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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작가님의 서재입니다.

대항해시대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로미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1
최근연재일 :
2022.07.10 10:26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9,083
추천수 :
558
글자수 :
253,585

작성
22.06.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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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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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리스본 귀환(2)

DUMMY

잠든 레온의 얼굴 위로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고

실리안 아주머니가 특별히 신경써준 이불은 더없이 포근했다.


반쯤 열린 창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고

새들의 지저귐이 평화로운 아침을 알려주었다.


자신의 방안에서 맞이하는 아침,

소소하지만 잊고 지냈던 일상이 주는 행복이었다.


문득 눈을 뜬 레온은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던

포근함이 무엇인지를 살폈다.


‘엠마?’


자신의 방에서 자고 있어야할 엠마가 어느샌가 레온의 곁에 와 인형을 안고 잠들어있었다.


여섯 살. 어찌보면 많이 컷다고 볼 수 있지만 잠을 잘 때는 영락없는 아기의 모습이었다.


레온은 잠든 동생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배를 탄다는 게 아이에게는 너무 가혹했을까?


스스로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활짝 웃어보이긴 했지만 자기 딴에는 아마 힘들었을 것이다. 늘 곁에 있다고는 하나 항상 바쁜 오빠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떼를 쓰지도 울지도 않던 아이였다.


한창 어리광을 부리며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할 나이였지만 너무 일찍 철들고 빨리 커버린 게 아닐까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교차했다.


그런 엠마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정착해야 하나 생각했지만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운명이 자신을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 없기에 쉬이 선택할 수 없었다.


엠마의 흐트러진 앞머리를 귀 뒤로 쓸어넘겨준 레온이 살그머니 일어났다. 엠마가 깨지않게 머리를 살짝 일으켜 푹신한 베개 위에 다시 뉘이며.


창가로 다가간 레온이 반쯤 열린 창을 활짝 열자

리스본의 아침이 찬란히 펼쳐졌다.



**


아침식사를 마친 레온이 엠마의 손을 잡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뉴키즈호가 리스본에 입항하자마자 전해진 주앙 3세의 명에 따라 궁전에 들어가는 길이었다.


골목 어귀와 넓게 펼쳐진 대로, 그리고 중앙광장.

익숙했던 리스본이 모습이 다시금 레온에게 다가왔다. 분주히 아침을 몰아내는 시민들의 친절한 눈인사와 미소도 여전했고.


다만···.


한 가지 이질적인 모습인 골목과 대로 곳곳에 제복을 갖춰입은 치안대원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근엄한 표정과 옆구리에 찬 칼, 두 세명씩 조를 이뤄 리스본 곳곳을 순찰하는 그들.


평소라면 사건이나 사고가 있어야만 볼 수 있던 그들의 모습이 지나치게 자주 보였다. 치안이 강화될 특별한 이유를 잠시 고민하던 레온이 뭐 그럴수도 있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던 순간이었다.


우당탕탕.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소년이 치안대원의 발길질에 가게 좌판으로 벌렁 넘어진 것이다.


“그 더러운 옷으로 날 치고가? 부딪혔으면 제대로 사과를 해야지!”


벌떡 일어난 소년이 연신 사과를 해댔고.


“죄송합니다. 급한 마음에 그만···.”


“급하다고 감히 치안대원을 쳐?”


찰싹.


그의 사과에도 치안대원은 소년의 뺨을 날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부리나케 달려온 중년의 사내, 소년이 일하는 길거리 상점의 주인으로 보였다.


“어이쿠, 죄송합니다. 제가 급히 심부름을 보내는 바람에 저 녀석이 조심성 없이 그랬나 봅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니 제발 용서를···.”


“용서? 용서는 해주지. 그 대신 너희 가게의 상납금은 이제 두배다. 그렇게 알도록!”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지금도 그 돈을 마련하기가 힘든데 어찌 갑자기 두배를···.”


“됐고, 내일부터는 두 배를 내도록 해. 아니면 어찌 되는 지 알지?”


조금은 떨어진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레온.

자신이 알던 리스본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치안대원이 상납금을 걷는다?’


안하무인처럼 사람을 폭행하고 상인들에게서 금품을 갈취하는 모습은 베니 일당과 다를바 없어 보였다. 리스본의 안전과 질서를 책임져야 할 치안대가 흡사 베니 일당처럼 행동하는 것이었다.


레온은 스스로 나서야할 지를 고민하는 사이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어 있었다. 당사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흩어져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소동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었으나 지금은 폐하를 알현하러 가는 길이었기에 시간이 없었다. 미심쩍은 마음을 애써 누른 레온이 엠마와 함께 걸음을 재촉했다.



**



대신들의 떡 벌어진 입은 다물어지질 못했다.


벨렝 궁전의 집무실,

계단 높은 곳에 위치한 왕좌.

그 아래 서로 마주보며 기립한 대신들.


그들의 눈앞에 금화 250만닢이 쏟아져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집무실 정중앙에 가득 쌓인 어마어마한 금화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대신들···.


“아니, 어떻게 저 많은 금화를···.”


“난 금화가 저렇게 쌓여있는 건 처음 봐요.”


“저 자들은 어떻게 저 많은 돈을 벌어 온 거지? 항해를 떠난 지 이제 겨우 1년이잖소?”


“그렇치, 금화 250만닢이면 우리 포르투칼 1년 예산의 거의···.”


수군대는 대신들 위로 주앙3세가 일어났다.


“하하하. 보았나? 내 선견지명을! 역시나 내 믿음이 틀리지 않았구나. 위대한 함장 레온 메이슨. 그녀는 내 의뢰를 훌륭히 수행했구나!”


“과찬이십니다. 폐하.”


주앙3세의 명으로 벨렝궁전에 들어선 레온.

그리고 랄프와 카렌, 세라노. 뉴키즈호의 항해사들이 예복을 차려입은 채 포르투칼의 국왕을 알현하고 있었다.


“과찬이라니, 그런 말 말게. 실은 나도 반신반의 했거든. 투자금 2만5천닢을 3년만에 열배로 불려온다라? 장사의 신이 아니고서야 그게 가능할까 생각하기도 했어. 근데 여기 이 눈부신 금화를 보게! 자네는 그 어려운 일을 3년이 아니라 1년만에 해낸 것이야. 하하하.”


“모든 게 여기 있는 항해사들과 선원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공을 자연스럽게 동료들에게 돌리는 레온. 그의 말에 주앙3세가 고개를 돌렸다.


랄프와 카렌, 세라노까지···.

주앙3세는 한명 한명 눈을 맞추며 손을 잡았고 어깨를 두드리며 그간 노고에 대해 치하했다.


일반 시민이 궁전에 초대받는 것도 좀처럼 드문 일이었다. 헌데 국왕이 일일이 악수를 건네고 이름을 부르며 격려하는 것은 가히 가문에 영광이라 불릴 만한 것이었다.


경험이 많은 세라노는 그렇다 하더라도 랄프와 카렌은 우쭐함을 넘어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특히 랄프에게는···.


일정한 거처 없이 떠돌아다녀야 했던 어린시절, 리스본의 후미진 뒷골목을 전전하며 닥치는 대로 살아야 했던 자신이 폐하를 알현하고 있다니···.


레온과 함께 뉴키즈호에 오르던 순간부터 수많은 역경과 위기를 이겨내고 당당히 궁전에 들어선 지금 이순간까지, 그간의 고생이 랄프의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야, 왜 울어? 이 바보야!!”


랄프의 옆에 선 카렌이 눈치를 주며 속삭이고 있었다.


“아니, 그냥···. 감격스러워서.”


연신 눈물을 훔치는 랄프. 그런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주앙3세가 말을 이었다.


“하하, 금화 250만닢이라니. 우리 포르투칼 재정에 막대한 기여를 한 레온 메이슨 함장과 뉴키즈호 항해사들에게 나도 포상을 해야겠지? 안그런가? 레온. 원하는 바를 말해보게.”


국왕의 포상? 예상했어야 했던 일일까?

무언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었기에 포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레온이었다.


원하는 바를 말해보란 주앙3세의 요구에 급히 답변을 생각하는 레온.


돈은 이제 무의미했다. 포르투칼에 귀속된 금화 외에도 레온 함선의 수중에 800만닢이라는 자금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관직을 요구하기에도 애매했다. 관직이 필수적으로 수반할 책임과 구속이 싫었기에···.


어서 대답하라는 듯 옆구리를 찌르는 랄프와 카렌의 눈치에도 레온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뭐야? 원하는 바가 없는가? 하하. 좋아, 천천히 생각해보고 답을 해도 좋네.”



그렇게 궁정에서의 알현이 마무리되고

레온일행은 리스본 중앙 광장에 들어서고 있었다.


“야, 레온. 아까 폐하께서 원하는 걸 물어보셨을 때 왜 대답안했어?”


“보상 같은 건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까. 너라면 뭐라고 말했을건데?”


“나? 나라면 귀족 작위 하나 달라고 했겠지. 리스본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영지도 하나 같이.”


“땅이야 우리가 가진 돈으로 얼마든지 살 수 있잖아. 또 귀족 작위라는게 허울 뿐이고.”


“귀족 작위가 허울 뿐이라니···. 네가 귀족이라서 그런거야. 거기에 얼마나 혜택이 많은데. 카렌? 너라면 뭐라고 했을거야?”


랄프의 질문에 조용히 걷던 카렌이 멈춰섰다.


“나? 음···. 난 바라는게 없어. 지금이 좋거든. 우리 같이 항해하고, 모험도 하고···. 물론 위기도 있고 힘들기도 하지만 우린 아직 젊으니깐. 난 지금 생활을 바꾸고 싶지 않아.”


“그치? 나도 그래. 우리가 이렇게 같이 지내는 그게 좋은거야. 그럼 폐하께 원하는게 없다고 얘기한···.”


대화를 정리하려던 레온의 시선에 기이한 광경 하나가 들어왔다.


퍽. 퍽. 우장창창.


이번에도 제복을 입은 치안대원들이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서너명의 치안대원이 시민들에게 무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일어나! 감히 우리 치안대에게 대들다니. 네가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알았냐?”


입술이 터지고 코피가 흐르는 채 치안대원에게 멱살이 잡힌 사내. 그가 지지 않고 대응했다.


“네 놈들이 그러고도 치안대냐? 언제부터 치안대가 깡패가 된거야?”


“아니, 이 놈이 그래도!”


퍽. 퍽. 퍽.


두 세명의 치안대원이 쓰러진 남자에게 연신 발길질을 해댔다. 나머지 치안대는 소동에 다가온 시민들을 위협하며 손을 휘젓고.


“어이, 어이. 무슨 구경났어? 전부 돌아가.”


“거기, 아저씨! 뭘 봐! 어디 신고라도 할 생각이야? 우리가 치안댄데?”


광경을 지켜보던 레온에게 랄프가 말했다.


“치안대가 시민을 폭행해도 돼? 내가 나설까?”


“아니야, 랄프. 섣불리 나섰다가 오히려 공무집행방해로 잡혀갈 수 도 있어.”


이번에 나선 건 카렌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건 심하잖아. 치안대장 외에는 즉결심판권한이 없는 걸로 아는데···. 우리가 없는 사이 치안대가 달라졌어. 무언가 조직적인 폭력 집단 같아. 마치 베니 일행들처럼···.”


“그래, 이상한 일이지. 저 치안대원 몇 명을 손본다고 달라지진 않을거야. 무언가 확실히 알아보고 근본적으로 대응해야 될 거 같아.”


말을 마친 레온이 돌아서려 할 때.


퍽.


복면을 쓴 채로 어디선가 나타난 정체불명의 사내, 그가 내지른 주먹에 치안대원 하나가 붕 떠서 날아가고 있었다.


“뭐야? 어디서 갑자기 나타···”


퍽. 퍽. 퍼퍽.


바람처럼 빠른 그의 몸놀림과 발길질에 치안대원 네다섯이 저항 한번 못해보고 나가떨어졌다.


마지막 남은 치안대원은 하나. 그 또한 정체불명의 남자가 다가오자 뒷걸음질치기 시작하는데.


“누···누구냐, 넌?”


“너희 대장한테 전해. 내가 치안대를 뒤집어 엎겠다고!”


퍽.


정체불명의 사내는 마지막 남은 대원까지 기절시킨 뒤 빠르게 사라졌다. 올 때처럼 바람과 같은 모습으로···.


폭주하는 치안대와 그에 저항하려는 움직임.

하나인 리스본 안에 여러 개의 회오리가 조금씩 태동하고 있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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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최후의 수단(1) 22.07.07 14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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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치안대를 박살내다(4) 22.07.05 12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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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치안대를 박살내다(2) 22.06.30 161 4 11쪽
42 치안대를 박살내다(1) 22.06.28 16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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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1) 22.06.18 17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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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모험의 소용돌이(3) 22.06.12 183 4 11쪽
30 모험의 소용돌이(2) 22.06.11 193 4 11쪽
29 모험의 소용돌이(1) 22.06.10 20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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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2) +1 22.06.08 237 6 11쪽
26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1) 22.06.07 223 6 12쪽
25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3) 22.06.06 246 7 12쪽
24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2) 22.06.05 250 8 11쪽
23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1) 22.06.04 252 7 11쪽
22 마린의 왕자, 섀넌 무어(3) 22.06.02 253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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