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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작가님의 서재입니다.

대항해시대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로미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1
최근연재일 :
2022.07.10 10:26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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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4
추천수 :
558
글자수 :
253,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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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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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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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1)

DUMMY

벌써 닷새 하고도 하루가 지났다.


레온이 일행과 함께 길을 떠난 지,

카렌과 엠마가 그들을 기다린지 6일째였다.


물론 그동안 마냥 쉬었던 것은 아니다.


항해가 있건 없건 소속된 선원의 월급은 매달 지급해야 했기에 교역소 일을 도우며 일당은 스스로 벌게끔 지시한 카렌.


자신도 분주히 교역소를 오가며 상품 시세를 확인하고 교역품을 분석하며 각 도시별 수급과 유행품 예측에 바쁜 나날을 보내기도 했지만···.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아유, 이것들 도대체 언제 오는거야? 일이 지체될 것 같으면 전서구라도 날려주면 좀 좋아? 걱정하는 사람 생각도 안하나, 정말?


그에 반해 엠마는···. 정말 천하태평이었다.


“귀엽다, 너무 귀엽다.”


엊그제 안겨준 새끼고양이 두 마리에 반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엠마. 한참 동안 쓰다듬고, 품에 안고, 작은 막대에 묶은 강아지풀을 흔들어대며 연신 까르르 웃어 대고 있었다.


선상에 발생하는 쥐도 잡을 겸, 혹시나 엠마가 심심할까 싶어 아기 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온 게 엊그제였는데···.


‘넌 네 오빠가 걱정도 안되니?’라고 묻고 싶었지만 괜한 걱정을 안겨줄까 꾹 참는 카렌. 그녀의 한숨이 깊어져만 갈 때···.


신나게 놀던 엠마의 움직임이 순간 멎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고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엠마? 갑자기 왜 그래?”


“랄프랑 토미오빠 온다.”


그 말을 남기고 여관 창가로 뛰어가는 엠마. 카렌도 뒤를 따라 창밖을 확인했다.


“엠마, 뭐가 보여?”


“응, 저어어기!”


“뭔데? 언니 눈엔 아무 것도 안보이는데?”


“저기 오빠들이랑 할부지 오잖아, 근데 우리 오빠는 안오네···. 힝.”


엠마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고 최대한 먼 곳을 바라보자 드디어 일행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 멀리 성문 앞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다섯 사람.


“아아, 저기 말하는 거야? 엠마 네 눈엔 그게 보여? 아니 아까는 보기도 전에 어떻게 안거야?”


“보이기도 하고 느껴지기도 하고···. 근데 오빠는 안오고 어떤 언니가 오네?”


십 여분 뒤, 랄프와 토미를 비롯해 레온과 함께 떠났던 이들이 여관 안으로 들어섰다.


“우와, 드디어 돌아왔네. 카렌, 엠마. 다들 잘 있었어? 우린 거의 죽다가 살아났어.”


“랄프, 넌 오자마자 또 엄살이야? 근데 레온은 어쩌고 너희들만 왔어? 그리고 이 분은···?”


외투를 벗고 얼굴을 가린 천을 풀어헤치는 그녀.


까무잡잡한 피부 속 영롱하게 빛나는 깊은 눈. 그 특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섀넌이었다.


“내가 소개할게. 이 분은 마린 왕조의 섀넌 무어 왕자님이셔.”


랄프의 귀를 잡아당기며 속삭이는 카렌.


“응? 니들이 생포하려던? 근데 뭔가 착각한거 아니야? 왕자가 아니라 공주잖아.”


“아야, 아야, 왜 이래? 이거 놓고 얘기해. 왕자든 공주든 아무튼 이 분이 우리가 찾던 그 분이야.”


“그럼 일이 성공한거야? 우리 보상금 받을 수 있고? 근데 레온은 왜 안온거냐니깐?”


계속되는 카렌의 닦달에 섀넌이 나섰다.


“제가 말하죠.”


수상쩍은 눈빛으로 바라보는 카렌을 애써 외면하며 말을 잇는 섀넌.


“레온은 오늘 밤에 도착할 거예요. 그리고 저와 함께 세우타 총독부로 가 협상을 벌일거구요. 결과에 따라 당신들의 보상금을 받을 수도 있고, 그게 아니면 모두 다 죽을 수도 있겠죠?”


눈을 떼기 힘들 정도의 미모, 오만하면서도 은은한 기품이 배어있는 섀넌의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맘에 들지 않는 카렌.


섀넌 또한 요상한 눈초리로 자신의 위아래를 훑는 카렌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왠지 모를 신경전을 벌이는 두 사람.


먼저 입을 연 것은 섀넌이었다.


“근데 누구시죠? 혹시 레온의···.?”


“아니에요. 얘는 그냥 우리 상단의 회계사예요. 배에 타면 엠마 돌봐주기도 해야 해서 그냥 태운거지. 레온과는 아무 사이도···. 아얏!”


신나서 대답하는 랄프의 정강이를 걷어찬 카렌.


“야, 랄프. 그냥 태운거라니! 내가 얼마나 중요한···.”


“네가 엠마구나? 레온이 말하던 여동생.”


낯선 사람의 등장에 카렌의 바지를 꼭 붙들고 숨어있던 엠마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응···.”


작고 동글동글한 입술을 오물거리던 엠마가 대답하자 반색이 된 섀넌.


“어머, 이뻐라. 언니한테 한 번 와볼래?”


눈을 반짝이며 섀넌을 보던 엠마는 뭐가 부끄러운지 다시 카렌의 바지 뒤로 숨어버렸다.


“훗, 우리 엠마가 아무한테나 안기는 그런 앤줄 알아요?”



**



또 하루는 지고, 하늘에 어스름이 깔릴 무렵.


여관에 모인 이들은 제각기 오지 않은 한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깐 레온은 따로 할 일이 있어서 오늘 밤은 되야 도착한다고? 혼자서 무슨 일?”


“아, 그거야 나도 모르지. 아무튼 우리 전부 무사히 돌아왔고 오늘 협상만 잘 되면 우린 금화 50만닢을 벌 수 있는거야! 대단하지 않아? 이게 다 레온과 저기 섀넌 왕자 덕분이라고.”


“잘 돼야 말이지. 아직 아무것도 얻은 게 없잖아. 근데 저 여자는 왜 엠마한테 저렇게 친한 척이야?”


바닥에 비스듬히 앉은 채 엠마와 놀고 있던 섀넌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다 들리거든요.”


“흠흠, 뭐 아무튼. 랄프, 네 말대로 소문은 다 냈으니깐 이제 기다리면 된다는 거지?”


“그래, 카렌. 지금 우리가 할 건 다 했어.”


일행과 헤어지기 전 레온은 한 가지 지시를 했다.


- 세우타에 도착하는 즉시 소문을 낸다 -


마린 왕조의 왕자 섀넌이 세우타를 침공한다.

잔당세력을 모두 모은 것도 모자라 용병단까지 합류한 대규모의 병력이 세우타를 노리고 있다.

오늘 밤 그들이 세우타의 성벽에 당도한다.


허위 소문을 퍼트려 세우타의 병력을 집결시키도록 지시한 레온이었다.


어느새 곁에 다가와 대화에 참여하는 섀넌.


“맞아요. 소문은 이미 세우타 곳곳에 다 퍼졌어요. 총독부에서도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병력을 성벽에 집중시켰을거고. 시민들도 오늘 밤은 집 밖을 나서지 않을거구요.”


잠시 창밖을 확인한 랄프가 말을 이었다.


“정말이야. 길거리에 사람이 하나도 없어. 저기 멀리 교역소도 다 문을 닫은 거 같아.”


그럼에도 카렌의 걱정은 계속되었다.


“흠, 아무리 그래도 세우타 병력을 다 한데 모아서 어쩌려는 거지? 그리고 레온은 혼자잖아···.혼자서 세우타 병력 전체를 상대하겠다는거야? 아니 그것보다, 총독부와 협상을 앞두고 서로 피를 봐서 좋을 게 하나도 없잖아?”


“계획이 있겠죠. 무슨 생각인지 저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제부터 레온의 몫이에요. 과연 이번에는 무엇을 보여줄건지···. 우린 기대하면서 기다리면 돼요.”


“맞아, 레온이 언제 우릴 실망시킨적 있냐? 이번에도 보여주겠지. 카렌, 한번 믿어보자.”


걱정과 동시에 무언가 큰 일이, 신나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묘한 흥분감이 그들을 감싸고 있을 때···.


세우타의 밤이 훌쩍 다가오고 있었다.


“왔다!”


“응? 엠마, 뭐라고?”


“왔어. 오빠 왔어.”



**



세우타를 둘러싼 성벽의 가장 높은 곳.

어둠을 밀어내듯 환하게 불을 밝히는 망루.


그곳에 세우타 총독 로버트 코른이 서 있었다.


성문과 가까운 성벽 위에는 500명의 치안대원. 성문 앞에는 500명의 정규군이 진을 친 상황.


동원 가능한 모든 병력이 이곳에 집결한 것이다.

이유는 마린왕조의 침략에 맞서 세우타를 지키는 것.


세우타 주변은 바다와 깍아지르는듯한 절벽에 막혀있었기에 이곳 성문 외에 침략자가 들어설 곳은 없었다. 실로 철통같은 방비였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마린 왕조의 잔당이 세력을 규합해 세우타를 침략한다는 소문.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다 모여봤자 얼마 되지도 않은 자들이···., 패할 것이 뻔한데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벌인다는 것이···.


‘그들이 갑자기 왜?’


하지만 세 사람이 우기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고 했던가?


시장과 광장, 주점 일대에 퍼진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세우타 전체에 퍼져갔고 시민들을 공포로 밀어넣었다.


마린의 왕자가 거대한 용병대와 함께 북진 중이라는 소문까지 퍼지자 총독으로서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주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무언가 행동을 취해야했다.


사주경계를 하며 진을 지키는 병사를 바라보는 로버트 총독. 그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고 있었다.


마린왕조 토벌. 그것이야말로 총독이 그렇게도 바라던 일이다. 오랜 기간 앓던 이였던 마린의 잔당 세력을 한 번에 일망타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총독으로서는 반색할 만한 일이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세우타 전 병력을 한 데 집중시킨 지금도 여전했다. 세우타 주변 전역에 척후병을 보내 이상 징후를 파악하게 했지만 특이한 소식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오늘이면 당도한다는 그들이 꼬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다.


적군의 출현을 이렇게도 바라는 지휘관이 있을까?

하지만 로버트는 실제로 그랬다.


제발 뜬 소문이 아니기를, 적들이 바로 오늘 이곳에 나타나 자신들의 손에 끝장나기를···. 패배할 염려? 그런 것 따위는 없었다.


“이봐. 아직 척후병들에게 아무 소식이 없나?”


“네, 총독 각하. 세우타 근처를 샅샅이 뒤졌지만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합니다.”


“더 찾아보라고 해. 우리 안 보이는데서 접근하고 있을 수 있잖아.”


“그렇다하더라도 대규모 인원이라면 저희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역시 헛소문에 불과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들이 갑자기 왜 쳐들어오겠습니까? 세우타에서 하루 이틀 소요되는 거리는 다 확인했으니 안심하셔도 될 듯 합니다.”


“아니, 안심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이번에는 꼭···. 아, 아니다.”


헛소문이라도 믿고 싶었던 로버트 총독이었다. 마린왕조 토벌이라는 큰 공을 세우고 다시 리스본에 입성하는 꿈을 꾸고 있던 그였기에···.



“어? 근데 저기, 저건 뭐야?”


“네? 뭐가?”


“저기 저거 안 보여?”


어렴풋하게 보이는 저 멀리 어둠 속 어딘가.

대기가 한데 뭉쳐 왜곡되어 일렁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주먹만한 크기로 보였던 그 일렁임.

점점 커진다. 아니 점점 다가온다.


그리고 일렁이는 어둠속에서 등장하는 한 남자.


한 자루 검을 쥔 남자가 때아닌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다가오고 있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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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2) +1 22.06.08 237 6 11쪽
26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1) 22.06.07 223 6 12쪽
25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3) 22.06.06 246 7 12쪽
24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2) 22.06.05 250 8 11쪽
»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1) 22.06.04 253 7 11쪽
22 마린의 왕자, 섀넌 무어(3) 22.06.02 253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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