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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작가님의 서재입니다.

대항해시대의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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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미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1
최근연재일 :
2022.07.10 10:26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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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3
추천수 :
558
글자수 :
253,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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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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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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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치안대를 박살내다(1)

DUMMY

레온의 집 거실에 원형 식탁.


그리 넓지 않은 테이블에 네 사람이 둘러 앉아 아침을 들고 있는 모습이 어딘가 어색해 보였다.


레온과 랄프. 그리고 엠마. 나머지 한 사람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깬 것은 엠마였다.


“이 아저씨, 누구야?”


엠마를 향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어보이던 마누엘이 대답했다.


“아저씨가 누구냐고? 하하. 아저씨로 말할 거 같으면 네 오빠의 음···. 뭐랄까? 아, 그래. 동료야. 같은 일을 하는 동료지. 하하.”


“아! 그럼 아저씨도 우리랑 같이 배 타는거야?”


“배?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여기 리스본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이야.”


스스로 동료라고 자처하는 마누엘. 그는 레온이 자신들의 일에 함께 하기를 원했다.


“아니, 레온. 저 치안대 녀석들을 두고만 볼거야? 저 자식들을 하는 꼴을 보라고. 그냥 내버려 둬선 안돼!”


“그래. 그렇지. 지금 녀석들의 횡포가 극에 달했어. 도저히 두고 볼 수 없는 수준이지. 그래서 내가 옛 동료들을 모으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중이네. 이 일에 자네가 함께 한다면 우린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야.”


“그래, 레온. 여기 마누엘도 지금은 은퇴하고 리스본에 정착해 살고 있지만, 예전엔 수백명의 용병단을 이끌던 용병대장이였대. 동료들도 하나같이 검술 실력이 뛰어나고···. 리스본 시민들을 위해 우리가 나서야 할 때라고!”


랄프가 언제부터 저렇게 열성적으로 시민들을 위했던가를 잠시 생각하는 레온. 아마 어제 카렌을 희롱하던 치안대 녀석들 때문일 것이었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눈 앞에서 목격하니 피가 거꾸로 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치안대의 횡포가 남의 일이 아니게 된 셈이다.


“그래. 어제 일은 아주 사소한 일에 불과하네. 우리 리스본 시민들은 그보다 더 심한 핍박을 아주 오랜기간 참아야 했다네. 이제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어.”


“아니, 아저씨. 사소한 일은 아니죠! 상대가 카렌인데!!”


갑작스레 급발진하는 랄프를 말리는 레온.


“그래, 두고 볼 수 없는 일은 맞아. 근데 어떤 식으로 저항하느냐하는 일이 중요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무턱대고 치안대와 싸울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래. 그 말이 맞아. 헌데 레온 자네는 우리 리스본에 인구가 몇인지 아는가?”


“인구요? 갑자기? 한 십만명 가까운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 그 쯤 되지. 그럼 인구 십만명이 사는 도 시에 질서를 유지하는 치안대원의 숫자는?”


1년 만에 돌아온 레온이 알 리 없었다.


“아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하하. 내가 알려주지. 1년 전에, 자네가 떠날 때만 해도 불과 천명이 넘질 못했어. 헌데 지금은 그 수가 두 배로 늘어서 2천명에 육박하네.”


수치를 들은 랄프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아니, 그렇게나 치안대원이 많이 필요할 일이 뭐 있어? 치안대 일이 갑자기 많아진 것도 아닐텐데···.”


“그러니까 문제라는거지. 인원이 많아지니 자연스레 순찰이 강화되고 조그만한 일에도 치안대가 나서게 되고, 사사건건 모든 일을 치안대가 통제하고 들어. 그러다가 시민들에게 금품을 빼앗는 일도 빈번해지더니 이젠 아예 대놓고 갈취해.”


곰곰이 생각하던 레온이 다시 물었다.


“비대해진 조직을 운영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헌데 그 많은 치안대를 상대로 어떤 일을 하려는 건지? 결론적으로 어떻게···?”


“우리 인원이라고 해봐야 50여명에 불과해. 자네가 아무리 일당백이라고 해도 정면승부는 무리야. 지금처럼 괴롭힘 당하는 시민 몇몇을 도와준다고 끝날 일이 아니야. 뿌리부터 바꿔야 해.”


잠자코 듣던 랄프가 답답한지 소리쳤다.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할거냐구요? 빙빙 말 돌리지 말고 계획을 확실히 얘기하라구요!!”


“하하. 알겠네. 뜸 들이지 않고 바로 말하지. 지금 시민들이 겪는 괴로움을 왕은 물론이고 귀족들조차 전혀 몰라. 실상도 모르고 관심도 없지. 그러니 그들을 이용해야해. 변화를 만드는 것은 결국 그들이니까.”


“어떻게요?”


회심의 미소를 짓던 마누엘이 조심스레 자신의 계획을 풀어나갔다.



**


평화롭게 보이는 하루하루가 쌓이고 일주일이란 시간이 빠르게도 흘러갔다.


그 사이, 은밀히 진행되는 계획이 아직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았기에, 시민들의 고통은 여전했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그 고통의 여파가 귀족들에게까지 미친 것이었다.


벨렝 궁전의 대회의장.

그 곳에 재무대신과 내무대신을 비롯한 리스본의 주요 대신들이 모두 둘러 앉아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신 중 한명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자네, 어제 소식 들었는가? 외무대신의 저택에 무장한 강도들이 침입했다던데···. 다행이 외무대신은 거기 없어서 화를 면했다고는 하나 귀금속과 금화가 모조리 털렸다는군.”


“허허, 어찌 그런 일이···. 그 많던 치안대원들은 뭘하고?”


“아니, 문제는 그 걸세. 무장한 강도들이 사실은 치안대원으로 보인다는 거지. 복면을 쓰고 외투를 덧입긴 했어도 그 사이로 보였던 게 치안대의 제복이라더군.”


“아니, 치안대원이 왜? 뭣 때문에?”


“내 말이! 안그래도 여기저기서 치안대원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던데···. 쉿! 저기 페르낭이 오네. 나중에 얘기함세.”


저벅. 저벅. 저벅.


당당한 걸음으로 들어선 페르낭이 당연하다는 듯 회의 테이블의 정 가운데 자리에 착석했다. 치안사령관이라는 직제 상으로는 그 자리가 맞지 않았으나 언제부터인가 대신들 모두가 페르낭이 최상석에 앉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으로 좌우를 응시하던 페르낭.


대신들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시선을 내리 깔았고 그가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 부재인 관계로 오늘 회의는 제가 주재하겠소. 우선 내무장관!”


자신이 지목되자 백발이 성성한 내무장관이 고개를 들었고 페르낭의 시선을 감당했다.


“야심차게 시작한 라고스의 육두구 재배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소. 거기에 들어간 예산이 얼마인 줄은 아시오? 그 책임을 어떻게 질 작정이오?”


“책···책임이라니요? 그걸 왜 저에게?”


라고스에서 육두구를 재배한다는 계획은 페르낭의 생각이었다. 모두가 실패할 것이라고 말하며 반대하던 정책을 페르낭이 강력히 주장해 시작된 것.


주무부서가 내무부로 정해졌지만 자신은 예산과 인원만 지원했을 뿐 총괄은 페르낭이 진행한 사업이었다.


“내무부가 주관한 사업이지 않습니까? 이제와서 발뺌 하시려는 겁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제가 그 일에 대해서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겠습니까? 설마 제가 옷이라도 벗어야···?”


당혹스런 내무대신의 표정은 상관없다는 듯 차가운 페르낭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내무부의 관리 예산을 반으로 줄일 계획입니다. 육두구로 낭비한 예산에 대한 만회책입니다. 당분간 내무부 전 직원들이 허리를 졸라매야겠죠.”


내무부를 총괄하는 대신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문책이었다. 항의해야 했다.


“아니···, 그런.”


하지만 페르낭의 서늘한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더는 입을 열 수 없었다.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1년 전 그와 대립했던 법무대신의 말로를 눈으로 목격하지 않았던가.


리스본에서 페르낭의 위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와 있던 것이다. 그가 주재하는 회의는 일방적 지시처럼 흘러갔고 대신들 누구도 감히 토를 달 수 없었다.



**



흉흉한 기운이 감도는 리스본의 밤거리.

귀족들의 저택이 연이어 습격을 받는 탓에 평소보다 많은 치안대원들이 거리를 순찰하고 있었다.


두 명씩 조를 이뤄 어둠 속을 걷던 치안대원. 꽤 나이가 들어보이는 치안대원 하나가 입을 열었다.


“갑자기 당직이라니 이게 무슨 일이야? 난 분명히 어제 근무를 섰다고!”


“어쩔 수 없잖아. 순찰을 강화하라는 스캇 대장의 지시가 있었으니. 근데 우리 대원 중 몇몇이 귀족 저택을 습격했다는 소문이 돌던데···. 사실일까?”


“모르지. 요즘 어중이 떠중이들도 다 치안대원으로 들어왔잖아. 어디서 굴러먹던지 모르는 자들도 근본 없이 다 받아들이니···. 에휴, 그러니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귀족을 습격하면 어떡해? 힘없는 자들이 아무리 짖어대도 두들겨 패버리면 그만이지만 귀족들은 다르다고! 그러다 적발되는 날엔 사령관님도 어쩔 수가 없다고.”


“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예전에는 리스본을 위한다는 사명감이라도 있었지, 지금 우리가 하는 건 그냥 깡패짓이잖아. 평민들을 핍박하고 쥐어짜서 돈이나 뜯어내고. 월급 때문에 하곤 있지만 이 짓도 정말 못해먹겠다.”


“그러게, 우리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몰라. 이 거 아니면 먹고 살 길도 없으니 그만 둘 수도 없고···.”


개인별로 하루하루 할당된 금액을 모아 치안대장에게 상납해야 하는 구조. 그 때문에 치안대원이 시민들에게서 돈을 갈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상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이 차감되고 급기야 물리적 처벌까지 뒤따랐다.


하루라도 상납금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 그러지 못했을 겨우 내려질 처벌에 대한 두려움. 그 두 가지 감정이 근본 없는 신입 치안대원 몇몇을 부추겨 선을 넘기 만든 것이라고 둘은 생각했다.


치안대원이 폭주하여 귀족들을 습격하고 있다는 떠도는 소문을 두 치안대원은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들이 붉은 빛을 밝히는 주점이 늘어선 거리를 지날 때 즈음.


우당탕탕.


또 다시 소란이 발생했고 둘은 소리가 난 곳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확인한 장면은 놀라운 것이었다.


평소와 달리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자는 치안대원이었다.


바닥에 쓰러져 연신 코피를 쏟아내는 치안대원 앞에 선 자는 커다란 키에 단단한 몸집의 젊은 사내였다. 그리고 그의 옆에 선 남자 또한 체구가 당당했다.


“어디 감히 치안대 따위가 우리 앞길을 막아서는 것이냐!”


“하하, 이 녀석들이 아직 우리가 온 소식을 듣지 못했나 봅니다.”


그들 주위를 빠르게 에워싸는 서너명의 치안대원, 그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감히 치안대 따위라고? 너희들은 누구지?”


큰 키의 사내는 치안대원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답했다.


“네가 그걸 알아서 뭣하려고? 근데 원래 치안대원들이 길 가던 시민들에게 시비를 거나? 이거 뭔가 잘못된거 아니야?”


“무슨 소리! 네가 먼저 어깨를 부딪혔으니 그런거 아냐?”


“그랬지, 그래서 난 분명히 사과를 했고! 근데 너희는? 사과는커녕 오히려 시비를 걸어왔지. 치안대원이 이래도 되는거야?”


안하무인이긴 서로 마찬가지였다. 허리의 검집에서 검을 뽑아 들은 치안대원이 말했다.


“시끄럽다. 너를 공무집행 방해 및 치안대원 폭행으로 연행하겠다.”


검을 뽑아든 치안대원의 기세에도 전혀 기죽지 않은 사내. 그는 오히려 황당해 하고 있었다.


“허허, 거 참 갈수록 가관이구만. 너 따위가 감히 나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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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치안대를 박살내다(4) 22.07.05 136 4 12쪽
44 치안대를 박살내다(3) 22.07.03 149 4 12쪽
43 치안대를 박살내다(2) 22.06.30 172 4 11쪽
» 치안대를 박살내다(1) 22.06.28 180 4 11쪽
41 리스본 귀환(3) 22.06.25 168 5 11쪽
40 리스본 귀환(2) 22.06.24 183 4 11쪽
39 리스본 귀환(1) 22.06.23 194 3 11쪽
38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3) 22.06.21 182 4 11쪽
37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2) +1 22.06.20 189 4 12쪽
36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1) 22.06.18 189 4 12쪽
35 발바롯싸의 보상은? 22.06.17 187 4 12쪽
34 모험의 끝 22.06.15 192 4 12쪽
33 모험의 소용돌이(5) +1 22.06.14 178 4 12쪽
32 모험의 소용돌이(4) 22.06.13 177 3 11쪽
31 모험의 소용돌이(3) 22.06.12 189 4 11쪽
30 모험의 소용돌이(2) 22.06.11 199 4 11쪽
29 모험의 소용돌이(1) 22.06.10 214 4 12쪽
28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3) 22.06.09 218 5 12쪽
27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2) +1 22.06.08 245 6 11쪽
26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1) 22.06.07 234 6 12쪽
25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3) 22.06.06 249 7 12쪽
24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2) 22.06.05 255 8 11쪽
23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1) 22.06.04 260 7 11쪽
22 마린의 왕자, 섀넌 무어(3) 22.06.02 258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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