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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작가님의 서재입니다.

대항해시대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로미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1
최근연재일 :
2022.07.10 10:26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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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0
추천수 :
558
글자수 :
253,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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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5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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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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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치안대를 박살내다(4)

DUMMY

공중으로 피를 흩뿌리던 랄프가 이내 쓰러졌다.


그의 발치에 선 자는 스캇 치안본부장.

시민대원의 기세에 밀리던 치안대를 보다 못한 그가 직접 나선 것이다. 그의 등장과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시민대의 기세가 꺾여 버렸다.


“안 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전투 현장을 바라보던 카렌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한창 치안대와의 싸움에 집중하던 레온은 그제서야 고개를 돌렸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랄프. 그의 앞에 선 스캇.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레온은 몸의 기운을 끌어올리고 두 다리에 집중시켰다.


단 한 번의 도약.


그는 단숨에 쓰러진 랄프의 앞에 섰고 또 스캇을 노려봤다. 그런 그를 스캇 또한 말없이 응시했고.

어느새 카렌과 토미도 쓰러진 랄프 옆에가 그를 살폈다.


상황은 심각했다. 검이 깊게 지나간 상처에서 연신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카렌이 외투를 벗어 가슴 전체를 동여맸지만 흘러나오는 피는 금세 외투마저 적시고 있었다.


분노를 참는 탓인지 레온의 목소리는 몹시도 떨렸다.


“카렌, 토미. 랄프를 부탁해. 꼭 엠마에게 데려가야해. 그리 멀지 않으니깐 금방 갈 수 있을거야.”


갑작스레 끼어들어 검을 휘두른 스캇으로 인해 치안대와 시민대원의 싸움은 중단되었고 누구도 후송되는 랄프를 제지하진 않았다.


어느새 치안대는 본부장 스캇의 뒤에서 대열을 정비했고 시민대원은 레온의 뒤에서 도열했다. 많은 수의 치안대원이 부상을 입고 쓰러지긴 했으나 여전히 수가 더 많았다.


레온과 스캇을 필두로 다시금 전투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랄프의 모습이 사라진 걸 확인한 레온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마누엘, 허리에 찬 검 좀 전해줄래요?”


스윽하는 소리와 함께 마누엘의 검이 뽑혔고 그가 검날을 잡고 레온에게 건넸다.


제대로 검을 쥔 게 얼마만인지···.

레온이 쥔 검에서 붉고 푸른 빛이 감돌았고 마주선 스캇의 얼굴에는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


“감히 네 녀석 따위가 검기를 쓸 줄 안다고?”


지지않으려는 듯 스캇도 검을 고쳐 쥐고 레온을 향해 한발 앞으로 나섰다. 그의 검에서도 붉은 빛이 은은히 감돌았고···.


대치하고 있는 수백여 명의 치안대와 시민대원. 그 사이에는 레온과 스캇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수년 전 소드마스터 대회에서 서른이 채 되지 않은 나이로 우승을 차지한 전도유망한 검사, 스캇 데 페레로.


리스본에서 베니 일당 전체를 홀로 쓸어버린 것도 모자라 바다 건너 세우타에서 전설의 소드마스터급 실력을 보여줬다는 레온.


두 사람이 대결을 벌이려 하고 있었다.


현장에 운집한 치안대원과 시민 모두가 말을 잃고 긴장한 채 두 사람을 주시했다. 마른 침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소리가 들릴만한 고요함이 중앙광장에 내려않은 상황. 모두들 과연 누가 먼지 움직일 지를 가늠하는 듯했다.


스윽.


탓.


긴 도약과 함께 먼저 움직인 것은 스캇이었다. 성인 여러명의 키에 달하는 거리를 한 번의 움직임으로 단숨에 좁힌 그가 붉은 검을 내려쳤다.


단 한번의 일격으로 끝내려는 듯 모든 힘을 집중시킨 공격이었다. 웅후한 파공음이 레온의 머리 위에서 들려왔고 공격은 성공하기 직전이었다.


채앵.


검과 검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길게 울려퍼졌다.


그때까지 미동도 하지 않던 레온이 잔상이 남듯 천천히 검을 들어올렸고, 번개 같던 스캇의 일격을 단숨에 무산시킨 것이다.


하지만 스캇의 공격은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일격이 봉쇄된 뒤에서 그의 쾌검은 속도를 늦출 줄 몰랐다. 눈으로 쫓기 힘든 속도의 검격이 레온을 향해 무수히 쏟아지고 있었다.


일년 전 스페인의 소드마스터와 대결할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과 속도가 달라졌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가 있다는 자각이 그를 강하게 단련시킨 것이다. 이제 그와 다시 만난다면 절대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는 그만큼 강해졌다.


헌데···.


이미 수십, 수백 군데의 상처로 온 몸이 너절해져있어야 할 상대가···. 단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고 그 자리 그대로 서 있다. 온 몸에 힘을 끌어올려 전신을 다하고 있는 자신과는 정 반대로 그는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


스캇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의 눈빛, 그의 눈은 어느새 자신을 향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거의 감긴 듯 보였다. 자신의 검이 어디를 향하든 눈을 감은 레온의 검이 그 길을 막아서고 있었다.


공격을 할수록 스캇은 혼란스러워졌다. 자신이 어느 곳을 베든, 어디를 찌르든 레온이 몸 근처에도 가닿질 못했고 그의 검에 모든 검격이 파쇄되었다.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레온의 모습이 흡사 하나의 검으로 보였다. 그는 과연 자신이 누구와 싸우고 있는 지를 착각할 지경에 까지 이른 것이다.


채애앵.


혼신을 다한 마지막 쾌검까지 가볍게 무산되고, 스캇은 한발 물러나 착지했다.


허억. 허억.


숨은 턱끝까지 차올랐고, 이마에는 빗물같은 땀줄기가 연신 흘러내렸다. 허나 상대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처음 자세 그대로 미동도 없었다.


반쯤 감겼던 눈을 살며시 뜨는 레온. 그가 스캇을 바라본다.


“이제 내 차롄가?”


소름이 돋을 정도의 서늘한 눈빛, 의도하지 않았으나 스캇 그의 근육이 떨리고 있었다. 레온의 검에서 압도적인 위압감이 연신 뿜어져 나왔고 스캇은 처음으로 어떠한 감정을 느꼈다.


상대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무력감, 그리고 공포···.


실제 레온의 공격을 받아보기도 전에 스캇의 마음에 이미 패배가 새어들어왔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자신은 아직 마지막 비기가 남아있었다.


훌리오를 이기기 위해 벼르고 벼려왔던 검혼, 스캇의 검에 물들었던 붉은 기운이 한층 뚜렷하고 강해져 갔다.


천천히 검을 드는 레온, 그에 방비하기 위해 붉은 검을 곧혀드는 스캇.


오늘 대결의 마지막 승부가 펼쳐지려 할 때였다.



“멈추어라!!”


낮고 위엄있는 목소리가 중앙광장 전체에 울려퍼졌고.


척. 척. 척.


포르투칼 왕가를 상징하는 진녹색과 붉은색의 제복을 갖춰입은 병사 수십여명이 좌우로 도열했다.


그 끝에 멈춰선 마차, 이내 문이 열렸고 모습을 드러내는 자는 포르투칼의 국왕 주앙3세였다.


저벅. 저벅. 저벅.


친위대의 호위 속에 천천히 걸음을 옮긴 그가 레온과 스캇의 앞에 멈춰섰다.


주앙은 천천히 허리의 찬 국왕의 검을 뽑았고 검끝을 레온에게 잠시 가져갔다 휙하니 스캇에게로 돌렸다.


“스캇 데 페레로. 리스본의 치안을 책임져야할 본부장으로서 임무를 저버리고 시민들을 핍박하고 강탈하여 불법 자금을 조성한 죄로 널 체포한다. 결박을 받으라.”


국왕의 지엄한 명이 떨어지자 스캇의 주위로 친위대가 몰려들었다. 스캇으로서는 어찌 대응해야 할지 쉽사리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국왕은 분명 자리를 비웠다고 들었다. 그랬기에 몰려든 시민들을 강제진압해도 된다고 알고 있었다. 헌데 지금 자신의 눈앞에 주앙3세가 와있다니, 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페르낭 사령관은 지금 이 일을 알까? 스캇이 믿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였다. 그라면 지금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믿음이 있었기에 스캇은 순순히 친위대의 결박에 응했다.


연행되는 스캇의 뒤로하고 주앙3세는 중앙광장에 마련된 단상 위로 올랐다. 그리고 외쳤다.


“현 시점부로 리스본의 전체 치안대를 완전 해산한다! 지금까지 치안대가 저지른 악행에 대한 조사가 끝날 때까지 성문은 봉쇄될 것이며 누구도 리스본을 떠나지 못한다. 전 치안대원은 자택에서 근신하도록!”


다시 한번 국왕의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마침내 이루어낸 전체 치안대의 해산, 드디어 치안대의 폭정에서 벗어난 것이다. 리스본 시민들이 바라고 투쟁했던 결과이자 시민들의 승리였다.


“와아”

“와아아”


중앙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터트린 환호성이 이내 물결처럼 퍼져갔고 거대한 함성으로 터져나왔다.


“만세! 만세!”

“국왕폐하 만세!!”


그간 왕정과 국왕을 향하던 비난, 치안대를 관리하지 못한다는 오명, 시민들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한 순간에 녹아내렸고, 주앙3세의 인기가 다시한번 치솟는 순간이었다.


상황이 정리되었음을 확인한 레온은 현장에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스캇을 자신의 손으로 처단하지 못한 앙금이 남았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보다 스캇의 검격에 당한 랄프의 안위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집결한 시민들이 안전하게 해산될 수 있도록 지시를 남긴 레온의 모습이 빠르게 사라져갔다.


같은 시간,


페르낭의 저택은 제복을 갖춰 입은 병사들이 물샐틈없이 방비하며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허나 그들은 치안대원이 아니었다. 에스테반 함대 소속의 해군들이었다.


저택 안 집무실에는 분노를 감추지 못한 페르낭과 여유롭게 그의 자리에 앉은 에스테반이 있었다.


“이봐, 페르낭 사령관. 당신이 이제 끝났어.”


페르낭의 자리에 푹 파묻혀 앉아 테이블 위에 두 발을 올린 에스테반이 문서 한 장을 살랑살랑 흔들어댔다.


얼핏 봐도 포르투칼 국왕의 직인이 찍힌 문서에는 치안대의 해산과 그간 행해왔던 범죄 행위에 대한 조사 명령이 적혀있었다.


페르낭은 평소와 달리 이질적인 모습인 자신의 집무실을 둘러봤다. 상시 자신의 저택을 호위하던 치안대원 전부가 포박당해 무릎을 꿇고 있었고, 검을 찬 해군병사들만이 기립해 있었다.


페르낭의 실력이라면 해병 몇몇은 뚫고 나갈 수 있었지만 앞에 여유롭게 앉은 에스테반은 달랐다.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그, 검을 맞대보지 않아도 그 소문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현 상황이 어떻듯 짐짓 아무렇치도 않다는 듯 목소리를 가다듬은 페르낭이 말했다.


“나와 우리 치안대는 여기 리스본의 질서를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했을 뿐이네. 갑자기 폐하께서 그런 명령을 내린 것은 잘못된 것이야. 조사해봐야 나올 것이 없어.”


그의 말에 에스테반이 비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훗, 정말 그럴까? 혹시 이제라도 증거를 빼돌릴 생각이라면 집어치워. 지금쯤이면 치안본부도 우리 병사들이 완전 장악했을테니···. 게다가 시민들을 폭력으로 진압하려던 중앙광장에 폐하께서 가계시지.”


평온을 유지하던 페르낭의 표정이 일순 변했다.


“뭐라고? 폐하께서?”


“그래, 폐하는 아무데도 안가셨어. 며칠동안 치안대가 하는 양을 지켜보고 계셨지.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셨고.”


주앙3세가 모든 상황을 다 파악했다면 상황은 이미 끝난 것이었다. 나머지 죄목을 파악하는데 시일이 소요될 뿐, 흐름은 이미 넘어간 것이다.


그간 대신들을 회유하고 협박해가며 그토록 공들였던 일, 주앙3세의 눈과 귀를 막으려던 그간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 상황에 종지부를 찍듯 에스테반이 마지막 말을 남겼다.


“리스본의 치안사령관 페르낭 고메스, 폐하인 주앙3세의 이름으로 명하지. 자택 구금명령! 다른 지시가 있을 때까지 당신은 이 저택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어.”


페르낭이 꿈꾸었고 이룩하려던 제국의 성벽에 균열이 가는 순간이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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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최후의 수단(3) 22.07.09 112 4 12쪽
48 최후의 수단(2) 22.07.08 104 3 11쪽
47 최후의 수단(1) 22.07.07 145 4 12쪽
46 치안대를 박살내다(5) 22.07.06 151 4 12쪽
» 치안대를 박살내다(4) 22.07.05 130 4 12쪽
44 치안대를 박살내다(3) 22.07.03 141 4 12쪽
43 치안대를 박살내다(2) 22.06.30 162 4 11쪽
42 치안대를 박살내다(1) 22.06.28 169 4 11쪽
41 리스본 귀환(3) 22.06.25 164 5 11쪽
40 리스본 귀환(2) 22.06.24 172 4 11쪽
39 리스본 귀환(1) 22.06.23 188 3 11쪽
38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3) 22.06.21 175 4 11쪽
37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2) +1 22.06.20 184 4 12쪽
36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1) 22.06.18 181 4 12쪽
35 발바롯싸의 보상은? 22.06.17 177 4 12쪽
34 모험의 끝 22.06.15 187 4 12쪽
33 모험의 소용돌이(5) +1 22.06.14 174 4 12쪽
32 모험의 소용돌이(4) 22.06.13 174 3 11쪽
31 모험의 소용돌이(3) 22.06.12 184 4 11쪽
30 모험의 소용돌이(2) 22.06.11 194 4 11쪽
29 모험의 소용돌이(1) 22.06.10 207 4 12쪽
28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3) 22.06.09 210 5 12쪽
27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2) +1 22.06.08 238 6 11쪽
26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1) 22.06.07 223 6 12쪽
25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3) 22.06.06 246 7 12쪽
24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2) 22.06.05 250 8 11쪽
23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1) 22.06.04 253 7 11쪽
22 마린의 왕자, 섀넌 무어(3) 22.06.02 254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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