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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작가님의 서재입니다.

대항해시대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로미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1
최근연재일 :
2022.07.10 10:26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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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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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8
글자수 :
253,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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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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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2)

DUMMY

작렬하는 태양이 쏟아지는 알제 항구.

가만히 있어도 연신 흐르는 땀을 주체하지 못할 후텁지근한 기온이 그들을 감싸고 있을 때.


해적 선원들이 한둘씩 무리를 지어모이고 있었다.


그들 앞에는 애써 분노를 억누르는 레온. 그의 곁에도 랄프를 비롯한 일행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지만···.


“괜히 너희까지 개입해 일을 키울 필요는 없어. 이건 나와 저들의 싸움이야.”


끓어오르는 분노에도 레온은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항구에 위치한 선원 모두, 아니 알제에 살고 있는 주민 전부가 알제 해적인 하이레딘의 부하라 봐도 무방했다. 그만큼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인 것. 그는 해적도시 알제의 총독이자 오스만 제국의 해군 총사령관이었다.


육중한 몸집의 사내 옆에 다가선 자가 말했다.


“형님, 저 녀석이 지금 뭐라고 하는 겁니까?”


“몰라, 되지도 않는 잡종 녀석이 뭐라고 지껄이는지.”


대답을 들은 상대는 레온 앞에 다가서며 연신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어이, 이봐. 너 여기가 어딘지 알고나 까부는거야? 여긴 우리 알제 해적의 본거지.···.”


우드득.


아아악.


레온은 다가선 상대의 손가락을 그대로 꺾어버렸다. 그리고 딱 한방.


퍽.


상대는 레온의 주먹 한방에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으르렁대듯 울리는 레온의 목소리.


“뭐? 이것도 별일 아니지?”


날아가버린 동료를 보고 벙찐 표정의 선원들.

하지만 곧 눈빛을 바꾸며 레온을 둘러싸고 있었다.


“허허. 감히 알제에서 우리 해적을 건들다니, 너 오늘 큰 실수한거야.”


“뭐? 실수?”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안나오는 상황. 검을 뽑을 필요도 느끼지 못한 레온이었다.


슈욱. 퍼억. 퍼퍽. 퍽. 쿵. 꽈당.


순식간에 레온을 둘러싼 해적 모두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중 레온의 눈빛이 찾아낸 자는···.

별 것도 아니라는 말을 내뱉은 선원이었다.


퍽.


레온의 주먹에 돌아간 그의 얼굴이 강제로 원위치된다.


“어? 이것도 별일 아니지?”


퍽.

“이것도 별것 아니겠네?”


퍽.

“이것도 마찬가지고?”


곤죽이 된 얼굴, 이미 반쯤 얼이 빠진 상대가 겨우 입을 떼고 있었다.


“아이구, 어르신. 제가 잘못했습니다. 한번만···.”


퍽.


“아니 별일도 아닌데 뭘 사과까지 하고 그래. 그냥 별일 아니니까 계속 맞자. 언제까지 맞으면 이게 별일이 될까?”


퍽. 퍽. 퍽.


기본이 안된 녀석들에게 한창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가르치고 있을 때.


“레온!!”


다급하게 울린 랄프의 목소리에 레온이 고개를 들었다.


바야흐로, 저녁 어스름이 짙어질 무렵···.


소동을 알아챈 수백여명의 알제 해적들이 검으로 무장한 채 항구 전체를 에워싸고 있었다.


검을 든 해적들 하나하나가 이전 상대와는 차원이 달랐다. 앞서 상대한 자들이 일반 항구관리원인데 반해 이들은 알제 해적의 정예들이었다.


흡사 이빨을 보이며 으르렁대는 늑대의 무리들···.

누구 하나라도 먼저 움직인다면 승냥이처럼 득달같이 달려들 흉흉한 기세에 레온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우타에서의 상황과는 달랐다.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 적군 깊숙이 파고들어 빠르게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그때와 다르다.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빠진다면 둘러싸인 동료들이 피해를 본다. 동료들의 검술도 일정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상대의 기세는 그 수준을 훨씬 웃돌고 있었다. 무엇보다 적의 수가 너무 많았다.


레온은 가만히 자신의 가슴팍을 쓰다듬었다. 애써 억누르고 있지만 비릿한 피가 연신 목구멍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스치고 간 닻줄이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부러진 뼈가 폐를 짓누르는 듯 했다.


‘오래 버틸 수가 없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에도 무리하게 몸을 움직인 탓에 레온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해있었다. 이마에서는 연신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호흡마저도 힘들어졌다.


레온은 뒤를 돌아봤다. 자신의 등 뒤에 선 동료들.

비장한 얼굴로 검을 쥐고 서있지만 상대의 기세에 압도당한 모습이었다.


방법이 없었다. 일정부분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레온은 남아있는 기운을 끌어올려 검에 집중했다.


그 때였다.

에워싼 해적들 뒤로 어떤 울림이 퍼진 것이···.


“멈추어라!”


크지 않은 음성이었지만 좌중을 뚫고 위압적으로 들려온 목소리에 해적들이 비켜서고 있었다.


홍해가 갈리듯 좌우로 기립한 해적들 사이로 거대한 몸집의 남자가 서서히 나타났다.


저벅. 저벅. 저벅.


붉은 머리를 허리까지 풀어헤친 남자. 대충 휘감아두른 숄 카디건 사이로 보이는 터질듯한 근육, 한눈에 보기에도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그.


알제 해적의 제왕. 발바롯싸 하이레딘이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그가 멈춰선 곳은 레온의 앞. 머리 하나는 더 높은 시선에서 그가 레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구냐, 넌?”


“리스본에서 온 레온 메이슨.”


“레온 메이슨?”


최근에 들어본 적 있는 느낌이었다. 잠시 기억을 더듬던 그가 이내 포기하고 다시 물었다.


“그래서? 여기 알제에서 난동을 부리는 이유는?”


“닻줄 사고가 있었어. 하마터면 우리 일행이 목숨을 잃을 뻔했고. 난 그에 대한 책임있는 사과를 원했을 뿐인데, 보다시피 이런 일이 벌어진거지.”


천하의 발바롯싸 하이레딘. 자신 앞에서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눈을 마주하며 당돌히 말하는 자를 본 것이 얼마만인가.


그는 주변을 돌아봤다. 끊겨있는 닻줄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고 줄을 잃은 배는 항구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자신 앞에 선 상대는 큰 부상을 당했는지 호흡이 고르지 못했고 낯빛은 창백했다.


그럼에도 이글거리는 눈빛은 여전히 생생하다.


아주 흥미롭다는 표정의 발바롯싸가 말했다.


“어찌된 일인지는 알겠군. 헌데 넌 두렵지 않은가? 내가?”


“내가 널 두려워해야할 이유가 뭐지?”


레온의 대답은 당돌함을 넘어서고 있었다.


“하하. 철모르는 자의 무모함인가? 그것도 재밌군. 좋다. 사고에 대해선 내가 사과하지. 닻줄 관리에 소홀했던 부분도 따로 책임을 묻겠네. 헌데···.


잠시 예리하게 빛나는 눈빛의 발바롯싸.


“네 주먹에 쓰러진 선원들에 대해선 어떻게 보상할 건가?”


발바롯싸는 레온을 떠보고 있었다. 과연 눈앞의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를.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라며.


“보상? 사람으로서 기본이 안 된 너희 수하들을 따끔한 훈계와 가르침으로 바른 길로 인도했으니···. 보상은 오히려 너희 쪽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내가 보상을 해야 한다고? 하하하. 생각지도 못한 발상이야. 재밌는 녀석이군. 레온 메이슨이라고 했던가? 가만···.”


순간 발바롯싸의 머릿속을 지나가는 기억 하나.


몇 달전 세우타와 마린왕조의 평화 협정을 이끌어 냈다고 하는 자. 그 과정에서 신기에 가까운 검술 실력을 보여줬다고 전해지는 자.


“아, 네가 세우타를 휩쓸었다던 그 레온 메이슨이였구만.”


정보원을 통해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그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던 발바롯싸였다. 언젠가 한번은 꼭 만나보고 싶은, 기회가 된다면 꼭 자신의 수하로 삼고 싶던 자가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이다.


“전부 검을 거둬. 그리고 기절한 자들 다 깨우고.”



**



붉게 물들었던 석양이 어둠에 자리를 내어준 시각. 알제 항구의 주점은 활기로 끓어 넘쳤다.


“이봐. 여기 맥주 세 잔 얼른 달라고.”

“여기도, 여기도. 주문한지가 언젠데!”

“아, 간다고!! 조금만 기다려.”


끊임없이 몰려드는 주문 탓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지만 여사장의 표정은 환했다. 알제 해적단의 단체 회식이 자신의 가게에서 열린 게 얼마만인지···.


거기다 발바롯싸 제독이 직접 찾아왔으니 당분간 해적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이었다. 모처럼만에 활기를 띈 가게 분위기에 사장의 입은 귀에 걸려 있었다.


가게 정중앙의 메인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은 발바롯싸 하이레딘과 그의 부관들. 그들과 마주 앉은 자들은···.


약 두시간 전, 기절해있던 선원들에게 정식 사과를 받은 레온 일행이었다. 발바롯싸의 한마디에 모든 상황이 정리된 것. 하지만 맥주나 한잔하자는 그의 말을 누구도 거역할 수는 없었다.


부상이 심했던 레온을 제외하고는···.

그를 대신해 주점으로 끌려와 발바롯싸의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은 랄프와 토미, 두 사람이었다.


“하하하. 자, 마시자고!”


한껏 흥이 오른 발바롯싸가 커다란 맥주잔을 연신 들어올렸고, 그때마다 랄프와 토미도 연거푸 잔을 비워냈다.


겨우 눈으로만 대화하는 두 사람.


“야, 이게 웬 날벼락이냐, 알제 해적의 본거지에 들어온 것도 모자라 발바롯싸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니···.”

“저도 모르죠. 갑자기 상황이···. 게다가 왜 우리만? 으···. 암튼 정신 바짝 차려야겠어요, 대장.”


“이 봐. 뭘 그렇게 속닥이고 있는거야? 얼른 마시라고!”


“네, 네.”


발바롯싸의 호령에 방금 나온 맥주를 또다시 비워내는 두 사람. 맥주를 마시는 건지, 돼지오줌을 마시는 건지 더 이상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참으로 오랜만이야, 알제에서 난동을 부리는 놈을 본 것도, 내 앞에서 감히 쫄지않는 녀석을 보는 것도. 이 봐. 너희 함장은 어떤 녀석이지?”


“네! 레온으로 말씀 드릴 것 같으면···.”


레온의 탄생부터 슬픈 가족사, 리스본에서의 일화, 세우타에서의 소동까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랄프.


그의 말을 귀담아듣던 발바롯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하하. 정말 맘에 드는 녀석이군. 레온 메이슨. 그런데 너희들은 왜 바다로 나온거지? 레온의 최종 목표가 뭐야?”


레온을 수하로 들일 수 있을지, 떠보기 위한 발바롯싸의 질문이었다. 하지만 오랜기간 레온의 친구였던 랄프도 무언가 한마디로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기 위해서? 엠마를 지키기 위해서? 강해지기 위해서? 리스본을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저 바다가 좋아서?


어떤 문장으로도 정확히 표현하기는 힘들었다. 어릴 적부터 입버릇처럼 말하며 바다를 동경하던 레온이었지만 왜 하필 지금 바다로 나왔는지, 레온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 랄프로서도 알 수 없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한참 고심하던 랄프가 마침내 자신감에 찬 어조로 소리쳤다.


“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고? 자네들은 그것도 모르면서 따라다니고 있는건가?”


“네! 저희는 그냥 믿습니다. 레온 함장, 그 자체를 믿고 따르는 것입니다. 레온이 만들어갈 역사가 어떤 모습일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저희는 그 일원이 되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하하. 그런가? 그것도 괜찮구만. 역사를 만들어갈 함장과 그를 믿고 따르는 선원들이라···.”


심드렁하고 무심한 표정 안에 담긴 끝을 알 수 없는 열정. 가끔씩 모두를 놀라게 하는 실력. 계획한 바를 끝내 이루어내고마는 의지. 레온에게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그런 레온에게 새로이 끌어당겨진 자.

알제 해적의 제왕 발바롯싸 하이레딘이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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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최후의 수단(1) 22.07.07 145 4 12쪽
46 치안대를 박살내다(5) 22.07.06 151 4 12쪽
45 치안대를 박살내다(4) 22.07.05 129 4 12쪽
44 치안대를 박살내다(3) 22.07.03 141 4 12쪽
43 치안대를 박살내다(2) 22.06.30 162 4 11쪽
42 치안대를 박살내다(1) 22.06.28 169 4 11쪽
41 리스본 귀환(3) 22.06.25 164 5 11쪽
40 리스본 귀환(2) 22.06.24 172 4 11쪽
39 리스본 귀환(1) 22.06.23 188 3 11쪽
38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3) 22.06.21 175 4 11쪽
37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2) +1 22.06.20 183 4 12쪽
36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1) 22.06.18 181 4 12쪽
35 발바롯싸의 보상은? 22.06.17 177 4 12쪽
34 모험의 끝 22.06.15 187 4 12쪽
33 모험의 소용돌이(5) +1 22.06.14 174 4 12쪽
32 모험의 소용돌이(4) 22.06.13 174 3 11쪽
31 모험의 소용돌이(3) 22.06.12 184 4 11쪽
30 모험의 소용돌이(2) 22.06.11 194 4 11쪽
29 모험의 소용돌이(1) 22.06.10 207 4 12쪽
28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3) 22.06.09 210 5 12쪽
»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2) +1 22.06.08 238 6 11쪽
26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1) 22.06.07 223 6 12쪽
25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3) 22.06.06 246 7 12쪽
24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2) 22.06.05 250 8 11쪽
23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1) 22.06.04 253 7 11쪽
22 마린의 왕자, 섀넌 무어(3) 22.06.02 254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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