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서호수의 스킬
49화 서호수의 스킬
지금까지 차경호는 다른 사람들에게 차원상점의 정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서호수의 말을 100%신뢰할 수 없기에 교차검층을 통해 신뢰성을 얻을 때까지는 혼자 알고 있겠다고 정했다.
그러나 지금 7대죄와 대괴수에 대한 일들까지 알게 된 이상 혼자서 비밀로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차경호는 신수아, 한창수, 고야, 카탈리나 호슬로를 호출해서 화상회의를 했다.
차경호와 신수아는 같이 있고, 한창수, 고야, 카탈리나 호슬로는 각각 따로 있어서 다중화상 회의가 되었다.
차경호는 먼저 차원상점과 대괴수의 고유스킬, 7대죄에 대해 설명했다.
단, 서호수나 동대지가 차원상점 대신 스킬을 교환해 주겠다고 한 것은 숨겼다. 그건 카탈리나 호슬로가 없을 때, 혹은 신수아에게만 밝히기로 했다.
잭팟스킬에 대해서도 밝힐까 고민했지만, 그건 일단 비밀을 유지하기로 했다.
아직 서호수에 대해서도 완전히 신뢰하는 건 아니다.
서호수를 비롯한 던전핵이 나쁜 놈일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서호수의 말만 믿고 차원상점을 파괴했을 때, 알고 보니 던전핵이 나쁜 쪽이었다고 밝혀진다면 큰일이 난다. 어찌되었든 현재 헌터들이 몬스터와 싸울 힘을 얻게 된 것은 차원상점의 힘이 절대적으로 컸으니까.
방심하면 당한다. 믿어도 당한다.
끝까지 경계해야 한다.
[차원상점이 나쁜 놈들이라고요?]
[어쩐지 자기네들 이익도 없이 우리에게 스킬을 퍼 줄 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영혼코인이 중요한 거였군요.]
[그래도 차원상점을 이용하는 것 말고는 영혼코인을 쓸 데가 없으니...]
다들 생각이 복잡한 모양이다.
그때 카탈리나 호슬로가 화제를 바꿨다.
[그래서 지금 카칸이 얻은 7대죄 스킬이 네 개라고요? 분노의질주는 아직 안 얻었고요.]
“그렇습니다.”
[저는 이미 분노의질주 찍었어요. 그 정도 스킬을 네 개나 가지고 있다니, 말도 안 되게 강한 이유가 있네요.]
“이미 찍었다고요?”
[남는 게 영혼코인이라서요. 신기한 스킬 떴길래 바로 찍었어요. 쿠투라 고유스킬이라고 적혀 있어서 꽤 놀랐고요.]
이건 미처 생각 못했다.
카탈리나 호슬로도 쿠투라 공략에 참가를 했고, 그녀는 이미 어마무시한 영혼코인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킬 찍은 후 혹시 나에 대해 느끼는 감정의 변화 같은 거 없습니까?”
[그건...단 둘이 있게 되면 말씀드리죠.]
옆에 있던 신수아가 뚱한 표정으로 슬쩍 카칸의 손을 잡았다.
내 남자 건드리지 말라고 주장하는 듯 했다.
[농담이고, 염려 말아요. 내 정신은 절대로 저주 따위에 침식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좋아요. 그럼 한 가지 문제는 해결되네요. 남은 스킬은 제가 찍죠. 그러면 적어도 대괴수 부활은 막을 수 있을 테니까.]
“그건, 조금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장담하시는 대로 저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을 테니까요.”
[쳇, 나 못 믿어요?]
“믿습니다. 근데 이건 믿어도 안 됩니다.”
[아, 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대괴수 공략은 나하고 신수아 둘이서만 하겠습니다.”
[수아씨는 또 믿네.]
“전 7대죄 스킬 안 찍어도 되요.”
신수아가 당당하게 말했다.
S등급 오러유저가 뭐가 부족해서 저주받은 스킬을 찍을까? 심지어 그녀는 A등급 힐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신수아는 카칸이 앞으로 자기와만 대괴수와 싸우겠다고 말해준 게 기뻤다.
그깟 영혼코인 좀 안 써도 상관없다.
이미 찍을 건 대충 다 찍었다.
[쳇, 그냥 확 내가 대괴수 잡아버릴까?]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왜 안 그러셨습니까? 능력도 되시는 분이.”
[능력 안 되요. 이런저런 얽힌 게 많고요. 그냥 카칸께서 다 잡으세요. 제가 양보하죠.]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회의가 끝난 후, 차경호는 신수아에게만 서호수와 동대지에게 스킬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예? 그럼 전 동대지에게 스킬 사면 되는 거예요?”
“응, 자신들이 보유한 스킬을 넘겨주겠다니까, 영혼코인 모으면 같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자고.”
“와! 알았어요.”
앞으로 스킬을 전혀 안 살 생각이었는데, S등급 던전핵의 고유스킬을 살 수 있다니 기쁠 수밖에 없다.
신수아는 차경호를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
이제 회의도 끝났고, 차경호가 서호수에게 스킬을 구매할 차례다.
“[물의제왕]? 이건 뭐지?”
[물의제왕]
속성 고유
물속성 종족들을 권족화 할 수 있다.
물속성 공격에 영향을 받지 않고, 반대로 물속성 상대에게는 추가대미지(극대)가 들어간다.
“계약계열 스킬이다. 귀한 거니까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라.”
“좋긴 한데, 물속성 몬스터는 별로 없잖아. 대괴수 바즈라는 이미 잡았고.”
“훗, 이게 좋은 이유는 바로 운디네에 있거든.”
“설마!”
“그래, 운디네를 권족화 할 수 있다. 물론 원주인인 내가 동의해 줘야겠지만.”
“동의해 줄 거야?”
“삼각계약을 하자고. 넌 날 보호하고, 운디네는 널 돕고, 나는 운디네에게 힘을 주는 거야.”
“그게 가능하다고?”
옛날 사우디아라비아의 던전에서 동대지의 수호자인 노움과 싸울 때, 노움은 동대지의 힘을 빨아들여 능력을 강화했었다.
서호수는 그게 운디네에게도 가능하다고 한다.
“내가 얼마나 큰 출혈판매를 하는 지 실감이 좀 나냐? 그러니 알아서 잘 대접해라. 에헴.”
“어떻게 대접하면 될까요? 서호수 계약자님.”
“깨끗한 물 좀 한 탱크 떠주면 내가 올적갈적 마시고 목욕하고 할 거야.”
“초정리 광천수로 준비하겠습니다.”
“그게 뭔지 모르지만 좋아 보이네. 빨리 가져다 줘.”
그 뒤 차경호는 운디네를 데리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운디네는 주기적으로 서호수에게 와서 충전식으로 힘을 받은 후에는 차경호를 따라다녔다.
운디네의 가장 좋은 점은 질량과 부피가 조정된다는 점.
필요하면 수통 속에 들어가 있을 수 있다.
반대로 힘을 발산하면 반경 백 미터 정도의 호수크기의 물덩이가 된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는 모른다. 그냥 초상현상이니 그러려니 한다.
신수아는 그걸 보고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했다.
“오빠, 동대지가 주는 스킬도 이런 걸까요? 가령 땅의여왕 이라던가.”
“뭐냐? 그 사심이 들어간 듯한 이름은.”
“오빠 제왕하면 난 여왕하는 거지. 아, 그런데 노움은 소멸했잖아요.”
“다른 계열 스킬이겠지. 또 계약계열은 아닐 거야. 그보다 스스로 잠든 동대지를 깨워야 하니 그거 준비도 해야 되.”
“어떻게 깨우는데요?”
“서호수의 암호와 운디네의 접촉, 그리고 영혼코인.”
“앞에 두 가지는 있으니까, 영혼코인이 필요한 거네요.”
“응, 그건 내가 모을 테니까. 넌 스킬 살 코인 모아.”
“헤헷, 네.”
차경호는 신수아에게 코인 모으라고 말을 했지만 그게 결코 쉽지 않음을 안다.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라서 또 대괴수를 사냥하거나 몬스터웨이브 때 대량학살 사냥을 해야 한다.
즉, 파리 작전 이후에나 동대지를 만나 스킬을 살 수 있다.
“아니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
궁하면 통한다.
차경호의 머리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압둘메지즈 국왕은 계획했던 대로 S급던전의 공간왜곡기능을 조정하는 데 실패해서 곤란해 하고 있다.
차경호는 고야를 통해 압둘메지즈 국왕에게 연락을 했다.
[던전을 재기동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했소?]
흥분한 압둘메지즈 국왕의 목소리는 체면이고 뭐고 없었다.
공들여 계획한 것이 실패로 끝난 후, 압둘메지즈 국왕은 크게 낙담해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하니 흥분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닌 카칸이 하는 말이다. 신빙성이 아주 높다.
카칸 차경호는 말했다.
“단기간에 영혼코인을 모아야 합니다. 일주일 정도만 국왕폐하께서 도와주시면 본인과 신수아 둘이 집중적으로 코인을 모아, 던전의 재기동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능성이 있다면 합시다. 내 적극 협조하겠소.]
서호수와 상의한 결과, 동대지의 던전을 활성화 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다.
압둘메지즈 국왕이 던전기능을 이용하여 자국의 헌터들을 육성하겠지만, 그게 인류에게 있어 나쁜 일은 아니다.
어차피 차원상점의 음모가 어느 정도 드러난 이상, 시간을 너무 끌면 좋은 일이 없다.
하루라도 빨리 대괴수를 다 잡는 게 최우선이다.
카칸 차경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던전 ‘최종방주’에서 몰이사냥을 하기로 했다.
압둘메지즈 국왕이 일주일동안 모래로 던전의 80%를 메우고, 남은 20%의 공간에 몰린 몬스터를 둘이 다 잡을 계획이었다.
서호수의 던전은 잠수함 안에서 임시로 만든 던전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몬스터의 숫자가 적었다.
그것도 함경도 클랜의 핵심 멤버와 몽고와 호주의 헌터들 강화하는 데 쓰고 있기 때문에 차경호와 신수아가 끼어들기 애매했다.
잡몹 천 마리보다 상급몬스터 한 마리가 더 많은 코인을 준다.
몬스터웨이브를 처리하며 많은 영혼코인을 모았지만,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S등급 던전을 싹쓸이 하는 것이다.
영국의 파리거점 계획은 아직 한 달 정도 여유가 있다.
차경호와 신수아는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했다.
*
“어서 오세요. 또 뵈서 반가와요. 카칸.”
이번에도 마중하러 나온 사람은 알리샤메 공주였다.
그동안 더 예뻐져서 얼굴이 자체발광을 하는 듯 했다.
“저 이번에 한국으로 가게 되었어요. 유엔이 한국 함경도로 이전하게 돼서, 저도 주재원으로 그쪽에서 근무할 거 같아요.”
“그렇습니까? 거긴 조금 추운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추울 땐 건물 안에만 있을 거예요. 따뜻할 때는 한국 곳곳을 여행 다니려고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카칸께서도 유엔에 들르실 일 있으시면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연락드리죠.”
카칸 차경호는 알리샤메 공주의 말을 적당히 받아주었고, 신수아는 조금 불만이 있었지만 지금 그녀는 이곳 던전에서 영혼코인을 모아야 하니 일단 참기로 했다.
카칸과 신수아는 압둘메지즈 국왕의 궁전으로 안내되어 큰 환대를 받았지만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환대를 하루 만에 끝내고 바로 던전에 진입하기로 했다.
던전에 들어가니 압둘메지즈 국왕이 이전처럼 모래를 끌어와 던전에 주입하기 시작했다.
“부탁하겠소. 카칸.”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혹시 몰라서 무조건 된다는 말은 안 했다. 하지만 안 될 이유는 없었다.
단지 일주일 안에 그만한 영혼코인을 모을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가 있고, 동시에 신수아가 스킬을 구매할 영혼코인을 모아야 했다.
“가자. 둘이 한 번 빡세게 돌아보는 거야.”
“좋아요. 이 참에 한 번 제대로 합을 맞춰봐요.”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된 두 사람이지만 이미 한 쌍의 바퀴벌레처럼 호흡이 딱딱 맞았다.
둘은 수없이 많이 쌓여있는 던전의 상급몬스터들을 미친 듯이 몰아잡기 시작했다.
- 작가의말
아직 회복이 안 되서 자러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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