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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작가님의 서재입니다.

대항해시대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로미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1
최근연재일 :
2022.07.10 10:26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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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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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8
글자수 :
253,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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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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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리스본 귀환(3)

DUMMY

레온과 랄프는 언제나 그랬듯 실리안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여관의 1층 음식점에 앉아있었다.


오가는 선원과 상인들로 북적이는 곳. 손맛을 담은 맛있는 음식과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하루의 시름을 녹여내고 긴 항해의 피로를 풀어내는 곳.


레온과 랄프에게 있어 이 곳이 고향의 정취를 가장 잘 담아낸 곳이었다.



“좀 알아봤어?”


“응, 레온, 그게 말이지···.”


1년 남짓한 시간,

레온과 랄프가 떠나 있는 동안 리스본은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현재 리스본의 상황, 치안대가 미쳐 날뛰게 된 이유와 그에 조금씩 저항하려는 움직임들···.


레온의 지시로 예전의 정보력을 활용해 여러 소문들을 수집해온 랄프가 눈을 밝히며 말했다.


“모든 일의 시발점은 바로 너, 레온 메이슨이었어.”


“뭐라고? 나땜에? 왜?”


“아니, 그게 어떻게 된거냐면···.”


리스본의 어둠의 세력, 뒷골목의 한 축을 담당하며 시민들을 핍박하고 상인들을 갈취하던 베니 일행이 사라진 자리를 대신한 것은 놀랍게도 치안대였다.


베니 일행의 횡포를 뒤늦게 안 주앙3세가 크게 노여워하며 치안대의 강화를 지시했고 치안대의 인원과 예산은 대폭 늘어났다. 치안의 책임자였던 페르낭의 입지가 더욱 확고해지게 된 셈이었다.


베니 일행의 전횡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데 대한 치안 총사령관으로서 책임을 물어야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페르낭 고메스의 권력이 보다 강화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부터 발생했다. 페르낭에게 전권이 넘어간 치안대가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베니 일행이 하던 것처럼 상인들에게서 돈을 갈취했고, 치안대원 전원에게 주어진 즉결 심판권을 활용해 맘에 안드는 시민들을 억압했다.


처음에는 순순히 따르던 시민들도 폭정이 거세지자 단체를 결성해 대항하고 여러 차례 궁정을 찾아가며 시위도 해보았으나 치안대의 강압적인 위력 앞에 번번이 무산될 뿐이었다.


힘이 약한 서민들은 과거 베니 일행보다 더한 치안대의 악행을 그저 고개 숙이고 감내할 수 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듣던 레온이 물었다.


“아니, 다른 대신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거야? 어떻게 즉결심판권이 전 치안대원에게 갈 수가 있어? 고작 1년 사이에 법이나 정치 따위는 없어진거야?”


“그간 조금씩 힘을 키우던 페르낭이 대신들을 매수한 거 같아. 상인들에게서 갈취한 돈을 이용해 이 리스본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지. 게다가 그가 폐하의 귀를 막고 있어. 요즘 폐하는 바다 너머의 세력 확장에만 온 신경이 가 있어서 리스본 내부는 아예 페르낭에게 맡겼다던데···.”


탁자를 소리나게 내려친 레온이 말을 이었다.


“리스본은 지금 잘못된 길로 가고 있어. 무언가 뿌리에서부터 썩고 있는거야.”


“그래, 누군가는 나서서 페르낭을 막아야 해. 그리고 바꿔야하지.”


“하지만 그럴 사람이 있냐가 문제지. 랄프 네 말대로라면 페르낭이 주요 대신들을 모두 포섭했다면서?”


“대신들이 아냐.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지. 바로···.”


랄프의 말이 끝나기 전에 레온은 다시 물었다.


“아, 낮에 복면을 쓴 자에 대해서는 알아봤어?”


“응? 아, 아니, 워낙 비밀리에 움직이는 자라서 정확히 누군지는 아직 몰라. 하지만 여기 시민 중에 한명이겠지? 얼마 전부터 치안대가 횡포를 부리면 나타나서 시민들을 구해주고 그랬나봐. 그래서 그런지 요즘 시민들 사이에서 그 자가 제2의 레온 메이슨이라고 불리나봐.”


“제 2의 뭐? 나?”


“그래! 너 시민들 사이에서 완전 영웅이 되어있던데? 우리가 첫 출항할 때까지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네가 사라지니깐 영웅담이 더 가중됐나봐. 시민들이 네가 돌아온 사실을 알고 얼마나 기뻐하는지 넌 모르지? 네가 다시 한번 나서 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야. 베니 일행을 휩쓸어 줬듯이 치안대원에게도. 이왕이면 복면 쓴 그자와 같이···.”


무언가 바뀌어야 할 현실을 느끼고 행동해야할 시점이라고 확신하는 레온이었지만 명분이 없었다.


상대는 베니 일당과는 차원이 달랐다.

리스본의 정규 치안대. 그에 대항하는 것은 국가에 대항하는 것이었다. 시민들을 위하는 일이라 해도 치안대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명분이 필요했다. 단지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고심에 빠진 레온과 랄프 사이로 끼어든 것은 카렌이었다.


“뭐 더 필요한 거 없어?”


오랜 항해의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엄마의 가게 일을 도와준다고 그녀가 여관 음식점에 나와 있었던 것이다.


“응? 아니야, 괜찮아. 카렌. 근데 좀 쉬지 그러냐? 피곤하지도 않아?”


“아니야, 난 몸을 움직여야 활력이 나. 방안에 가만히 누워 있는건 역시 체질에 안 맞아. 아! 손님 왔다. 잠시만.”


음식점의 문으로 다가가 살갑게 인사를 건네는 카렌.


“어서 오세···.”


들어선 것은 제복을 갖춰입은 치안대원 셋이었다.


“역시 여긴 장사가 잘 돼. 사람들 바글바글한 것 좀 봐.”


“그치? 여긴 아무래도 상납금을 더 받아야겠지?”


자신들끼리 대화를 이어가던 치안대원, 그 중 하나가 자신들의 앞에 선 카렌을 확인했다.


“아, 오늘은 돈 받으러 온 거 아니야. 그냥 목이나 축이러 온거지. 맥주나 가지고 와!”


음식점 중앙의 가장 큰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은 치안대원들. 연신 시시덕대며 웃고 떠드는 그들로 가게의 분위기가 한층 흐려졌다. 시민들 몇몇은 눈을 흘기며 자리를 뜨는데도 그들은 주변의 분위기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레온, 쟤네들 지금 근무 중 아니야? 제복을 저렇게 차려입고 술을 마셔도 되나?”


“신경 꺼. 저런 사소한 것들은 전혀 문제 삼지 않는거 같은데 괜히 나섰다 소란만 일으킬거야.”


대답을 하면서도 레온은 그들에게로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이봐, 저기 봐. 못 보던 얼굴인데?”


“그래, 난 아까부터 보고 있었어. 새로 뽑은 아가씬가?”


“이쁜데? 한번 앉힐까?”


세 명의 치안대원이 바라보는 것은 분주히 음식서빙을 하고 있는 카렌이었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 다가와 맥주를 내려놓는 카렌. 맘에 들지 않아도 생글거리는 눈웃음만은 유지하고 있었다.


“시키신 맥주 세 잔 나왔습니다. 더 필요한 건 없나요? 치안대원님?”


“필요한거? 아니 그보다, 아가씨, 첨 보는데···. 이름이 뭐야? 언제부터 여기서 일한거야?”


“제 이름은 중요하지 않구요. 더 필요하신게 없으면 저는 이만···.”


카렌은 몸을 돌려 카운터로 돌아가려 했지만.


스윽. 탁.


치안대원 사내 하나가 카렌의 손목을 낚아챘고 허리를 감싸안아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있었다.


그리곤 능글맞은 표정으로 말하는 그.


“에이, 잠시 얘기 좀 하자는데 왜 그렇게 쌀쌀맞아.”


“어멋.”


놀랍고 당황한 카렌. 그녀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고 상대를 노려봤지만···.


“으하하. 아주 몸이 탱탱하구만. 허리도 잘록하고 엉덩이는 아주 그냥···. 하하하.”


상대는 카렌을 노골적으로 희롱하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웃음이 끊이질 않는 그들.


선을 넘었다. 넘어도 심하게 넘은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지금 누구와 한 공간에 있는 것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분노를 참을 수 없던 레온이 몸을 일으키려는데.


차아알싹.


귀 뒤까지 끌어올려진 손바닥이 사내의 뺨을 후려쳤고, 앉아있던 사내의 고개가 돌아가는 것도 모자라 몸까지 들썩였다.


역시나 가만히 있을 카렌이 아니었다. 찰싹하는 소리가 가게 밖에서도 들릴 정도의 따귀를 날린 카렌이었다.


“어···? 어···?”


황당함과 아픔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치안대원 사내가 일어서려 할 때.


상황의 마무리를 위해 레온이 나서고 있···

아니, 그보다 빨리 몸을 날린 건 랄프였다.


“야, 이 개자식들아! 어딜 감히!!”


육중한 덩치의 랄프가 그들을 향해 덮쳐오자

어떻게 몸을 빼낼 새도 없이···.


퍽. 퍽. 퍽. 퍽. 퍽퍽.


랄프의 주먹에 그대로 나가 떨어져버린 치안대원 셋이었다. 카렌을 끌어 앉혔던 사내는 이미 기절했지만 랄프는 그의 멱살을 놓아주지 않았다.


퍽. 퍽. 퍽.


“랄프, 조심해!!”


카렌의 다급한 외침에 고개를 돌린 랄프의 눈에 뻗어오는 검격이 들어왔다. 나머지 치안대원이 검을 뽑아 찔러온 것이다.


슈욱.


바람을 가르며 거세게 다가오는 검끝. 이미 피하기엔 늦어보였지만···. 랄프는 달랐다.


오랜기간 레온과 함께하며 검술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그였기에 평범한 찌르기 공격은 아무 위협이 되질 못했다.


퍽.


몸을 틀어 가볍게 피한 랄프가 레프트 훅을 날려 상대의 턱을 정확히 돌려버렸다. 연속동작으로.


퍽.


오른쪽으로 돌아간 허리를 왼쪽으로 돌리며 가볍게 내지른 라이트 훅에 나머지 한명의 턱도 그대로 돌아갔고 상대는 픽하고 쓰러졌다.


검술 수련을 오래했다지만 오히려 무술가에 가까운 랄프였다.


“어디서 감히 카렌에게 손을 대!!”


상대는 이미 쓰러졌지만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랄프였다. 그가 기절한 상대의 멱살을 잡으려 허리를 숙이려는데 순간.


“하하하. 통쾌하구만. 아주 통쾌해.”


가게 구석에서 술을 마시던 남자가 일어나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 레온은 정체불명의 사내를 유심히 바라봤다.


서른을 조금 넘었을까? 짧게 다듬은 수염, 선이 굵고 부리부리한 얼굴, 군살 없이 잘빠지고 단단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


‘오후에 본 그 복면인?’


날카로운 레온의 시선을 느끼지 못했는지 남자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제 어쩔텐가? 조금 있으면 치안대원들이 들이닥칠텐데?”


“올테면 오라지! 열명이든 백명이든 어디 내가 무서워하는지. 근데 당신은 누구슈?”


“하하. 기개가 대단한 청년이구만. 내가 누군지 궁금하면 날 따라오게. 우선 몸부터 피해야지!”


사내는 그 말을 남긴 채 가게의 뒷문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순간 어리둥절해진 랄프가 입을 였었다.


“응? 뭐야? 내가 따라가야해?”


상대의 정체가 궁금해진 레온.


“가 봐. 여긴 내가 정리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저 자가 누군지도 좀 알아보고.”


“어? 그래? 그럼 알겠어.”


역시 레온의 말에는 순순히 따르는 랄프였다. 사내와 랄프가 떠나고 남겨진 레온과 카렌. 그녀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기절한 저 치안대원들은 어떡하지?”


“소동이 크지 않아서 다른 치안대원은 눈치채지 못했을 거야. 그냥 마차에 실어서 마을 밖으로 보내면 돼. 푹 자고 내일 아침이면 깰거야.”


“그래도 돼?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별일 아니야. 그 정도 가지고···. 그보다 여기 리스본에서도 할 일이 생긴 거 같은데?”



**


동이 막 터오기 시작한 다음 날 이른 아침.


레온의 집 대문을 조용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문을 열자 커다란 덩치의 두 사내가 서 있었다.


“랄프? 그리고···. 혹시 어제 그?”


“맞아, 레온. 어제 그 복면인 아저씨야”


랄프의 옆에 선 사내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소개하지. 난 마누엘 데 페레일라라고 하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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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최후의 수단(1) 22.07.07 145 4 12쪽
46 치안대를 박살내다(5) 22.07.06 152 4 12쪽
45 치안대를 박살내다(4) 22.07.05 130 4 12쪽
44 치안대를 박살내다(3) 22.07.03 141 4 12쪽
43 치안대를 박살내다(2) 22.06.30 163 4 11쪽
42 치안대를 박살내다(1) 22.06.28 169 4 11쪽
» 리스본 귀환(3) 22.06.25 165 5 11쪽
40 리스본 귀환(2) 22.06.24 172 4 11쪽
39 리스본 귀환(1) 22.06.23 188 3 11쪽
38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3) 22.06.21 175 4 11쪽
37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2) +1 22.06.20 184 4 12쪽
36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1) 22.06.18 181 4 12쪽
35 발바롯싸의 보상은? 22.06.17 178 4 12쪽
34 모험의 끝 22.06.15 18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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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모험의 소용돌이(4) 22.06.13 174 3 11쪽
31 모험의 소용돌이(3) 22.06.12 184 4 11쪽
30 모험의 소용돌이(2) 22.06.11 194 4 11쪽
29 모험의 소용돌이(1) 22.06.10 207 4 12쪽
28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3) 22.06.09 210 5 12쪽
27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2) +1 22.06.08 238 6 11쪽
26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1) 22.06.07 223 6 12쪽
25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3) 22.06.06 246 7 12쪽
24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2) 22.06.05 250 8 11쪽
23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1) 22.06.04 253 7 11쪽
22 마린의 왕자, 섀넌 무어(3) 22.06.02 254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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