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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작가님의 서재입니다.

대항해시대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로미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1
최근연재일 :
2022.07.10 10:26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9,114
추천수 :
558
글자수 :
253,585

작성
22.06.1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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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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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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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모험의 소용돌이(3)

DUMMY

정체불명의 두건을 쓴 자들과 한 남자.

그들 주위를 베네치아 치안대 수십여명이 에워싸고 있었다.


그런 상황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레온과 랄프.

보통 에워싸이는 건 자신의 몫이었는데 이렇게 남일 보듯 구경꾼이 되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레온, 넌 어떻게 생각해? 상대가 먼저 기를 쓰고 칼을 빼들었잖아. 그 과정에서 몸을 지키려다 의도치 않게 상대를 죽인건데···. 저건 정당방위 아니야?”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시대. 칼과 검이 난무하고 사나이간의 결투가 용인되는 시대에서 죽고 죽이는 일은 흔했다. 법도 그러한 죽음에 대해서는 관대했고 정당방위를 넓은 범위에서 인정해주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정당방위가 맞아. 하지만 저 자는 상대가 죽을 걸 알고 친거야. 수많은 싸움을 경험했고 이정도면 상대가 죽으리란 걸 명백히 알고 있었어. 그리고 죽일 마음으로 친 것이고.”


“응?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보여. 움직임 하나하나에 다 드러나.”


보통의 경우라면 연행되더라도 이후 정당한 결투라고 인정되면 처벌 없이 풀려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죽은 상대가 베네치아 법무대신의 아들이었기에.


“근데 지금은 정당방위가 중요한 게 아니야. 죽은 사람이 아마 법무대신의 아들인 듯 해. 저 자들의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연행되면 아마 풀려나기 힘들거야.”


“그럼 쟤네들이 어떻게 대응할까? 순순히 잡혀갈까? 아니면···.”


“그게 흥미로운 점이지.”


레온과 랄프가 상대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을 때 에워싸인 무리들 사이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세르, 진짜 어떡할꺼냐고? 왜 나서서 일을 크게 만들고 그래!”


두건을 쓴 남자는 먼저 일을 벌인 사람이 누군였는지 벌써 잊은 모양이었다. 만일 나세르가 나서지 않았다면 그의 얼굴에 상처가 나고 험한 꼴마저 일어났을 터인데···. 만일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그 이후의 상황은 더 끔찍했을 것이다.


잠시 몸을 부르르 떤 나세르가 뒤를 돌아봤다.


너무도 완벽한 변장에 분명 남자로 보이긴 했지만 두건을 쓴 셋은 모두 여자였다. 상대에 해를 가한 건 자신 혼자였지만 지금 흘러가는 분위기로는 일행들 모두가 연행될 판이었다.


자신이 나서서 활로를 뚫어야하는 상황이었다.

마음을 굳힌 듯 그가 바닥에 떨어진 세바스찬의 검을 쥐어 들었다. 순간 검붉은 검기가 그의 검에서 흘러나와 대지에 일렁거렸고···.


그가 몸을 움직였다.



“모두 검을 들어 저 자를 막아라!”


달려드는 그를 본 치안대의 외침과 연이은 일사분란한 동작. 그리고 이어진 대결.



챙. 챙. 챙. 채챙. 챙.


검을 섞은 지 이미 한 식경이 흘렀다. 치안대 십수명이 상처를 입고 뒤로 빠지긴 했으나 상대의 수는 여전히 많았다.


상대의 실력은 나세르의 예상을 훨씬 웃돌고 있었다. 치안대원 하나하나가 일류에 가까웠다.


베네치아 공화국의 원칙 중 하나.

전세계의 수많은 선원과 상단이 한데 모이고 시도때도 없이 칼부림이 나는 도시. 그 곳의 질서유지를 위해 압도적인 검술 실력을 가진 자만이 치안대원으로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세르는 그 점을 간과한 것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수많은 전투를 겪고 위기를 헤쳐 왔지만 이토록 낭패한 적이 있었을까···. 중과부적이었다.


이제 방법이 없다. 압도적이 검술로 상대를 눌러 놓은 뒤 일행과 몸을 빼내려던 당초의 계획이 바뀌어야했다. 이제는 상대를 죽이지 않고는 달아날 방법이 없었다.


일순간 나세르의 검기가 색을 달리했다. 붉다못해 점점 짙어지는 그의 검. 그를 바라보는 치안대원의 눈빛도 달라졌다.


“대비하라.”


그 순간이었다.


타닥.


어디에서 날아든 것인지 사람의 그림자 하나가 나세르의 옆으로 안착했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 옆을 확인하려던 그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져갔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광경···.

자신의 옆에서 검을 들고 선 남자의 주변이 온통 붉은 대기로 물들어있었다.


설마 검기가 몸을 휩싸고 돌 수도 있는 것인가를 그는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연이어 들려온 것이 그의 사고를 멈추게 했다.


나세르가 보는 광경 속에서···.


그가 아주 천천히 허공을 향해 검을 내리긋고 있다. 수십개의 잔상을 남기며 내리그은 그의 검.


쿠콰아앙.


연이어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람이 공기를 가르며 격렬한 파공음을 쏟아냈다.


검이 일으키는 바람이 이리도 강맹할 수 있을까?

저항할 수 없음을 느낀 나세르는 그저 바람에 몸을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바로 옆에서 태풍처럼 뿜어져오는 검풍에 정신이 아득해져갈 즈음 마지막으로 들린 목소리는···.


“어라? 힘 조절을 잘못했나본데···.”


나세르의 옆에서 검풍을 날린 건 레온이었다.


살수를 드러내려하던 그들을 말리기 위함이었다.

무고한 희생을 막기 위해 서로를 떼어놓고 두건 일행의 활로를 만들려던 것인데···.


“힘이 좀 과했나? 옆에 있던 애까지 날아가네?”


나세르, 아니 이제는 레온의 앞에 있어야 할 모든 치안대원들이 날아가 어딘가에 처박혀있었다.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검풍을 견디지 못하고 몇미터 날아간 것뿐이었다.


레온이 두건을 쓴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쨌든 활로는 뚫렸네. 가자.”



**



베네치아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3층 건물.


치안대의 포위를 뚫고 나온 그들이 레온 일행이 머문 여관으로 피신해 있었다.


레온의 도움으로 겨우 몸을 빼냈지만 경계심 가득한 눈빛은 전혀 거두질 않고 있는 그들.


분명한 사실은 자신들은 모두 여자라는 것. 그리고 자신을 지켜주던 나세르가 지금은 없다는 것 이었다. 남자 분장을 하고 나온 것을 다행이라 여기며 두건을 쓴 남자가 레온을 바라봤다.


부드럽게 빛나는 금발 머리와 하얀 피부. 깊고 반짝이는 눈빛과 오똑한 코. 많아봐야 스무살 남짓일까? 꽤나 잘생긴 얼굴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그의 표정에 호기심이 일었다.


“넌 누구지? 왜 우리를 도와준거야? 도와주려면 제대로 도와주던가! 나세르는 왜 놔둔···.”


그의 말을 랄프가 잘라들었다.


“아니, 먼저 고맙다는 말부터 해야되는거 아냐? 그러는 너는 누군데?”


“너한테 물어본 거 아니거든!”


당돌한 듯 무례한 그의 질문에 레온마저 어이가 없다는 듯 상대를 바라봤다.


다 자란 청년이라기엔 작고 선이 가냘픈 모습. 짙고 깊은 눈을 가진 예쁘장한 얼굴이었지만 그 전체를 뒤덮은 여드름과 곰보 자국은 모든 인상을 까먹고 있었다. 한마디로 보잘 것 없는 외모였다.


잠시 말이 없던 레온이 이내 입을 열었다.


“난 레온 메이슨이라고 해. 넌 누군데?”


‘레온 메이슨? 레온이라고 하면 어제 나세르가 말했던···. 나를 찾아다닌다는 그 녀석?!’


레온의 대답을 듣고 생각하던 라일라가 잠시 일행을 돌아봤다. 자신의 시중을 들기 위해 데려왔던 소녀 둘. 자신처럼 검술은커녕 검 한번 들어본 적 없는 이들이었다. 조금 전 벌어진 칼부림과 피 튀기는 대결에 놀란 가슴이 아직도 콩닥이고 있는 자신처럼 그들도 이 상황이 두렵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눈앞의 상대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너무 불리했다. 아무런 호위도 없이 평민들이 활보하는 거리를 나선 게 그녀로서는 처음이었다. 지금은 우선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는 게 우선이었다.


“네가 내 이름은 알아서 뭐 할건데? 안되겠어. 난 그만 내 저택으로 돌아갈래.”


그녀의 태도에 황당해하던 랄프가 다시 말했다.


“허허. 얘 진짜 안되겠네. 네가 누구든 오늘 형한테 좀 맞자.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겠어.”


“됐어. 랄프. 우린 그냥 나가자. 그리고 너! 지금 창밖을 봐봐. 치안대원들이 너희를 찾아 온 골목을 다 뒤지고 있는데 한번 나가봐. 어떻게 되는지.”


마지막 말을 남긴 레온이 랄프를 끌고 나갔다.


급히 창밖을 확인하는 라일라.

그의 말이 맞았다. 지금으로선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오늘 밤은 꼼짝없이 이곳에 갇혀있는 수 밖에···.


“으으. 진짜. 짜증나! 이런 곳에서 어떻게 자라구! 침대보는 왜이래. 가구는 또 어떻고!”


잔뜩 심통이 난 라일라를 위로하는 시종.


“그래도 오늘 그토록 바라던 모험 하나는 하셨잖아요? 소감이 어떠신···.”


“모험 같은 소리 하네!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고! 다시는 모험 같은 소리는 꺼내지도 마!”



**



지난 밤의 소동에는 아랑곳없이

싱그러운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 아침이 밝았다.


레온일행이 묵고 있는 여관에도 마찬가지로.

한참 늦장을 부리는 엠마 덕분에 카렌을 비롯한 레온 일행은 늦은 아침을 먹고 있었다.


삐걱. 삐거. 삐그덕.


여관의 2층에서는 한껏 뽀로퉁한 표정의 라일라가 시종들과 내려오고 있었다. 남장은 그대로 유지한 모습으로···.


그들을 보며 비아냥대는 랄프.


“저기 봐! 여섯 살 된 엠마보다 한참 늦장꾸러기들이 내려오네.”


자기의 이름이 불리자 호기심이 생긴 엠마.


“어디? 어디? 아, 어제 그 오빠들이다. 엠마가 이겼네. 헤헤.”


“아니거든! 한 참전에 일어나서 기다렸거든!”


연신 투덜대며 내려오는 라일라. 아침을 권하는 카렌의 말에도 반응 없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 봐. 레온이라고 했지. 나 지금 돌아갈 거니까 마차를 준비해둬. 아침이고 뭐고 나 여기 일 분도 더 못 있겠으니까 지금 당장 말이야!”



“아, 진짜, 도저히 못 봐주겠네!”


팍. 우당탕.


탁자를 치고 일어난 랄프가 옆에 앉은 라일라의 턱을 움켜 쥐며 말했다. 한껏 화가 난 표정으로.


“야, 진짜 정도껏 해. 우리가 우스워보여?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까?”


순식간에 험악해진 분위기.


얼굴을 들이밀며 윽박지르는 랄프. 그의 호령과 위협에, 랄프의 눈을 마주보던

라일라는 차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가늘게 떨고 있었다.


“······.”


당혹감과 두려움이 가득한

커다란 눈에서는 이내 그렁그렁한 눈물만 가득 차올랐고···.

이내 한 방울씩 주르륵 흘러내기기 시작했다.


“어? 저 오빠 운다.”


엠마의 지적에 한층 더 서러워진 그녀가 이내 고개를 묻고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오빠아, 울지마. 엠마가 혼 내줄게. 눈물 뚝!”


이번엔 여섯 살짜리 아이의 위로까지···. 태어나서 이런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라일라는 그만 소리내어 펑펑 울고 말았다.


순간 머쓱해지고만 랄프.

“아니, 사내자식이 뭐 이런 걸로 울고 그래.”


그런 랄프를 또 다시 혼내며 다그치는 카렌.

“으이그, 그니까 애한테 왜 그렇게 겁을 주고 그래!”


“뭐라고? 애라고? 내가 애야? 흐아아앙.”


라일라의 울음소리는 한층 커져가고 그녀를 연신 쓰다듬으며 위로해주는 마음씨 착한 엠마.


그녀가 흘린 눈물 자국 아래에 반짝이듯 매끈한 피부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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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치안대를 박살내다(4) 22.07.05 12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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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치안대를 박살내다(1) 22.06.28 169 4 11쪽
41 리스본 귀환(3) 22.06.25 164 5 11쪽
40 리스본 귀환(2) 22.06.24 172 4 11쪽
39 리스본 귀환(1) 22.06.23 188 3 11쪽
38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3) 22.06.21 175 4 11쪽
37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2) +1 22.06.20 183 4 12쪽
36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1) 22.06.18 181 4 12쪽
35 발바롯싸의 보상은? 22.06.17 177 4 12쪽
34 모험의 끝 22.06.15 186 4 12쪽
33 모험의 소용돌이(5) +1 22.06.14 174 4 12쪽
32 모험의 소용돌이(4) 22.06.13 174 3 11쪽
» 모험의 소용돌이(3) 22.06.12 184 4 11쪽
30 모험의 소용돌이(2) 22.06.11 194 4 11쪽
29 모험의 소용돌이(1) 22.06.10 207 4 12쪽
28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3) 22.06.09 210 5 12쪽
27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2) +1 22.06.08 237 6 11쪽
26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1) 22.06.07 223 6 12쪽
25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3) 22.06.06 246 7 12쪽
24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2) 22.06.05 250 8 11쪽
23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1) 22.06.04 253 7 11쪽
22 마린의 왕자, 섀넌 무어(3) 22.06.02 254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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