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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작가님의 서재입니다.

대항해시대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로미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1
최근연재일 :
2022.07.10 10:26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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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7
추천수 :
558
글자수 :
253,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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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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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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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발바롯싸의 보상은?

DUMMY

“죽음에서 돌아온 자, 레온 메이슨. 이번에도 무사히 돌아왔구나.”


정박한 배에서 내리는 레온을 가장 먼저 맞아주는 발바롯싸였다. 그런 그의 뒤로 제복을 갖춰 입은 수십여명의 낯선 군인들이 도열해있었다.


“이 사람들은 다 뭐죠?”


“신경 쓸 거 없어. 그보다 임무는 무사히 완수했다고 소식은 들었네. 아. 저기, 내려오는구만.”


레온의 어깨 너머를 바라보는 발바롯싸. 그를 따라 레온도 고개를 돌렸고, 그들이 바라보는 곳엔 그녀가 있었다.


나세르를 앞세우고 시중의 호위를 받으며 라일라가 하선하고 있었다. 얇은 천을 얼굴에 드리워 겨우 눈만 내놓은 모습의 그녀였다.


그녀의 걸음이 육지에 닿는 순간.


척. 척. 척.


군인들이 그녀 주위를 빠르게 에워쌌다. 커다란 덩치의 군인들에 가려 모습이 사라지기 직전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무언가를 찾는 듯 그녀의 시선이 대기 중에 머물렀고, 이내···.


레온과 라일라의 시선이 공중에서 만났다.

찰나의 순간과 흔들리듯 떨리는 그녀의 눈빛.


하지만 그 뿐···.


두 시선은 이내 가로막혔고 그녀의 모습마저 사라졌다. 그녀를 호송하는듯한 군인의 발걸음은 이내 빨라졌고, 그만큼 멀어져갔다.


곁에 선 발바롯싸에게 묻는 건 레온이었다.


“라일라는 어떻게 되는거죠?”


“별 일 아니니 걱정할거 없어. 나도 그만 가봐야겠군. 만찬을 준비해뒀으니 저녁에 다들 내 저택으로 오라고!”


그 말을 끝으로 발바롯싸도 빠르게 사라졌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랄프가 레온의 곁에 섰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저 자들은 오스만 정규군 아니야? 라일라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지? 게다가 알제에 오스만 정규 함대는 왜 이렇게 많이 와있지?”


오스만 해군의 총 본산이 알제였고 그 해군을 총괄하는 사령관은 발바롯싸였다. 엄밀히 발바롯싸 하이레딘 해적도 오스만의 해군 소속이었다.


하지만 오랜기간 명성을 쌓아온 하이레딘 가의 독자성을 인정한 오스만 제국은 그들에게 고유한 휘장과 깃발 사용을 용인하고 있었다.


헌데 지금 알제 항구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발바롯싸 함대의 깃발이 아니라 오스만 제국 정규 휘장이었다. 평시라면 모두 수도인 이스탄불에 있어야 할 함선들이 여기 알제에 모인 것이다.


“나도 잘 모르겠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저녁에 발바롯싸를 만나면 알 수 있겠지. 그보다 고생한 선원들 좀 쉬게 해. 며칠 묵을 여관도 알아보고.”


첫 항해에 나선 지 일 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레온의 지휘와 프란시스코 세라노의 보조 아래 뉴키즈호는 거친 파도의 풍랑을 이겨내고 무사히 항해를 이어가고 있었다.


지중해 곳곳을 누비며 교역을 해왔고 해적과의 해상 전투, 길드 의뢰 따위를 완수하며 그들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던 것이다.


그사이 토미를 비롯해 한 때는 리스본의 거지였던 소년들이 어느새 늠름한 선원으로 변해있었다. 여느 선원들과 마찬가지로 긴 항해를 마친 그들의 얼굴에는 피로가 역력했지만, 오랜만에 밟은 육지에 대한 기대가 피로를 이겨내는 듯 그들은 활력에 넘쳤다.


레온의 말을 들은 랄프가 소리쳤다.


“모두 휴식이다. 숙소가 정해지는 대로 다시 공지할테니 너무 멀리가지 말고! 사고치지 말고!”



**


“하하, 레온 메이슨. 벌써 와있었구만!”


레온 일행이 발바롯싸의 저택에서 식사까지 모두 끝낸 저녁시간, 뒤늦게 나타난 그였다.


“일이 많이 바쁘신 모양입니다.”


“그래, 그럴 일이 좀 있었지. 여기 알제에 지금 누가 와있는 줄 아는가?”


짐작가는 바는 있었지만 섣불리 말을 꺼내기 힘든 내용이라 레온은 그저 침묵했다.


익살스럽게 눈을 찡긋한 발바롯싸가 레온의 어깨를 감싸며 끌었다.


“듣고 놀라지 말게. 여기 알제 총독부에 쉴레이만 1세 폐하께서 와계신다네.”


“쉴레이만 1세라고 하면···?”


“그렇지. 작렬하는 천둥과 번개의 군주라 불리는

오스만의 술탄이시지. 하하하.”


“네? 술탄께서는 보통 수도에 계시지 않나요? 알제에는 어쩐 일로···?”


환하게 웃던 발바롯싸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지금부터 하는 말은 군사기밀이니 자네만 알고 있게. 우리는 지금 위대한 전쟁을 계획 중이네. 크레타를 삼키고 베네치아까지 뒤엎을 위대한 정복 전쟁 말일세. 사전 첩보활동을 위해 나세르와 내 수하들을 베네치아로 보낸 것이고.”


“네. 그렇다면 라일라는?”


“라일라? 아, 그녀는 신경쓰지 말게. 나세르를 통해 다 들었어. 자네가 어떤 활약을 했는지도 말이야. 어쨌든 무사히 데려오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어. 그보다 자네···.”


“······.”


“우리 전쟁에 참여할 생각 없는가? 자네 실력이면 큰 도움이 될거야. 내가 술탄께 잘 말씀드리면···.”


포르투칼의 시민으로서 레온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거절은 빠를수록 좋았을까. 그의 말이 끝나기 전 레온이 대답했다.


“영광이지만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흠, 그럴 줄 알았네. 자네는 따로 뜻한 바가 있으니. 내 그래서 술탄께 자네 이야기를 하지 않은거야. 말씀 드렸으면 분명 자네를 데려오라 명하셨을 테고, 술탄께선 거절을 좋아하지 않으시거든.”


전 세계 최강 오스만의 정복전에 참여한다는 것은 장래를 보장받는 것이었다. 공을 세우고 술탄의 눈에 든다면 장차 한 도시 총독의 자리에 까지 오를 수도 있었다.


출세를 위해 가장 빠른 길이긴 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이제는 엠마 뿐 아니라 책임져야할 인원들이 많았다. 홀로 혹은 그들 모두를 데리고 전쟁에 참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시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아니야, 그럴 필요없어. 아무튼 전쟁이 시작되면 이오니아해, 아드리아해 일대가 소용돌이칠거야. 당분간 이 곳엔 발을 들이지 않는게 좋을거야.”


“네, 꼭 명심하겠습니다.”


“하하, 이제 술이나 마시며 소소한 얘기나 하자고! 그리고 의뢰 보상도 얘기해야하고.”



**



시종이 가져온 맥주를 한 숨에 들이킨 발바롯싸.


“크으! 역시 이 맛에 내가 살지. 하하.”


어느새 레온 옆에 앉은 카렌이 물었다.


“제독님, 그러니까 보상이라는 게 저 육두구를 말씀하시는 거죠?”


그녀가 가리키는 곳에 커다란 접시에 담긴 말린 육두구가 쌓여 있었다.


“그래, 육두구. 너희 유럽인들이 사족을 못쓴다고 하는 향신료의 제왕이지. 우리 일족의 창고에 저 육두구가 200상자 쌓여있어. 그걸 특별히 자네에게 넘기겠네. 하하.”


후추는 한줌인 500g에 황소 두 마리 반으로 거래되는데 반해 육두구 한줌이면 황소 7마리와 거래된다.


육두구는 1상자만 있어도 리스본에서 작은 정원이 딸린 저택 한 채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런 육두구를, 게다가 200상자를 넘긴다고 발바롯싸는 말하고 있었다.


묘한 기대를 품은 카렌이 말했다.


“물론 공짜로 넘기신다는 건 아니겠죠?”


“하하, 당연히 공짜는 아니지. 이것 좀 보라구. 최상품의 육두구야. 저 멀리 동양의 바다에서 인도를 거치고 홍해를 넘어온 거야. 이곳 알제에서도 육두구 1상자는 금화 1만닢으로 거래되는데 그냥 넘길 수가 있겠나. 내 시세대로 넘기지.”


“시세라하면 200상자에 200만닢을 말하는 건가요?”


“그래. 그거지! 하하. 어떤가? 이만하면 보상으로서 충분하지 않···.”


“150만닢!”


“응?”


한차례 눈빛을 반짝인 카렌이 협상을 시작했다.


“아니, 제독님의 의뢰를 우리가 완수했으니 그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는 거잖아요. 근데 시세대로 넘기면 하이레딘 일족에서 대체 뭘 주시는거죠? 시세보단 싸게 넘기셔야 보상 지급에 의의가 있는 거죠. 안그런가요, 제독님?”


“그, 그런가? 하긴 의뢰는 자네들이 완수해줬으니···. 하하. 근데 50만닢은 너무 후려치는 거 아닌가?”


“그게 아니죠. 라일라를 무사히 데려오라는 당초 의뢰를 완수한 것 뿐 아니라 제독님의 부하인 나세르를 치안대에서 구하기도 했잖아요. 그 부분도 감안 해주셔야죠.”


잠시 고민에 빠진 발바롯싸. 재정과 관련된 부분을 관리하는 수하들이 따로 있었던 터라 그는 이러한 협상에 익숙하지 않았다. 더구나 돈 한푼 두푼을 세세히 신경쓰는 건 왠지 남자답지 못한 일이라 생각하는 그였다.


“그래, 나세르가 거기 잡혀있었다면 어마어마한 손해이긴 하지.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었으니···. 좋아! 그럼 150만닢에 넘기도록 하지!”


“협상 타결! 좋은 거래 감사합니다. 제독님.”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손을 내밀고 있는 카렌. 그녀의 손을 잡고 흔들긴 했지만 발바롯싸의 얼굴엔 무언가 개운치 않음이 남아있었다.


‘너무 싸게 넘긴건가? 수하들이 했으면 달랐을까? 에잇, 그깟 금화 따위 차고 넘치잖아.’


생각을 떨치려는 듯 발바롯싸는 앞에 놓인 맥주를 다시금 한 모금에 털어 넣었다.


협상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난 카렌에게 다가온 랄프가 물었다.


“150만닢 주고 나면 우린 이제 50만닢 밖에 안남아. 폐하께 250만닢을 갚아야하는데 괜찮아?”


“괜찮고말고! 육두구 한 상자가 10,000닢에 거래되는 건 여기 북아프리카 일대야. 만일 이걸 가지고 리스본에 간다면 어떻게 될까? 한 상자에 25,000닢! 200상자라면 금화 5백만닢을 벌 수 있는 거야. 우린 이제 부자야!!”


놀라서 입이 떡 벌어진 랄프.


“아니, 그게 진짜야? 그렇게 가격차이가 심해?”


“그래, 지금 유럽은 육두구에 완전 매료돼 있으니깐. 발바롯싸가 직접 거래할 수도 있지만 하이레딘 일족 자체가 유럽과 직접 교역을 하진 않으니 우리한테는 엄청 이득인 셈이야.”


“근데 넌 거기다 50만닢을 더 깎은 거네?”


“그렇지. 장사의 기본은 협상. 협상의 기본은 에누리니까!”


“그럼 우리 폐하의 투자금을 열배로 다 갚고도 250만닢이 남는 거네. 진짜 우리 부자되는 거네?”



**



알제에서의 시간이 훌쩍 흐르고.


오랜만에 달콤한 휴식을 취한 선원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고, 뉴키즈호에 육두구 200상자는 꽉꽉 들어찼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알제에서의 일주일 동안 발바롯싸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궁금했던 라일라의 소식도 이후론 들리지 않았고.


알제 항구를 가득 채운 오스만 직속 함대도 여전히 정박 중이고 총독부의 건물 주위엔 삼엄한 경비가 깔려 있어 감히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것은 오스만의 술탄 쉴레이만 1세가 여전히 총독부에 머물고 있음을 암시했다.


레온은 출항을 앞 둔 뉴키즈호의 선미루에 올라 알제의 총독부 건물을 돌아봤다.


“라일라가 있을 곳···. 그녀는 누구이며, 저 건물 안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빠진 레온을 깨우는 작은 목소리. 카렌이었다.


“오빠, 우리 이제 집에 가는거야?”


첫 출항이후 한 번도 돌아가지 않은 곳. 리스본으로 귀항을 앞 둔 뉴키즈호였다.


“응, 이제 우리 집에 갈거야. 기분이 어때?”


“좋아. 엠마도 이제 집에 갈거야!”


출항 준비를 모두 마친 뉴키즈호. 이제 한 사람만 더 타면 끝이었다.


“잠깐!!”


레온과 엠마가 시선을 돌린 곳,


교역소에서 각 도시의 물품 시세를 최종 확인하러 떠났던 카렌이 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큰일 났어, 레온!”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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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최후의 수단(1) 22.07.07 14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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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치안대를 박살내다(1) 22.06.28 169 4 11쪽
41 리스본 귀환(3) 22.06.25 164 5 11쪽
40 리스본 귀환(2) 22.06.24 172 4 11쪽
39 리스본 귀환(1) 22.06.23 188 3 11쪽
38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3) 22.06.21 175 4 11쪽
37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2) +1 22.06.20 184 4 12쪽
36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1) 22.06.18 181 4 12쪽
» 발바롯싸의 보상은? 22.06.17 178 4 12쪽
34 모험의 끝 22.06.15 187 4 12쪽
33 모험의 소용돌이(5) +1 22.06.14 174 4 12쪽
32 모험의 소용돌이(4) 22.06.13 174 3 11쪽
31 모험의 소용돌이(3) 22.06.12 184 4 11쪽
30 모험의 소용돌이(2) 22.06.11 194 4 11쪽
29 모험의 소용돌이(1) 22.06.10 207 4 12쪽
28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3) 22.06.09 210 5 12쪽
27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2) +1 22.06.08 238 6 11쪽
26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1) 22.06.07 223 6 12쪽
25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3) 22.06.06 246 7 12쪽
24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2) 22.06.05 250 8 11쪽
23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1) 22.06.04 253 7 11쪽
22 마린의 왕자, 섀넌 무어(3) 22.06.02 254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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