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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로드 님의 서재입니다.

그녀의 눈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로맨스

완결

데블로드
작품등록일 :
2017.04.03 19:13
최근연재일 :
2017.04.16 15:4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3,995
추천수 :
50
글자수 :
92,907

작성
17.04.15 22:30
조회
123
추천
2
글자
10쪽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3

DUMMY

은재는 곧 이송 장치에 올려져 구급대원들이 서둘러 차로 옮겼다.


선 우빈과 은수는 허겁지겁 은재에게로 달려갔다.


“무슨 일입니까? 이 사람 갑자기 왜 이래요?”


“갑자기 쓰러지셨습니다. 저희도 아직 무슨 일인지······”


선우빈이 다급하게 물었으나 들려오는 대답은 상투적이었다.


“무슨 소리예요? 갑자기 쓰러지다니. 아무 이유 없이 왜 쓰러져요. 엄마! 엄마~”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은재를 가까이에서 보자 은수는 마치 방금 터진 둑의 물이 터지는 것처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구급차로 옮겨진 은재. 은수와 선우빈도 뒤따라 올랐다.


병원에 도착하자 은재는 응급실로 옮겨지고 몇 가지 검사 후 다시 정밀 검사를 받기 위해 옮겨졌다. 은수도 의사 가운으로 갈아입고 서둘러 따라 들어갔다.


몇 시간 후, 초조하게 기다리던 선우빈 앞으로 은수가 나타났다. 벌떡 일어난 선우빈은 즉시 은재의 상태가 어떤지, 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게 된 건지 묻고 싶었지만 선우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은수의 얼굴을 보고는 말이다.


은수는 떨고 있었다.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을 만큼 그녀의 얼굴은 엉망이 되었고, 걸음조차 제대로 뗄 수 없을 만큼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선우빈은 비틀거리는 은수를 안아주었다. 은수는 아버지의 품에 안기자 갑자기 펑펑 울기 시작했다. 숨이 넘어갈 듯한 울음소리가 들렸고 금세 선우빈의 한쪽 어깨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선우빈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딸아이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다독거려 줄 뿐이었다. 아내의 상태가 걱정이었지만 지금은 잠시 기다려 주기로 했다.


중환자실.


은재는 면회가 일절 금지된 채 각종 의료장비에 의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문밖에서 조그만 유리창을 통해 지켜보는 가족들은 몇 시간 사이에 은재의 얼굴이 부쩍 초췌해진 것을 대번 알 수 있었다.


은수는 담당 의사와 얘기 중이었다.


“이식으로도 안 되나요?”


“이미 너무 많이 진행됐네, 가망이 없어······”


은수의 눈가는 또다시 이슬이 글썽거렸다.


“자네 어머니가 체육교사라고 했지? 최근 학계에 신소재가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보고되고 있는데 자네 어머니가 근무하던 학교에서도 같은 소재로 만든 운동기구가 쓰이는지 알아보게.”


“그렇다고··· 엄마를 살릴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 보상은 받을 수 있지 않겠나.”


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깟 보상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이미 되돌릴 수 없을 지경이 되었는데.


“자네 어머니는 곧 일반 병실로 옮길 걸세. 내일까지 깨어나지 않는다면 마음에 준비를 해두게.”


흑흑······



* * *



은재는 아직도 의식이 없다.


이미 자정을 넘어 새벽으로 가고 있는 시간.


어두컴컴한 병실에서 은수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어서 깨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엄마··· 정말 이대로 가는 거야? 난 아직 엄마와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은데······”


은재의 얼굴을 천천히 어루만지는 은수. 자신이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폐가 반 가까이 망가져 가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은수를 더 괴롭게 했다.


“엄마······”


스윽~


부드러운 손길이 은수의 머리칼을 어루만졌다.


깜짝 놀란 은수는 그 손길이 엄마의 손길이라는 걸 바로 알아챘다. 고개를 돌려보니 엄마가 자신을 보며 빙그레 웃고 있는 것이었다.


“엄마.”


은수의 부름에 은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산소마스크를 벗겨달라는 손짓을 하였고 은수는 얼른 마스크를 벗겨주었다.


“엄마, 정신이 들어? 괜찮아?”


“응··· 그런데 여긴 어디니? 어떻게 된 거야?”


은수는 우물쭈물하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가 갑자기 마음과는 다른 말을 하고 말았다.


“엄마 바보야? 몸이 이렇게 될 때까지 왜 그동안 나에게 아무 말도 안 했어!”


“내가 많이 안 좋니?”


또다시 말문이 막히는 은수.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은수야······”


“어? 왜.”


은수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은재가 먼저 말을 걸었다.


“엄마가 비밀 얘기해줄까?”


“비밀? 뭔데?”


“있잖아··· 사실 네 이름 네 이모 이름에서 따온 거야. 놀랐지?”


놀라는 일이 있을 리 없었다. 은수가 이미 모든 걸 기억하고 있었기에.


“안 놀라네?”


“그게 뭐, 지금 그 얘기가 중요한게 아니잖아.”


“하긴 그렇네. 그래도 엄마한테는 소중한 이야기인데··· 안 들어줄 거야?”


“알았어··· 들어줄게. 얘기해.”


은재는 싱긋 웃은 후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엄마에게는 소중한 동생이 한 명 있었단다. 은수 넌 전생이라는 걸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만 우린 전생에서부터 이어온 소중한 인연이었어.


천천히··· 은재는 자신의 전생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인연이 된 은수와 선우빈, 그리고 과거의 삶에 대해 모두 이야기하였다.


“어때? 엄마 말이 믿어지니?”


모든 것을 믿고 있었지만 은수는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그렇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네.”


“역시 그렇지? 그런데 있잖아··· 어제 꿈에서 어머니를 처음 뵈었어.”


“어, 어머니? 어떤··· 어머니?”


조금 동요하는 은수.


“엄마 전생에 어머니··· 그땐 너무 어릴 때 돌아가셔서 얼굴도 기억이 없었거든.”


“어떻게 생기셨어? 예뻤어?”


“응, 아주 예쁘셨어. 기품 있고, 단아하고, 키는 작으셨지만 오똑한 코에 크고 맑은 눈을 가지고 계셨어.”


잠시 정적이 흐른 후 은재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런데 엄마는 할머니에게 너무 안기고 싶었는데, 네 이모가 할머니를 안고 놔주질 않는 거야. 거기다 아버지도 나를 안고 놔주질 않으셨어.”


“그래서 어떻게 됐어?”


“아쉽지만 어머닌 네 이모와 함께 가버리셨어.”


“엄마··· 울어?”


“아, 아니야. 잠깐 좀······”


은수는 손수건을 꺼내 은재의 눈가를 닦아 주었다.


“그래도 말이야. 난 안심했어. 지금까지 네 이모 걱정을 참 많이 했었는데, 어머니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는 걸 알았으니까.”


“그래··· 잘됐네. 엄마 피곤할 텐데 그만 자.”


“응,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나 언제 집에 갈 수 있어?”


“몇 가지 검사만 더 하고. 어서 자요.”


“우리 딸 의사 가운 입으니까 참 멋지다.”


은수는 아무 말 없이 은재의 이불을 다시 덮어 주었다. 그리곤 은재가 잠든 걸 확인한 후에야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은수는 심정이 복잡해졌다. 곧 기운이 빠지자 책상 위로 축 늘어져 버렸다.


‘어머니··· 저는······’



* * *



은재의 상태는 날로 나빠졌다.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기 때문에 치료법도 딱히 없는 데다 지금 당장 신약이 개발된다 해도 이미 반 이상 굳어버린 은재의 폐가 정상적으로 회복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은수는 누구보다도 그 점을 자신이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괴로웠다. 점점··· 조금씩 약해져 가는 은재를 알면서도 의사인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은수를 비롯한 가족들의 노력으로 은재는 애초의 예상을 훨씬 넘어서까지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족들에겐 하루하루가 힘든 날들이었다. 상태가 호전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진행을 늦추고 있을 뿐인지라 은재의 모습은 조금씩 야위어갔고 치료를 받는 것조차 고통이었다. 그래도 은재는 가족들 앞에서 항상 의연하게 웃으며 오히려 가족들을 다독여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전날 곤히 잠들었던 은재가 다음날이 돼도, 또 그다음 날이 되어도 깨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은수는 서둘러 정밀검사를 하였고 결과를 본 후 큰 충격에 휩싸였다.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폐에만 전이되던 바이러스가 어느새 중추신경계에까지 전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 더는 손쓸 방법도 없게 된 것이다.


이대로 하루··· 아니면 이틀··· 길어야 일주일이었다. 은수는 처음으로 자신이 의사가 된 것을 후회하였다. 차라리 은재의 상태를 몰랐다면··· 희망의 끈이라도 놓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런 희망도 가질 수 없다는 걸 알아버린 자신이 원망스러웠던 것이다.


화장실로 간 은수. 엉망이 된 얼굴을 찬물로 씻어낸 후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오늘따라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갑자기 옛 추억이 떠올랐다. 은재와 은수가 처음 서로의 존재를 알아챘던 그날. 그리고 꿈속에서 그리워하던 사람들을 만났던 일. 그중에서도 장터에서 언니에게 예쁜 머리핀을 선물했던 일이 가장 떠올랐다. 언니에게 처음 뭔가를 해주었다는 사실에 자신도 굉장히 기쁘고 뿌듯했던 날이었다.


언제나 엄마 같았던 언니··· 정작 진짜 엄마가 되었을 때는 그때만큼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 죄책감마저 들었다.


눈동자··· 자신의 기분에는 상관없이 오늘따라 왜 이리 예쁘게 보이는 건지.


그 순간 은수의 뇌리에 뭔가 스치는 것이 있었다. 확신은 없었지만 어쩌면··· 하는 뭔가가 떠오른 것이다. 은수는 서둘러 병동을 가로질러 뛰었다.


그리고 문 하나를 거칠게 밀고 들어갔다.


덜컹~


“은수야, 네가 여긴 웬일······”


은수의 동기인 주민은 갑자기 자신의 방문을 박차고 헐레벌떡 들어온 은수를 보자 깜짝 놀라며 일어났다.


“주민아. 나, 부탁이 있어.”


주민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 잠시 후, 복도에서 보이는 조그만 창으로 은수가 주민에게 뭔가를 간절히 부탁하지만, 주민은 매우 곤란해하는 듯 계속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손사래까지 치는 모습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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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4 +4 17.04.16 209 2 12쪽
»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3 17.04.15 124 2 10쪽
19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2 17.04.14 131 2 12쪽
18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1 17.04.13 196 2 11쪽
17 5. 비밀_04 17.04.12 205 2 9쪽
16 5. 비밀_03 17.04.11 187 2 10쪽
15 5. 비밀_02 17.04.10 192 2 11쪽
14 5. 비밀_01 17.04.09 213 3 11쪽
13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3 17.04.09 147 3 10쪽
12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2 17.04.08 157 3 10쪽
11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1 17.04.08 140 3 10쪽
10 3. 백제 부흥군_03 17.04.07 189 3 9쪽
9 3. 백제 부흥군_02 17.04.07 117 3 10쪽
8 3. 백제 부흥군_01 17.04.06 143 3 9쪽
7 2. 쌍둥이 자매_03 +1 17.04.05 216 2 10쪽
6 2. 쌍둥이 자매_02 17.04.05 172 2 12쪽
5 2. 쌍둥이 자매_01 17.04.04 202 2 11쪽
4 1. 거울 속의 눈동자_03 17.04.03 174 2 12쪽
3 1. 거울 속의 눈동자_02 17.04.03 183 3 10쪽
2 1. 거울 속의 눈동자_01 17.04.03 323 2 7쪽
1 0. 프롤로그. 17.04.03 374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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