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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로드 님의 서재입니다.

그녀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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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데블로드
작품등록일 :
2017.04.03 19:13
최근연재일 :
2017.04.16 15:4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000
추천수 :
50
글자수 :
92,907

작성
17.04.07 01:51
조회
117
추천
3
글자
10쪽

3. 백제 부흥군_02

DUMMY

“언니, 어디 가려고?”


“아버님께서 돌아오시고 계신다는데 나가봐야 하지 않겠니? 그런데 넌 또 뭐가 신이 나서 그렇게 기분이 좋은 얼굴이니?”


“응, 좀 전에 낮잠을 자다 아주 재밌는 꿈을 꾼듯해서 언니에게 들려주려고 이렇게 왔지.”


미령은 서령과 함께 안뜰로 걸으며 자신의 꿈 이야기를 대략적으로 간추려 서령에게 들려주었다.


“언니, 꿈속에서 또 누가 나왔는지 알아?”


“누구니, 나도 아는 사람이니?”


“잘 알지~ 이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분이거든. 그분은······.”


미령이 얘기를 해줄까 말까 새침을 떼는 사이 대문이 열리며 그녀들의 아버지 장태평이 호위무사들을 이끌고 근엄하게 들어왔다.


미령의 얼굴이 다시 환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보다 그 옆에서 늠름한 기백을 내뿜는 무사에게로 시선이 꽂혀 있었다.


“언니, 그건 비밀로 해야 할 것 같아.”


“뭐어?”


상큼한 참다래 같은 미소로 방긋 웃어 보인 미령은 곧바로 아버지를 향해 총총 뛰어갔고 서령은 귀여운 동생을 지그시 웃으며 바라보았다.


“아버님~ 다녀오셨어요?”


미령이 두 팔을 벌려 아버지인 장태평의 품속으로 뛰어 들어가자 태평도 웃으며 그녀를 반겨주었다.


“허허, 다 큰 처녀가 이리 방방 뛰어다니면 쓰겠느냐? 언제 철이 들려고 이러누.”


“집안인데 뭐 어때요. 밖에서는 얼마나 조신하게 군다구요.”


미령은 태평의 오른쪽에 서있는 우월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기골이 장대하고 긴 머리를 뒤로 묶은 모습. 게다가 거친 무인의 길을 걷는 사내치고 너무나 곱상하게 생긴 외모에 미령은 오래전부터 그를 흠모하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 아버님의 호위는 잘 하셨습니까?”


조금 퉁명스럽게 묻는 투였지만 미령의 표정은 귀엽기 그지없었다.


“물론입니다. 아가씨.”


“흥~.”


미령은 다정한 우월영의 말투에 가슴이 떨리는 것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새침한 척 고개를 돌리고 아버지의 팔짱을 낀 채 옆에서 걸었다.


“잘 다녀오셨습니까? 아버님.”


“오냐, 집안에는 별일 없느냐?”


“별일 없었습니다. 왜국에 가신 일은 잘되셨나요?”


“그렇다마다. 이 애비가 누구냐. 천하에 장사꾼이 아니더냐? 허허허허.”


“어서 안으로 드세요. 주안상을 준비하라 했습니다.”


서령은 고운 자태로 아버지의 뒤를 따랐다.


“아참, 월영아.”


“예, 나리.”


“너는 이번 상단에서 고생한 인부들에게 조촐하게나마 술과 안주를 내주어라.”


“알겠습니다.”


우월영은 허리를 숙여 태평의 명을 받았다.


“수고해주세요. 총사님.”


서령이 온화한 미소로 우월영에게 인사하자 월영도 가벼운 목례로 답해주었다.


“저도 도울게요.”


미령이 월영의 옆으로 가며 힘차게 말했다.


“또 무슨 말썽을 피우려고 그러니, 총사께서 알아서 하시도록 방해하지 말거라.”

왠지 들떠있는 미령에게 느긋이 핀잔을 주는 서령.


“언니는··· 내가 무슨 말썽만 피우고 다니는 사람인가? 그리고 상단 총수의 딸인 내가 직접 가서 그들을 위로해야 감동받고 더 열심히 할 거 아냐. 다 우리 상단을 위해서 하는 일이란 말야.”


“으이그··· 말은 잘하는구나.”


“웬일로 기특한 말을 하는구나. 그래 네가 정 그런 뜻이라면 월영이를 따라가 돕도록 하거라.”


장태평이 서령의 앞으로 나와 말하였다.


“거봐, 가도 된다 시잖아. 다녀오겠습니다. 아버님.”


미령은 장태평에게 꾸벅 인사하고 우월영의 옆에 꼭 붙어 그를 따라 나갔고 몸종인 홍연이도 미령의 뒤를 졸래졸래 따라붙었다.



* * *



시간은 흘러 어느덧 해질녘. 상단 인부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우월영과 그들의 숙소를 찾아간 미령은 저녁때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미령의 처소까지 함께 온 우월영은 도착하자 미령에게 인사하고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고 미령은 월영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그를 바라보았다.


“언니~!!”


“아가씨~ 신은 제대로 벗고 들어가셔야지요~”


미령이 매우 신났는지 신도 제대로 벗는 둥 마는 둥 하며 서령의 방으로 뛰어 들어갔고 홍연이만 급급하게 미령의 뒤를 따라가서 간신히 신을 벗겨내었다.


“또․또․또···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호들갑이니 너도 이제 열일곱이야.”


“괜찮아. 난 집을 안 떠날 거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난 아버님의 대를 이어서 우리 상단을 계속 이어갈 거야. 시집은 언니나 가셔.”


“그럼 넌 영영 혼자 지낼 작정이니?”


“음··· 가긴 가야겠지만 나를 보필해서 같이 우리 상단을 꾸려갈 사람이어야겠지.”


서령은 미령의 천진한 얼굴을 가만히 보다가 피식 웃었다.


“미령이 네가 사내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구나. 그래, 인부들을 위로한다고 갔던 일은 재미있었니?”


“응, 내가 가니까 모두들 얼마나 기뻐했는데. 나보고 천하에 미색이래. 양귀비나 초선도 내 앞에서는 한떨기 들꽃에 불과하다고들 그러더라고. 으히히.”


“그래서 이렇게 기분이 좋은가 보구나.”


“그런 것도 있고··· 언니 우 총사님 말이야. 언제부터 우리 집 사람이었어?”


“글쎄,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어렸을 때부터 우리 상단에서 일했던 걸로 기억되는구나. 그건 왜 묻니?”


“요즘 같은 때에 무예가 뛰어나고 총명한 사람은 대부분 벼슬을 하려 하는데 그분은 어째서 우리 상단에 계속 있는가 싶어서.”


서령은 쪽문을 열어 밤하늘을 바라보면 깊은 한숨을 쉬었고 미령은 갑작스러운 언니의 태도에 잠시 말이 없었다.


“신라가 이 땅을 정벌 한지도 꽤 오래되었구나. 허나 이 땅의 백성들의 마음속엔 아직 태평하던 백제를 그리워하니 제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 한들 신라의 신하가 되는 것이 쉽겠느냐?”


초승달이 유난히 예쁘게 빛나고 별들의 띠가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으나, 이를 바라보는 백성들의 눈에는 나라 잃은 서글픔과 전쟁으로 사라져간 님을 그리는 마음으로 가득 차기만 했다.



* * *



장태평은 야심한 밤에 외출을 준비하고 가마에 올랐고 그가 탄 가마는 우월영의 인솔 아래 항구로 향하였다.


항구에 도착한 가마는 상단의 배가 정박해 있는 곳으로 가서 배 앞에 내려졌다.


“도착했습니다. 나리.”


가마 밖으로 나온 장태평은 곧바로 어두컴컴한 배안으로 우월영과 함께 들어섰다.


“오셨습니까. 나리.”


배 안에는 이미 도착한 네 명의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태평이 나타나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공손히 인사하였다.


“그간 잘들 계셨습니까? 자, 앉도록 하지요.”


태평이 상석에 앉자 다른 이들도 자리에 앉았다.


“제가 없는 동안 정세에 변화가 있었습니까?”


태평이 말을 꺼내자 그의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입을 열었다.


“현재 신라군은 특별한 움직임이 없습니다.”


“병사는 어느 정도 모였습니까? 장군.”


“현재 일천이 조금 넘는 병력이 모였으나 아직은 궐기를 할 때는 아니라 판단됩니다. 적어도 이천은 돼야 한번 벌여 볼만 할 겝니다.”


은밀한 회의를 위해 모인 이들은 패망한 백제의 귀족들로 스스로 백제 부흥군이라 칭하며 다시 한번 백제의 부활을 꿈꾸고 움직이고 있었고 장태평 역시 그들 중에 하나였다.


회동을 마친 태평은 다시 가마에 올라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월영아,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과연 우리가 뜻을 이룰 수 있겠느냐?”


“길은 뜻하는 자에게는 언제나 열려있다 하였습니다. 적당한 때를 기다려 일어선다면 승산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태평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은 수심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신라뿐이라면 해 볼만 하겠으나 당나라 놈들과 연합해 온다면 과연 어찌 될지 걱정이로구나.”


그날, 장태평은 한참 동안 뜰을 거닐다가 침소에 들었다.


우월영은 태평이 침소에 드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져 어느새 서령의 처소 앞까지 도착해있었다.


“오셨습니까?”


서령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낮의 고운 자태 그대로 월영의 눈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아버님께선 침소에 드셨습니까?”


“예, 아가씨.”


서령의 부드러우면서도 간지러운 손길이 월영의 뺨을 어루만지고 월영은 그런 서령의 손을 잡으며 그녀의 따스한 체온을 느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다정한 눈길로 바라만 보았다.


월영은 가슴속으로 손을 넣어 서령에게 서찰과 선물 하나를 건넸다. 그것은 조개를 가공해 만든 예쁜 머리 장식이었다. 서령도 서찰과 월영을 생각하며 수를 놓은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오늘은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세요.”


“아가씨······.”


서령이 먼저 가벼운 목례로 인사하고 방으로 들어가고 월영은 아쉬운 듯 잠시 서령의 방을 바라보다가 이내 걸음을 돌렸다.


두 사람은 이미 오래전부터 비밀스럽게 서찰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상태였다. 서령은 이미 혼기가 찬 나이였지만 두 사람 모두 장태평이 곧 궐기할 것을 알고 있었기에 혼례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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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4 +4 17.04.16 209 2 12쪽
20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3 17.04.15 124 2 10쪽
19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2 17.04.14 131 2 12쪽
18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1 17.04.13 197 2 11쪽
17 5. 비밀_04 17.04.12 205 2 9쪽
16 5. 비밀_03 17.04.11 187 2 10쪽
15 5. 비밀_02 17.04.10 193 2 11쪽
14 5. 비밀_01 17.04.09 213 3 11쪽
13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3 17.04.09 148 3 10쪽
12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2 17.04.08 157 3 10쪽
11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1 17.04.08 140 3 10쪽
10 3. 백제 부흥군_03 17.04.07 189 3 9쪽
» 3. 백제 부흥군_02 17.04.07 118 3 10쪽
8 3. 백제 부흥군_01 17.04.06 143 3 9쪽
7 2. 쌍둥이 자매_03 +1 17.04.05 216 2 10쪽
6 2. 쌍둥이 자매_02 17.04.05 172 2 12쪽
5 2. 쌍둥이 자매_01 17.04.04 202 2 11쪽
4 1. 거울 속의 눈동자_03 17.04.03 174 2 12쪽
3 1. 거울 속의 눈동자_02 17.04.03 183 3 10쪽
2 1. 거울 속의 눈동자_01 17.04.03 323 2 7쪽
1 0. 프롤로그. 17.04.03 375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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