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로미작가님의 서재입니다.

대항해시대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로미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1
최근연재일 :
2022.07.10 10:26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9,131
추천수 :
558
글자수 :
253,585

작성
22.06.07 18:30
조회
223
추천
6
글자
12쪽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1)

DUMMY

펑. 펑.


맹렬히 돌진하는 함선의 대포가 쏟아내는 포격.


지금 당장 백기를 내걸라는 듯 명백한 위협사격이었다.


함선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 못했지만 포격이 만들어낸 물결과 파도에 뉴키즈호의 선체는 위아래로 요동치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포격전에 혼을 놓고 있는 건 선원들도 마찬가지. 뉴키즈호는 제대로된 대응 포격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도 대응포격을 실시한다. 모두 위치로!”


경험 많은 세라노의 외침으로 선원 대부분이 포격실로 이동했지만 우왕좌왕하는 모습. 심지어 약실에 불도 제대로 붙이지 못하고 탑재되지 못한 포탄이 풍덩 소리를 내며 바다에 빠지기 일쑤였다.


“쟤들 진짜 뭐하냐, 으이구.”


오늘 이후론 포격 훈련을 호되게 시키겠다고 다짐한 레온이 소리쳤다.


“포격은 포기해라! 함선의 방향을 전환한다.”


어느새 수십여미터 앞으로 다가온 해적 함선이 무시무시한 충각을 앞세우고 있었다.


흡사 돌진하는 코뿔소의 뿔과 같은 모습으로 뉴키즈호의 선체 한가운데를 노리고 있었다. 지금 같은 속도로 부딪힌다면 뉴키즈호가 단번에 두동강이 날 수 있는 정도였다.


레온의 외침과 세라노의 지휘로 급히 돛의 방향이 바뀌었다. 키를 잡은 알렉스가 조타 핸들을 있는 힘껏 꺾어 돌렸다.


어느새 십여미터 앞으로 다가온 해적 함선.


“어어, 안 돼.”


낮은 신음을 흘리는 랄프.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해적선을 바라보는 선원 모두 한 마음이었다.


피하기엔 늦었다. 이대로 부딪히면 침몰이다···.


선수루에서 광경을 지켜보던 카렌이 엠마의 눈을 가리며 감싸안을 때···.


뉴키즈호의 선체가 좌현으로 급격히 선회했다.


찰나의 순간···.


뉴키즈호의 허리를 노리고 맹렬히 돌진하던 충각이 순식간에 목표를 잃었다. 충각은 배의 꼬리 부분, 즉 선미루의 난간을 스치고 지나갔다.


쿠우웅. 쩌억.


다행이었다···.

거대한 힘에 의해 찢겨진 듯 선미 난간이 파손되었지만 배가 침몰할 정도는 아니었다. 항해에 지장을 줄 정도도 아니었다.


모두들 안도의 깊은 한숨을 내쉴 때 레온이 말했다. 이글거리는 눈빛과 분노에 찬 어조였다.


“돛을 접고 닻을 내려라. 백병전이다. 다 쓸어주마.”


둥둥둥둥.


백병전을 알리는 적의 북소리가 들리고 뉴키즈호의 양 옆을 포위한 적의 함선에서 가교가 올라섰다. 잠시 후 함선 사이에 가교가 연결되면 해적들이 쏟아져 올 것이다.


뉴키즈호의 선원들. 첫 항해가 시작되고 지난 몇 달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검술 훈련을 해왔던 이유가 바로 지금 빛을 발할 것이다.


모두들 허리에 찬 칼을 뽑아들고 함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첫 실전을 치르는 그들의 얼굴에서 긴장된 기색이 스쳐갔지만 누구도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이제 시작되려 한다. 뉴키즈호의 첫 해전이···.

보여준다. 그동안 무엇을 갈고 닦았는지···.


가교 위로 몸을 드러낸 해적 하나가 누런 이빨을 자랑이라도 하듯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흐흐. 너흰 오늘 잘못 걸렸다. 우리가 누군줄 아느냐? 지금이라도 칼을 버리고 항복하면 목숨은 살려줄 수도 있다.”


뒤이어 들려오는 상대의 비웃음 가득한 말.

“하하하. 선장, 쟤들 지금 칼 들고 있는뎁쇼?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들인줄 모르겠는데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그냥 다 죽여버릴까요? 하하.”

“자, 가자!”


해적 함대에 두 척에 실린 적의 수는 대략 100여명. 함선 한 척당 연결된 가교는 두 곳. 뉴키즈호를 향해 좌우에서 해적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뉴키즈호의 좌측의 가교를 맡은 랄프가 소리쳤다.


“모두 준비해. 여기는 우리가 지킨다.”


그에 반해 우측을 지키고 선 것은 레온 혼자였다.

아니, 지키는게 아니라 가교를 뛰어넘고 있었다.


슈우욱. 슈욱.


커헉. 크흑. 풍덩. 풍덩.


빛과 같은 속도로 날아든 암기.


레온이 날린 단도 두 자루가 가교에 선 해적 둘의 목을 꿰뚫고 지나갔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에 당한지도 알지 못한 채 바다에 빠져들었다.


타다다닷.


순신간에 가교를 타고 넘어 해적의 기함에 착지한 레온.


슈욱. 챙. 샤아악. 퍽. 우욱. 크헉. 헉. 카악.


양떼 무리에 스며든 늑대, 아니 사자의 모습이랄까. 차마 눈으로 쫓기 힘든 속도의 움직임이 번쩍일 때마다 해적 두 세명이 떨어져 나갔다.


뜨거운 차 한잔 정도 마실 시간이 흘렀을까···.

해적 기함에 탑승해있던 대부분이 피를 흩뿌린채 갑판에 쓰러져 있었다. 겨우 서 있는 자들은 채 열명을 넘지 않았다.


“이···.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선미루에 올라 현장을 지켜보던 해적 선장, 페르시우스 카를. 무수히 많은 해전과 싸움을 거쳐왔던 그 또한 눈앞의 광경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의 선원 또한 마찬가지. 지중해 일대에서 악명을 떨치던 연전연승의 해적들이었다. 헌데 그런 그들이 단 한 명의 검사에게 흡사 유린당하고 있었다.


문득 눈을 돌려 다른 함선을 확인하는 카를. 그 곳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 한 명의 해적도 상대의 갑판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교 앞을 막아선 커다란 덩치의 사내 때문에···.


챙. 챙. 챙.


남은 부하들이 모두 칼을 갑판에 내던지고 엎드리고 있었다. 목숨을 구걸하는 치졸한 행위···.


삶과 죽음이 카드 한 장 뒤집듯 맞닿아 있는 해적의 삶. 그 중에서도 최고의 악명을 자랑하던 해적의 수장인 자신이 그런 치졸한 행위를 용납할 수 있을까?


페르시우스 카를은 재빨리 선미루 계단을 타고 갑판으로 날 듯이 내려갔다.


노여움이 가득한 얼굴로 내려선 카를이 엎드려 있는 부하들을 향해 외쳤다.


“네 이 놈들!”


부득부득 이를 갈던 카를···.


“네놈들이 어찌 감히 여기 계신 위대한 제독 어르신의 배를 공격한 것이냐!”


신급 태세전환과 함께 허리를 90도로 꺾고 고개만 겨우 든 카를이 레온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이고, 어르신. 제 수하들이 배를 착각했나봅니다. 제가 그렇게나 주의를 줬건만, 애들이 글을 몰라서 그래요, 글을. 헤헤헤.”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연신 비굴한 웃음을 뿌리는 카를. 레온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너 지금 뭐하냐?”



살아남은 해적 모두의 포박을 마무리하고, 해적선 두 척은 뉴키즈호에 연결해 인양할 예정이었다.


해적 함대의 창고에 있던 교역품을 정리하던 카렌이 보고했다.


“레온 함장, 우리 해적 자주 만나야겠는데?”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나포한 카락 함선 두 척 매각하면 아마 15만닢, 해적들이 가진 소지금 5만닢, 압수한 교역품 10만닢, 이번 해전으로 얻은 총 수익금이 30만닢이야. 이거 완전 남는 장사인데?”


카렌의 말을 세라노가 받아 이었다.


“하나 더! 저 페르시우스 카렐이라는 자는 예전부터 나름 유명한 해적이야. 저 녀석과 그 수하들에게 걸린 현상금이 자그마치 금화 10만닢이지.”


현상금까지 포함한다면 순식간에 40만닢을 벌어들인 셈이다. 레온 함선의 총 소지금이 금화 200만닢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입이 떡 벌어진 랄프가 조심스레 말했다.


“레온, 우리 그러지말고 바다에 떠다니면서 해적 사냥꾼이나 하는 건 어때? 백병전만 한다면 아무도 우리 못 이길꺼 같은데···.”



**


세우타에서 약 1,000km 떨어진 지점.

그 이름도 유명한 발바롯싸 하이레딘의 본거지.

오스만 제국이 공식 인정한 해적의 도시인 알제에 기항한 뉴키즈호와 레온 일행이었다.



나포한 배의 인양과 파손된 뉴키즈호의 선미 때문에 장거리 항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 피치못할 선택이었다.


기항 전 모두에게 단단히 주의를 준 세라노.


“알제는 지중해 남쪽 해역을 주름잡는 발바롯싸 하이레딘의 도시야. 포르투칼은 물론, 스페인, 이탈리아의 정규 해군들 또한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는 곳이지. 그들을 건드리는 건 단순히 해적을 소탕하는 정도가 아니야. 하이레딘 일족은 오스만 제국이 공식 인정한, 그러니까 해적이라기보다 오스만 제국의 해군이라고 보면 되네. 이곳에서 소동을 잘못 일으켰다가는 뼈도 못 추릴테니 단단히 주의하라고!”


천하의 레온이라도 북아프리카는 물론 유럽, 서아시아까지 지배하는 광대한 제국, 그 제국의 해군과 맞설 수는 없는 일이었다.


최대한 신속하게 나포한 배를 매각하고, 교역품을 처분하고 도시를 떠나기로 계획한 레온 일행이었지만···.


인생은 언제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바로 지금처럼···.

불과 십여분 전처럼 말이다.



“위험해!!”


정박한 배를 항구에 묶기 위해 사용하는 두꺼운 닻줄이 파도에 휩쓸리던 배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끊어진 것이다.


볼라드에서 끊어진 닻줄은 마치 한껏 독을 품은 독사처럼 맹렬히 풀려나가고 있었다.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큰 원을 그리며 닻줄이 향한 곳은···.


일은 끝마치고 승선하려던 카렌과 엠마였다.


둘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위험하다는 외침을 들었는지 가볍게 고개를 돌리는 카렌의 모습이 레온의 눈에 들어왔다.


이대로라면 거대한 닻줄이 카렌을, 엠마를 그대로 덮치게 된다. 스치기만 해도 절대 살아날 수 없다.


생각할 겨를 따위도 없었다.


위험하다는 외침과 동시에 튀어나간 레온.


‘늦었···. 아니 절대 늦으면 안된다!’


눈 한번 깜짝할 사이였을까?


카렌과 엠마 사이에 나타난 레온이 닻줄의 끝부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두우우웅.


흉폭한 닻줄의 반탄력 모두를 흡수하는 레온의 검. 그리고 검을 통해 전해지는 육중한 충격.


‘살았다. 구해냈다.’


뒤를 돌아보니 엠마를 감싸안은 카렌이 보였다.

둘다 놀라긴했으나 다행히 상처는 없었다.


하지만 쳐내고 남은 돛줄의 끝자락은 레온의 가슴 한복판을 스치고 지나갔다.


우우욱.


최소 갈비뼈 몇 대는 부러진 느낌···. 억지고 버티고 선 레온이 결국 피를 토하고 있었다.


레온에 의해 상황이 종료되고 난 직후,

육중한 몸을 이끌고 헐레벌떡 뛰어온 선원 하나.


그는 분명히 봤다. 닻줄이 향하던 방향을. 무고한 생명 둘이 허망하게 사라질 수 었었음을···. 보고 있었기에 소리친 것이다.


“아이씨, 뭐야? 갑자기 닻줄이 풀려버리다니···. 십년감수했네. 야! 닻줄 점검 똑바로 안할래?”


레온과 카렌의 눈치를 슬글슬금 살피던 그가 닻줄의 끝을 잡고 어물쩡 돌아가고 있었다. 단 한마디 사과의 말도 없이···.



“이봐. 멈춰!”



나직하게 내뱉은 레온의 음성이 항구 깊숙이 울려퍼졌고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낯선 음성에 고개를 돌린 사내가 레온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주 의아하다는 듯이.


“뭐? 왜?”


“최소한, 사과 한마디는 해야하는 거 아닌가?”


레온은 최대한 감정을 가둔 채 낮게 물었다.

하지만 상대는 여전히 그 되지도 않는 표정을 풀지 않고 있었다.


“왜? 뭐? 누가 죽기라도 했나? 별일도 아닌 거 가지고 난리는···.”


울려 퍼진 레온의 음성을 들은 육중한 선원의 동료들이 하나둘씩 어슬렁대며 주변에 모여들고 있었다.


한차례 깊은 숨을 내쉰 레온. 남은 기운을 짜내 검 속에 밀어 넣으며 읊조렸다.


“오냐, 한번 보여줄게. 별 일 아닌게 어떤건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항해시대의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공지 22.07.10 105 0 -
50 모험의 끝과 시작(完) +1 22.07.10 127 2 10쪽
49 최후의 수단(3) 22.07.09 113 4 12쪽
48 최후의 수단(2) 22.07.08 104 3 11쪽
47 최후의 수단(1) 22.07.07 145 4 12쪽
46 치안대를 박살내다(5) 22.07.06 152 4 12쪽
45 치안대를 박살내다(4) 22.07.05 130 4 12쪽
44 치안대를 박살내다(3) 22.07.03 141 4 12쪽
43 치안대를 박살내다(2) 22.06.30 163 4 11쪽
42 치안대를 박살내다(1) 22.06.28 169 4 11쪽
41 리스본 귀환(3) 22.06.25 165 5 11쪽
40 리스본 귀환(2) 22.06.24 172 4 11쪽
39 리스본 귀환(1) 22.06.23 188 3 11쪽
38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3) 22.06.21 175 4 11쪽
37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2) +1 22.06.20 184 4 12쪽
36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1) 22.06.18 181 4 12쪽
35 발바롯싸의 보상은? 22.06.17 178 4 12쪽
34 모험의 끝 22.06.15 187 4 12쪽
33 모험의 소용돌이(5) +1 22.06.14 174 4 12쪽
32 모험의 소용돌이(4) 22.06.13 174 3 11쪽
31 모험의 소용돌이(3) 22.06.12 184 4 11쪽
30 모험의 소용돌이(2) 22.06.11 194 4 11쪽
29 모험의 소용돌이(1) 22.06.10 207 4 12쪽
28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3) 22.06.09 210 5 12쪽
27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2) +1 22.06.08 238 6 11쪽
»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1) 22.06.07 224 6 12쪽
25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3) 22.06.06 246 7 12쪽
24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2) 22.06.05 250 8 11쪽
23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1) 22.06.04 253 7 11쪽
22 마린의 왕자, 섀넌 무어(3) 22.06.02 255 8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