말했다.


“랄프, 시작해.”


레온의 명령에 횃불에 불을 당겨 붙인 랄프. 그가 횃불을 들고 향한 곳은 쌓여있는 육두구 상자 더미였다.


성큼성큼 다가간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상자에 불을 붙여나갔다. 나무로 된 상자에 조금씩 연기가 피어오르고 불이 번져나갔다.


순식간에 활활 타오르는 육두구 상자.


상인들의 얼굴은 경악으로 변해갔다.


“저게···. 저게, 지금 무슨 짓이오!”


“뭐하는 짓이오? 당장 불을 끄시오!”


“당신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비명에 가까운 탄성을 지르던 상인이 불을 끄려 다가가자 그들을 막아선 레온 일행.


스릉. 스릉. 스릉.


레온을 필두로 일행 모두가 검을 뽑고 불타는 육두구 상자를 지키고 나섰다.


“한 걸음이라도 더 가다오는 자는 죽는다.”


서슬퍼런 레온의 기세에 상인들의 걸음이 일제히 멈추고, 놀라움과 황망함으로 죽상이 된 그들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고 있었다.


조금 전 먼저 말을 꺼냈던 대표로 보이는 남자.


“이보게, 레온 함장. 이게 지금 무슨 일인가? 도대체 왜? 왜 육두구를 불 태우는 건가?”


“누구에게도 필요없는 물건같으니, 굳이 무겁게 실고 다닐 필요 없지. 그냥 태워 없애버리려는 거야.”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이보게. 우선 불부터 끄고···. 불 끄고 다시 얘기를 해봅세.”


“얘기는 무슨. 지금까지 보름 넘게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도 안한 얘기를 지금와서 뭐하러 하겠어?”


레온과 상인대표의 짧은 대화 중에도 육두구 상자에 붙은 불은 빠르게 번져갔다. 처음 일곱, 여덟상자에만 붙었던 불이 바람의 기세를 업어 스무상자 넘게 뒤덮고 있었다.


“아이고, 아이고. 저걸 어째!”


“안 돼, 불 못 끄면 우린 다 죽어!”


베네치아 상인들이 선계약해서 납품해야할 물량은 육두구 300상자. 그것이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불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당초 계획은 레온과의 육두구 가격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점하는 것이었다. 육두구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은 처음부터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만약 이번 교역의 날 행사 기간인 한 달 안에 육두구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선지급받은 계약금의 10배를 배상금으로 물어야한다.


허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신용.


지금껏 상인으로서, 영광스런 베네치아 교역소의 일원으로서 오랜 기간 쌓아올린 신용을 한 번에 잃는 일이었다.


타오르는 육두구 상자보다

더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베네치아 상인들의 마음.


그들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지만 레온의 검 앞에 감히 다가서질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기세를 업은 불이 한층 크게 타오를 때.



“삼만닢!!”


보다못한 상인 대표가 드디어 외친 것이다.


“삼만닙, 삼만닢으로 거래하세!”


현장에 있던 카렌과 랄프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하지만 레온의 반응은 결연하고 단호했다.


“아니, 그건 불이 붙기 전 가격이고.”


“그럼···. 그럼 지금은 얼만가?”


레온의 대답을 기다리는 그의 몸은 사시나무떨리듯 벌벌 떨리고 있었다.


“금화 삼만 오천닢!”


“삼···삼만 오천닢···.”


레온의 말에 그는 잠시 동료 상인들을 뒤돌아보았고 레온의 어깨 너머로 불타고 있는 육두구 상자를 보았다.


더 이상 망설이면 모두가 피해를 본다.


결정해야 했다.


마침내


“좋소···.”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뒤이어 모든 상인들이 일제히 외치고 나섰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여기도요”


“그러니 제발 이제 불 좀 끕시다!”


“어서 불부터 꺼요!”


카렌과 랄프, 그의 옆에선 모든 일행이 놀람과 경탄으로 바라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이제는 레온이 움직일 차례였다.


“모두 검을 거두고 물러서.”


몸을 돌린 레온이 활활 타며 일렁이는 불꽃을 바라본다. 몸 안의 기운을 한 차례 돌려 응집시키자 이내 검에선 무지갯빛깔이 은은히 감돌고···.


오른쪽 아래에서 왼쪽 위로 천천히 그어 오르는 레온의 검.


이내 그의 검에선 회오리같은 돌풍이 뿜어져 나왔다.


슈와아아앙.


검에서 뿜어져 나온 바람은 육두구 상자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은 채 정확히 불꽃만을 날려보냈다.


불꽃이 사라지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육두구 상자. 겉이 많이 그을리긴 했지만 상자 자체가 삭거나 파손된 곳은 없었다.


서둘러 상자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상인들.


천만다행이었다.


심하게 그을린 상자 속의 육두구는 온전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어느덧 석양은 바다 건너로 자취를 감추어 갔고


베네치아의 중앙광장엔 300개의 육두구 상자와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가늠 못하는 상인들이

철푸덕 주저 앉아있었고···.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짓는 랄프와 카렌이

레온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



벌컥. 벌컥. 벌컥.


“크아아악. 맥주맛 좋고!!”


“카하.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다. 정말”


일전에 들렀던 베네치아 최고의 맛집에 모든 항해사와 선원이 모여 조촐한 축하 연회를 하는 자리였다.


레온의 주위로 둘러 앉은 카렌과 랄프가 그를 우러러 보듯 질문을 이어나갔다.


“우리의 위대한 함장, 아니 이제는 거상이라고 불러야 하나? 레온, 어쩜 그런 방법을 생각한 거야? 육두구를 태울 생각을 하다니···.”


“아무리 그래도 너무 위험했어. 육두구 상자가 불에 완전히 타버리면 어쩔 뻔 했어?”


그들의 질문에 차분히 대답하는 레온.


“어차피 그들은 가격이 얼마든 육두구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어. 하지만 협상이 너무 지루하게 이어지고 손해를 조금이라도 덜 보려고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었어. 이걸 타개하려면 무언가 확실한 수가 필요했지.”


“그래서 불을 쓴 거라고?”


“그렇지. 눈에 보이는 확실한 위협! 자신이 이룩한 모든 게 바로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타들어간다면···. 어느 누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 일분 일초가 소중한데···.”


“근데 저들이 끝까지 고집을 피웠다면? 그럼 망하는 건 저들뿐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잖아.”


랄프가 답답한지 이번엔 카렌이 나섰다.


“아니, 저들은 끝까지 고집을 피울 수가 없었다니까. 처음부터. 상대방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했으니까 쓸 수 있던 방법이지.”


“그래, 카렌의 말이 맞아. 그치만 만에 하나, 정말 만에 하나 예상과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응? 뭐야? 될 대로 되라는 거였어?”


“아니, 승부수를 던지려면 모험도 해야지.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끌어가고 예측 못한 변수를 가능한 지워가도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나도 중요한 것을 포기할 각오를 가진거야. 그래야 저쪽과의 기세 싸움에서 뒤지지 않으니깐.”


“우와···. 실력과 담력이 있어야 된다는 거네?”


“운이 가늠하는 상황을 최소한으로 줄이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운도 필요하고.”


“뭐 그렇치. 어쨌든 대단하다! 레온. 우리 그럼 이번에 얼마를 벌어 들인거야?”


“좀 전에 상인들 통해서 300상자 전부 다 넘겼어. 그리고 대금은 내일 바로 지급될거고. 한 상자에 3만5천닢이고 총 300상자니까···.”


계산을 마친 카렌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모두 금화 천오십만 닢이야.”


입이 떡 벌어진 랄프. 실로 너무나 휘황찬란한 금액이었다.


“아니, 카렌, 그 정도면 얼마나 큰 돈이지?”


“모르긴 몰라도···. 지중해에서 우리보다 부자인 상설 함대는 없을걸? 작은 나라로 치면 거의 국가함대 급이야.”


“크아아악. 오늘 한번 제대로 마셔보는거야! 이봐. 레온 함대 선원들! 오늘 먹고싶은거 다 시켜. 여기 계신 레온 함장님이 다 계산할테니까!! 골든벨을 울려라!!”


라일라를 구해오는 보상으로 금화 150만닢을 치르고 받아온 육두구 200상자. 거기다 50만닢으로 사들인 육두구 100상자. 도합 육두구 300상자가 금화 천만닢으로 변해 있는 것이다.


실로 대단한 성과.

육두구를 넘긴 발바롯싸도 차마 예상치 못한 성과였다.


레온 스스로도 알지 못했지만 그는 이날 단일 교역 건으로는 지중해 역사상 최고 금액의 거래를 한 것이다. 훗날 역사책의 한 페이지에 남아 오래도록 회자되고 연구 대상이 될 거래가 그의 손에서 펼쳐진 것이다.



흥겨운 기분에 취해 흠뻑 달아오른 일행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온 레온.


반쯤 차오른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져 여유로운 정취를 뽐내는 베네치아의 밤이었다.


적당히 올라온 취기와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을 상쾌하케 만들 때 문득 멈춘 레온.


그는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매만지며 바라보았다.


알제에 정박하기 하루 전날 밤.

라일라가 그에게 걸어준 목걸이였다.


언제가 되었든 다시 만날 때 꼭 걸고 있으라는 말. 만약 그렇치 않으면 반드시 죽여버릴거라는 협박과 함께였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으니, 몸에서 한시도 떨어뜨려 놓지 말라는 의미였다.


왜인지 그 말은 꼭 지키고 싶은 레온.

그가 이제 돌아가려 한다.

라일라가 걸어준 목걸이와 함께.


다시 리스본으로.

그를 기다리는 고향으로.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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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최후의 수단(2) 22.07.08 103 3 11쪽
47 최후의 수단(1) 22.07.07 144 4 12쪽
46 치안대를 박살내다(5) 22.07.06 151 4 12쪽
45 치안대를 박살내다(4) 22.07.05 129 4 12쪽
44 치안대를 박살내다(3) 22.07.03 141 4 12쪽
43 치안대를 박살내다(2) 22.06.30 161 4 11쪽
42 치안대를 박살내다(1) 22.06.28 168 4 11쪽
41 리스본 귀환(3) 22.06.25 164 5 11쪽
40 리스본 귀환(2) 22.06.24 171 4 11쪽
39 리스본 귀환(1) 22.06.23 187 3 11쪽
»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3) 22.06.21 175 4 11쪽
37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2) +1 22.06.20 183 4 12쪽
36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1) 22.06.18 179 4 12쪽
35 발바롯싸의 보상은? 22.06.17 177 4 12쪽
34 모험의 끝 22.06.15 186 4 12쪽
33 모험의 소용돌이(5) +1 22.06.14 174 4 12쪽
32 모험의 소용돌이(4) 22.06.13 174 3 11쪽
31 모험의 소용돌이(3) 22.06.12 183 4 11쪽
30 모험의 소용돌이(2) 22.06.11 193 4 11쪽
29 모험의 소용돌이(1) 22.06.10 205 4 12쪽
28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3) 22.06.09 208 5 12쪽
27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2) +1 22.06.08 237 6 11쪽
26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1) 22.06.07 223 6 12쪽
25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3) 22.06.06 246 7 12쪽
24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2) 22.06.05 250 8 11쪽
23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1) 22.06.04 252 7 11쪽
22 마린의 왕자, 섀넌 무어(3) 22.06.02 253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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