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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로드 님의 서재입니다.

그녀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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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데블로드
작품등록일 :
2017.04.03 19:13
최근연재일 :
2017.04.16 15:4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3,988
추천수 :
50
글자수 :
92,907

작성
17.04.14 15:13
조회
130
추천
2
글자
12쪽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2

DUMMY

새해의 첫날밤. 은재는 정말 오랜만에 예전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꽃밭이었다.


항상 시간이 있을 때마다 미령과 같이 소풍을 나왔던 마을의 동산이었다.


들꽃을 엮어 만든 반지를 동생의 손가락에 끼워주며 기뻐하는 동생을 보며 흐뭇해하고 있을 때 동산 위로 아버지 장태평이 허허~ 웃으며 뒷짐을 진 채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서령과 미령은 벌떡 일어나 반갑게 맞이하였는데 그때 놀라운 일이 얼어났다. 태평의 뒤로 너무도 아리따운 한 여인이 조용히 뒤따르고 있던 것이었다.


그 여인은 젊고 우아하였으며 머리부터 발까지 기품이 배어 있는 듯 보였다.


서령과 미령은 그 여인을 보자마자 누구인지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비록 얼굴조차 한번 보지 못했지만··· 피부에 닿는 손길조차 기억에 없었지만··· 단지, 자신과 동생을향해 지어 보이는 환한 미소만으로 저절로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머니.


미령과 서령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머니를 향해 달려갔다. 미령이 먼저 어머니의 품에 안겼고 서령은 미령의 한발 앞에서 멈춰 섰다.


어머니는 미령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서령을 향해 예쁜 미소를 지으셨다.


서령은 자신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졌다.


너무도 보고 싶었던 어머니, 그립다 못해 사무칠 정도로 만나고 싶었던 어머니······


서령도 얼른 어머니의 품에 안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미령은 좀처럼 떨어질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때 태평이 다가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높이를 맞추었다. 서령이 그런 태평의 행동에 어리둥절해할 때 어머니와 미령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산 아래로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서령은 자신도 어머니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태평이 자신을 안고 놔주질 않았다.


답답했다. 이대로라면 어머니를 영영 다시 못 볼 것만 같은데··· 아버지가 비켜주었으면 좋겠는데··· 태평은 서령은 안은 채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소리 내어 어머니를 부르고 싶었다. 가지 말라고도 가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고 어머니는 미령과 다정하게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점점 절어져만 갔다.


서령은 그렇게 멀어져 가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뻗어봤지만 닿지 않았다.



* * *



아침.


서령은 일어나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훔쳤다. 꿈속에서 흘린 눈물이 아직도 촉촉했기 때문이다.


창밖을 보니 이제 막 동이 트려고 할 무렵인 듯 보였다. 고개를 돌려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남편을 보았다. 우월영이었던 시절의 모습이 겹쳐지며 살짝 스쳐 갔다.


잠옷채로 테라스로 나갔다. 매서운 바람이 불지는 않았지만, 잠옷과 가운만으로 견딜 수 있는 추위가 아니었기에 본능적으로 옷깃을 여미게 되었다.


싸늘한 한기 때문인지 꿈에서 본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서인지 또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가 어느새 차갑게 피부를 에는 듯했다. 그때 선우빈이 뒤에서 담요를 덮어주며 나타났다.


“추운데 왜 나와 있어?”


“상쾌하잖아요.”


“두 번 상쾌했다간 얼어 죽겠네. 그만 들어갑시다.”


남편이 자신의 어깨를 감싸며 안으로 들어가자 은재는 새삼스럽게 남편의 옆모습을 자세히 바라보게 되었다. ‘이 사람도 이제 50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래? 뭘 그렇게 유심히 봐?”


“아니요. 당신 옛날 모습이 생각나서요.”


“우리 첫날밤 말이야? 하긴 그땐 내가 꽃미남 스타의 선두주자였지.”


“으이그~ 그때보다 훨씬 전 말이에요.”


“훨씬 전이면··· 아, 그때?”


“응, 그때 당신 정말 멋있었는데.”


“아니지. 당신이야말로 선녀가 따로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어.”


“정말? 그러고 보니 궁금한게 있는데 당신 내 어떤 모습이 좋았어요?”


다정하게 소파에 앉은 두 사람.


“10살 때였나, 뒤뜰에서 당신이 혼자 놀고 있는 걸 본 일이 있어.”


은재는 남편에게서 어떤 얘기가 나올까 마치 동화의 뒤편을 궁금해하는 아이처럼 기대감이 섞인 얼굴로 빤히 바라보았다.



* * *



1400여 년 전.


10살이던 해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고 상인이던 장태평의 손에 이끌려 그의 집에서 살게 된 우월영.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월영은 자신이 겪은 일로 받은 충격 때문에 말수도 적어졌고 사람을 차갑게 대하며 좀체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화창한 날이었다. 뒤뜰에서 꺄르르 웃는 소리가 들려오자 월영은 호기심에 뒤뜰로 가보았다. 그곳에서 눈에 띈 것이 바로 어린 서령이었던 것이다. 뜰 한편에 자라 있는 민들레를 바라보며 유모에게 수를 배우고 있었는데 햇살은 받은 사령의 얼굴이 너무도 사랑스럽게 보였던 것이다.


키악~


으르르··· 왕! 왕!


난데없이 짐승이 날카롭게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집안에서 키우는 개와 고양이가 또 싸웠는지 쫓기던 고양이가 구석으로 몰려있는 상황이었다.


월영은 별일이 아니라는 듯 돌아서려 하는데 서령이 앞섬을 들고 성큼성큼 개와 고양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더니 개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 집의 개는 외국에서 들여온 놈으로 덩치가 월영보다 큰 놈이었다. 게다가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보면 월영 자신도 도저히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도 자신보다 작고 여린 서령은 성큼성큼 다가갔고 누구도 붙잡거나 말리는 이가 없었다.


월영은 서령이 곧 큰 봉변을 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신이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느꼈지만, 발걸음이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 아직도 개가 사나운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용기를 내어야 한다고 생각해 한걸음 내딛는 순간.


탁.


서령이 손바닥으로 개의 머리를 내려쳤다.


“네 이놈. 사표야! 내가 난이를 괴롭히지 말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하지 않았느냐! 너는 난이 보다 덩치가 훨씬 크면서 왜 항상 난이를 못살게 구는 거니.”


탁, 탁.


서령이 두 대를 더 때리자 사나웠던 큰 개는 끄응거리며 꼬리를 내렸다.


“난이는 이리 오너라.”


고양이는 서령이 부르자 얼른 달려가 서령의 품으로 안겼다.


“보거라, 난이는 너보다 이렇게 작잖니. 설사 난이가 잘못을 하더라도 네가 동생처럼 너그러이 감싸줘야지. 난이 너도 사표에게 너무 까불지 말고, 알았지?”


이번엔 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서령. 큰 개도 기분이 좋은지 꼬리까지 흔들며 기분 좋게 짖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월영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서령이 남자인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고 느껴졌던 것이다.


저렇게 여린 여자아이도 자신보다 큰 짐승을 능히 다스리는데 자신은 실의에만 빠져있다는 것이 분했다.


강해지리라. 월영은 마음속으로 몇 번을 되뇌었다. 그리고 언젠가 남부끄럽지 않게 성장해 저 아이를 평생 지켜 주리라 결심하였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옛이야기를 하며 추억에 잠겼다. 어찌 보면 어린 시절의 새록새록 한 추억 같은데 벌써 천 년이 훨씬 넘는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 신기한 기분이었다.


“엄마, 아빠 아침부터 분위기 좋네요.”


은재와 선우빈이 소파에 서로 기대어 손을 잡고 있을 때 은수가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나타났다.


“에휴~ 하나밖에 없는 외로운 딸 생각은 안 하고 정말 너무들 하시네.”


“부러우면 너도 시집 가.”


은수의 푸념을 은재가 새침하게 받아쳤다.


“나도 이제 서른이야. 엄마가 신경 좀 써줘야 하는 거 아니야?”


“정말? 그럼 엄마가 선자리 알아봐 줄까?”


신이난 은재가 은수에게 쪼르르 달려가는데 그녀의 가운이 테이블에 걸려 풀리려 하였다.


“아! 여보, 잠깐만.”


선우빈이 아내의 옷이 벗겨질라 급히 다가가려는 찰나 옷이 걸린 은재가 비틀거리며 본능적으로 팔을 뻗었는데 하필 선우빈의 소맷귀를 잡으며 미끄러졌다.


“꺅!”


선우빈의 가운이 쑥 내려가면서 순식간에 알몸이 되어버리자 은수가 화들짝 놀라며 급히 얼굴을 돌려 버렸다.


“꺄~악~”


은재는 손가락을 벌린 채 얼굴을 가리는 시늉만 하며 남편을 놀리는 시늉을 하였다.


“당신까지 왜 그래.”


황급히 가운을 다시 챙겨 입는 선우빈. 자신을 보며 키득거리는 아내에게 괜한 핀잔을 해본다.


“꺄르르르”


“그만 웃고 일어나요.”


엉덩방아를 찧고도 남편의 꼴이 우스운지 계속 웃어대는 은재를 선우빈이 손을 잡아 일으켰다.


비틀~


“아······”


은재가 갑자기 비틀거리자 이번엔 선우빈이 제대로 껴안으며 부축했다.


“괜찮아?”


“응, 잠깐 어지러웠어.”


“내가 그렇게 웃겼어? 얼마나 힘들게 웃었길래 빈혈이 다 생겨?”


“웃기긴 웃겼잖아요.”


“하여간 못 말려.”


어느새 다시 닭살 모드로 돌아간 부부. 그런 모습을 지켜보단 딸 은수는 도끼눈이 되어가고 있었다.


“작작 좀 하세요. 정말~”


“부러우면 시집가라니까 그러네.”


은수가 귀엽게 툴툴거리자 약 올리듯 받아쳤지만 은수는 “흥!”하고 새치름하게 욕실로 가버렸다.


여행을 마치고 호텔을 나서는 세 사람. 매년 반복되는 이벤트.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면 또 매번 반복되는 일상이 될 테지만 그것을 특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이 가장 소중한 것임을 항상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 * *



“어머, 내 정신 좀 봐. 여보, 나 다시 방에 올라갔다 와야겠어요.”


“뭐 빠뜨리고 온 거야?”


“응, 금방 갔다 올게요.”


탁탁탁.


구두를 신고 잘도 달리는 은재의 모습이 선우빈의 눈에는 항상 소녀처럼 보이나 보다.


“하하··· 네 엄마가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예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그러게요. 엄마는 영원히 그대로일 줄 알았는데.”


선우빈은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은수의 말에는 안타깝고 서운함이 배어 있는 것 같았고 선우빈은 그런 은수를 보는 얕은 미소를 지었다.



* * *



학학······


겨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20미터 남짓을 뛴 것뿐인데 은재는 이상하게 숨이 가빴다.


갑자기 뛰어서 그러려니 대수롭지 않게 여긴 후 두고 온 물건을 찾아서 나오는데, 엘리베이터가 열려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다시 급하게 뛰는데 몇 발자국 못 가서 은재는 더는 발을 뗄 수 없었다. 갑자기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져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다.


“아······.”


저절로 가슴을 감싸 쥐며 무릎을 꿇는 은재. 그녀를 도와주던 호텔 직원도 놀랐는지 은재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임을 직감하고 즉시 구급반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 사람이 좀 늦네.”


“엄마가 물건을 어디다 뒀는지 헤매고 있나 봐요. 좀 더 기다리면 오겠죠.”


10여 분이 지나도 은재가 나오지 않자 기다리던 선우빈과 은수가 한 마디씩 했다. 그런데 갑자기 호텔 입구로 엠뷸런스가 세워지고 곧 환자 이송 들것이 엘리베이터 앞에 세워졌다.


갑자기 분주해진 호텔 로비에 두 사람은 무슨 영문인가 가만히 지켜보는데 엘리베이터에서 호텔 구급반에 의해 은재가 끌려 나오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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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4 +4 17.04.16 209 2 12쪽
20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3 17.04.15 123 2 10쪽
»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2 17.04.14 131 2 12쪽
18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1 17.04.13 196 2 11쪽
17 5. 비밀_04 17.04.12 205 2 9쪽
16 5. 비밀_03 17.04.11 186 2 10쪽
15 5. 비밀_02 17.04.10 192 2 11쪽
14 5. 비밀_01 17.04.09 213 3 11쪽
13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3 17.04.09 147 3 10쪽
12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2 17.04.08 157 3 10쪽
11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1 17.04.08 139 3 10쪽
10 3. 백제 부흥군_03 17.04.07 189 3 9쪽
9 3. 백제 부흥군_02 17.04.07 117 3 10쪽
8 3. 백제 부흥군_01 17.04.06 143 3 9쪽
7 2. 쌍둥이 자매_03 +1 17.04.05 215 2 10쪽
6 2. 쌍둥이 자매_02 17.04.05 171 2 12쪽
5 2. 쌍둥이 자매_01 17.04.04 202 2 11쪽
4 1. 거울 속의 눈동자_03 17.04.03 174 2 12쪽
3 1. 거울 속의 눈동자_02 17.04.03 183 3 10쪽
2 1. 거울 속의 눈동자_01 17.04.03 322 2 7쪽
1 0. 프롤로그. 17.04.03 373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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