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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작가님의 서재입니다.

대항해시대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로미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1
최근연재일 :
2022.07.10 10:26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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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5
추천수 :
558
글자수 :
253,585

작성
22.06.0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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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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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3)

DUMMY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이 장식한 오후와는 달리.

지중해의 바다가 전해오는 선선한 바람이 파도소리와 어우러져 상쾌함을 더해주는 알제의 밤.


이슬람 양식으로 은은하면서도 고풍스럽게 장식된 곳은 발바롯싸가 특별히 마련해준 여관이었다.


고급스러운 공간에서 쾌적한 저녁을 맞이해야할 일행들. 하지만 아랍풍의 넓직한 침대 앞에 앉은 카렌과 세라노의 표정은 더없이 심각하기만 했다.


그들이 앉은 곳 앞에, 그들이 바라보는 곳에,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내는 레온이 누워있었다.


상반신 전체를 붉고 푸르게 물들인 피멍. 부러지고 어긋나버린 갈비뼈의 배열. 미약한 호흡. 누가 봐도 심각해 보이는 상처였다.


발바롯싸가, 하이레딘 일족이 눈에 보이지 않는 순간까지 의식을 붙들고 있던 레온. 그는 방에 들어서는 동시에 의식을 잃고만 것이다.


레온의 선원들이 알제 일대를 급히 수소문해 데려온 의사. 한참 동안이나 레온을 진료하던 의사가 남기고 간 말은 상황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호흡이 고르지 못하고 미약하네. 가슴 쪽의 상처를 봐서는 아마도 부러진 갈비뼈가 폐부를 관통한 것으로 보여. 개복수술을 하지 않으면 아마도 하루를 넘기기 힘들거야.”


“그럼 빨리 수술을 해야죠!”


“안타깝지만 지금으로선 여기 알제에 그런 외과 수술을 감당할 의사가 없어···.”


“아니 그럼 이렇게 보고만 있을거예요? 의사라면 무슨 수를 내야할 거 아니에요!”


카렌의 다급한 외침에도 의사는 말없이 고개만 저으며 여관을 떠났다.


“아니, 이런 다급한 순간에 랄프는 뭐하고 있는거야? 레온이 다 죽게 생겼는데!”


상황을 알 리 없는 랄프는 발바롯싸에게 끌려가 고문 비슷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심각한 표정으로 고심하던 세라노가 자리를 박차며 말했다.


“그래. 발바롯싸라면 어떤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그는 이 일대를 완전히 장악하고 꿰뚫고 있으니 무슨 수를 낼 수도 있을거야. 지금도 랄프 녀석과 같이 있을테니 내 금방 다녀오지.”


말을 마친 세라노가 황급히 방문을 열어젖히자, 문 앞에 선 작은 그림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엠마 메이슨···.


겁에 질린 자그마한 아이가 차마 들어오지 못하고 문 앞에서 서성대고 있던 것이다.


오빠를 걱정하는 순수한 아이의 마음에, 그 눈에 눈물이 한가득 맺혀있었다.


풀어헤쳐진 옷을 얼른 덮어 레온의 상처를 가린 카렌이 말했다.


“엠마, 왜 거기 있었어? 들어오지 않고?”


어느새 굵은 눈물을 뚝뚝 떨구는 엠마. 차마 레온 곁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방문 앞에서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그런 엠마에게 얼른 다가가 안아주는 카렌.


“엠마, 괜찮아. 너희 오빠 괜찮을거야. 내일이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어나 엠마랑 놀아줄거니까 걱정하지마.”


카렌의 다독임에도 엠마의 몸은 몹시도 떨리고 있었다. 금세 카렌의 어깨를 눈물도 다 적시고 있으면서도 울음소리 한 번 내지 못하는 아이.


몹시도 두려울 것이다.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힘든 슬픔이었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전부였던 사람이 영원히 떠나는 일.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을 또 다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큰 슬픔이고 또한 두려움일 것이다.


“엠마, 울거면···. 울거면, 제발 소리내서 울어. 이렇게 슬프게 울지 말고···.”


엠마를 토닥여주는 카렌의 눈시울도 붉어져갔다.



**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헤매던 레온.

과거의 기억인지, 그저 꿈에 불과한 것인지···.

흐릿한 듯 생생하게 펼쳐지는 장면들.



기억난다. 너무도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의 저 편으로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는데···.


아니 현실인지, 혹은 스스로 만들어낸 허상인지 분간할 수 없었는데 이제 또렷이 기억난다.


그것은 현실이다.


아주 오래 전, 내가 아직은 어렸을 때···.


“아니, 레온? 어디 가서 또 싸우고, 아니 또 맞고 온거야? 호호. 너 눈이 그게 뭐니? 너 거울 좀 봐봐. 냐하하. 너 판다 같아.”


두 눈이 시퍼렇도록 맞고 온 아들을 보며 걱정이나 속상함 대신 신나게 웃어젖히던 엄마의 모습.


레온의 기억에 뿌리박힌 다정하고 조신했던 어머니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이미지···. 그래서 착각이라 생각했던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모두 사실이었다. 그 때 그 장면들이 선명히 떠오르고 있었다.


그 때마다 서러워진 난 더 크게 울곤 했다.


“알았어, 알았어. 레온, 이제 뚝! 엄마가 금방 낫게 해줄테니깐···. 아니, 호호호. 너무 귀여운데, 좀 더 놔둘까?”


“흐아아앙”


“알겠어. 장난 그만칠게, 레온. 엄마가 금방 이렇게···.”


스으윽.


신기하게도 어디를, 어떻게 다쳐오든 엄마의 따스한 손길만 가닿으면 금세 낫곤 했다.


장난기 가득 담긴, 아직은 소녀의 모습을 한 엄마.


“쉿! 레온. 아빠한테는 절대 말하면 안돼.”


그리곤 손바닥 위로 신비한 불꽃을 내보이며 자신을 달래주던 어머니의 모습.


“나중에 너도 이걸 할 수 있을까? 엄마도 잘 모르겠네? 우리 레온이 나중에 뭘 할 수 있을지···. 그래도 레온, 이건 기억해. 우린 위기를 겪을수록 더 강해진단다. 네 안에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잠들어 있으니까 위기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아, 그렇다고 스스로 위험해지라는 말은 아니야, 알겠지?”


엄마가 뭐라던 붉고 푸르게 피어난 불꽃에만 정신이 팔렸던 나.


“이봐, 아들. 듣고 있니?”



왜 하필 지금 기억 속 그 장면이 떠오르는 걸까?

혹시 이번에야말로 내가 죽는건가?


분명하게 기억나는 건 발바롯싸 일족이 안내한 여관의 방문이 닫히던 순간. 그리고 그때까지 느껴졌던 극심한 통증.


헌데 지금은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왜일까?

이번에야말로 내가 진짜 죽은건가?


어느새 환해진 주변, 따스한 온기가 몸 전체를 감싸안는 느낌이 들 때쯤 레온은 다시 의식 없는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아침.


“분명히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관통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니깐. 내가 어제 분명히 확인했단 말일세.”

“근데 지금은? 왜 상처도, 아무 흔적도 없느냐는 말이야?”

“허허. 그래. 그것 참 희한한 일일세.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근데 자네는 알제에 있으면서 그동안 왜 연락 한번 안하고···.”

“아니, 그게 지금 중요한가?”


발바롯싸의 지시로 알제 일대를 이 잡듯이 수색해 모셔온 외과의사. 동이 트기 전부터 급히 수술 준비를 하고 여관을 찾은 그가 전날 레온을 진단한 의사와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던 카렌이 다그치듯 물었다.


“아니, 그러니까 우리 레온이 괜찮아진거 확실해요? 이제 걱정 안해도 되는거냐구요?”


“그래, 괜찮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부러진 갈비뼈도 다 제자리를 찾아갔어. 아예 다쳤던 흔적 자체가 없으니···. 이제 아무 문제없어.”


“근데 왜 안 깨어나요?”


자리를 털고 일어난 의사는 침대에 누운 레온을 다시금 바라봤다. 일정하게 고른 호흡, 어제와 달리 창백한 낯빛 없이 화색이 도는 얼굴.


“저 자는 지금···. 그냥 자는거야!”


고르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그들의 앞에 누워있는 레온. 그 얼굴은 평온하다 못해 천하태평이었다


드르렁. 드르렁. 쿨쿨.


이제는 아예 코까지 골며 대자로 뻗어있는 레온. 그의 옆에는 오빠와 똑같은 자세로 잠든 엠마가 있었다. 밤새도록 레온의 곁을 지켜주던 엠마가 어느새 그의 옆에서 잠든 것이다.


“아유, 남매가 진짜 똑같아, 똑같애. 누군 걱정되서 잠 한숨 못잤는데···.”


피곤에 투덜대긴 했지만 한시름 놓았다는 깊은 안도감에 카렌의 표정은 더없이 맑았다.



**


해는 이미 한참 전에 중천에 떠올랐고.

침대에 누워 눈만 꿈뻑거리던 레온에게는 모든 광경이 이질적이었다.


벨벳 원단으로 짜여진 실크 이불이 자신을 포근히 감싸고 있는 방 안. 이슬람 양식으로 방안을 채운 가구와 도자기 따위의 장식품이 방의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였더라?’


뒤죽박죽된 레온의 기억은 쉽게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알제에 와서 시비가 붙었나? 그리고 누구를 만났던가···?’


그 때 방문이 벌컥 열리고 들어선 자는 랄프였다.


“레온, 이제 깬거야? 야, 나 너 죽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다고!”


랄프의 한마디에 그제야 기억이 돌아왔다.


어제 오후, 스쳐간 닻줄에 갈비뼈가 박살나고, 그 상태로 알제 해적들과 대치하다 발바롯싸를 만나고···. 극심한 고통을 참아가며 끝내 정신을 놓지 않다 이 방에 들어서면서 정신을 잃었다.


‘혼수상태에 빠져 사경을 헤맸던거 같은데···.’


근데 또 멀쩡했다. 지난밤 의식이 없던 상태에서도 고통이 느껴지는 듯 했으나 어머니에 대한 꿈을 꾸고, 몸 전체를 감싸 안는 따스한 감촉이 느껴진 뒤 고통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바로 어제 겪은 일이 마치 십수년도 더 된 아득한 기억처럼 느껴질 즈음···. 레온을 다시금 현실로 이끌어주는 자그마한 움직임이 보였다.


엠마가 아주 어릴적, 잠든 아이의 품에 살포시 안겨준 토끼 인형. 이제는 빛을 바래 군데군데 실밥이 나가고 낡고 허름해진 인형을 여전히 안고 있는 엠마가 레온 앞에 서 있었다.


"오빠, 이제···. 이제 안 아파?"


레온은 자신의 동쪽이자 서쪽, 남쪽인 동시에 북쪽인 엠마를 말없이 끌어안았다.


‘너였구나. 엠마, 날 지켜준 게···.’




**


해가 질 무렵, 알제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발바롯싸의 저택.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한 건물은 저택이라기보다 오히려 궁전에 가까웠다.


발바롯싸의 초대로 그의 저택에 방문한 레온이 그와 마주하고 있었다.


“몸은 좀 어떤가?”


“걱정해주신 덕에 좋아졌습니다. 의사를 보내주신 것도···. 감사드립니다.”


첫 만남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레온의 말투.


상대가 예의와 진심을 담아 그를 대했기에 레온도 발바롯싸의 지위와 나이를 고려해야했다. 또한 밤늦은 시간에도 알제 일대를 뒤져 외과 의사를 보내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도 포함되었다.


지중해 전역에 퍼져있는 그에 대한 소문.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함, 혀를 내두르게 한다는 악독함···.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발바롯싸 하이레딘은 어딘가 모르게 달랐다. 잔인하기보다는 털털하고 악독하기보다는 화통했다. 오랜기간 대립하고 반목해왔던 유럽과 오스만, 국제 정세와 더불어 그의 소문은 와전되고 과장된 것이 아닐까···.


“무슨 소리! 우리 때문에 자네가 다치게 된 것이 아닌가?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인데. 난 자네 부상이 그리 심각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 듣자하니 목숨마저 위험했다던데 어떻게 지금 이렇게···?”


“저도 어떤 이유인지는 확실히 알지 못합니다. 그저 푹 자고 일어났더니 저절로 뼈가 맞춰졌다고 밖에는···.”


엠마가 가진 놀라운 능력. 그 능력에 치유력까지 포함된 것은 아닐까 짐작은 하고 있는 레온이었지만 함부로 발설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정도 외상이 자연 치유된다? 감기도 아니고? 흠···. 머 아무튼 좋아! 죽음에서 살아돌아온 자. 레온 메이슨.”


치렁치렁한 붉은 머리칼 사이로 번뜩이는 두 눈. 한껏 부풀어 오른 기대감을 숨기지 않은 그가 두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내려치며 말했다.


“자네, 나랑 같이 일 하나 하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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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최후의 수단(2) 22.07.08 104 3 11쪽
47 최후의 수단(1) 22.07.07 145 4 12쪽
46 치안대를 박살내다(5) 22.07.06 153 4 12쪽
45 치안대를 박살내다(4) 22.07.05 130 4 12쪽
44 치안대를 박살내다(3) 22.07.03 141 4 12쪽
43 치안대를 박살내다(2) 22.06.30 163 4 11쪽
42 치안대를 박살내다(1) 22.06.28 169 4 11쪽
41 리스본 귀환(3) 22.06.25 165 5 11쪽
40 리스본 귀환(2) 22.06.24 173 4 11쪽
39 리스본 귀환(1) 22.06.23 189 3 11쪽
38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3) 22.06.21 176 4 11쪽
37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2) +1 22.06.20 184 4 12쪽
36 지중해의 거상, 레온 메이슨(1) 22.06.18 181 4 12쪽
35 발바롯싸의 보상은? 22.06.17 178 4 12쪽
34 모험의 끝 22.06.15 187 4 12쪽
33 모험의 소용돌이(5) +1 22.06.14 174 4 12쪽
32 모험의 소용돌이(4) 22.06.13 174 3 11쪽
31 모험의 소용돌이(3) 22.06.12 184 4 11쪽
30 모험의 소용돌이(2) 22.06.11 194 4 11쪽
29 모험의 소용돌이(1) 22.06.10 208 4 12쪽
»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3) 22.06.09 211 5 12쪽
27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2) +1 22.06.08 238 6 11쪽
26 알제 해적, 발바롯싸 하이레딘(1) 22.06.07 224 6 12쪽
25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3) 22.06.06 246 7 12쪽
24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2) 22.06.05 250 8 11쪽
23 레온 메이슨, 세우타를 휩쓸다(1) 22.06.04 254 7 11쪽
22 마린의 왕자, 섀넌 무어(3) 22.06.02 255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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